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비가 거짓말인듯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확실히 이탈리아가 미식의 나라 맞습니다. 음식이 다 맛있어요.
오늘은 다섯 봉우리라는 뜻의 친퀘토리(Cinque Torri)를 갑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짐을 찾아서 돌로미티 서부의 오르티세이(2박 예정)로 갈겁니다.
숙소에 짐을 부탁드리고 버스터미널로 갑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 기대가 되는 하루입니다.
여담으로 숙소와 버스터미널 사이의 거리가 있으니 버스터미널 근방에 짐을 맡길려고 검색을 해봤지만
코인락커나 그와 비슷한 것을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버스터미널 근방의 호텔에 짐을 부탁하기에는 숙박객이 아닌데 맡기는 것도 민망해서 시도 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여행자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망했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중교통은 가야지! 아니 왜! 왜!
계획 전면 수정 해야할 비상 상황. 어디를 가야하지? 멘붕에 빠집니다.
다른 갈곳이야 찾아보면 많겠지만 어제 갔던 트레치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퀘토리에 비할곳은 아닙니다.
그러면 오후에 가면 되지 않겠냐 하겠지만 오르티세이 까지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늦장을 부릴수가 없습니다.
결국 어머니와 상의해서 어제 못올라간 팔로리아 케이블카와 돌로미티 첫날 올라갔던 프레치아 넬 시엘로 케이블카를
다시 한번 더 타고 빠르게 오르티세이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일찍 넘어가서 쉬던지 그곳에서 한곳 정도 돌아보던가 하도록 합니다.
친퀘토리는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돌로미티를 다시 한번 더 방문하면 그때 가기로 하죠.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붙어있는 팔로리아 케이블카 정류장입니다.
30분에 1대씩 올라가네요. 비수기라 그럴까요.
멀리서 볼때 그렇게 멀지 않아보였는데 거리가 상당한거 같습니다.
중간에 한번 갈아타서 올라갑니다.
도착까지 15분 걸렸네요.
큰 기대를 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전망이 멋집니다.
정류장 주변은 휴업중인 스키장과 정지한 케이블카가 여럿 보였습니다.
올라오고 나서 알았는데 여기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클리프행어 촬영지네요.
https://namu.wiki/w/%ED%81%B4%EB%A6%AC%ED%94%84%ED%96%89%EC%96%B4(%EC%98%81%ED%99%94)
구글 지도 보니까 클리프행어 롯지(Cliffhanger Lodge) 라고 찍혀있는 지점이 있네요.
안내판이 부실하지만 거리가 멀지 않으니 가봅니다.
얼마 안걸려서 롯지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뭐가 있던지 전시물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그냥 폐건물 하나만 덜렁 있네요.
건진게 있다면 주변 전망이 멋지다는거?
더 앞으로 가는 길이 있는듯한 흔적이 있어 따라가봤는데 막다른 길이네요.
참고로 영화 어디에 나온 건물인지 찾아봤는지 못찾았습니다. 영화 풀버전 볼곳도 없고 하니 무슨 건물인지 미스테리입니다.
다시 케이블카 정류장 가면서 절벽 따라 가봅니다.
중간 중간 전망 좋은 곳에 의자가 있어서 잠시 쉬면서 갑니다.
이제 코르티나 담페초로 내려간 다음 프레치아 넬 시엘로 케이블카로 이동합니다.
이미 한번 올라갔던 곳이지만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대가 되네요.
역시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전망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것도 없으니 느긋하게 전망도 즐기고, 따뜻한 햇빛도 즐겨봅니다.
이제 코르티나 담페초와 헤어질 시간입니다.
친퀘토리를 못봐서 그럴까요. 더욱 아쉽네요.
이동 코스는 이렇습니다.
버스를 타고 도비야코(Dobbiaco) 역으로 간 다음
기차를 타고 Fortezza 역에서 한번 더 기차를 갈아타고
waidbruck - lajen 역까지 갑니다.
waidbruck - lajen 에서는 버스를 타고 오르티세이를 갑니다.
버스 2번, 기차 2번이라는 골치아픈 여정이네요.
딱히 특이할거 없는 그냥 마을버스입니다.
한참 가다보니 구글맵에 트레치메 뷰포인트가 보여서 뭐지 이거 싶었죠.
여기서 버스로 2시간에 가까운 거리의 트레치메가 여기서 보인다고?
마침 딱 그 뷰포인트에 버스가 정차하길래 건너가 보니까
와 기가 막힌 뷰포인트 아닙니까?
돌로미티가 넓은 만큼 시간을 들이면 정말 멋진 곳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시골역 같으면서도 은근히 세련됐습니다. 새로 지은건 아닌거 같고 리모델링이라도 한걸까요.
기차도 반짝반짝 신형 같습니다. 내부도 깔끔합니다.
Fortezza에서 기차를 또 갈아탑니다.
교통의 요지인지 기차들도 많고 승객도 많네요.
좌석 넓고 깔끔합니다.
기차가 좋았던 것과 별개로 피곤하네요.
스위스에서는 기차 여행 내내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내리는게 아쉬웠는데
1등석과 일반석의 차이일까요?
시간표를 보니 버스는 거의 1시간에 1대꼴입니다.
근데 여기는 버스 시간표도 보기 좋게 잘 나와있고 전광판도 달렸네요.
왠지 코르티나 담페초와 다르게 느낌이 좋습니다.
그냥 일반 마을 버스. 승객이 많아 자리에 못앉을뻔 했습니다.
꼬불꼬불 골짜리 길을 지나 숙소 도착. 저는 피곤했는지 졸다 눈 떠보니 도착했네요.
어머니 말씀하시길 오는 길 주변이 굉장히 멋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위치가 어딘지 자세히 안보고 예약했는데 설마 버스정류장 바로 코앞일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체크인을 하니 게스트 카드를 2개 주십니다.
