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부동산 거래가 몇 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알래스카 구입입니다.
크림전쟁 이후 알래스카를 영국에게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던 러시아 황제는 어차피 지키지도 못 할 땅이면 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이를 매물로 내놓고,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슈워드가 720만 달러에 구입하면서 미국은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에 방대한 넓이의 얼어붙은 영토를 갖게 되지요.
워낙 멀리 떨어진데다 그 당시 알래스카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지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알래스카를 "슈워드의 냉장고"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영국의 간섭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북미 대륙의 안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결국 구입이 완료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석유나 석탄 및 각종 자원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면서 초대박을 터뜨린 토지 구입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국토가 넓어졌다는 생각에 축하한 사람들 역시 꽤나 많았습니다.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인 델모니코스(Delmonico's)의 주방장, 찰스 랜호퍼(Charles Ranhofer) 역시 그 중 하나였지요.
요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셰프답게 찰스 랜호퍼는 알래스카 구입을 기념하기 위한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머랭을 얹어 눈으로 뒤덮인 알래스카를 표현하고 이걸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뜨거운 플로리다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알래스카, 플로리다"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만큼은 아니어도, 미국의 영토가 이만큼 넓다는 걸 나타내려는 자부심이 엿보이는 작명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디저트를 좀 더 직관적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베이크드 알래스카"입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스펀지 케이크, 그 위에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를 뒤덮는 머랭.
우선 스펀지 케이크부터 만들어 줍니다.
달걀을 거품기에 돌리면서 설탕을 슬슬 넣어서 거품이 들어간 반죽을 만듭니다.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거품내면 별립법이라고 하고, 함께 거품내면 공립법이라고 하는데 따로 거품내면 공기가 좀 더 많이 들어가서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이 나고 함께 거품내면 무겁고 촉촉한 느낌이 더 납니다.
아이스크림을 얹어먹을거니까 너무 가벼운 느낌은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느낌으로 좀 무거운 스펀지 케이크를 만듭니다.
설거지하기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한 몫 단단히 하구요.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를 체쳐서 넣고 저어줍니다.
얼추 섞이면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녹인 버터에 섞은 다음, 버터 반죽을 다시 원래 반죽에 합쳐서 섞어줍니다.
좀 번거롭기는 해도 이렇게 섞어주는게 실패를 막는 방법입니다.
반죽을 케이크 틀에 넣어서 굽고 쿠키틀로 동그랗게 찍어냅니다.
케이크 만들때보다 반죽의 양을 절반만 만들어서 썼더니 굳이 자르지 않아도 두께가 적당하게 나오네요.
아이스크림은 그냥 간단하게 필라델피아 스타일로.
우유, 생크림, 설탕을 잘 섞어서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돌리면 끝입니다.
단면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들고 싶으면 딸기나 오렌지 아이스크림처럼 색깔이 있는 아이스크림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하얀 머랭에 흰색 아이스크림은 색깔이 비슷해서 좀 단조롭게 보이거든요.
과일 아이스크림을 여러 겹 층층이 쌓아올리면 베이크드 알래스카가 아니라 베이크드 하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통에 넣고 일단 한 번 얼린 다음, 쿠키틀에 비닐랩을 깔고 꾹꾹 눌러담습니다.
케이크 찍어낼 때 썼던 틀과 똑같은 틀을 써서 나중에 쌓아올리기 좋게 만들어 줍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머랭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실 스펀지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은 굳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시판용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만들 수도 있는데, 이 머랭만큼은 직접 제대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가장 흔한 건 프렌치 머랭인데,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으며 거품기로 돌려주면 만들어 집니다.
하지만 이건 주로 오븐에 굽는 과자나 케이크에 사용되는 거고, 겉만 노릇노릇하게 굽는 베이크드 알래스카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에 사용되는 머랭은 이탈리안 머랭으로, 설탕 대신 펄펄 끓는 설탕시럽을 넣어서 만듭니다.
따로 굽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굉장히 단단한 머랭을 만들 수 있어서 굽지 않는 타르트나 파이에 예쁘게 짜 놓을 수 있습니다.
머랭이나 생크림을 거품낼 때 그 단단한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이렇게 거품기로 반죽을 찍어 올린 후 그 모양을 보는 것입니다.
거품기로 찍어 올렸을 때 주르륵 흘러내리면 가볍게 거품냈다(Soft plop)고 하고, 거품 봉우리가 묻어나오는데 그 끝이 살짝 구부러지며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거품은 중간 단계(Firm peak), 끝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면 단단하게 거품 냈다(Stiff peak)고 합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는 단단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탈리안 머랭으로 만듭니다.
단단한 머랭으로 만들어야 주머니로 짰을 때 모양이 예쁘게 나오거든요.
차갑게 얼린 접시에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짤주머니로 머랭을 짜 줍니다.
