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토리 자체는 무난한데 뭔가 아쉬운 느낌.
뭔가 내용상으로는 1부로 끝나는 게 아니라 2부까지 연장해서 좀 더 길게 빌드업을 하는 쪽이 더 좋을 법한데
1부로 마무리지으니까 후반부에 뭔가 급전개가 된 것 같은 느낌도 없잖아 있더라고요.
그래도 어느 정도 스토리에서 등장한 멤버들의 행적들을 나름 납득할 수는 있게 전개되었다는 생각은 들었네요.
2. 이번 스토리에서의 제타에 대한 양측의 판단은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으면서도 납득이 안 되진 않았습니다.
우선 오르카 측은 제타의 위험성을 그렇게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는 점은 이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키오네가 제타 측의 니드호그와 조우했고 그걸 사령관에게 보고했으니 사령관이 니드호그의 존재를 모를 리는 없을테니
오메가가 아무리 펙스측 최대 세력이라 해도 제타의 위험을 간과할 수는 없겠죠.
다만 이게 '오메가가 강하기에 제타의 위협은 신경쓰지 않았다'가 아니라
'제타의 위협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는 오메가의 세력이 더 크기에 우선순위를 미뤄둔다'라면 납득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무엇보다 알파도 철저하게 이익과 손해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고 처음 레모네이드 회의 때도 뭔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만큼
오르카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자신들과 적대하는 '회장 부활파'가 아닌 '중립파'로 인식하고 위협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겠죠.
저도 초기에는 약간의 충돌이 있긴 했어도 이익에 따라서는 오르카와 손잡을 여지가 없진 않을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 철저하게 이익과 손해에 따라 움직이는 제타 측이 이번에 보여준 모습은 비효율적이라는 점도 이상합니다.
실제로 이 부분은 스토리에서 닥터의 입을 빌려 지적하기도 했고 제타 쪽에서 오르카의 수준을 시험해 본 거라는 추측만 했을 뿐이고요.
다만 스토리를 보면 이 일을 계획한 배후 인물로 등장한 것은 제타가 아니라 부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겠죠.
이미 델타-리스트컷과 오메가-유미의 사례를 통해 레모네이드와 그 레모네이드의 부관의 생각이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준 바 있습니다.
행동원리가 비슷한 감마-멀린의 경우도 양쪽의 세부적인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제타와 부관이 같은 생각을 가졌어도 그 행동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배후로 등장한 부관이 '보고는 보류'라고 했고 '자체 실험 종료'라는 말을 썼죠.
즉, 이번 일은 제타 본인이 직접 개입을 했다기보다는 제타의 부관이 독단적으로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 '제타는 확실히 중립, 이전까지 제타의 행위라고 생각되었던 대부분 요소는 제타의 부관이 주도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이번 스토리에서의 일만큼은 제타의 부관이 비효율적이더라도 자신의 상관을 위해 독단적으로 일을 저질렀을 거라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생각을 조금 해본다면 납득이 가는 방향이긴 하지만
이거에 대해 좀 더 스토리 내에서의 부연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네요.
위에서 한 번 언급했든 2부로 해서 좀 더 여유롭게 빌드업을 쌓았다면 이런 점이 좀 더 메꿔지지 않았을까...
3. 멜트와 포이의 접점은 짧은 분량 안에서도 나름 잘 녹여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폐기되었던 개체라는 것에서 오는 공감대가 멸망 전 세계의 어둠을 보여준 좋은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근본적인 성격에서부터 가볍기만 했던 포이가 드물게 나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은 요소로 봅니다.
4. 뭔가 이번 스토리는 텍스트적인 수위도 확 올라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전 스토리도 대부분 기승전떡으로 진행되는 건 있었는데 그 행위가 비교적 은연중에 묘사가 되었단 말이죠.
근데 이번 스토리는 이전과 비교하면 행위의 묘사가 훨씬 적나라하게 나왔다는 게 체감되더라고요.
오죽하면 어제 방송하던 저희 방송 pd님도 읽다가 몇 번이고 저한테 네이버한테 경고 안 날아왔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으니...
'텍스트 읽는 것 자체엔 부끄러움이 없는데 경고 먹을 것 같아서 읽기가 두려웠다'라는 게 pd님의 소감...
5. 이번이 밸로프로 넘어오면서 3번째 이벤트 스토리죠.
솔직히 불만인 점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하나하나 발전되고 있는 게 안 보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스토리에서는 부족했던 점들을 좀 더 보완해서 더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을 스토리를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이벤트 스토리 기승전'결'
이벤트 스토리 기승전'결'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죠.
제가 제타라면 이번 일 알 경우 어떻게든 부관 숙청부터 할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