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였는데 넌 왜 따라오는 거야?"
"그냥 뭐라고 해야 할까."
아까부터 수첩을 보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흥얼거리면서.
"위대하신 학생회장님을 그냥 혼자 둘 수 없어서라고 해야 할까요? 부회장의 책임도 있고 말이에요."
"걔 너 싫어한다는 것은 네가 잘 알 텐데?"
"그건 학생회장이 저에 대한 매력에 질투하는 것일지도요?"
킥킥-하는 웃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수첩으로 입을 가리는 시라유리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쳐왔다. 그동안 학교 생활하면서 많은 동창을 만나왔지만, 시라 유리는 왠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다가가기 어렵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얘가 일부러 선을 긋고 있다고 해야 할까. 뭔가 말하기가 애매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의 신비스러운 외모 덕분에 다들 하나 같이 사궈달라고 하지만 그녀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무서워한다랄까.
특히 여자친구는 더욱더. 성적도 거의 엇비슷한 수준에다가 학교 아이돌이었던 그녀의 인기를 따라잡기까지 하지, 경계가 안 생기려야 생길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체육부 애들이 그다음 경기를 위해 훈련을 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축구부 애들은 골 넣는 연습을 하고 육상부 출신 여학생들은 학교 전체를 뛰고 있었고.
"적어도 오늘은 평화롭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가끔 너 볼 때마다 뭔가 일어났으면 하는 분위기다 너는?"
"아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수첩을 탁 닫으면서 시라유리는 싱긋 웃었다.
"저 또한 평화를 사랑하는 소녀거든요 이래 봬도. 그 있잖아요. 사랑과 꿈과 희망이 있는 한 무너지지 않는 뭐 그런 거? 후훗."
"너도 매지컬 모모 좋아해? 왜 모모가 하는 대사를..."
"사실이니까요. 남들은 유치하다고 하지만 저는 퍽하니 나름 마음에 들어 한답니다."
역시 뭔가 알수가 없다니까. 매지컬 모모 같은 애들을 위한 프로그램하고 거리가 먼 여자애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면이 있었네.
뭐 나도 나이를 먹어서도 모모랑 같이 매지컬 모모를 보는데. 바닐라는 "두 분 좀 철 좀 드세요"라면서 닦달 볶지만. (콘스탄챠는 하하하 웃으면서 땀 흐르고)
생각해보니 요새 모모랑 얘기를 잘 안 했네. 여자친구랑 있는 시간만 늘어갔고. 모모랑 같이 나가 논지도 좀 됐고.
오늘은 모모를 위해 케이크 하나 사줄까. 걔가 좋아하는 초코 크레이프 케이크로. 많이 섭섭해할 텐데.
"그러고 보니 선배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뭔데?"
"학생회장님 그러니까 여자 친구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걔?"
갑자기 뜬금없이 물어보는 질문에 나의 시선을 시라유리에게 돌려졌다. 처음에는 왜 그런 질문 하나 속으로 생각했지만 뭐 말해줘도 딱히 상관없겠지. 얘가 뭐 남의 연애에 간섭하는 애가 아니고.
"그냥 뭐…. 모두에게 의지가 되고 상냥한 그런? 학생회장 때는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데 데이트할 때는 평범한 여자애처럼 많이 웃고 뭐 그런?"
"뭐 그렇게 보이신다면 그러겠지요. 저는 조금 다르게 보였지만."
"이유는?"
"아까 제가 익명 게시판의 투표 관련 얘기 했을 때 잠시지만 이성을 잃으신 모습 때문에요. 선배님 말대로 항상 엄격하신 분이 다르게 크게 소리를 내뱉었고."
"그건 네가 말장난해서 그런 거잖아. 나 같아도 신경이 거슬릴 거고."
"네 네 제가 악당입니다. 만화 속의 악당."
만화 속의 악당이라...
만약 시라유리가 매지컬 모모에 나온다면 딱 이런 포지션이 어울리겠네. 학생으로 위장한 뽀끄루 마왕이 보낸 스파이. 모모가 봤었으면 나와 똑같은 소리를 했겠고.
멈칫
"선배, 무슨 일이라도?"
"조용히 해봐 잠깐."
학교 출구까지 가까워질 때 즘 무언가의 목소리로 인해 귀를 기울여 보았다.
"시라유리인가 뭔가 하는 것도 짜증 나고 그 호텔 출신 주인 남자 친구도 엄청나게 짜증 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많이 들어본 하지만 뭔가 180도 달라진 분위기의 목소리가. 처음에는 아니었으면 했는데 그 다음 들려오는 말은 곧 의문에서 확정으로 바뀌어졌다.
"그딴 조그마한 호텔이 뭔 대수라고. 우리 아빠처럼 회사 간부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면서 뭐가 좋다고 실실거리는지. 잘나서 정말."
...................
"어머나, 우리 학생회장님 기분 퍽하니 나쁘시나 보네요?"
"..."
"선배가 말씀하신 매지컬 모모로 치면 착한 척하는 악역인 걸까요 이게 바로 후후훗"
그때의 기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히 심적일 뿐만 아니라 내 몸이 이렇게 말해주고 있었고.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아는 그녀는 저런 애가 아닐 텐데? 항상 나한테 미소로 답해주고 늘 놀 때도 같이 놀아주고 남들에게 배려도 해주는 그녀일 텐데?
설마 목소리만 같고 다른 사람이 아니었을까?
"방금 그 말 취소하세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것도 여자친구처럼 많이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도 평소에 아니 정확히는 늘 항상 가까이서 들어왔던 목소리가.
나는 시라유리에게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한 뒤 목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갔다.