이 머랭 짜는 것도 요리사의 개성이나 숙련도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케이크 둘레를 빙빙 돌려가며 짜기도 하고, 꽃무늬를 넣기도 하고, 그냥 머랭을 펴 바른 다음 포크로 긁어서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모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아이스크림을 빈틈없이 머랭으로 덮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머랭은 안에 공기가 많이 들어간지라 뛰어난 단열재 역할을 해주거든요.
머랭에 빈 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열기가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리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토치를 사용해서 살살 구워주면 완성입니다.
머랭에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먼저 구워지면서 검은 색 무늬를 만들어 냅니다.
오리지널 레시피는 여기까지이고, 이대로 잘라서 먹어도 맛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가하는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플람베!
도수가 높은 술을 이용해서 음식에 불을 붙이면 알콜은 날아가고 술 특유의 향미가 남게 만드는 조리법입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에는 과일 베이스의 브랜디가 어울리는데, 오렌지 술인 그랑 마르니에를 사용했습니다.
예전에 플람베를 하려다가 계속 불이 꺼져서 실패하고 결국 알콜 가득한 요리를 먹은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술을 어느 정도 따뜻하게 데워서 알콜의 휘발성을 높인 다음에 불을 붙여야 하더군요.
설탕 끓일 때 썼던 저그에 그랑 마르니에를 샷 글라스로 두 잔 정도 넣고 토치로 바닥을 데워준 다음 불을 붙여서 끼얹어 줍니다.
불까지 붙인 베이크드 알래스카 완성입니다.
너무 타겠다 싶으면 생일 케이크 촛불 끄듯이 불어서 끈 다음 먹어주면 됩니다.
심즈라는 게임에도 등장하는데 무려 고급요리 10레벨에 만드는 최종보스와도 같은 메뉴지요.
사실 기술적으로 보자면 그닥 어려울 건 없는데 겉보기에 워낙 예쁘고 화려한지라 파티 케이크로 자주 활용됩니다.
바삭바삭한 껍질 속에는 마쉬멜로우처럼 부드럽고 달달한 머랭 속살이 보이고, 그 아래로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스펀지 케이크가 보입니다.
크게 한 조각 잘라서 단번에 먹으면 그 모든 맛이 합쳐지면서 그랑 마르니에가 왠지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게 완전 맛있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만들 때는 달걀 노른자만 쓰니 남는 흰자로는 머랭 만들어서 베이크드 알래스카를 구워먹으면 딱 맞겠네요.
이분 루슐렝 쓰리스타신가요?
헐 내가 멀본거지
저번에 빵 안만들었다고 리플달았더니 이번엔 아예 케이크를 만드셨네 ㄷㄷ
아 ㅋㅋㅋㅋ 아이스크림 만드는법은 간단하네요 ㅎㅎㅎㅎㅎㅎ 아이스크림 기계!
세살 먹은 딸내미가 먹겠다고 덤벼드는 야생의 소리입니다 ㅋㅋ
플람베하는 영상 이쁘네여. ㅊㅊ
ㄷㄷㄷㄷ
이분 루슐렝 쓰리스타신가요?
헐 내가 멀본거지
와....
ㄷㄷㄷㄷㄷㄷㄷ 와 ;; ㄷㄷㄷㄷㄷㄷㄷㄷ
오른쪽 스멜이 강하게 풍기네요.^^
아 ㅋㅋㅋㅋ 아이스크림 만드는법은 간단하네요 ㅎㅎㅎㅎㅎㅎ 아이스크림 기계!
간단하지만 따라하기엔 어려운... 어려운 방법이네요. 아이스크림은 그냥 사서 쓰는걸로..
세상에
진짜 이분은 뭐하시는 분일까
저번에 빵 안만들었다고 리플달았더니 이번엔 아예 케이크를 만드셨네 ㄷㄷ
토치로 구운 케이크라 정말 신기하네요.
음.. 어.... 여기 음갤 맞죠????
오 음식의 유래까지 정말 재미나게 잘봤습니다 맛도 궁금하네요
스토리 텔링도 좋고 사진도 좋고 유익하기까지! 멋진 글이네요 `ㅂ`/''
호텔조리과 교수님 인듯 ㅋㅋㅋ
우와!! 언제나 이국적인 음식을 만드시면서 설명해주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잘 읽고 있습니다^^ 장비도 전문적인걸 보니 정말 이쪽 업계에 일하시는 분 같아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혹시 해물에 관한 재밌는 음식 있나요? ㅎㅎ
눈이 즐겁고 맛은 당현이 있어보입니다 너무 멋지고 예뻐요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ㅠㅠ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닉네임처럼 식탁 앞에서 세계일주를 하시는 분이시군요.
요새 오른쪽은 이분글 보러 오는듯
그래서 어디로 가면 맛볼 수 있습니까????
얼음과 불의 노래라 해서 마틴옹의 작품 관련 생각하고 들어왔더니 불타는 케이크를 보았다.....
