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어두운 방, 등에 닿는 폭신한 침대의 감촉, 코에 감도는 플로럴한 향기.
그리고 거칠게 몰아쉬는 달뜬 호흡의 소리.
“미안, 코하루짱. 하지만 견딜 수 없어…♥”
그리고, 반쯤 풀린 동공으로 멍하니 내려다보는 미카. 얼굴 위로 드리워지는 분홍색 머리칼이 간지러워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지만, 그녀의 양손이 어깨 근처를 받치고 있어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저, 저기, 미카 님? 이건 대체….”
코하루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그녀 역시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온 몸에 느껴지는 감각 하나하나가 너무도 낯설다. 손과 발 끝이 저리고 아랫배가 간질거려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배배 꼬고 만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알아. 코하루짱의 상냥함에 기대어 이런 식으로 억지 부리는건 잘못됐다는 거. 코하루짱은 착하니까 거절하지 않을거라며 밀어붙이는 것도 진짜 최악이라는 거. 나도 이런 내가 싫어.
하지만, 하지만… 더는 못 참겠어. 코하루짱을 생각하면 마음이 부풀어올라 펑하고 터져버릴 것 같단 말야….”
자기혐오에 빠져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고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이면서도, 미카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조금 더 숙여 코하루와 이마를 맞대고 그녀의 연분홍빛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기분좋게 해줄테니까… 그걸로 용서해 줘.”
미카의 얼굴이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코하루에게 다가간다. 서로의 숨결과 온기가 느껴지는 거리까지.
그리고 더 나아가, 두 사람의 입술이 닿기 직전-
“저, 저깃!”
코하루가 새된 목소리로 외친다. 미카는 퍼뜩 놀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마음을 못 이기고 막무가내로 코하루를 밀어 눕히기는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혹시라도 코하루가 자신을 경멸하고 미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덜컥 솟아난다.
“코, 코하루 짱, 화났어? 장난이지롱-☆ 여자끼리 이런 짓을 한다니 말도 안 되잖아?”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능청을 떠는 미카. 하지만 그 목소리에 섞인 감정은 명백한 서글픔이었기에, 그것이 어설픈 연기라는 것을 코하루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미, 미카 님은… 저를…”
코하루도 용기를 내어 한발자국 내딛는다. 그 대단한 미카가 먼저 용기내어 주었으니 자신 역시 그 용기에 답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좋아…하시는 건가요…?”
순간, 미카의 호흡이 멎는다. 코하루의 물음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동공이 속절없이 떨린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코하루의 눈동자에 담긴 올곧음을 읽었으니까. 그 올곧음에 답하기 위해, 미카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좋아…해. 코하루짱을 좋아해.
마녀라고 손가락질 받는 내게 손 내밀어 준 그 친절함도, 힘없이 두들겨 맞는 날 감싸준 그 용기도, 폭력 앞에서 굴하지 않고 정의를 외친 그 올곧음도, 전부 좋아해.
친구로서 곁에 있는 것에 만족하려고 했지만, 역시 안돼. 코하루짱과 더…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
미카가 조심스레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진심을 꺼내든다.
“저, 저도, 미카 님을… 좋아해요…. 미카 님은 공주님 같다는 이야기를 싫어하시지만… 꼭 동화 속 공주님 같아서 동경했어요…. 빠져들 것 같은 눈동자도, 하늘하늘하고 윤기나는 머리카락도, 가지런하고 단정한 날개도,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스스로 바로잡으려 애쓰는 미카님이, 재투성이가 되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미카님이 제게는 너무 멋져 보였어요.
저는 바보에 낙제생이니까 평생 미카 님 곁에 설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카 님이 절 좋아하신다니…. 저, 지금 엄청 기뻐요.”
코하루 역시 남몰래 숨겨두었던 연심을 솔직하게 밝힌다.
“저… 정말이야, 코하루짱? 코하루짱도 날 좋아해?”
미카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양손으로 입을 막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껏 연심을 품는 것조차 죄인 것 같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는데 코하루가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다니. 너무 기뻐 눈물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다. 자신과 달리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코하루가,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코하루가 오늘따라 더욱 사랑스러워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다.
“미, 미카 님… 으읍?!”
더는 욕망을 참을 수 없었던 미카가 코하루의 입술에 거칠게 키스한다. 가냘픈 몸도, 달콤한 숨결도, 보드라운 입술도, 바들바들 떠는 팔도, 그 무엇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남은 것이 오직 자신들뿐인 듯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호흡과 타액을 나누며 얽혀 있었다.
“미카… 니임….”
