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나와서 개발일하고 있지만
원래는 문과 피가 흐르는 문과인이었음
고딩때 소설쓰고 시문학대회나가고 했지만
취업을 위해 이과 진로 정하고 컴공으로 들어갔는데
컴공은 정말 게임 컴퓨터만 좋아하던 나에게 괴로운 나날이었음
대학가면 수학 안할줄 특히 알고리즘 따위는 구닥다리 학문 아니냐고 여기던 나였는데
컴공에서 알고리즘은 알파와 오메가였고
무슨 무한대의 비둘기가 있는데 무한대 마이너스 1의 비둘기집에 비둘기를 쳐넣는 선형대수학 같은건
자다가도 토를 쏟게 만들었지
유일한 낙이었던 C언어는 배열과 포인터에 들어가면서 내 정신을 오염시켰고 ㅋㅋ
결국 공부에 정 못붙이고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고 학과는 주주클럽 회장자리를 노릴정도로 술만 퍼먹는 놀자 대학생을 한 결과
전공에서 F를 두들겨 맞으며 학사경고까지 받을 정도로 1학년은 처참했었음
그러다가 군전역하고 복학해서 정신차리고 학업에 열중했는데
처참하게 박살난 학점을 때우려면 교양이라도 꽉채워 들어서 전공에서 터지는 학점을 상향평준화 시킬 수 밖에 없었지
그 교양 수업중 역사학개론 같은게 있었는데
문학도 좋아하지만 역사도 엄청 좋아해서 즐겁게 들었고
시험때가 되자 교수님도 시험문제를 'ㅁㅁ전쟁과 우리역사에 대한 영향을 [논]하시오' 라고 쉽게 한문제만 내주셔서
신나서 시험지를 앞뒤로 채우고 제출하고 가니 교수님이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
이후에 교수님이 강의 끝나고 나가려는걸 쫓아가서 강의내용 중 했던 부분이 if역사였다면 이런 영향이 있지 않았겠냐
하고 얘기하니 가던 걸음을 멈추고 흥미로운 관점이라면서 한 10분정도 얘기를 나눴었지
그리고 교수님이 무슨과냐고 물어보시길래 컴공과라고 답하자
쩝하면서 한숨을 쉬시더라고
그땐 몰랐는데 지금생각해보면
과가 달라서 살았다
NTR만큼은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참된 순애교수님이셨구나
(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