요리 과정뿐만 아니라 유래도 알수있어서 좋네요.^^ 그런데 플람베과정까지하면 알래스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미가 돼는건가 ㄷㄷ
얼불노 생각하고 들어왔는데도 하나도 안억울한 멋진 작품.... 잘 보고 갑니다.... 꼭 먹어보고 싶네요!!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이 나오는게 아니네요... (시무룩)
우와.. 얼불노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엄청난게 있다
이게 뭐시당가 얼불노줄 알고 들어왔는데
호도?
진짜 이분 요리 보고 있자면 감탄사만 절로 나온다 특히 이번거는 전문가도 아차하면 망한다는 이탈리안머랭을 처내시더니 거기다 플랑배 까지... 모양도 완벽.... 진심 어디 미슐랭에서 디저트 담당하세요?
윈터 이즈 커밍 을 기대하고 왔는뎅...
쉐프 맞으시죠? 경이롭습니다.
ㄷㄷㄷㄷㄷㄷ
뭘본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지금ㅋㅋㅋㅋㅋㅋㅋㅋ
얼음과 불의 노래라고해서 왕좌의 게임인줄...
베스트 제목 마음에 드네요. 얼음과 불의 노래라...
허어어억 ㅋㅋㅋㅋㅋ
왕좌의 게임이랑은 하등 관계없군요...
얼음(아이스크림)과 불(구워진 머랭+플랑베)의 노래(우걱우걱) 해서 얼음과 불의 노래 같은데요
노래가 왜 우걱우걱인지 ... ㅎㅎ 조화(하모니)라고 하면 몰라도 .. 왕좌의 게임을 노린 제목 이나 왕좌의 게임은 0.1프로도 안들어가있다고 한다..
얼음&불 : 죽여줘...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 몰입이 참 잘되는 글!
발리리안 케익
우와..저는 발도 못 디딜 것 같은 고급진 가게에서 우아하게 일하실 거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ㅎㄷ 왕좌의 게임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더 엄청난걸 보고 가네요 쥑이네요
제목보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다보고 납득했습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불타고 있으니 얼음과 불의 노래가 맞네요 ㅋㅋ
왕겜 생각하고 클릭했다가 정말 헐.. 첨 봤네요 이런 음식.
저 빵 예쁘네... 하지만. 아깝다... 낭비같아.. 조금은 효율적으로... 그냥 크림까지만 뿌리면 예뻤을 텐데... /// 내가 빵을 만든다면. 기본적으로 빵을 6등분으로 잘라놓는다. 그리고 그 속에 크림을 바르고... 틀에 넣어서 접착시킨다. 칼로 자르거나 젓가락으로 자를 필요없이 6등분이 되게... /// 케이크도... 그렇게. 6등분 내놓고. 발라댄다... /// 그리고 불을 저렇게 사용해서 알콜과 산소를 낭비하면 만드는 사람에게도 몸에 해로울텐데... 그냥 카라멜 소스에 찍어먹는 것도 괜찮은듯 저렇게 먹느니. 붉은 카라멜 소스... 마치 메이플시럽마냥. ---//// 핵심은 그냥 제과점에서 구매해서 먹는게 낫겠지...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브랜드니까. 브랜드의 중요성이 참 중요하지... 그래서 브랜드이지... 나는 대형브랜드를 좋아한다. 안정적이라서... - 지금 생각해봐도 그런것 같다. 마씨때문이라도... 마씨를 모를 때도 그냥 브랜드를 기본적으로 좋아했음. 안정적이고 공장에서 제대로 만들테니... /// 아무튼 기본적으로 케이크 플라스틱 칼이 필요없게... 낭비없게. 그냥 6등분 잘라서 만드는 것도 좋은듯 케이크. /// 그리고 나 조환래에게. 나에게 불과 얼음의 노래라는 것은... 화란과 아라의 노래인데... 듀엣. 판소리같은.... (게임 -최강의 군단...) 완전 좋아함. 말장난이지만...
?????
이젠 닉만 봐도 내용이 기대되는군요.
머랭을 싫어하는데도 먹고 싶을 정도로 예쁘네요. (속까지 익히는 머랭 쿠키는 먹는데 파블로바나 수플레도 입 안에서 거품꺼지는 느낌을 싫어해서..) 잘 봤습니다.
알래스카 살살 녹는다
와.. 루슐랭.
뭐야 가게에서 만든걸 찍은건가
우와.....케이크 종류에 플람베라니...히익 제가 지금 뭘 본 건지 모르겠어요
얼음에서 철을!
잘 봤습니다... 근데 죄송한 질문이 하나 있는데 영상 녹화하실때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어가 있는데.... 마누라가 이상하게 쳐다봐서 순간 해명하느라 당황했어요. 야동틀고 녹화하신건 아니죠?
세살 먹은 딸내미가 먹겠다고 덤벼드는 야생의 소리입니다 ㅋㅋ
야생의 소리입니ㅋㅋㅋ
.......불ㄸ??
정말 요리생활 즐겁게 하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영상 10초에서 움찔한분??
이미지가.... 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