“미안, 코하루짱. 참을 수가 없었어….”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끈적이는 타액이 길게 늘어지다가 툭, 하고 끊어진다. 코하루는 완전히 풀려 버린 동공에 어떻게든 초점을 되찾으려 눈을 깜빡이며 미카의 이름을 힘없이 불렀다. 그 가냘픈 목소리도, 군데군데 붉게 달아오른 피부도, 땀으로 가볍게 젖은 머리카락도, 코하루의 모든 면면 하나하나가 미카의 검고 질척이는 마음 속 욕망에 불을 지핀다.
“있지, 코하루 짱…. 이것보다 더 기분좋은거… 하고 싶지 않아?”
머릿속에 가득한 이 추잡한 음심을 코하루가 알아차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미카가 넌지시 물었다.
“하고… 싶어요…♥”
코하루가 미카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녀를 끌어당긴다. 미카는 코하루의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얼이 빠진 듯 하다가, 씩 미소지으며 다시금 코하루의 입술을 빼앗았다.
약 5분 후.
“코, 코하루짱, 잠까안♥ 나 이런거 몰랏♥ 잠깐만, 잠깐만 쉬게 해줘어엇♥”
미카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질러대며 몸부림을 친다. 조금 전부터 침대가 어찌나 삐걱대는지, 당장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미카 님….”
“코하루짱, 우, 우리, 잠깐만, 딱 3분만 쉬자! 응? 제발!”
폐가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미카. 통제를 벗어난 쾌감에 눈물은 줄줄 흘러내리고, 온몸이 벌벌 떨려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 대단한 미카 님이 이렇게… 굉장해….”
하지만 미카의 그런 약한 모습이 코하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하루는 어딘가 위험한 눈빛을 하고서 미카의 몸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자, 자, 잠깐만, 코하루짱? 지금은 안돼앳…! 흐이잇♥♥♥♥”
트리니티의 정점, 티파티의 일각이자 파테르 파의 수장인 그 미소노 미카가, 자신 따위 수백명이 덤벼도 이겨낼 수 없는 그 대단한 미소노 미카가, 자신의 아래에 깔려 자비를 구하고 있다. 가볍게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바들바들 떨며 환희에 차 울부짖고, 애걸하고, 빌고 있다.
“...헤에…♥”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하지만 이 침대 위에서만은 미카를 완전히 압도할 수 있다. 그 사실이 코하루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음습한 우월감을 일깨웠다. 오싹오싹한 쾌감에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미카를 완전히 굴종시키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여기.
“흐이익♥”
그 다음은 여기.
“힉, 히익♥ 힉♥”
그 다음은 여기, 여기, 여기.
“헤윽, 코, 코하루, 코하루 짱♥ 잠깐마한♥”
마지막으로 여기.
“흐아아악♥♥!! 흐기이이이잇♥♥♥!!!”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비명과 함께, 미카가 까무룩 혼절한다. 코하루는 땀범벅이 된 채 잠든 미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앗.”
이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러버렸는지 깨닫고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코하루. 찢어져 솜이 튀어나온 베개와 걸레짝이 된 침대 시트, 방 안을 가득 채운 후끈한 공기와 야릇한 향기, 몸부림을 치다가 깃털이 빠져 엉망이 된 미카의 날개와 그 눈가에 선명하게 남은 눈물자국까지. 이 모든 난장판의 뒤처리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모르겠다. 일단 자고 나중에 생각해야겠어.’
하지만 코하루 역시 미카 못지 않게 지쳐있던 터라, 그녀는 골치아픈 것은 뒤로 미루고 정신을 잃은 미카 곁에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좋은 냄새 난다….’
쌕쌕대며 자는 미카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어본다. 보드랍고 따뜻해 언제까지고 만지고 싶은 기분이다. 이토록 가녀린 미카를 억지로 괴롭힌 죄책감이 한발 늦게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깨어나고 나면 도게자를 해서라도 빌어 용서를 구해야겠지.
‘미카님이랑 사귀는 건가…. 한낱 낙제생인 내가….’
구름 위에 사는 존재라고만 여겼던 미카와 연인 관계가 되다니.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볼을 힘껏 꼬집어 보아도 아프기만 한 것을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이것이 분명한 현실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너무도 기뻐, 코하루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잘 자요, 공주님.’
볼에 가볍게 맞추는 키스를 끝으로, 코하루의 정신은 수마에 휩쓸려 가라앉았다. 미카에게서 전해지는 체온과 감미로운 향기 덕에, 오늘은 꽤 좋은 꿈을 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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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뽑기하다가 지친 미카를 코하루가 안마해주는 것 뿐입니다.
이상한 생각을 하셨다면 참회하십시오.
그럼 20000
이 팬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서 아주 좋아.
북극곰이 집을 잃을 때까지
이 팬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서 아주 좋아.
북극곰이 집을 잃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