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차 시음기를 가지고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찾아보니 작년 10월 13일에 마지막 시음기를 썼으니 거의 반 년 만에 쓰는 시음기인...)
그동안 생각보단 많은 차를 마시진 않았어요. 정확히는 기존 시음기에 없었던 새로운 차들을 말이죠(사실 티타임 횟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맞긴 한... 야간 일 그만두고 나니 시간적 여유는 더 많아졌는데 정작 차 마실 일이 생각보다 확 줄어들어버려서...)
그동안 이래저래 다기들도 몇 개 바꿨고, 차들도 추가로 구매하긴 했어요(서울에서 열린, 스마일 님이 커피를 직접 우려주셨던 2023년의 그 카페쇼에 가서도 이것저것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찻잎들을 샀었고, 12월달에 일본 가서도 또 몇 개 주워오고... 티타임 횟수는 확 줄어들었지만 아무튼 새로운 찻잎 구매는 계속 했던)
그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다회(정산당에서 주최한)도 참가해 보고, 아직 가보지 않았던 찻집들도 가보고, 아무튼 차 마시는 거 자체를 아예 중단하지는 않았어요. 집에서 가지는 티타임 횟수가 줄었을 뿐...
그렇지만 최근에는 다시 티타임 횟수를 늘려가고 있어요. 이제는 새 찻잎을 사기 위해선 기존 찻잎들을 소모해야 할 정도로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죠...(부피와 무게를 다소 많이 차지하는 도서도 많이 사는 편이라 제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잡설은 여기까지만 하고, 시음기로 바로 넘어가도록 할게요(이번 시음기는 유저게시판의 차(Tea) 게시판에서 제가 올렸던 시음기들을 가져와서 일부 수정한 거예요.)
1. 쿠스미 화이트 벨리니(녹차와 백차 블렌딩)
오랜만의 차 시음기에요.
오늘의 차는 카페쇼에서 사왔던 쿠스미의 신상품 화이트 벨리니에요.
쿠스미 신상품이 이거하고 화이트 트로피칼 머시기였을건데 트로피칼은 제가 딱히 안 좋아하는 향이라 구매하지 않았어요(망고+패션후르츠를 제가 안좋아해서...)
벨리니는 백차와 녹차를 블렌딩하여 거기에 복숭아와 살구향을 가향했다고 카탈로그에 적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온도도 70도 전후를 추천하고 있네요.
실제로 찻잎을 관찰해보면 하얀 털이 남은 백찻잎과 녹찻잎이 공존하고 있고, 향을 맡아보면 찻잎 향이 미세하게 나긴 하지만 복숭아와 살구 비슷한 향이 지배적이에요.
사실 살구를 안좋아해서 향이나 맛으로 이게 살구다 정확하게 짚어내진 못하는데, 복숭아 향을 제쳐두고 다른 과일 향을 찾아보니 대충 살구겠다 싶은 향이 나서 그걸 살구향이라고 추측하는 거긴 해요.
70도에 수온을 맞춰서 우려보면(수량은 500ml, 찻잎은 대략 4~5g 정도 썼어요) 백차 특유의 노르스름한 수색이 나오면서 복숭아와 살구 향을 내뿜기 시작해요.
수온이 70도라 금방 식기 때문에 최대한 마실 수 있는 수온 수준에서 빨리 마셨어요. 안그러면 너무 식어서 향이나 맛이 이상하게 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마셔보니 역시나 복숭아 향이 가장 강렬하고, 피니시 즈음해서 살구향이 살짝 치고 지나가요. 찻잎 자체의 향은 은은하게 깔려있긴 한데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네요.
향 간의 밸런스나 향의 강도 등에서는 무난하게 포인트를 딸 것 같아요. 그 정도 가향 노하우는 있으니 대형 차 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거겠지만요.
차 자체의 향이나 맛은 무난한 수준이었어요. 녹차와 백차의 블렌딩티라는 점과 가향차라는 걸 감안해야겠지만 차의 맛과 향에 있어 찻잎의 영향력은 상당히 약한 수준이었어서...
종합적인 평가는 꽤 괜찮은 가향차 정도? TWG의 전반적인 가향 정도나 마리아쥬 프레르 일부 제품군의 가향 정도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순한 가향이라 그 점에서 개인적으로 점수를 조금 더 준 부분이 있긴 해요.