눈앞에 보였던 것은 회색과 검은색의 후드 잠바를 입은 누군가가 잠바의 후드로 얼굴을 가린 체 여자친구랑 말다툼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서로에게 아직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다는거? 무엇보다...
"도련-아니 그러니까 방금 하신 말 취소하라고요. 남들이 안 보이는 데에서 그런 말씀 하시는 것이 아니에요."
비록 후드로 가리고 있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딱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해야 할까. 늘 항상 자기 모습을 가리 면서 내 뒤를 늘 쫓아오는 그녀를 말이다.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후드로 얼굴이나 가린 주제에."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험담하는 것은 나쁜 어린이들이나 하는 행동이에요. 부모님에게서 그런 거 못배웠-"
찰싹-
분명히 봤다. 여자 친구가 눈앞에 후드쓴 애의 뺨을 친것을. 엄청 세게 때렸는지 한손으로 뺨 맞은 곳을 가린 노려보기 시작했다.
비록 후드로 표정을 가렸지만 내 직감은 말해주고 있었다. 후드 쓴 그녀는 지금 울고 있다고.
"이 하찮은 것이 뭔데 나한테 훈장질이야?"
"......"
"당장 시티 가드 부르기 전에 꺼져라. 나 지금 기분 잡친 상태거든? 어쭈 눈 노려봐!?"
짝!
하는 소리가 그대로 귀로 전달되어왔다. 후드를 쓴 소녀는 맞았음에도 대항하거나 대들지 않고 계속 선체로 노려보고 있었고. 마치 못하는 허수아비 혹은 펀칭백 마냥.
"이게 무슨 일이야!"
"어!?"
"도려-"
소녀는 무언가는 말을 이어가기 전 그대로 입을 가렸다. 뺨을 맞느냐 후드가 어느 정도 벗겨진 것을 허둥지둥 대면서 제대로 쓰면서.
"저...저..."
여자친구는 내가 물어보기 전 손가락으로 걔를 가르키더니...
"저 이상한 여자가 나를 납치하려 했어!"
"!?"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후드를 쓴 소녀를 당황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소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체 나하고 여자친구를 번갈아가 보다가...
"막 돈 달라고 하고 테러리스트에 넘긴다고 하고-"
라는 말이 들려옴과 함께 그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잡히지 않으려고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고 있었고.
"역시 내 미래 남편이야."
여자친-이 여자애는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 데이트를 할 때 지은 일명 평범한 소녀의 표정을 지으면서.
"내가 위협에 처하면 나타날 줄 알았다니까. 역시 나의 왕자-"
여자애가 안기려고 할 때 나는 그대로 밀어버렸다. 어? 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서 떨어지려고 나는 한 발짝 물러가고 나는 후드를 쓴 여자애가 도망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갑자기? 나를 밀어버리고."
"넌 먼저 학교로 돌아가. 내가 쫓아갈 테니까."
"내가 더 중요해 아니면 그딴 하급 쓰레기가 중요해!? 네 여자친구 방금 죽을 뻔한-"
"가라면 가!"
여자 친구는 뒤로 살짝 물러갔다. 평소에 나는 가능하면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불리한 입장이라도 내 언성이 높아지면 누가 더 옳다면서 서로가 싸우게 되니까.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거의 없는 나의 모습 때문에 놀랐는지 여자애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그 여자애에게 나는 더 이상의 대꾸도 없이 그대로 후드 쓴 여자애가 도망친 방향으로 뛰어갔다.
얼마나 달렸는지 이젠 시간도 세지 않았다. 한시간? 두 시간? 덕분에 학교에서 혼나게 생겼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한시라도 그녀를 찾아야 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그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리라는 것을 본능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을 들면서 나는 계속 해서 뛰어가고 있었다.
화면에 띄워진 지도에는 Magical girl이라 적혀진 화살표에 분홍색 사람 모양의 아이콘을 가리켰고, 불행 중 다행으로 도망치는 방향은 내가 잘 아는 장소였다는 점?
그럴 수밖에.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인데.
"어디 있어."
시간이 지남과 함께 서서히 초조해지고 있었다. 분명히 제대로 쫓아 왔는데도 보이지 않아 설마 내가 놓친 거냐는 생각까지 가지게 될 때쯤.
한참 헤매다가 후드를 쓴 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여자애가 양손으로 강아지를 든 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용히 무언가를 말하면서.
"...찾았다."
나는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다가갔다. 놀라지 않도록 그리고 도망치지 않도록.
빠아앙-
이때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려오길래 고개를 돌아보니, 거대한 트럭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강아지를 안고 있던 그녀는 경적으로 인해 강아지를 든 채로 트럭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대로...
"모모!!!"
....라고 외치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전 그래도 너무 위험했어요. 도련님."
학교로 돌아가다가 모모는 나한테 말을 걸었다. 후드로 가려진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그러시다가 도련님이 다치시면…. 모모는 엄청 슬퍼했을 거라고요. 두 언니도."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중간에 서서 나는 그녀의 양 볼을 있는 데로 당겼다. 아팠는지 눈물이 찔끔 나오는 듯했고.
"너야말로 트럭 오는지도 모르고 길 한복판에 선 것이 잘못이잖아."
"으에에엑-잘못했어요. 이거 놔줘요."
"안되 오늘만큼은 혼나야 해 나한테. 위험한 짓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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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거는 모모의 시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도련님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화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시라유리가 암약한 느낌이...ㄷㄷ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예정입니다. 시라유리가 왜저러는지도 말이죠.
시라유리의 숨은 빅픽쳐가 과연 뭘지 ㄷ
조만간 밝혀질 예정입니다. 시라유리 포지션도 이 기회에 정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