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태어난지 채 몇 달 되지 않은 길냥이가 아이들의 장난에 고추밭에 쓰러져 있는걸 동네 주민들이 발견하고 빌라 앞에 집도 만들어주고 매일매일 음식도 주고 그랬다. 그런데 이 아깽이가 아무한태나 앵기는 개냥이었다. 날 본지 10분 만에 내 다리 위에서 잠을 청하는걸 보면 분명하다. 자기를 이뻐해주는게 분명하면 누구에게나 앵기며 애교를 부리는 분명한 개냥이였다. 아이들에게만 정색하는거 말고는.
그렇게 마당냥이로 모두의 스타로 지낼수도 있었겠지만 범상치 않은 애교에, 만져보면 뼈 밖에 만져지지 않는 앙상함에, 집이 마련되어 있는 빌라 앞이 주차공간인 위험성도 있고, 먹이 주는 어머님들이 계속 데려가 키우라고 (자신들은 키우고 싶어도 이미 개를 길러서 어쩔 수가 없는 환경 때문에) 등 떠밀어서, 절대 반대인 어머니에게 음식과 술로 회유하여 겨우 탐탁해 하지는 않지만 반대는 아닌 찬성을 얻고, 관련 물품 사고, 데리고 오기 위해 펫백 사고, 고양이가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오늘 아침 10시부터 5시 까지 집을 청소하고, 오늘 데리러 오려고 했는데... 어제밤까지 보이던 봄비가 오늘 아침부터 보이질 않는다. 봄비는 먹이 주는 아주머니가 봄처럼 지냈으면 좋겠다며 지어준 이름이었다.
주변을 2시간 가량 돌아다니며 찾아봤는데 찾지는 못했고, 봄비를 찾아 온 주민들만 잔뜩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어제밤에 보고 나서 가려니까 자신을 따라오려고 했다는 증언부터, 아마도 그래서 누군가를 따라간 것 같다는 추측하던 먹이 주던 어머님이나, 데려가려면 최소한 이야기는 해주면 좋지 않냐며 보러 왔다가 화를 내며 돌아가는 여고생까지, 보면서 이 아이가 이 주변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하아... 힘 든 하루다. 하루 종일 청소하면서 육체적으로도 지쳤지만, 그렇게 이쁘고 기대하던 아이가 내 식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정신적으로 더 지쳐버린것 같다. 부모님의 반대와 생명을 함부로 다룰수는 없다는 고민에 수십년을 망설이다가 처음 한 결심이었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니까 내일 가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내 머리에 자리잡는다.
......
봄비야, 어서 돌아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은 봄 발끝을 살짝 적시는 봄비처럼.. 그렇게 잠시 머물다 갔네요. 저렇게 사랑스러운 냥이라면 틀림없이 누군가의 사랑의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작성자님과 묘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아니면 여름비같은 새로운 묘연이 생길수도 있고요 ^^
좋은 인연 만나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