2. 천지홍 기문홍차(혹은 기홍. 홍차)
꿀향이 깔려있고 과일, 꽃/난, 그을음/카카오 향(위스키로 비유하자면 아드벡 10년의 숯향이 인상적인 그 피트 향하고 약간 비슷한 느낌?)이 솔솔 올라오는 전형적인 맛있는 기홍이네요.
타오바오에서 천지홍이라는 이름의 기문홍차 전문 차창에서 구매했던 차입니다.
(천지홍은 중국 정부였나 성 정부였나에서 공인받은 차창이라 품질 면에서 딱히 의심스러울 부분은 없는 차창이죠. 중국 얘들이 차에는 진심이라 중국 중앙정부나 성 정부에서 인증해줄 정도면 어지간하면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 근데 중국 쪽에서 차 직구하실 때 중국 중앙정부나 성 정부에서 공인을 해준 차창이냐의 여부 + 용량 대비 가격이 너무 싸거나 너무 비싼 건 거르시는 게 좋습니다. 싼 것을 피해야 하는 이유야 다들 아실거고, 비싼 건 백주 중 최고급 백주인 마오타이의 사례처럼 가짜가 많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맛과 향인 것 같아요.
중국의 6대차류 중 대중적으로는 가장 안 알려져 있고 잘 안 다뤄지는 황차에요.
사실 일반 엽차를 사야했는데 별 생각 없이 장바구니에 담아서 긴압차로 잘못 산 거...
긴압차는 대표적으로 보이차 중 병차(원판 모양으로 뭉쳐놓은)가 있죠. 이건(군산은침) 벽돌모양으로 긴압하긴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황차는 황차고, 양도 그렇게 먆진 않으니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엽차를 사야죠 뭐
맛은 은은한 밤 같은 단맛과 미묘하게 꿉꿉한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에요(후자는 아마 긴압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이런 식으로 뭉쳐서 특정 모양으로 만든 카멜리아 시넨시스 차들에서 미묘하게 꿉꿉한 느낌이 나던... 그래서 긴압보이차도 가격/진품여부문제+꿉꿉함 때문에 잘 안 마시는데...)
향은 중국홍차 엽저에서 나는 그런 향과 미묘하게 비슷하네요. 이것도 긴압 탓인가... 이러면 이럴수록 엽차가 더 궁금해지는데...
세차는 두 차례 해 줬어요. 긴압한 게 빨리 잘 풀리게 하려고 세차를 했는데 두 번 정도 하니 뭉쳐진 게 다 풀려서 두 번만 해 줬어요.
참고로 개완은 저번에 부산 차 공예 박람회 가서 하나 산 거에요. 그나마 전시장에 있던 다구류 중 마음에 좀 들어서 샀는데 아직까지는 예쁘네요.
(이게 예전에 차 게시판에 쓴 글 바탕으로 쓰는거라 지금은 중고거래로 넘어간 개완이에요. 뚜껑이 너무 얇아서 열탕 부어놓으면 금방 달궈져서 뜨거워지는 바람에 쓰기가 상당히 힘들었던...)
4. 천홍차 사천홍차(혹은 천홍. 홍차)
이 차도 중국 중앙정부였나 성 정부였나에서 공인해 준 차창의 홍차입니다. 아니 애초에 타오바오에서 차 살 때 중국 중앙/성 정부 인증 안받은 차창의 차는 아예 쳐다도 안보긴 합니다.
얘도 중국 홍차라 기본적으로 서양 홍차에 비해 좀 더 강한 단맛을 깔고 가네요. 미묘한 꽃향과 꿀향 비슷한 향도 있고요. 물론 전홍같은 고구마 비슷한 그건 거의 없긴 해요.
기홍보다는 꽃이 종 약하고 꿀 쪽이 강한 것 같긴 한데...
여러 온도에서 테스트해보니(5도단위) 95도에서 우린 게 제 입에는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근데 얘는 맛이 좀 빨리 빠지네요 한 6탕쯤하니 밍밍해져버린(보통 중국차들은 개완으로 우릴 시 차마다 다르긴 한데 6~8탕 정도는 우리고 실제로 우려지기도 합니다. 서양홍차들이야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우리니 2탕 이상은 무리인데 개완으로 우리면 수량도 적고 빨리빨리 찻물을 빼버리기 때문에...)
