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 미역국, 취나물무침, 두부게맛살볶음, 어묵양파볶음, 고등어토마토찜, 메로구이, 마트표 김치)
먹다 남은 고등어찜이 있는 걸 깜빡하고 메로 스테이크를 오븐에 돌렸을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시장에서 달걀을 한 판 샀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한 판이 더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합니다. 잘못 산 건 그나마 환불이라도 할 수 있지...
고등어찜을 하루 더 묵히면 아무도 안 먹으려 할테고, 그렇다고 방금 구운 메로 스테이크는 지금이 가장 맛있을 때니 고민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둘 다 먹어버립니다. 한 끼에 생선 두 종류라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이런 것도 집밥의 매력이지요.
(잡곡밥, 포타주 수프, 데친 오징어, 애호박양송이 간장무침, 잡채, 취나물 무침, 두부달걀찜)
요리책 서평 연재를 시작하다보니 이래저래 요리책을 뒤적거리게 됩니다.
어떤 것은 매우 성공적이라 계속 해먹게 되고, 또 어떤 건 고개가 갸우뚱할 정도로 입맛에 맞지 않기도 합니다.
포타주 수프는 매우 성공적. 당근, 감자, 양파만 넣어 만들었는데도 맛있습니다. 물론 품질 좋은 치즈가 한 몫 하기도 했지만요.
양송이를 얇게 썰어서 생으로 샐러드를 해먹어도 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버섯 중에서 날로 먹어도 되는 게 별로 없는데 양송이가 그 예외에 속하더군요. 먹어보니까 왜 생으로 먹는 레시피가 별로 없는지 알게 되었지만요.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요리해서 먹을 때에 비하면 그냥 그래요.
두부달걀찜은 '뭐지? 뭔가 잘못 적었나?'싶은 느낌. 부드러운 달걀찜이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에 들어갈법한 단단한 달걀찜입니다.
달걀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먹는 아이들이 눈깜짝할 새에 해치워버리긴 했지만요.
(팥죽, 멸치볶음, 진미채볶음, 모듬콩, 어묵양파볶음, 참나물무침, 마트표 김치)
아내가 구입한 접시를 써 봅니다. 할인 특가로 나왔길래 낼름 구입했다는데, "아이고, 이 순진한 아줌마야. 요즘엔 다들 두 배로 뻥튀기해서 가격표 붙여놓고 50% 세일한다고 광고하잖어"라고 놀립니다.
뭐, 그걸 감안해도 가성비는 괜찮습니다. 네이버에서 리뷰 많이 달리고 별점 4.5점을 넘으면 안전빵이라고 봐도 되지요.
다만 접시가 세 개씩 붙어있는 형태라 이걸 사용하려면 무조건 반찬을 세 개 내지는 여섯 개 해야 합니다. 강제 육첩반상행...
왠지 팥이 먹고싶어서 "팥밥이나 할까"했더니 아내가 "마침 동짓날인데 잘됐네요"합니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노선을 급변경해서 팥죽을 쑤어 봅니다. 급하게 만드는 통에 새알심은 못 넣었네요.
아이들에게 "도깨비들이 빨간색을 싫어해서 동짓날 붉은 팥죽을 먹는거야"라고 설명하니 "이건 보라색인데요"라고 대답합니다.
슬슬 동심을 잃어가는구나, 얘들아...
(당근, 양파, 샐러리를 곁들인 로스트 치킨)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킹크랩을 먹긴 했지만, 왠지 닭 한마리 안 먹어주면 서운합니다.
조그만 녀석으로 하나 사서 뱃속에 허브를 채우고 버터를 발라 오븐에 통째로 굽습니다.
"닭 한마리로 연회를 여는데 필요한 것은 좋은 와인 한 병 뿐"이라는 서양 속담에 걸맞게 와인도 한 잔 곁들입니다.
마트에서 9900원에 업어 온 와인이지만 레스토랑 기준으로 치면 3~4만원은 나갈만한 녀석입니다.
원래는 굴에 화이트 와인 정도 곁들여 먹는 게 전부였는데 와인 수업을 듣고 난 후엔 혀가 길들여졌는지 와인 페어링이 맛있어서 큰일입니다.
교수가 "원래 자연계에서 쓴맛은 덜익었거나 독이 있다는 증거라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와인을 자주 마시며 탄닌의 쓴 맛을 매력적으로 느껴야 와인을 즐길 수 있다."라던 말을 실감하는 중이지요.
(잡곡밥, 물김국, 미역줄기무침, 땅콩조림, 시금치무침, 메추리알 장조림)
주중에는 따로 요리할 시간이 마땅치 않으니 주말에 열심히 반찬공장 모드로 돌아갑니다.
반찬 네다섯가지 만들어 놓고 이틀 정도 먹다가 중간에 반찬가게에서 한 번 보급받는 식이지요.
원래는 여기에 단백질 요리를 하나 정도 메인으로 곁들여야 하는데 그냥 넘어갔더니 상이 좀 썰렁해보입니다.
그래도 갓 끓인 뜨끈한 물김국 덕에 맛있게 한 끼 먹었네요.
역시 뜨거운 국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바깥 날씨가 추워야 제맛입니다.
곱창김 사 두었던 게 거의 다 떨어져 가는 건 아쉽지만 '저거 다 먹을 즈음엔 봄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봄이 오면 냉이, 쑥, 달래 등의 봄나물 넣고 된장국 끓여 먹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가운데 그릇 진짜 씬스틸러네요 ㅎㅎ 저도 얼마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와이프가 카카오톡에서 유리컵 2+2 한다고 사자고 저한테 말했는데 크기가 잘 가늠이안되서 안샀거든요... 어젠가 뭐 살거 있어서 집 앞 노브랜드에 갔더니, 같은 제조사 같은 상품명 동일한 컵을 카톡보다 더 싸게 팔고 있더군요 ㄷㄷ
그릇이너무 이뻐여~~~~
아버님이 요리솜씨가 좋으시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