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8w 발키리,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수고 했어. 이제 가서 쉬어."
이 말을 들은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발키리는 숙소에 있는 자기 침대에 누워 예전의 일을 생각했다. 그래봤자 고작 1년정도 밖에 안된 일이지만.
벽이 걸려있는 수영복을 보며 여름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까지 일만 하던 발키리의 거의 제대로 된 휴가였다. 사령관과 함께해서 좋았고, 옆에서 딱 붙어 다니는 것도 좋았다. 불꽃놀이도 좋았다.
......밤을 함께 하는 것도 좋았다.
대장인 레오나는 그런 발키리를 질투했다. 대장인 자신보다 훨씬 더 애정을 많이 받는 부하에게 레오나는 따로 불러내서 몇마디 하였다.
그 사실이 사령관의 귀에 들어가자 사령관은 레오나를 질책하였다.
그러나 그 사건 이후로 사령관이 발키리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임무도 나가지 않고 부관으로 부르지도 않았다.
사령관의 옆에는 레오나가 함께 했다.
그러나 사령관은 반지를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주었다.
레오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자신의 차례가 오겠지 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눈이 시뻘겋게 될때까지 베게에 얼굴을 파묻고 울어버린건 발키리만 아는 사실이다.
반지를 준 바이오로이드의 아이가 태어나고 몇달이 지나 그 바이오로이드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 하자, 레오나는 그 바이오로이드를 오르카 호에서 쫓아내 버리자고 주장했다. 발키리는 그걸 옆에서 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레오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다음 차례는 아스널이었다.
그때도 베게에 얼굴 파묻고 울었다.
또 다음에는 마리였다.
발키리는 이번에도 베게에 얼굴 파묻고 울거냐고 레오나에게 물었다.
레오나는 울어서 빨개진 눈으로 발키리를 째려보고는 문을 쾅 닫았다.
아차 싶었던 발키리는 레오나를 위로하려고 뭐라 했지만,
레오나는 발키리의 말을 들은채만채 하면서 권총을 챙기고 사령관실로 갔다. 발키리는 말려보려고 했으나 레오나가 너무 살기등등하여 막지 못하였다.
그러곤 몇달동안 레오나와 만나지 못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레오나가 사령관을 감금하고 강제로 착정하고 있는 듯 하였다.
몇달후 다시 만났을땐 레오나는 임신한지 꽤 되어서 배가 커진 상태였다. 발키리에게 얘가 내 아기라고 곧 태어날꺼라고 하면서 자랑하는 레오나를 보고 발키리는 대장님이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말로는 차마 욕할 수 없던 나머지 발키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축하한다고 말하였다.
레오나가 아이를 낳았던 날, 발키리도 옆에 있었다. 그녀는 그때 처음으로 강철같던 대장이 정말 죽을듯이 아파하는걸 보았다. 덤으로 애 낳는다고 힘주던 레오나에게 머리카락이 잡혀서 쥐어 뜯긴것도 있고.
레오나가 아이를 낳고 사령관과 가까워 질수록 발키리는 점점 사령관과 멀어져 갔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대장의 행복을 위해서 꾹 참고 있었던 발키리였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언제부터인가 질투로 변해갔다.
"내가 더 열심히 일했었는데."
"내가 더 사령관을 위해 싸워줬는데."
발키리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는 중얼거렸다.
막 울려고 하던 차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 황급히 눈물을 닦고는 숨 한번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발키리, 요즘 너무 방에만 있는거 아니야?"
"할일이 없어서죠. 대장님, 오늘은 무슨일인가요?"
"우리 딸 하루만 맡아줄래?"
문 앞에는 레오나가 서 있었다. 육아를 하면서 레오나는 여러모로 바뀌었다. 늘상 입고다니던 코트 차림에서 흰색 반팔 티셔츠와 빨간 반바지 한장의 복장으로 바뀌었고, 늘 관리하던 금발도 푸석푸석해지고 윤기도 없어졌다. 냉철해 보이던 두 눈은 피곤해 보이는 눈이 되었다.
레오나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딸에게 오늘 하루만 발키리 이모랑 좀 놀고 있으라고 말했다.
"엄마 오느도 이무 나가?"
"응, 엄마는 임무 나갔다 올게요. 우리 딸, 발키리 이모랑 놀고 있어."
레오나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뒤를 돌아 가버렸다. 레오나의 딸은 발키리의 손을 잡았다.
발키리는 레오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임무 나간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저렇게 말하고는 사령관과 몸을 섞으러 가겠지.
지금까지 몇번이나 쓴 수법이다.
나도, 나도 안기고 싶다. 예전처럼 사령관에게 신임받는 부하로 돌아가고 싶다. 사랑 받는 부하로 돌아가고 싶다.
발키리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손을 꽉 쥐었다.
"이모 우러?"
"응? 어....."
발키리는 어느새 자신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레오나의 딸은 발키리가 왜 우는지 알지 못했다.
발키리 자신도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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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는 발키리를 질투하는게 자주 보였는데
그 반대는 어떨까.....싶어서 써봤습니다.
+삽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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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리 애껴요
조강지처 애낍시다 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