일본알프스란 히다산맥, 기소산맥, 아카이시산맥을 총칭하는 명칭으로, 일본 중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고산지대입니다.
일본 본토를 이루는 가장 큰 2개의 지각판과 필리핀판이 만나 생긴 습곡활동과 화산활동으로 3000미터가 넘는 고봉이 줄지어 있는 곳이죠.
이중 북알프스인 히다산맥은 도야마를 통해 비교적 접근이 쉽고 알펜루트와 구로베 협곡이라는 유명한 관광지도 있어서 인지도가 제법 있지만
남알프스인 아카이시산맥은 워낙 면적이 광대하고 지나가는 교통편은 커녕 도로망도 제대로 놓여있지 않아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중부알프스인 기소산맥은 너무 내륙에 있어서 대도시에서 도착하려면 기차로 한참을 들어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짜피 접근하기 어려운 동네라면 기왕이면 저렴하게 가자고 해서 선택한 곳이 바로 후지-시즈오카 공항입니다.
도쿄와 나고야 사이에는 아이치현, 시즈오카현, 야마나시현 등 꽤 많은 지역이 있지만 모두 산지라서 도쿄나 나고야까지 공항을 가기엔 애매한데
그래서 그 중간 지점에 생긴 공항이 후지-시즈오카 공항입니다.
원래는 시즈오카 공항이었지만 일본 내에서도 시즈오카의 이미지가 강한건 아니라 좀 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앞에 후지산을 붙였죠.
이번 여행은 유독 비행기를 타면서 여러 지역을 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당장 이륙하면서 만난 인천대교부터
동해를 넘어가기 전에 본 강릉시 전경
시마네현에 속한 일본 열도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마을인 오키군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호
그리고 일본 3대 도시인 나고야도 한눈에 보입니다.
특히 나고야역은 비행기 위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거대합니다.
요즘은 카메라가 100배줌까지 나오니까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항공샷을 찍는게 비행기를 타고 다닐 때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비행하면 시즈오카의 특산물인 차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즈오카에서도 특히 시즈오카공항이 위치한 시마다와 마키노하라 일대는 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나가는 동안 정말 차밭만 보일 정도죠.
시즈오카공항, 좀 더 정확히는 시즈오카-후지산 공항은 2009년에 지어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공항입니다.
하지만 위치가 솔직히 썩 좋은 위치는 아닌지라 공항의 규모도 크지 않고 취항중인 노선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현재도 국제선은 사실상 제주항공에서 오는 한국 노선이 거의 유일한지라 공항의 셔틀버스도 제주항공 노선 시간에 맞춰 있기도 합니다.
현재 시즈오카 공항에서는 시마다역, 시즈오카역으로 운행하는 버스가 있는데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주항공에서 유일하게 있는 노선을 위해 무려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마다역까지만 운행하고 있지만, 시즈오카공항까지의 셔틀버스가 1100엔인걸 생각하면 시마다역에서 시즈오카역까지 510엔은 저렴한 편이죠.
특히 목적지가 시즈오카쪽이 아닌 하마마츠쪽이라면 확실히 이쪽이 훨씬 이득입니다. 여행할 때 참고해보세요.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보인 차밭을 배경으로 하는 노을의 풍경이 아름답네요.
생각보다 시마다역까지 가는 길은 오래 걸립니다.
꽤 정체가 심한데,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아니고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공항 너머로 있다보니 퇴근 시간에는 길이 많이 막히네요.
그렇게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마다역. 시마다시는 오이카와 유역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동네이기도 합니다.
녹차밭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오이카와를 따라 운행하는 오이카와 산악철도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관광 철도 노선 중 하나죠.
오이카와의 추억이 꽤나 좋았어서 오랜만에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럴 여유가 없으므로 서둘러 목적지로 향합니다.
시마다역의 노을 지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다보니 해 질 때의 바람도 선선하네요.
특히 이 시간의 기차는 퇴근, 하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더욱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첫날의 목적지이자 숙소인 도요하시. 아이치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도카이도선, 신칸센, 메이테츠선, 도요테츠선, 이이다선 등의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죠.
그래도 교통의 중심지고 공업단지가 크게 있어서 도시 규모는 생각보다 큰 편이고 역사도 규모가 상당합니다.
역사 밖으로 이어진 광장에는 버스킹이라던지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보드를 타는 등 밤인데도 꽤나 시끌벅적하네요.
사실 관광도시까지는 아니라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편이고 유명한걸 굳이 꼽자면 카레우동과 치쿠와 정도가 있겠네요.
그 외에는 전차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차의 역사나 이런걸 모르면 특별한걸 느끼기 힘듭니다.
