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전부..."
"네 도련님. 사실이에요."
내 귀로 들었음에도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헛것을 들었나 라고 의심이 생길 정도로.
"요약하자면 모모역을 한 모모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새로운 모모로 대체 된다 이거지?"
"맞아요."
햄버거를 손에 쥔 양손 중 한 손을 얼굴의 흉터를 이루어 만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상처를 가리려고 하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저 또한 도련님이 아시던 모모가 아닐수 있어요. 어떤 모모는 한 에피소드가 끝나자마자 손에 상처가 있다는 이유로 교체되었고 어떤 모모는 극장판에서 골타리온 13세가 휘두른 칼에..."
입 모양으로 두 조각이라고 말한 뒤...
"..으로 나누어진 모모도 있는데요."
"그 극장판 이거지?"
나는 스마트 폰을 꺼낸 뒤 인터넷을 켠 뒤 극장판 포스터 그림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 극장판! 골타리온의 역습!
골타리온의 음모에 맞서서 마법 소녀들이 뭉쳤다! 싸워라 매지컬 모모!
라고 적혀진 글씨에는 밤하늘의 도시 위에서 골타리온과 맞서 싸우는 모모와 백토의 모습이 보였었다.
"내용은 골타리온 13세가 뽀끄루 마왕의 명령을 받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도시 한가운데에 떨어뜨리는 음모를 모모하고 백토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었어. 그런데 싸움이 시작하자마자 골타리온의 예상치도 못한 작전에 휘말려..."
말을 멈춘 뒤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나조차도 그 장면이 섬뜩했기 때문이다. 골타리온 13세의 칼이 휘둘러지자 모모의 단말마와 함께 피로 물들어진 화면...
그리고 모모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듯 일인칭 시점으로 골타리온 13세하고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었다. 떨어지려는 모모를 잡으려고 백토가 모모! 라고 외치고 있었고.
"설마 정말로 베어진 거였어? 특수 효과나 그런 게 아니라?"
"베어진 거 맞아요. 말 그대로 베어진 거예요."
그때 정말로 모모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나를 포함한 다른 어린애들이 보고 겁을 먹고 모모가 죽었어 라고 울고불고 난리 났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모모는 단지 큰 부상을 입어서 혼수상태에 빠진 거였다고 말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와아아-하면서 환호했지만.
"이건 비단 모모뿐만 아니라 제 친구인 백토하고 뽀끄루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특히 뽀끄루는 심했죠. 대강 이유를 알겠죠 이젠?"
"알다마다."
나는 손에 쥔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문 뒤 목으로 삼키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 뽀끄루가 매화마다 당하는 역활이 많잖아. 모모 너의 카타나나 MMORPG 혹은 백토의 그 절구 무기에..."
말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얘기하기가 너무나도 찜찜했기 때문이다. 모모를 보면서 동시에 뽀끄루 마왕이 매화 당하는 모습 또한 열심히 봐왔다. 모모의 카타나에 배가 베어지거나, MMORPG에 쏜 마법탄에 날아가거나 백토의 절구에서 윙윙 돌아가는 톱날이…. (난 그래서 백토를 별로 선호하지 않은 거 같았다. 쿨한 마법 소녀인 것은 사실인데 무기가 무슨 전기톱이야.)
"그래서 촬영 끝나자마자 뽀끄루는 저나 백토를 붙잡고 울기에 바빴어요. 걔도 우리처럼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컸지만 동시에 하루 공포를 떨면서 살아야 했어요.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거야? 나는 왜 이런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거지? 라고 휴게실에서 몇 번이나 말했는지. 동시에…."
모모 역시 손에 들던 햄버거를 한입 베어먹은 뒤 콜라 한 모금 마셨다. 후우-하는 땅이 꺼지듯 한숨을 쉬면서.
"저 또한 마찬가지였는데요."
원래 같으면은 모모 네가? 라고 말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모모를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역시나.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고 웃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저의 보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야 했어요.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연기 중간에 무언가의 사고로 인해..."
말을 하던 도중 한 손으로 흉터가 난 얼굴을 이루어 만지면서 말을 이어갔다.
"...또다른 모모로 대체 되는가. 그 뒤의 나는 어떻게 되고. 은퇴해버려서 버려진 나는. 이런 생각들로 말이죠."
한참 동안 얘기를 들으면서 주먹이 내 바지를 꼭 잡고 있었다. 그때 기억하는 게 맞다면 내 손이 아니 정확히는 내 몸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무언가가 끓어오르면서 자칫하다가 주먹에 피가 날 정도로 세게 쥐고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매지컬 모모 에서 나온 모모는 그럼 모모의 말대로라면…
내 등골이 써늘해지는것이 느껴졌다. 추운 날씨가 아닌데도 추위가 온몸으로 들어갔고.
"미안해 모모."
"뭐가요 도련님?"
"지난번에 내가 너의 흉터를 지우면 다시 배우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했잖아."
말하면서 그때 모모를 병원에서 만났을 때의 대화를 기억해 보았다. 내가 그녀에게 다시 배우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했을 때 그녀의 표정은 씁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는 그녀가 단순히 흉터로 인해 배우 일을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모는 더 이상 배우로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는 버려졌다. 쓰레기처럼.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모모에게 아무 말이나 해버렸고.
"내가 그때 너에게 아무 생각 없이 말해버렸어. 난 그때 네가 단순히 아파서 그런 거구나 라고 생각했고. 너의 기분도 전혀 모르고 오히려 상처를 후벼파버리고."
