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나리오쓰는아귀’입니다. 판타지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는데, 이번에 알터도그마 게임을 하면서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가볍게 읽어주세요. 게임상의 스포가 발생하는 부분이 생기면, 제목에 따로 [스포있음]이라고 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장 보르스
“흐음..”
보르스는 미간을 찡그리며 벽보에 그려진 신수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니 벽보 전체가 그림으로 보이는 형상이었다. 가운데에 거대한 나무가 그려져있고, 위 아래로 글씨가 빼곡하게 쓰여져 있었다.
“이게 그 모집공고 구먼!”
모자를 쓴 사내가 벽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기했다.
“멍청하긴! 자네는 글도 읽을 줄 모르나? 이건 기사단의 활약을 알려주는 벽보라네.”
보르스 뒤를 지나가던 두 사내가 벽보를 보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보르스는 짐짓 모른 척 귀를 기울이며 두 사내의 대화에 집중하였다.
“내가 분명히 들었어. 괴물을 처치하는 기사단에서 도끼를 쓰는 용맹한 전사를 모집한다고 말이야.”
“하.. 이 답답한 사람.. 자 이걸..”
도끼를 쓰는 전사라는 말에 궁금함을 참지 못한 보르스는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밖에 없었다.
“기사단에서 전사를 모집한다구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봐요.”
허름한 차림의 보르스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모자쓴 사내는 신이나서 더 설명을 했다.
“얼마 전 라타토스크 기사단이 숲에서 새로운 보물을 찾아, 교단이 큰 상금을 내린 것은 알고 있나?”
라타토스크 기사단의 용맹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직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을 탐험하며 교단을 위해 괴물을 처치하고 신수를 찾고 있는 기사단이다. 며칠 전에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여, 마을에 교단의 성물 보관소를 건설하기 위해 사람들이 여기로 모여들고 있었다. 보르스도 그 중 하나로, 힘쓰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떠도는 사내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보르스를 향해 모자 쓴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저번 탐험에서 기사단 한명이 크게 다쳤다고 들었네. 신령한 나무를 찾는 게 시급한 문제라서, 다시 탐험을 떠나기 위해 일주일 간 이곳에 기사단이 머무르며 전사를 모집한다는 구먼. 자네 덩치를 보아하니 그 소식을 듣고 온 게 아닌가?”
“아.. 저는 그저 건설인부를 모집한다고 해서 왔죠.”
다른 사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광장쪽에서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라타토스크 기사단과 교단의 높은 분들이 도착한 모양이다.
“이보게, 우리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기사단 구경을 가세나.”
“저.. 기사단 모집은..”
보르스가 멈칫하는 사이, 두 사내는 광장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보르스는 다시 벽보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끼를 쓰는 전사라니.. 지금까지 도끼질로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하며, 겨우 품팔이로 살아왔는데, 기사단에 들어가게 된다면 명예는 둘째치더라도 부를 거머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기사단 모집에 대한 정보를 얻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하며 보르스는 생각했다.
광장에서는 뿌려댄 꽃종이가 벽보 근처의 보르스 어깨에도 내려앉았다. 보르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주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시게! 뭐를 드릴까?”
인상 좋아보이는 주점 주인이 보르스에게 물었다.
“맥주 한 잔 주시오”
술을 주문한 보르스는 주점 의자에 걸터앉아, 주변을 살폈다. 주인이 맥주를 따르며 단골인 듯한 손님들과 침을 튀기며 기사단을 칭송하고 있었다. 보르스에게 맥주를 내어준 주인은 크게 다쳤다는 기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번 탐험에서 크게 다쳤다는 기사가 집채만한 오우거를 칼 한자루로 잡았다는 랜슬롯인가?”
“목숨이 위중한 상태까지 갔다던데.. 큰일이야. 일주일 후에 또 숲으로 간다고 하던걸.”
보르스도 기사 랜슬롯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라타토스크 기사단을 이끌고 계속된 탐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랜슬롯의 현명한 선택 덕분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랜슬롯의 부상으로 빙협계곡으로의 탐험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깊은 숲을 탐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보르스는 계속 주점 주인과 다른 손님과의 대화에 귀기울였다.
“교단에서 성물보관소를 우리 마을에 지으면, 우리도 이제 교단의 보호를 받아서 더욱 안전해지겠구먼.”
“허허.. 그 뿐인가? 혹여라도 우리 마을 출신이 기사단에 들어가게 되면, 더욱 좋겠지! 우리마을도 도시 구역안에 들어갈지도 모르지.”
보르스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했다.
“우리같은 평민도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이오?”
주인과 얘기하던 단골손님은 호탕하게 웃으며 보르스의 질문에 설명을 이어나갔다.
“허헛. 자네도 기사단 모집 얘기를 들었나보군.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광장으로 모였다네.”