최신식이냐면 그것도 아니고, 또 오래됐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역시 한국에선 보기 힘든 전차를 보면 신기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은 도요하시에서는 뭘 했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바로 다음날 아침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아침 6시의 첫차를 타야 하니까요.
공항에서 바로 출발해서 열차를 타고 시즈오카에서 도요하시까지 오는데도 두시간 넘게 걸리고, 다음날 새벽에 나가니 도요하시는 정말 잠깐입니다
오늘 타는 열차는 이이다선. 도요하시에서 이이다시를 거쳐 나가노 남부 스와시까지 운행하는 철도 노선입니다.
사실 여행에서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나서 여행을 가는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이이다선은 배차간격이 워낙 지옥이라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나가노까지 가는 노선의 배차간격은 거의 2시간. 그리고 나가노까지 가려면 4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한번 놓치면 일정이 몇시간씩 늦어집니다.
보통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줄 특급 열차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이이다선은 그런 특급열차가 많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이이다선은 도요하시에서 시작해 아이치현 남부를 지나가다가 곧 시즈오카로 넘어가 텐류가와를 따라 나가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래서 노선 초반은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지만 조금만 지나도 순식간에 가파른 협곡을 지나가게 되죠.
노선 총구간은 200km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긴데, 신기할 정도로 그 사이에 다른 노선과의 환승 구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카이시산맥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노선이기 때문에 산맥을 가로질러 지나갈 수 있는 철도노선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거리도 엄청 먼 주제에 역의 배치 간격은 한국의 지하철을 떠올릴 정도로 빽빽합니다.
다른 JR노선이면 한 정거장 있을 간격에 통상 2~4개의 기차역이 배치되어 있는 수준이죠. 그러다보니 운행 시간이 거의 6시간에 육박합니다.
물론 그런 정신나간 철도를 탈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에 통상 주부텐류, 그리고 오늘 타는 열차의 종점인 텐류교같은 곳에서 멈추게 마련이죠.
텐류가와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이다선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교통으로써의 역할보다는 관광철도로써의 매력이 더 뛰어난 철도죠.
텐류가와는 일본에서 9번째로 긴 강으로 아카이시산맥 능선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폭이 좁고 험준한 협곡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텐류가와를 따라 가는 이이다선은 꽤나 매력적인 산악철도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터널이 너무 많습니다.
분명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협곡의 자태는 웅장하지만 좀만 보려고 하면 바로 터널로 들어가게 되죠.
그런 텐류가와를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텐류교, 우리말로 텐류 협곡입니다.
이이다선의 통상 종점인 텐류교역의 이름이기도 한 이곳은 텐류 협곡중에서 사람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기차역과도 가까운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의 규모 치고는 주변의 마을도 비교적 잘 형성된 편이고 식당이나 카페도 있습니다.
나가노 방면에서는 대도시인 도요하시로 가는 철도의 주된 환승역이다보니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반대로 도요하시쪽에서 오는 사람들도 텐류교가 속한 도시인 이이다시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다시 환승을 해야 하죠.
일본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같은 노선인데도 중간에 갑자기 내려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익숙해져야 합니다.
확실히 역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험준한 텐류 협곡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봄철이 되면 특히 산의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들이 많기 때문에 강물이 에메랄드 색이 되는 것이 특징이죠.
그리고 여기 텐류교에는 또다른 관광 명소가 있는데, 거기를 가려면 우선 산을 올라야 합니다.
다행히 아직 봄이기도 하고 여기는 제법 높은 산지라서 덥지는 않지만 등산 코스가 결코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렇게 20여분을 걸어 올라가면 텐류교의 상징 텐류교대교가 나옵니다.
깊은 텐류교 협곡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도로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아치 형태로 만든 끝내주게 멋진 다리이지만 여기의 특징은 바로
차도 밑에 만든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인도입니다.
위에는 차들이 지나가고, 아래 수십미터 아래에는 급류가 흐르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죠.
물론 형태나 설명을 들으면 꽤나 아찔해보이지만 바닥도 막혀 있고 꽤나 튼튼한 강철로 만들어져 있어 실제로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습니다.
보통 이런데는 바닥을 유리로 만드는 구간이 있어서 사람들을 아찔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종종 있는데 여긴 다행히도 그런건 없네요.
하지만 이곳에서 보는 텐류교의 경치는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특히 아까 타고 온 이이다선 철도를 위에서 볼 수 있어서 그 경치의 특별함은 배가 되기도 하고요.
뭔가 강과 산, 그리고 인간의 세 조각으로 잘린 세상을 보는 것 같네요.