5. 봉패 전홍공부차(혹은 운남(윈난)홍차, 홍차)
이 차 역시 중국 중앙/성 정부에서 인증해 준 차창의 차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달달한 고구마 느낌이 맛에서 상당히 강합니다(여기서 강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다른 차에 비교해서 그렇다는거지, 실제로 진짜 고구마의 단맛 수준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그 동네(운남성) 토질(그러니까 와인에서 말하는 떼루아 차이. 사실 차 테이스팅 할때도 쓰는 용어긴 합니다. 아마 와인업계 쪽에서 따온 거겠지만요)이 그렇게 맛이 나게 만드나 봅니다. 그거 말고도 대부분의 아쌈이나 실론처럼 전홍에 쓰는 찻잎이 대부분 대엽종인 탓도 있겠죠.
아쌈처럼 몰티함이나 탄닌감이라고 할 만한 게 강하긴 한데, 그게 고구마 느낌으로 발현되는 느낌이에요.
어쨌거나 맛있는 차이긴 합니다. 같은 대엽종으로 만든 차지만 아쌈처럼 수렴성이 강한 건 아니라(물론 오래 우리면 이 차도 수렴성이 있긴 하지만), 아쌈보다는 미각적 측면에서는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차 아닌가 싶습니다.
6. 루피시아 사쿠란보(홍차)
아따시 사꾸란~보
라는 노래가사랑은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를, 일본의 차 브랜드 루피시아의 사쿠란보 입니다
루피시아 하면 마리아쥬 프레르처럼 가향차로 (나름) 유명한 일본 브랜드지요.(사실 다만프레르나 니나스처럼 다른 홍차 회사들도 가향차에서 한 가닥 하는 회사들 꽤 있지만...)
그 루피시아의 사쿠란보는 아마 이름처럼 버찌나 체리 향에(과육의 달콤한 그 향보다는 껍질에서 나는 약간 풋풋?한 향 비슷한) 핑크페퍼와 로즈마리 등이 추가적으로 들어갔군요.
그래서 풋풋한, 살짝 과일의 외피 향에 허브향도 다소 납니다.
마리아쥬 특유의 진득한 향 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가향으로 한 가닥 한다는 브랜드답게 향은 꽤 강하고 선명한 편이네요(같은 국적 브랜드인 마리아쥬와 달리 향수같이 진하다는 니나스 가향도 궁금하긴 한데 저번 일본여행에서 일정 중 컨디션이 나빠져 니나스가 있던 신주쿠나 그쪽으로 못 가는 바람에...)
루피시아는 잘 몰라서 그나마 아는 제품인 사쿠란보(+친구가 부탁한 스드로베리 오르조)만 샀는데 사쿠란보 맛보고 나니 가기 전에 좀 더 알아보고 가서 몇 가지 더 사올 걸 그랬네요. 안그래도 루피시아 본점이 있는 지유가오카는 23구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 있는 동네라 여행 일정 중에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데 그래서 더 아쉽군요
아무튼 괜찮은 차라 만족스러웠습니다.
7.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 폴로(폴로클럽) 루이보스(인퓨젼)
일본에서 사온 차 2편, 마르코폴로 루이보스 버전이에요. 왜 제목에 괄호를 치고 폴로클럽이라 적었냐 하면, 뭔가가 문제가 돼서 마리아쥬 프레르에서 더 이상 해당 제품(홍차버젼/루이보스 버젼 둘 다)에 대해 마르코 폴로라는 이름을 더이상 쓰질 못해서 폴로클럽으로 개명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사실 맛과 향, 수색은 원판 마르코폴로랑 다른 건 크게 없어요
다만 역시 베이스가 루이보스다보니 홍차 특유의 수렴성이 전혀 없어서 좀 더 산뜻하게 느껴지긴 해요.
개인적으론 쿠스미에서 샀었던 아몬드 가향 루이보스 스트레이트 티보단 이게 나았네요.
늦은 시간에 차 마시고 싶으면 카페인이 없어서 애용할 만한 제품... 이긴 한데 일본이나 프랑스 가서 사는 거 아니면 이건 직구밖에 답이 없군요...
8. 이란 금훤 신품종 2023 봄차 금패장(평지청향우롱차)
이음에서 주문한(사실 몇 달 된) 평지청향우롱차인 이란 금훤이에요.
저번에 리뷰했던 같은 산지 같은 품종인 이란 금훤 22년 겨울 어린잎차보다 좀 더 키워서 채엽한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플로럴함보단 밀키우롱이라 불릴 만큼 밀키한 느낌이 좀 더 있는 거 같네요. 왜 가향도 안한 금훤 보고도 밀키우롱이라 하는지 이제는 다소 확실히 알 정도로요.
