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핍의 사건파일 시리즈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의 원작임
보면 알겠지만 웬즈데이의 이니드 싱클레어 역으로 나왔던 엠마 마이어스가 주연인데 이미지에 딱 맞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핍의 살인사건 안내서는 시리즈 1권인 샐 싱 미스터리의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거 보고 2권과 3권을 읽어봐도 좋겠다.
넷플릭스 빨을 받은 덕인지 시리즈 완결까지 별다른 텀 없이 쭉쭉 나왔다. 넘나 좋은 것...
나는 2권인 굿 걸, 배드 블러드가 나왔을 때부터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코지마 히데오가 추천하는 소설 목록에 3권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원제 As Good As dead)가 있었기 때문.
주간 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해외 부문 1위를 먹었다는 소식도 들려서 그 정둔가...? 싶은 마음에 1권부터 읽어봤다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만 했다. 1,2,3권 다 훌륭하지만 3권은 앞서의 두편을 아우르면서도 색다른 전개를 보였으며 시리즈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잡은 수작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봤다면 줄거리는 이미 알겠지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그런 애가 학교 과제로 마을의 옛날 상처인 앤디 벨 사건을 다시 헤집겠다고 선언함.
앤디 벨은 치어리더에 예쁘고 착하고 성적은 머 좀 별로지만 성실하고 금발이고 암튼 그런 애였는데 어느 날 실종됨. 범인은 남친인 샐 싱으로 걔는 유서 남기고 자살함.
싱네 가족은 아직 그 마을에 사는데 동생 라비 싱을 비롯한 가족들을 마을 전체가 따돌리는 중임. 사건과 싱 가족 모두 일종의 마을의 치부라고 할 수 있음.
그렇게 몇년이 지나서 마을은 사건을 잊고 평화가 애매하게 찾아 온 상태인데 눈치 없는 인싸 핍이 그 위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옛 기억을 마구 끄집어내는 게 1권의 내용.
미스틱 리버 이후 크게 유행했고 지금은 거의 하나의 장르나 마찬가지인 특정 집단 내부의 숨겨진 과거를 파헤치는 이야기 + 인싸 고딩의 성장 스토리가 더해져 뻔하면서도 정신이 없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느 순간 상당히 탄탄한 클래식 미스터리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걸 깨닫고 감탄하게 되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크리스티가 떠오르는 정통 미스터리의 흐름 속에서 핍이 진짜 탐정이 되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데 닫힌 집단 내에서 탄생한 탐정의 딜레마가 아주 매력적임.
탐정이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게 여기서는 전부 다 마을 이웃임. 핍의 부모랑 친구, 부모의 친구, 친구의 부모처럼 하나같이 선 넘기 싫은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그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내면서 진실을 향하는 과정에서 오는 핍의 고뇌를 다루는 점이 매우 훌륭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명의 탐정이 탄생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샐 싱 미스터리가 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2부는... 1부랑 크게 다를 거 없긴 함
3부가 시리즈의 백미인데 1,2부를 다 읽어야 재밌으니 코지마 히데오의 추천 소설을 읽고 싶다면 1,2부부터 읽어야 합니다.
각 권 약 600페이지라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서양 미스터리가 원래 그 정도 분량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