이렇게 철도가 있는 곳에서는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을 찍어도 꽤 멋있는데, 배차 간격이 어지간히 길어서 타이밍을 노리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관광 명소인 텐류교 대교를 지난 뒤에는 이제 두가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왔던 길을 돌아갈지 건너편으로 돌아갈지.
텐류교 주변은 비교적 트래킹 코스가 잘 돼 있어서 여러 코스로 입맛에 맞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다음 열차를 탈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동네는 2시간 정도면 분명 괜찮은 관광을 할 수 있지만 4시간동안 있으라고 하면 이제 조금 난이도가 올라가거든요.
올라왔던 길로 돌아가면 20분 내외로 돌아갈 수 있지만 강 건너편에서 가면 꽤 본격적인 산길이라 2km 가까이 걸어가야 합니다.
평지라면 충분히 20분 내에 갈 수 있지만 산길은 경사나 코스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장담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제 발을 믿고 건너편으로 가는 도전을 했고 그 선택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텐류가와 바로 옆을 울창한 산길 밑에서 돌아다닐 수 있죠.
아까 지나온 이이다선 철교도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다른 어느 곳을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경치죠.
그렇지만 역시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오르막길도 있고, 돌길과 산길이 이어지다보니 시간을 맞추려고 하면 다리도 꽤 아프고 땀도 많이 흐릅니다.
그렇게 지나가다 발견한 한 다리. 츠츠지 다리라고 하는 출렁다리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이런 협곡을 지나는 철도를 타다보면 강에 이런 식의 출렁다리가 정말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한번도 그걸 건너가본 적이 없는데 실제로 이렇게보니 생각보다 훨씬 출렁다리입니다.
꽤 튼튼한 강철선과 강철판으로 되어 있지만 조금만 걸어도 금방 출렁이는게 생각보다 훨씬 무섭네요.
그나마 혼자라서 출렁임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건넜지 여러 사람과 건넜으면 다른 사람의 출렁임때문에 무서움이 배가 됐을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다리 옆에는 류가쿠호라는 거대한 절벽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번역하면 용각봉이려나요?
일본에서 이런 거대한 암벽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엄청 신기했어요.
일본의 3대 협곡이라는 구로베 협곡은 거대한 산속의 계곡이고, 키요츠협곡은 암벽이라기보단 주상절리가 펼쳐진 계곡이었거든요.
그렇게 적당히 텐류교 주변 산책로를 산책한 뒤 다시 역으로 돌아오는데 관광안내소가 보입니다.
아쉽게도 열차 출발 시간이 10시 55분인데 주변 식당이나 카페는 대부분 11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식사나 끼니를 때울 곳이 없었거든요.
안내소 규모는 크지 않고 한국어 팜플렛도 비치되진 않았지만 기차를 기다릴 때까지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쉬기에는 적당합니다.
그렇게 텐류교에서의 등산(?)을 끝마친 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이이다선을 탑니다.
열차를 타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저 멀리 중앙알프스의 설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중앙알프스도 고봉은 3000미터를 육박하기 때문에 5월 중순까지도 눈이 거의 녹지 않고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눈은 6월 중순이 지나서야 겨우 녹고 7~8월 잠깐 푸르른 초원이 되었다가 9월만 돼도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하죠.
나가노 분지도 이미 해발 고도가 1000미터에 육박하는 고지대지만, 뒤에 보이는 산들은 3000미터 가까이 되기 때문에
따뜻한 봄의 풍경 뒤로 보이는 설산의 경치는 특히나 이국적이고 각별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특히 요즘 눈 보기가 힘드니까요.
그렇게 다시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고마가네역. 나가노에는 알프스를 갈 수 있는 수많은 기차역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명한 역입니다.
바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로프웨이 고마가타케 로프웨이를 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시와 꽤 떨어진 지역임에도 역 주변에는 큰 상점도 있고 상점가도 나름 잘 갖춰져 있습니다.
평일임에도 문을 연 가게도 제법 보이고, 한적하지만 아예 상권이 죽었다던지 침체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로프웨이 말고도 온천이라던지 캠핑장이라던지 꽤 다양한 여가시설이 있어서 관광지로서의 인기도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유루캠에서도 나가노로 꽤 멀리 캠핑을 나온 시마린이 방문한 장소이기도 하죠.
고마가다케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로프웨이 승강장까지 찻길이 있긴 하지만 관계자와 버스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죠.
고마가네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중간에 각종 온천과 리조트 등이 몰려있는 고마가이케 주차장에서 마지막 승객을 태웁니다.
평일이기도 하고 거의 마지막 시간이라 역에서 타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는데 주차장에서 좀 더 승객들이 탑승을 합니다.
그 이후에는 가파르고 구불구불 이어진 중앙알프스길을 따라 한참을 등산합니다.
