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쌀 걸로 추정되는 복도식 아파트인 은마 아파트.
복도식 아파트, 그러니까 각 집들이 하나의 복도를 공유하는 구조는 예전에 많이 유행했었어. 일단 엘레베이터나 계단 같은 공간을 다수가 공유하니까 그 만큼 건설비용이나 관리비용이 덜 들어가니까. 대신 공간 공유라는 점에서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으니 요즘은 거의 안 지어지지. 뭐 LH에서 짓는 임대아파트 아니면 사진 속 은마 아파트처럼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경우 정도지.
나도 계단식, 복도식 다 살아봤는데 확실히 계단식이 좋아. 다만 당연히 그 만큼 비싸서 돌고돌아 복도식으로 돌아오게 되더라.
물론 빌라 같은 경우는 그 규모 때문에 무조건 계단식인데, 대신 엘레베이터가 없는 치명적인 경우가 많아서 문제야. 신축 빌라는 엘레베이터가 있어서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 그냥 빌라 전체가 전세사기 때문에 무서워졌지.
의외로 신축인데도 복도식인 주거환경이 있는데, 바로 오피스텔이야. 뭐 계단식 오피스텔도 있기는 한데, 그건 비싼 주상복합인 경우가 많고.
참고로 오피스텔도 전세사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가 많아졌으니 조심해.
아무튼 혼자 사는 사람은 큰 집보다는 어느 정도 작은 평수를 찾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옛날 아파트라 복도식인 경우가 대다수더라. 운 좋게 청년대상 국민임대에 들어가도 복도식을 경험할 수 있을 테고. 이래저래 젊은 사람들은 복도식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서두가 길었는데, 복도식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생활보호에 취약해. 일단 다른 사람들과 공간을 같이 쓴다는 점도 있고, 예전 아파트들은 방음이 부실해서 집 밖으로 소리가 새는 경우도 많아. 반대로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가 집으로 들어오기도 쉽고. 그런데 이건 구조적인 문제라고 쳐도, 제일 큰 건 빌런 하나만 있어도 복도를 공유하는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게 있어.
우선은 담배. 예전에 살던 복도식 아파트에 집에서 담배 피는 인간이 있었는데, 담배 연기가 복도에 퍼져서 다들 고생을 했어. 문제는 법적으로 자기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게 문제가 없다는 거더라. 거기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금연아파트네, 관리실에서 관리하네 하는데, 오래된 아파트들은 그런 거 없었거든. 그리고 높은 확률로 집에서 담배 피우는 인간들은 다른 문제도 자주 일으키더라.
두 번째는 바로 복도를 창고로 쓰는 인간들. 쓰레기 봉투 내놓은 것부터, 아예 집안의 짐을 무슨 창고에 넣어두듯이 복도에 쌓아두는 인간들 많아. 자전거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이거 소방법에 걸리는 행동이라 신고하면 된다는데, 우리나라 모든 행정이 그렇듯 저런다고 저 사람 잡아가는 건 아니어서 독한 인간 걸리면 한도 끝도 없더라.
세 번째는 여름에 문 열고 사는 사람들. 주로 노인들이 그러는데, 문을 열고 생활하는 거야. 그러니 그 집 소리가 복도에 다 퍼지고, 음식냄새 같은 것도 엄청나지. 심하면 복도에 돗자리 깔아놓고 눕기도 해. 거짓말 같은데 내가 실제로 봤었어. 복도 끝도 아니고 중간인데 문 열고 돗자리에 노인들이 누워있었어.
이렇게 복도식은 빌런 하나만 나타나도 복도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이러니 새로 짓는 아파트는 죄다 계단식이지. 최소한 앞집 하나만 걱정하면 되니까. 물론 층간소음은 별개고.
오늘 우리 아파트 빌런이 치명적인 사고를 쳐서 한 번 써봤어. 돈 많으면 계단식 아파트 살고 싶은데, 돈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