아 근데 우리는 물 온도 자체가 달랐어서(저는 당연히 녹차와 비슷한 청향이 다소 저온에서 우리고 홍차와 유사한 농향이 고온에서 우리는 건 줄 알았는데 실상 완전 반대였던...) 그런 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긴 해요(결론은 22년 겨울 어린잎차는 적정 수온에 대한 착각으로 대실패...)
9. 준덕차창 정산소종 특급(홍차)
오늘은 중국홍차에요.
최초의 홍차라고 알려진 정산소종, 그것도 금준미의 최초 개발자(일본 위스키 제조사인 산토리와 닛카의 관계처럼, 금준미라는 제품의 개발사는 정산당인데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이 준덕차창 차리고 나간 양준덕이니까요. 아 물론 정산당의 강연훈 씨도 금준미 개발에 기술적 차원에서 깊숙하게 관여했기 때문에 누가 금준미의 원조다 따지기는 힘들어요. 금준미의 원조라고 서로 주장(?)하는 정산당과 준덕차창 양 차창의 각각의 금준미는 수준의 차이보단 취향의 차이로 인한 선호도 차이라고 봐야 하고요.)가 만든 회사인 준덕차창의 특급 등급의 정산소종이에요.
음... 사실 정산당 정산소종을 먹은 지 좀 돼서 정확한 비교는 힘들긴 한데, 정산당이 좀 더 묵직(?)한 송연이라면 준덕은 좀 발랄(?)한 송연 느낌이네요.
용안 맛이 나냐 하면, 단맛이 나긴 나요. 근데 용안이랑 약간 비슷이라도 한 리치도 냉동이라도 먹어본 지 너무 오래돼서(동남아는 싱가폴 잠깐 갔다온 게 다기도 하고 가서 과일은 안사먹은데다, 냉동리치조차도 요즘은 결혼식장 뷔페 가도 잘 안나오더라고요...) 이게 리치나 용안 맛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근데 아무튼 괜찮은 차인 건 맞는 거 같네요. 단 특유의 송연향을 견딜 수 있거나 즐길 수 있는 분들 한정이겠지만요...
10. 다만 프레르 우롱 카라멜 AU BEURRE SALE(우롱차)
오늘의 차는 프랑스의 차 브랜드 다만 프레르의 카라멜 우롱이에요.
다만 프레르가 아마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향차를 다룬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는 걸로 알고는 있는데요, 사실인지 여부는 잘...
아무튼 다만 프레르의 많고 많은 가향차들(제일 유명한 쟈뎅 블루라던지 고트 루쓰라던지... 사실 둘 다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보유했던 차들...) 중에 왜 하필이면 홍차도 아닌 우롱을 가지고 왔느냐 하면요...
그냥 SFC센터 지하에 있는 다만 프레르 티룸에서 카라멜 우롱 시켜서 마셔보니 맛있어서 찻잎도 좀 사온 걸 이제야 까본 거예요...(귀차니즘의 폐해)
사실 전술했지만 쟈뎅 블루도 이미 있고 고트 루쓰도 있'었'지만(얼그레이 베이스인줄 모르고 샀다가 얼그레이 베이스인 것을 알고 그냥 친구한테 인계한...) 어찌저찌 하다 보니 카라멜 우롱이 다만 프레르 차 중 처음으로 시음기를 쓰게 되었군요.(사실 쟈뎅 블루는 틴의 실링도 아직 안뗀...)
적정 수온은 90도 우리는 시간은 의외로 5분 우리라는군요. 100미리에 1g 정도는 원래 그런거니 그러려니 하고...
새 티팟(?)에 찻잎을 넣은 인퓨져를 넣고 살짝 식은 물을 부어 대충 시간 재서 우렸어요.
잔에 따르니 수색도 티룸에서의 그 색이고 향도 그 향이네요. 적절히 우러난 거 같아요.
카라멜 특유의 달콤한 향에 살짝 고소한 우롱 향과 시트러스함 살짝? 있는 듯하네요.
맛은? 우롱 특유의 고소한 곡물 비슷한 맛(수색과 향만으로는 몰랐는데 맛을 보니 이건 살짝(30초~1분 가량) 오래 우린 탓인 듯하군요)과 끝에 살짝 치는 뭔가 새콤함? 이 있는 듯 없는 듯...
아무튼 꽤 맛있는 차에요. 다만 좀 비쌀 뿐...