길 자체도 가파르고 매우 빠른 속도로 오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더라도 운전이 결코 쉽지 않고 매우 위험한 길이죠.
이 길은 고마가다케 로프웨이 뿐 아니라 구로가와 하천을 따라 있는 수력발전소의 관리용으로도 쓰이는 길입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가면 발전소 관계자 분들이 곧잘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시죠.
그렇게 한참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고마가다케 로프웨이 승강장. 평일이다보니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합니다.
이곳의 높이도 이미 1600미터가 넘기 때문에 제법 쌀쌀합니다.
분명 산 밑에 있을 때에는 맑았는데, 여기로 올라오니 날씨가 확 나빠졌는데, 산이 구름을 만들고 있더라구요.
고마가다케 로프웨이는 여러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입니다.
일단은 로프웨이를 타는 곳도 일본에서는 역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해발 2612미터에 있는 고마가다케 로프웨이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거죠.
그리고 가장 경사가 가파른 로프웨이이기도 합니다. 평면상의 거리는 300미터정도지만, 그 사이에 거의 1000미터 가까이 올라갑니다.
로프웨이의 아랫역의 해발 고도가 1640미터고 윗쪽 역이 2612미터니까요.
워낙 가파른 경사를 빠른 속도로 오르다보니 평소에 로프웨이를 타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이곳은 꽤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말 순식간에 주변은 눈으로 뒤덮인 고산 지대의 풍경으로 바뀌게 되죠.
그렇게 도착한 고마가다케. 이곳의 해발 고도는 2612미터. 한라산보다도 높고 백두산보다 조금 낮은 높이를 로프웨이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위쪽의 역에는 승강장과 함께 매점, 식당 뿐 아니라 호텔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피소에 가까운 숙박 시설을 제외하면 아마 일본에서는 가장 높은 호텔일거같아요.
식당에서 파는 메뉴는 그야말로 2612에 진심이라는 모습입니다. 2612 맥주도 팔고 2612 핫도그도 팔고 정말 이것저것 다 팔고 있네요.
물론 간단한 스낵 뿐 아니라 커피나 케이크같은 카페류, 그리고 덮밥같은 꽤 본격적인 식사 메뉴도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물을 빠져나오면 보이는 웅장한 풍경. 바로 센조지키 카르(cirque)입니다.
카르란 빙하가 오목하게 깎아 움푹 패인 지형을 말하는데요.
일본 알프스에는 이런 카르 지형이 여럿 존재하지만 그 중 이곳 센조지키 카르가 가장 규모도 크고 접근성도 좋습니다.
5월 중순임에도 카르를 덮은 눈 위로 뾰족하게 솟은 능선이 단연 압도적입니다.
호켄다케, 이나마에다케 등 해발 고도 3000미터에 육박하는 고봉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런 고봉을 가는데 채 300미터도 올라갈 필요가 없죠.
그래서 일본의 고봉을 올라가는 입문으로 도전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이 쌓인 곳은 아직도 몇 미터나 쌓여 있기 때문에 아이젠같은 장비가 없으면 입산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눈이 더 녹거나 완전히 녹으면 광활한 초원에 다양한 꽃이 펴서 한바퀴 산책을 할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그냥 센조지키 카르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해도 그 웅장함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신사가 하나 있는데, 일본에는 높은 산을 가면 으레 신사가 있습니다.
이는 일본에 있는 "산 숭배 사상"인데, 말 그대로 거대한 산을 그 자체로 신으로써 숭배하는 것입니다.
일본이야 워낙 오만잡것을 다 신으로 모시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러한 산을 숭배하는 문화는 꽤 체계적이고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후지산으로 대표되는 산 숭배 문화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후지산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아니죠)
신사 앞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이 추운 날씨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고 아들이 따라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아들이 그리고 있더라구요.
언젠가 일본의 천재 미술가로 유명해지는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고요.
어느 정도 산 구경도 했고 아무래도 고산지대라 날씨도 쌀쌀하니 식당에 들어가 바람을 피해줍니다.
바람도 피해주는 김에 아까 너무 궁금해 참을 수 없었던 2612 맥주와 핫도그로 가볍게 끼니도 떼워봅니다.
핫도그는 맛 자체는 그냥 평범한 핫도그인데 길이가 26.12cm일까? 하는 궁금증이 한가득입니다. 뭔가 그럴싸한 길이였거든요.
맥주는 에일을 시켯는데 맛이 제법 좋았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설산을 보면서 마시는 맥주와 안주는 각별할 수 밖에 없죠.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건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아까와 거의 같은 속도로 이번엔 아래로 떨어지다시피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위에서 보는 이나 분지의 경치는 정말로 끝내줍니다.
