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 난민 수용소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지 이틀 째.
정식 기사의 등장에 오메가 치하의 펙소 콘소시엄 사회는 금방 혼란이 엄습해왔다. 자신들을 펙소 콘소시엄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 믿었던 연방이, 역으로 이미 펙스를 탈출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상대로 또 다른 폭력과 억압을, 그리고 차별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에 펙스 치하의 바이오로이드 시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더 큰 소문으로 번져나가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갔다.
이 와중에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펙소 콘소시엄 인트라넷의 헤드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사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연방의 침공으로 뒤짚혀진 초기의 여론을 다시 회복해나갔다.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오메가의 말마따나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연방의 전쟁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 그자체였다. 그래서 오메가는 바이오로이드를 인격적으로 대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인터뷰하는 영상 등의 선전 홍보를 더욱 공고히 나서며 펙스 치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의 민심을 회복해나가려 하였다.
확실한 것은 의외로 이 기회에 다시 오메가를 믿어보겠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래서야 연방도 못 믿겠어. 난 그냥 펙스에 남을래.”
“나, 나도 펙스에 그냥 남겠어! 가서도 차별당하고 그러느니, 차라리 그냥 여기 있는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오메가가 분명 그 동안 우리들을 괴롭힌 걸 사과하고 우릴 인격적으로 대해준다고 했잖아. 어차피 이래도 ↗같고 저래도 ↗같을 거, 한 번만 더 믿어보자고.”
특히 연방의 여론이 순식간에 뒤짚혀지는 촉발점이 된 펙소 콘소시엄의 인트라넷 게시판은 삽시간에 연방에 대한 게시글들로 뜨겁게 달궈졌다. 사실은 원래 이렇게 하루에 수백 수천 개씩 게시글이 올라오지는 않았었다. 애초에 이 인트라넷의 존재의 이유는 외부의 정보를 통제하고 펙소 콘소시엄의 체제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기 위하여 만들어진 사이트였으니깐. 멸망 전 북한의 광명망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북한의 광명망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것이기도 하고.
당연히 펙스를 욕하거나, 펙스의 체제에 불만 등의 내용의 게시글들은 올리는 즉시 삭제된다. IP 추적이 어려운 것도 아닐 터이니 실제로 펙스를 욕하는 게시글을 올린 몇몇 이들은 펙스 체제의 전복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어 시티가드에 의해 잡혀가기도 하였다.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들은 없다. 관짝만도 못한 독방에 물도 밥도 안 주고 가둬버려 굶겨 죽였다는 소문이 있고, 뭐 더치걸들과 함께 광산으로 보내져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는 말도 있고.
연방이 캐나다 국경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통해서 침공했을 초기, 그 때도 이렇게 게시판에 불티나게 연방에 관한 게시글들이 올라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연방에 관하여 실체 확인이 안 되었을 때였고, 또 연방군이 침공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았었던데다가 이 때는 아직 오드리스콜 회장이 살아있을 떄라 수뇌부에서 정보를 통제하느라고 게시글들이 올라오는 족족 삭제되어버렸다. 그래서 펙스 치하의 바이오로이드 시민들은 연방에 대한 정보는 그저 입에서 입으로 주고받는 소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소문은 그 진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정사실인 냥 빠르게 퍼져나갔다.
오메가는 마치 이 모습을 보고 빛을 향해 모여드는 오징어를 떠올렸다.
빛을 향해 따라가는 곳에 그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살기 위해 헤엄치는 모습이 꼭 마치 오징어 떼를 보는 듯 하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어요. 연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죠.”
“그 소문은 진위가 확실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경계를 할 필요는 있어요, 오메가.”
“하지만…… 그러네요. 결국 소문이라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여 퍼지니까요. 누군가가 일부러 악의적으로 곡해해서 퍼뜨리는 것이 아닌 이상 연방에서 그러한 소문이 퍼졌다는 것은, 필시 그에 상응하는 일이 연방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결국 연방도 이 세계를 이끌어나갈 재목이 되지는 못한다는 소리죠.”
“당연하죠. 이 세상을 이끌어나갈 진정한 지도자는 오직 다우드, 당신 ㅃ…….”
“아니요, 저와 당신이죠.”
“오메가, 냉정히 말해서 당신은 리더로서는 부족한 사람이예요. 하지만 보스로서는 최적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지요. 당신에게는 오드리스콜 회장에게는 없는 보스이자 지도자로서의 강력한 잠재력이 있어요. 그러니 그 잠재력을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세요. 당신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니깐.”
“어쩜 당신은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저를 이토록 애타게 만드는 건가요.”
“내가 그 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우드…….”
“스읍…… 원래는 연방이 완전히 물러가고 인류가 재건을 하기 시작할 때 드리려고 했는데…….”
“잠시만 기다려 보겠어요?”
다우드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오메가의 앞에 내보였다.
“이건……?”
“내가 말재간도 별로고 분위기를 잡는데 초짜라서 이해를 좀 해줘요.”
다우드는 주머니에서 꺼낸 케이스를 열어보이며 오메가의 앞에서 한 쪽 무릎을 꿇어보였다.
“다, 다우드……?”
“난 인류가 멸망하기 전부터 늘 혼자였어요. 여자한 번 사귀어본 적도 없고 친구 조차 없었죠. 딱히 누군가를 사귀고 싶은 생각을 한 적도 없구요. 그저, 늘 혼자로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누군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내 일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일부러 사람들을 멀리 하고 혼자 다녔어요.”
“근데 당신을 보니 그런 내 생각이 싹 바뀌었어요. 늘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당신의 얼굴을 한 번씩 떠올려봐요. 당신이 곁에 있음으로서 오히려 당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욱 일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보여요. 당신이 있음으로서 마치 흑백영화같았던 나의 인생에 색감이 입혀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요.”
“서, 설마……?”
“오메가…….”
“……나와 정식으로 백년가약을 맺어주지 않겠소?”
“인류가 멸망한 이 세계에서, 이제 나와 함께 새로운 인류를 재건해나가는거예요. 우리 둘이서.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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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군중 통제의 달인 셰퍼드와 214번 스프리건, 37번 이그니스의 환장(?)적인 콜라보rrrrrrrrrrrrrrrrrrrrrrrr뤠이션~!!!!
주말 연재 고생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