보르스는 맥주를 마시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어이쿠.. 이 사람 체격이 엄청나군!”
“그.. 모집하는 게 언제까지요?”
“오늘이 마지막..”
손님의 말이 끝나기 전에 보르스는 주점 문을 거칠게 밀치며 광장으로 뛰어갔다. 멍하게 보르스를 쳐다보던 주인과 손님은 혀를 차며, 요즘 젊은이는 예의가 없다며 담소를 이어나갔다.
보르스는 한달음에 사람이 모여 북적이는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둥글게 지켜보고 있는 곳이 분명 기사단 모집에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보르스는 무턱대고 광장의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순간 멈췄다가 바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보르스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뭐야, 갑자기 뛰어들어서?”
보르스는 기사단 모집이 벌써 끝났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구경꾼으로 보이는 사람이 원을 이루며 서있고, 광장 북쪽의 상단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하얀 로브를 걸친 귀족같아 보이는 사람이 보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용맹하다던 기사단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나지막히 욕지기를 내뱉는 보르스에게 하얀로브의 교단관계자가 질문을 했다.
“자네는 왜 광장에 나온거지?”
“저..기..기사단을 모집한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보르스는 대답을 하긴 했으나,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기사단을 모집한 다는 것도, 기한이 오늘까지라는 것도 터무니없는 헛소리임이 뻔하고, 지금은 뭔지 모르지만 교단에서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답에 이미 관중들 중에서는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교단의 높은 분은 보르스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상단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르스를 둘러 싼 사람들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우…
보르스는 지금까지 기사단 모집이라는 헛소문에 속아, 광장에서 야유를 받게된 상황에 너무 화가 났다. 글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벽보에 쓰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멍청하게 뛰어든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보르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앞에 있던 도끼를 들어 돌 선반을 크게 내리쳤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돌 선반은 산산조각이 났다. 보르스 주위에 붉은 색 아지랭이같은 일렁임이 보였다.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잦아들었다. 하얀로브의 교단관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보르스를 쳐다보았다. 보르스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리고, 급하게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일어나보게. 나는 니즈헤임 교단의 비숍 아스펜이라고 하네.”
보르스는 머뭇거리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비숍급의 높은 분이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하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자네 혹시 무스펠 출신인가?”
“아..아닙니다. 저는 이름도 없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땔감을 팔며 살아왔습니다.”
무스펠이 뭔지도 모르는 보르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며 대답했다. 인자한 미소를 띈 비숍 아스펜이 더러운 자신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보르스였다.
“아까 기사단 모집을 위해서 나왔다고 했던가?”
“네.. 그..그건..”
“하하! 기사단에 지금 사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 자네 혹시 검술을 배워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같이 라타토스크 기사단이 있는 임시 거처로 가지 않겠나?”
보르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펜이 이끄는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급하게 광장을 벗어나 마을에서 제일 좋다는 달무리 여관으로 향했다. 아스펜은 걸어가는 와중에 보르스 과거에 대해 이것 저것을 물어봤지만, 보르스가 시원하게 대답할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 보르스는 아스펜의 질문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달무리 여관의 홀 테이블에는 라타토스크 기사단 중 몇 명이 앉아있었다. 아스펜을 본 베이린이 목례를 하며 일어났다.
“아, 편하게 앉아있게. 이쪽은.. 그러고보니 아직 나도 이름을 못 들었구나. 자네 이름이 뭔가?”
“보르스라고 합니다.”
“이쪽은 보르스일세. 인사들 나누게. 다음 탐험을 같이 가게 될테니.”
“네? 뭐라고요?”
화들짝 놀란 베이린이 튕겨 지듯 일어났다. 팔짱을 낀 채 주시하기만 하던 갤러헤드는 인상을 찌뿌렸다. 아스펜은 예의 그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보르스의 어깨를 잡아 잘 보란 듯이 안 쪽으로 밀었다.
“내 평생 아스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인 용사는 지금까지 랜슬롯 이후 처음이오. 이 자는.. 아니 보르스는 앞으로 라타토스크 기사단에서 맹활약을 펼치게 될 것일게.”
보르스는 이게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동경하던 기사단 사람들을 눈 앞에서 보게된 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또 무슨 실수를 할 까 두려워 차마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급성직자인 비숍이 자신을 뭐라고 설명하는지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지금 무슨 말씀이시죠? 우리 기사단에 누구를 마음대로 끼운다는 건가요?”
베이린이 날카롭게 얘기했다.
“자.. 흥분하지 말고 내 얘기를 잘 들어보시게”
우연한 기회에 상급성직자 비숍 아스펜의 눈에 들어, 라타토스크 기사단과 만난 보르스! 아무 문제 없이 기사단에 받아들여질까요?
소설 즐겁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연재 기대하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