사실 나가노 남부는 그다지 숙소를 찾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대부분 산과 산 사이의 좁은 하천가에 마을이 들어서다보니 큰 마을이 잘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숙소를 찾으려면 최소한 중부까지는 가야 하는데 마츠모토는 뭔가 다음 목적지와는 방향이 맞지 않아 애매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스와. 나가노에서 제일 큰 호수인 스와 호수가 있는 동네입니다.
스와호는 "너의 이름은"의 호수의 모델로도 쓰인 곳이고, 일본에서도 온천으로 꽤 유명한 관광지라 숙소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츄오 본선이 지나기도 해서 도쿄로도 바로 갈 수 있어서 교통도 제법 괜찮은 편이죠.
다만 스와역 형태가 별로인데 마을은 역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출구는 동쪽으로밖에 없고 횡단보도나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도 쇼핑몰과 문화 시설이 모여있는 복합 교류회관인 '스왓챠오'가 역 앞에 있다보니 동선이 살짝 애매해 보이네요.
스와시의 명물은 단연 이 스와호입니다. 호수 자체로 보면 크기나 형태 모두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너의 이름은"에서 마을의 호수로 이용된 장면 중 하나가 이 스와호를 참고한 것으로 익숙합니다.
실제로는 무대가 된 신사나 기차역, 마을 등은 나가노나 기후현의 이곳저곳을 섞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곳만 성지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그래도 스와호는 이름(?)값처럼 주변에 백조(스완) 탈 곳이라던지 유원지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호수 주변에 온천이 산재해 있어 관광지로써의 가치는 매우 훌륭한 편이죠.
특히 호수 동쪽에는 간헐천도 있어서 확실히 일본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호수 남쪽에는 다카시마성이라는 일본 성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고 스와호에서도 멀지만 스와시청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어쩌면 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과거에는 이 성이 도시의 중심이었을테니까요.
사실 성벽과 천수각, 그래고 영지 내의 신사 하나만 남아있는 이름만 성인 곳이지만 내부는 정원을 적당히 잘 꾸미고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산책 나와서 공기를 쐬기에는 꽤 좋은 곳이기도 하죠.
천수각은 겉으로는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아쉽게도 콘크리트로 새로 만든 성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천수각만 보수했는지 미묘하게 성벽의 나무색과 천수각의 나무색이 맞지 않아서 애매한 부조화가 아쉽네요.
내부는 일본의 성들이 으레 그렇듯이 성의 역사와 유물, 그리고 성을 재건한 역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와시는 예로부터 일본의 유명 신사 중 하나인 스와 대사의 총본산이기도 하고, 온천도 있고 해서 역사가 꽤 깊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사실 국가에서 운영되는 성인데 전통 성도 아닌 콘크리트 천수각이 입장료를 300엔 받는건 좀 많이 받는건 아닌가 싶지만요.
천수각이 엄청 높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 자체가 워낙 작은 도시다보니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서 천수각에서 보는 경치가 꽤 괜찮습니다.
저 멀리 스와호수도 보이기도 하고, 날씨만 좋았으면 확실히 멋진 경치였을 것 같아서 아쉽네요.
나가노는 생각보다 오타쿠 영업에 진심인 동네입니다. 아예 현내 지역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홍보에 사용하고 있기도 하죠.
옆동네 야마나시는 유루캠, 아랫동네 시즈오카는 러브라이브가 있는데 나가노는 아직 이렇다할 강한 지역 홍보용 애니가 뜨질 않았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캐릭터들이 제법 디자인이 좋네요.
이런 지방 도시에 오면 상상도 못한 디자인의 가게들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뭔가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묘한 외국인들이 잔뜩 있는 노래방같은 가게들이 보이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스와시는 적당히 규모가 있는 도시라 그런지 이런 시설들이 망하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네요.
그렇게 스와시 구경을 마치고 이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다시 기차를 탑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흐리던 날씨는 급기야 비로 바뀌게 됩니다. 이 비가 앞으로의 고난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죠.
이번에 탄 열차는 다츠노시에서 시작해 카미스와역을 거쳐 다카오역까지 가는 추오본선입니다.
말그대로 나가노에서 도쿄까지 이어주는 열차죠. 이걸 타고 가만히 있으면 도쿄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린 곳은 오츠키. 기후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물론 작은 마을이라기는 도쿄에서도 가깝고, 어떻게 보면 수도권 사람들이 후지산을 가는 길목의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도 통나무로 만든 "것 처럼" 꾸며놓기도 하고 자연친화적인 곳임을 강조하고 있죠.
도쿄에서 출발하는 후지산행 급행 열차는 다 이곳을 거쳐 후지산 철도로 지나가게 됩니다.
