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명동 슌사이 모즈 2호점에서 모였습니다.
매장에서 주문한 술 외에 들고 간 술도 있었는데 오픈 초기라 그런지 콜키지를 안받으시더군요.
잘 먹고 잘 마신 날이었습니다.
전채로 나온 토란, 굴, 자가제조 두부. 오렌지 안쪽을 비우고 채워넣은 요리인데
굴을 잘 안먹는데도 소스 덕분에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부귀신이다보니 두부는 아무래도 일본식 두부다보니 식감 엄청 부드러워서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역시 전채로 나온 문어 스노모노. 사진에 보이는 노란 재료는 계란 노른자로 만든 젤리라고 하네요.
특이하긴 한데 특별히 뭔가 대단하다는 잘 모르겠고...
첫 술. 햐쿠쥬로 쿠로즈라 무로카나마겐슈(百十郎 黒面 無濾過生原酒). 준마이다이긴죠.
효모가 살아있는 생주답게 입안에 프레시한 풍미가 빵빵하게 퍼집니다.
다만 단맛과 신맛이 꽤 많이 도드라져서 2잔까지는 무난히 맛있었는데, 3잔부턴 좀 부담스럽더군요.
사시미 모리. 피조개, 참치 아카미, 시메사바, 하마치(어린 방어), 도미의 구성.
조개류를 안좋아해서 피조개는 손도 안댔고, 시즌 1호 방어는 그저 감동이었습니다.
시메사바야 뭐 지난주에도 먹고 왔는데 여전히 훌륭했고.
아카미의 식감이 너무 부드러운 게 좀 아쉬운 걸 빼면 숙성상태나 수분함량은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소지망 다이긴죠(磯自慢 大吟醸). 매장에서 판매되는 술은 아니고, 들고 간 술입니다.
국내 수입이 안되는 나름 환상의 레이블인데, 맛이야 당연히 있긴 하지만
예전에 마셨던 이 친구의 하위 시리즈가 좀 더 좋았던 것 같네요. 무난은 했던 다이긴죠.
지도리 호오바야키(地鶏朴葉焼き). 미소소스에 곁들인 닭고기를 박잎에 얹어 화로에 구워먹는,
나름대로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입니다. 저도 제일 좋아하는 메뉴고요.
다만 이 날은 미소소스의 양이 미묘하게 적은 느낌이라 살짝 아쉬웠습니다.
밸런스도 좋고, 탄산감도 무난히 좋아서 처음 마시면 와 소리가 절로 나오긴 하는데,
임팩트가 너무 강한 탓에 역시 두세잔 정도가 한계인 느낌. 좋긴 좋았습니다.
부타 무시샤부(豚蒸ししゃぶ). 돼지고기와 야채를 나무통에 넣어 쪄먹는 요리인데
비슷한 찜요리인 세이로무시(せいろ蒸し)랑은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그냥 그럭저럭 괜찮았던.
마지막 술 타카 토쿠베츠준마이(貴 特別純米). 의외로 가장 낮은 등급임에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술.
임팩트가 없는 대신 편안하게 오래 즐기기에 딱 좋은 맛이었고, 데워마시는 순간 참가자 일동 전원 K.O.
가격도 무난하고, 너무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먹다 찍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식사로 나온 온소바.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밀면까지 자가제조를 하지는 않는다네요-_-)ㅋㅋ
이 날도 훌륭한 식사였고, 참가자가 적당히 있었던 탓에 이런저런 술들 맛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날이 가면 갈 수록 술에 약해지는 건지 만취 후 귀가해서 렌즈도 못빼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술 그렇게 마실 거 같으면 집구석에 들어오지 말라고 살발하게 까이고..-_-)ㅋ;;
이제 해장국 먹으러 나갑니다.
아아 좋아보인다. 갓포 한번쯤 가보고 싶은데 가격이 사악하지 않나요 ;ㅅ;?
확실히 단품으로 이것저것 시키면 좀 비쌀 순 있는데 가면 그냥 늘 적당한 가격의 코스로만 먹으니까 아주 부담스럽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흔히 말하는 한국식 일식집에 비하면 금액은 좀 나오긴 하죠 ^^ 요리의 레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술값만 해도 어마어마하겠군요. 콜키지 얼만가요? 집에 있는 술 가지고 나중에 기념일 때 한번 가보고 싶거든요.
못봤습니다 ;; 저희는 아무래도 갖고 간 술도 있지만 추가로 주문을 더 해서 마셨기 때문인지 계산서에 따로 콜키지는 없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