"후훗...겨우 그런 거 때문인가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체 가볍게 웃는 모모였다.
"도련님도 몰랐잖아요. 전혀 모르고 계셨고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시잖아요."
"그래도..."
"무엇보다 모모는 한편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모모는 남아있는 햄버거를 마저 먹은 뒤 콜라 한 모금 마셨다. 아까와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생기가 돌아오는 듯했고.
"도련님과 만난 뒤 매일 즐거운 나날들이에요. 콘스탄챠 언니는 상냥하고 바닐라 언니는 까칠하시지만, 알고 보면 정이 깊으시고 무엇보다 도련님은 매우 좋으신 분이잖아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물론이죠. 매일 학교에 꼬박 나가시고 숙제도 열심히 하시고 무엇보다 모모를 주말마다 데리고 같이 놀러 가 주시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착한 어린이 아닌가요 도련님은?"
모모의 말을 들으면서 내 입에 미소가 그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스스로가 정말로 착한 아이였는지 모르겠다. 매일 콘스탄챠하고 바닐라 속 썩이고 오히려 나 대신 혼나는 일이 많았는데.
난 오히려 나쁜 아이가 아니었을까?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래도 고마워요 도련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은 모모의 분홍빛이 감도는 주황 머리를 흔들리게 해주었고 그런 그녀는 머리를 붙잡으면서 뒤로 넘긴 채 나를 바라보았다.
마법 소녀만의, 모모만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제 얘기를 들어줘서요. 저 조금 불안했어요. 이 얘기를 해주면 도련님이 저에 대해 실망할까 봐. 혹은 관계가 어긋날까 봐 라는 두려움 때문에요."
"내가 말했잖아."
모모의 손을 잡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록 얼굴에 흉터가 나 있었지만 내가 TV 속에서 늘 봐왔던 아름다운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늘 외로웠던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TV 속에서 격려되는 말을 늘 해주었던 그녀.
그녀가 우리 집 메이드로 들어온 뒤 마치 집안에 마법이라도 건 듯 삭막했던 분위기가 활기참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우리 관계는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모모의 주인으로서 그에 걸맞은 행동과 마음가짐을 보여야하잖 -?"
갑자기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끌어안는 그녀였다.
"뭐 하는 거야? 남들이 보면 어떻게 하라고."
"매지컬 허그에요 도련님. 아무나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귓가로 들려왔다. 내 몸으로 전달되어오는 그녀의 온기와 코를 찌르는 향기는 발버둥 치는 나를 진정시켜 주었다.
"잠시 이대로 있게 해주세요. 그래도 되죠?"
"원한다면."
남들이 보든 말든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받아주었다. 하늘을 쳐다보니 나무 위에는 두 마리의 새가 사이좋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었고.
"오늘도 즐거웠어요 도련님-"
"나도 꽤 즐거웠어 모모."
모모는 아케이드 점에서 따낸 거대 토끼 인형을 꼭 안으면서 걷고 있었다. 인형을 안으니까 왠지 모모가 더 귀여워 보이고.
"정말 이 인형 가져도 되는 건가요? 제방에 놓고요."
"네가 따낸 거잖아. 당연히 가져도 좋아."
"너무 기뻐요 도련-언니?"
모모가 발걸음을 멈추자 멀리서 바닐라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녁놀 아래에서 걸어오는 그녀는 무거운 표정으로 우리 두사람을 맞이했고.
"두 사람 오셨습니까."
"언니 무슨 일이세요? 안 좋은 일이라도."
모모가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는 바닐라를 보면서 나는 대강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가서 들어가시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 집안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서."
"엄마 아빠 또 싸우셔?"
바닐라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답하였다.
"지금 콘스탄챠 언니가 두 분 중재 중이시니 도련님하고 모모 양은 조금 있다가 들어가 주세요."
질리지도 않나 그 두 분은. 부유한 집안의 부부면서 왜 심심하면 싸우는지. 어떻게 나를 낳았는지조차 궁금해질 지경이다.
"도련님."
"괜찮아 모모. 오늘은 호텔에서 자야겠다. 너도 이 기회에 우리 아빠가 운영 하는 호텔 소개해줄게. 바닐라도 올래?"
"저는 괜찮으니 갔다 오시길. 모모 양은 언제나 그랬듯이 도련님 곁에 꼭 있으시고요."
"네 언니."
그래도 그나마 낫은 점이 하나 있다. 원래 같았으면 엄마, 아빠 두 분이 싸움을 그만둘 때까지 혼자서 (정확히는 바닐라나 콘스탄챠 데리고) 공원에 가거나 혹은 호텔에 가서 자야 했지만 지금은 모모가 늘 곁에 있어 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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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쓰다 말은것을 마저 씁니당.
피드백 및 아이디어 그리고 오타 수정 환영합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비아타님. 꾸벅.
여러모로 도련님이군요ㄷㄷ 부모가 운영하는 호텔이라니.
원래는 그냥 자기 돈 내고 호텔에 들어가는걸로 하려 했지만 "그냥 간단히 부모님이 거대 호텔 운영자 라고 하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닭계꿩치님 말대로 그래야 뭔가 귀족 집안의 도련님 스러운 이미지가 생기고요.
단둘이 호텔에 간다라 이벤트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ㅎ
그 이벤트가 구상되어서 호텔로 가는걸로 햇습니당.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