오츠키역은 JR노선 뿐 아니라 후지산 철도가 출발하는 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옆에 후지산 철도 오츠키역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후지산 철도는 후지산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후지산역 뿐 아니라 후지큐 하이랜드, 가와구치호수 등 유명 관광지를 지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워낙 국민적인 관광지를 가는 노선이다보니 남녀노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콜라보를 자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지금은 나루토 콜라보를 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제가 이번에 탈 교통편은 철도가 아니라 버스. 그리고 그 버스의 목적지는 바로 야마나시 자기부상 열차 전시관입니다.
현재 JR도카이가 추진중인 도쿄-나고야-오사카를 잇는 초고속 자기부상 고속철도의 핵심 연구소가 바로 이곳 야마나시에 있거든요.
이곳에서 주행 실험을 하고 있으면서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JR 도카이의 츄오 신칸센은 기존 도쿄~오사카 구간의 신칸센이 포화상태여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드는 새로운 철도 노선인데요
어느 정도 기존 철도 노선을 따라 만들어진 도카이도 신칸센과 달리 도쿄와 나고야, 그리고 오사카를 거의 직선으로 잇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신칸센과는 거리가 멀었던 야마나시 한복판에 츄오 신칸센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죠.
시속 800km라는 말도 안되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선형을 거의 직선으로 만들고, 전구간을 자기부상 방식으로 운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시관 내에는 자기부상에 필요한 전자석과 각종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간이로 만든 자기부상 열차를 타볼 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죠. 마치 과거 대전 엑스포에서 자기부상열차 관련 전시를 본 것 같네요.
아쉽게도 신형 신칸센이 실험운행하는 것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만 멀리서나마 직접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 말도안되게 긴 앞부분이 특징인데, 저러면 어떻게 운전하나 싶겠지만 사실 신형 신칸센은 완전 무인으로 운행할 예정입니다.
철도 노선도 "무엇도 철도 노선에 침입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모토여서 구간의 대부분이 터널이거나 고가도로로 구성된다고 하네요.
사실 이렇게 비를 뚫고 야마나시까지 와서 보기만 하고 갈만한 볼거리인가 하면 살짝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지금 여러가지 문제로 어지간해서는 몇 년 안에 개통되기는 힘들어 보이니 지금이라도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네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다음부터입니다. 이제 다음 목적지인 후지산역을 가기 위해 후지산철도를 가야 하는데 비가 너무 오네요.
원래는 걸어갈 예정이었지만 우산이 없어서 도저히 무리고 때마침 버스가 와있으니 버스를 타고 갑니다.
일본의 버스는 철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진짜 말도 안되게 비싼데, 대신 정말 친절하고 최소한 놓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내리기 전에 제대로 온 것이 맞는지 기사분께 물어보시는데 아무리 물어보는게 많으셔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시죠.
심지어 제가 내릴 곳이 실제로는 역과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비가 오니까 역 근처에 내려주시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후지산 철도를 타기 위해 도착한 카세이역. 정말 작고 귀여운 간이역에 가까운 시설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지나온 동네를 생각하면 이정도면 엄청 충실한 기차역이라고 해야 합니다. 최소한 스이카는 찍을 수 있으니까요.
아까 본 나루토 열차를 타게 될까 기대하고 있는데 제게 찾아온 것은 토마스 열차였습니다.
후지산 철도는 야마나시 동쪽 지방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동시에 후지산 관광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기도 합니다.
일본인에게 있어 후지산은 가장 중요한 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쿄 인근에서 가기 정말 편하고 놀거리가 많은 유원지이기도 하죠.
후지큐 하이랜드는 뱅드림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보니 열차를 타자마자 뱅드림이 보이네요.
사실 꼭 뱅드림 아니어도 부시록페도 후지큐에서 자주 하고, 러브라이브도 종종 라이브 하고 부시모 계열 오타쿠에게는 익숙한 곳이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도착한 후지산역. 후지산을 오르거나 후지산 주변 호수를 보거나 할 때 어지간하면 꼭 거치는 역이기도 합니다.
일단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역에 있는 마트에서 간단한 끼니를 공수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이제 목적지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때부터 살짝 조짐이 좋지 않기 시작합니다.
후지산 관광의 중심지다보니 여기서 각 관광지로 향하는 버스들도 많아서 버스 승강장 규모가 꽤 큰데
제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는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심지어 하필 와이파이도 맛이 가서 탈 버스의 번호도 뭔지 확인할 수가 없었죠.
그래도 감과 목적지 주변의 지명을 적당히 외운 것을 이용해 버스를 탑니다.