(사실 원래는 티룸에서 밀키우롱 시켜 먹으려했는데 없다해서 카라멜 우롱 시켜서 마셨고, 찻잎도 밀키우롱 없다 해서 카라멜 우롱을 대용으로 산 거긴 하지만...)
11. TWG 레드 오브 아프리카(인퓨젼)
요번에 불교박람회와 콘서트 보러 간다고 서울 간 김에 압구정 TWG 가서 디카페인 차 찾다가 고심 끝에 고른 루이보스 차에요.
사실 개인적으론 레드 자스민(얘도 루이보스)를 사고 싶었는데 걔는 티백밖에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2선호였던 레드오브아프리카로 결정한...
들어간 건 루이보스, 레몬밤, 바닐라, 메리골드, 오렌지껍질, 해바라기 꽃잎이라고 겉포장에 적혀 있네요.
향은 오렌지(강함)+바닐라(약함)의 달콤한 향기와 꽃 향, 그리고 휘발성이 다소 강한, 레몬밤으로 추정되는 향이 적절히 섞여서 나네요.
TWG의 가향홍차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가향인퓨전은 잘 만드는가 싶기도 하고...
루이보스니 팔팔 끓인 물 바로 부어서 우렸어요.
따뜻할 때는 참 맛있어요. 루이보스의 미묘하게 기분나쁜 느낌의 살짝의 꿉꿉함을 다른 향들이 적절히 잘 덮어줘서 루이보스의 단점도 가려주고, 가향된 향 자체도 꽤나 괜찮았어요.
문제는 식었을 때인데, 가향된 향들이 확 죽으면서 루이보스의 단점이 도드라져요. 마지막 잔은 넘기는데 루이보스 특유의 미묘하게 기분나쁜 꿉꿉함 때문에 좀 거북하긴 했네요.
그래도 차는 보통 따뜻하게 먹으니 식기 전에 마시면 되긴 하죠.
문제는 가격대... TWG가 원래 비싼 브랜드긴 하지만 100g짜리 틴 하나에 거의 6만원은 좀... 이 정도면 다만 프레르에서도 엔트리 급 중에선 고가라인 급 가격인데 TWG에 그만한 가치가 있냐 하면, TWG 정도면 그래도 결국 개인 취향 문제인 퀄리티긴 하지만 저는 좀 많이 비싸다고 느껴지긴 해요(대충 4~5g 정도를 한 번 마실 때 투하하니 20번 정도 마실 수 있고, 그러면 5g당 3000원 가량이라는 얘기인데 단일다원다즐링 FF도 아니고 대형 차 회사의 가향 루이보스 제품의 가격이라기엔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은... 근데 확실히 개성도 있고 향미도 좋긴 좋은데 이 두 특성 사이의 간극에서 나오는 딜레마가 참...)
아무튼 가격 문제 때문에 막 추천하긴 그런데, 그래도 향미는 (따뜻한 차에 한해서) 제 기준으로는 합격점이긴 해요.
갑자기 스콘 생각나네요 개인적으로 오렌지마멀레이드 곁드려서 먹고싶은데 아쉽게 동네에 없네요 ㅎㅎ
스콘과 이런저런 곁들일 부재료들이 요즘 많이 보급되었다 하지만, 몇몇 지역 빼면 여전히 주변에서 쉽게 찾을 만한 건 아니긴 하죠
수고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차의 세계도 복잡하네욧 ㅎㅎ 고구마 느낌이 나는 차는 한번 마셔보고 싶네요
전홍에서 고구마 느낌이 분명 있긴 한데, 진짜 고구마의 그것까지는 도달하지 못해요. 그래도 중국홍차 중에선 유명한 홍차니 한 번 쯤은 드셔보시는 것도 좋아요
아니 무협지에서나 보던 군산은침이...!!!!
정작 현실에선 보기도 듣기도 힘든 군산은침(황차)이 그러고 보니 무협지에선 꽤나 나오는 편이죠. 중국에선 주로 녹차 아니면 보이차를 포함한 흑차(사실 요즘은 보이차는 흑차와 별도의 차로 보는 견해가 강하긴 하지만요)를, 대만에선 우롱차를, 한국이나 일본은 녹차(를 베이스로 하는)를, 서양에선 주로 홍차를 마시다보니 황차가 이래저래 치이는 입장이긴 해요
아니 이런 차게시판도 있었군!
우왕! 차게시판!
정성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