오르티세이가 속한 지역의 버스를 무료 이용 가능한 교통권입니다.
실제 마지막날 밀라노로 떠나기 전까지 무료로 모든 버스를 이용할수 있었습니다.
waidbruck - lajen에 도착해서 버스 기다릴때부터 뭔가 다르다 생각했는데 확실히 다르네요!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일찍 출발한 덕분에 케이블카가 아직 운행중인 시간입니다.
시간이 부족해 올라갔다 바로 내려와야 하겠지만 가보겠습니다.
거리나 높이가 좀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가는데 으잉? 에스컬레이터?
친절하게 비 맞지 말라고 유리지붕까지 있습니다.
여기서는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동굴 뚫어놓고 무빙워크까지 있네요.
참고로 아직 어딘가 입장한게 아니라 마을 중심에서 케이블카 정류장 이동중입니다.
이제 케이블카 타고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곳은 세체다(Seceda)입니다.
방송에서 이탈리아의 알프스라고 소개하며 대표화면으로 내보낸 곳입니다.
얼마 못보고 내려와야하겠지만 오늘 날씨도 좋고 해서 기대되네요.
멀고 높은 곳이라 한번 갈아탑니다.
목적지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고 높네요.
한참 올라가다 옆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숲과 초원의 조화가 멋지네요.
일부러 가꾼걸까요?
지도를 보면 저곳에 올라가는 기차도 있다고 합니다. 내일이나 모레 가볼수 있겠죠.
목적지가 보입니다. 저 너머가 세체다죠.
17:30분 막차. 놓치면 큰일납니다. 남은 시간은 고작 25분이네요.
놓치면 진짜 저기를 무슨 수로 걸어 내려가나요. 큰일날 소리.
그리고 정류장 나가고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정말 상상도 못한 풍경에 놀랬습니다.
넓은 잔디밭에 배경으로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서 있는 풍경은 이전에도 많이 봤고
이번 여행중 스위스에서 많이 봤습니다만 이런 곳은 처음입니다.
사진만 봐도 멋지다 하시겠지만 360도 이런 풍경으로 둘러 싸여서 오는 시각적 충격은
정말 말로 다 할수 없고 사진으로 절대 담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진이 작아 잘 안보이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짧은 20여분동안 어디 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못박혀서 멍하니 이 풍경만 감상했습니다.
정말 정신 없이 보다가 케이블카 놓칠뻔 했는데 혹시나 싶어 맞춰둔 알람 덕분에 살았죠.
늦지 않게 내려가야죠.
곤돌라 타고 대기하던 짧은 시간에 발견한 마못 가족입니다.
알프스 산맥 이곳저곳에서 자주 보네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일을 기약하며 마지막 곤돌라를 타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곤돌라 문이 닫히는데 화장실에서 늦게 나와 못 타서 망연자실하던 분을 계셨...
시간을 준수합시다.
이건 내려와서 나가는 길에 매표소에서 발견한 가르데나 카드(Gardena Card)
돌로미티 슈퍼섬머 카드보다 조금 더 저렴하고 기간도 길지만 오르티세이만 속한 발 가르데나(Val Gardena) 지역만 적용 됩니다.
숙소 들어가기전 밥 먹고 장도 보고 들어가기로 합니다.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식당 찾아봅니다.
마을 분위기가 좋네요.
그렇게 걸어가다가 보게 된 느낌이 좋은 가게입니다.
구글 평점도 좋은 스테이크 가게네요.
사치 한번 부릴겸 들어갑니다.
운좋게 18시 오픈이라 딱 맞게 첫손님으로 들어왔습니다.
가게 분위기 엄청 고급스럽니다. 좀 부담스러울 정도네요.
천장에서 내려오는 수도꼭지 보신적 있으십니까?
전 처음 봤습니다. 검은 파이프로 해서 내려오는데 멋진 디자인이네요.
오르티세이 지역 맥주를 추천 받아서 1잔씩 시켰습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양념한 매시 포테이토와 빵입니다.
뭘로 양념했는지 자주색에 달달한 맛이 나더라고요. 이걸 빵에 발라먹으니
단맛이 없는 고소한 빵과 어우러졌습니다.
맥주 메이커 코스타인데 브랜드를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라거 맥주인데 맛이 국내에서 먹던것과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시원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고기는 진리입니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고기도 있는 법이죠.
어떻게 흠 잡을데 없는 최고의 스테이크였습니다.
플레이팅도 멋지고 맛있어 보이고 소금도 3종(히말라야, 일반, 트러플)을 마음대로 찍어 먹을수 있고 올리브유도 향이 너무 좋았습니다.
가격도 훌륭하더라고요. 스테이크 2개 맥주 2잔까지 13만원입니다.
역시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요.
오랜만의 마트입니다.
오르티세이도 마트가 일찍 문을 닫기에(19시 30분) 10분만에 후다닥 장 보고 나왔습니다.
이제 숙소에서 짐도 풀고 정리도 하고 슬슬 여행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상의하며 쉬다가
해가 지고나서 마을 구경 해보자 하고 나왔습니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해가 다 안졌습니다.
호텔 앞에 서있는 마스코트입니다. 멀리서 보고 디즈니 미키마우스인줄 알았습니다.
마을이 정말 테마파크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지금까지 다닌 마을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근데 이런건 다 취향차이니까요.
코리티나 담페초에서 오르티세이를 직선으로 갈수 있으면 좋겠는데 대중교통이 없어 매우 아쉽네요.
덕분에 엉뚱한게 바깥으로 돌아서 가야했으니 시간 낭비 돈 낭비...
둘을 가로막는 높은 산맥 때문에 그런건 알지만 그래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언젠가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