밖에 오는 비는 더욱 거세져 이제 도저히 밖을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한번 유루캠에서 나온 후지산 근처 캠핑 전용 쇼핑몰을 들렀는데도 눈으로만 보고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죠.
그러다 결국 참사가 터집니다. 가지고 간 폰이 맛이 가버린거죠.
천만다행으로 동영상 촬영용으로 스마트폰을 2개를 챙기고 가서 아예 문명과의 연락이 끊긴건 아니었지만
하필 동영상 촬영용 스마트폰에는 구글지도가 깔려있지 않아 내가 내릴 위치가 정확히 어디일지 확신하기가 쉽지 않았죠.
이러니 저러니 환장하겠는 상황에서도 어째뜬 주변 사람들이 어디 가는지 눈치를 보다가 다음 목적지일 것 같은 이름이 나와 후다닥 내립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후지산 모리노나카-아쿠아리움. 말그대로 숲속의 수족관입니다.
이곳은 후지산, 즉 화산 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민물 수생 환경을 전시한 수족관인데요
민물 수족관은 대체로 개구리라던지 송사리, 붕어, 잉어같은 우리에게는 친숙한 물고기들이 전시돼 다소 칙칙한 분위기인 편입니다.
물론 일본은 일본인지라 한국에는 없는 독특한 민물고기도 많지만 결국 수생환경 자체는 한국과 큰 차이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압권은 바로 수족관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수조를 180도 도는 엄청난 대형 민물 어류의 순환입니다.
어설픈 지방 수족관을 가면 수족관의 하이라이트인 대형 수조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여긴 민물 수족관인데도 대형 수조가 있습니다.
물론 거대한 가오리나 상어같은 것이 전시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민물고기의 대류는 누구나 압도되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지하로 내려가면 물고기들의 흐름을 정중앙에서 180도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잘보면 대형 수조가 2중으로 되어 있어 밖에는 큰 물고기가, 안에는 작은 물고기가 분리되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구 앞에는 사람만한 크기의 거대한 철갑상어들이 있습니다.
밖으로 이어진 인조 연못에서 살고 있는 철갑상어를 볼 수 있죠.
다다미로 철갑상어들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게 해둔 것이 재밌네요.
수족관 관람을 마쳤는데도 밖은 여전히 비가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물론 비가 오는 풍경도 정말 끝내주기는 하는데요, 문제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이 간이 정류장이라 비를 쫄딱 맞아야 한다는거죠.
다행은 아니지만 불행은 아니게도 바로 다음에 버스가 오기는 했습니다. 바로 제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버스는 아니었지만요.
그치만 덕분에 근처에 있던, 관심이 있던 다른 관광지를 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오시노 핫카이입니다.
오시노 핫카이로 가는 길. 봄에 오면 아마 끝내주는 벚꽃이 필 것 같습니다.
원래 오늘의 여행은 민물 수족관에서 끝나고 바로 오늘의 숙소가 있는 누마즈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고텐바역으로 가야 하는데 아쉽게도 다음에 온 버스는 고텐바역까지는 가지 않고 오시노 핫카이에서 정차를 했죠.
오시노 핫카이는 후지산 근처에 있는 여덟개의 연못을 가리키는데, 후지산의 눈이 녹아 샘솟는 연못들입니다.
이 연못들은 물도 매우 깨끗하고 특히 가장 큰 츄이케의 경우 수심이 8미터에 이를 정도로 보는 것과 달리 엄청 깊은 샘이기도 합니다.
이런 맑은 샘물을 바탕으로 근처에 다양한 농수산물을 키우고 있어서 이를 이용한 상점이 열려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좀 제대로 비도 피하면서 와이파이도 할 수 있는 곳에 왔다는 뜻이기도 하죠.
사실 오시노 핫카이 자체는 연못도 연못이지만 후지산을 보는 뷰가 이쁜 것이 매력인데 이렇게 비가 오는 상황에선 큰 도움이 안됩니다.
그래도 인근의 특산물들을 파는 장터가 큼지막하게 있어서 둘러볼 것은 제법 있습니다.
인근에서 기른 콩으로 만든 두유도 파는데, 말그대로 콩을 갈기만 해서 만든 두유라서 거의 콩죽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따뜻하게 데워져서 비를 맞은 생쥐 꼴인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정말 소중한 한끼입니다.
그렇게 두유로 배도 채우고 몸도 뎁히면서 와이파이로 버스 정보를 확인하는데
천만다행인 것은 이제 그 다음에 오는 버스가 고텐바로 가는 마지막 버스였다는 것이죠.
하마터면 후지산역으로 간 뒤에 미노부선을 타고 후지산을 한바퀴 빙 돌아서 누마즈로 가야 할 뻔 했네요.
아무튼 겨우 버스를 타고 고텐바까지 도착한 뒤에 고텐바선을 타고 드디어 누마즈에 도착하게 됩니다.
오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거대한 러브라이브의 기운은 이곳이 누마즈임을 한번에 알 수 있게 해주죠.
지금 누마즈는 누마즈시 100주년을 기념한 축제 분위기인데, 거기에 러브라이브 선샤인 신작 애니메이션까지 나와 기대감이 커지고 있죠.
이번에는 시즈오카, 나가노 남부, 야마나시의 세 지역을 한바퀴 빙 돌아봤네요.
사실 이 지역은 한국에서도 그다지 알려진 관광지는 아닌지라 저도 일정을 짤 때 좀 고생을 했는데요
다녀와보니 확실히 쉽게 다니기 힘든 곳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고생한 보람이 있는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은 날씨가 좀 더 좋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지만 동시에 비가 와서 평소에는 하기 힘든 경험과 경치를 구경하기도 했고요.
역시 여행은 조금은 고생하는 맛이 있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정말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저처럼 스마트폰 번역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하고 싶지만 못했던 여행인데.. 잘봤습니다
상세하게 남겨주신 여행기 정말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ㅜ 저도 사실 일본어 거의 못하거든요 그래도 대부분 친절하게 도와주셔가지고 어떻게든 되더라구요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시즈오카쪽 여행에 관심이 생기던 와중에 좋은 글이었어요! 저도 빨리 떠나고 싶네요. 시즈오카쪽은 대중교통보다는 렌트카가 더 여행하기 쉽다는데.. 혹시 렌트할 계획은 없으셨나요?
센죠지키 칼을 보고오신 분을 만나서 반갑네요. 저도 등산은 안하고 경치 구경만 하고 내려왔지만요. ㅎㅎ 요시노 핫카이는 햇빛이 비치면 푸른 물색이 아름다운데 후지 5호도 그렇고 비 오는 날에는 최악이죠. 그런데 본문에 야마나시현 오츠키를 기후현이라고 적으셨는데 오타로 보입니다.
정말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저처럼 스마트폰 번역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 하고 싶지만 못했던 여행인데.. 잘봤습니다
ㅜ 저도 사실 일본어 거의 못하거든요 그래도 대부분 친절하게 도와주셔가지고 어떻게든 되더라구요 ㅎㅎ
상세하게 남겨주신 여행기 정말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시즈오카쪽 여행에 관심이 생기던 와중에 좋은 글이었어요! 저도 빨리 떠나고 싶네요. 시즈오카쪽은 대중교통보다는 렌트카가 더 여행하기 쉽다는데.. 혹시 렌트할 계획은 없으셨나요?
아마 시즈오카만 다닌다면 렌트도 괜찮은 선택이었을거에요 해안도로만 다닐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가노쪽은 꽤 험준한 산길이다보니 혼자서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더라구요. 교대운전할 수 있는 일행이 있다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렌트카가 더 좋을 것 같네요
센죠지키 칼을 보고오신 분을 만나서 반갑네요. 저도 등산은 안하고 경치 구경만 하고 내려왔지만요. ㅎㅎ 요시노 핫카이는 햇빛이 비치면 푸른 물색이 아름다운데 후지 5호도 그렇고 비 오는 날에는 최악이죠. 그런데 본문에 야마나시현 오츠키를 기후현이라고 적으셨는데 오타로 보입니다.
와 푸르렀을 때 가셨군요!! 사실 저도 이런 뷰를 기대했는데 5월은 설원 풍경이더라구요 ㅜ 후지산쪽은 확실히 날 좋을 때 또 가고 싶더라구요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ㅜㅜ
7년간 도쿄 살면서 여행 정말 많이 다녔는데, 찍은 곳 다 가 본 곳들이네요. 탑티어는 별로 없고 차없으면 가기 힘든곳도 많은데 마이너한곳들 정말 많이 다녀오셨네요. 일본 7년차엔 코로나 터지고 작은 동네 가게들 다 망하고 여행지도 썰렁해서 아 정말 떠날때가 되었다 싶었는데 막상 떠나니까 조금은 그리울때도 있습니다. 사진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확실히 남에게 추천하기 어렵다고는 생각했는데 알아봐주시는 분이 있는게 너무 신기하네요 ㅎㅎ
감사해요 생동감 느껴질 정도로 잘봤습니다. 좋은 사진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와우 정성어린글 잘 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ㅎㅎ
정성 가득한 글은 추천을 안할 수 없잖아!!!
정말 잘 봤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게 진짜 여행이지요. 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여행의 정석.
감사합니다~ 다니면 다닐수록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느끼는 것들이 너무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