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 님이 어디가셨지?”
“어??”
174번 고블린이 유미를 찾기 위해 백악관 동쪽 주차장으로 나온 순간, 그림자가 드리운 골목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에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서, 174번 고블린은 누군가와 몰래 통화를 하는 듯한 유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미님잖아? 누구랑 통화하시는 거지……?”
“그게 작전 계획이 완전히 변경되었어요. 철충 신호 유도기 세 개를 한 곳에 설치해서 철충 유도 신호 주파수를 최대로 증폭시키고, 아직 유럽 대륙에 남아있는 철충들을 대서양 건너 미 동부지역까지 소환해서 원정군의 진격에 대비해 워싱턴을 사수할 계획이예요. 추가로 여기에는 철충 외에도 레모네이드 델타가 생산한 마리오네트 부대도 대규모로 투입될 예정이예요.”
“뭐, 델타가 순순히 병력 증원을 해줄 지는 모르겠지만요. 공방전이죠, 한 마디로. 아니, 이 경우엔 공성전이라고 봐야 하나.”
“제타가 회의를 하면서 이미 워게임을 돌려봤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펙스 쪽도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데요. 이렇게 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도 원정군에게 이길 확률이 반절을 조금 너길 수준이라고 하더라구요. 이게 그나마 좋은 소식이려나요?”
“지금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거지?”
고블린은 유미가 눈치채지 못하게 코너에서 몸을 숨기면서도 귀를 쫑긋 세워 유미의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아, 그 핵말인데요. 쓰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제타라고 해도. 연방 쪽은 베타…… 아 모르겠다, 그냥 베타 님이라고 할게요. 연방 쪽은 어차피 베타 님이 알려주실 거고.”
“지금 콜름 오드리스콜 펙소 콘소시엄 총재가 사망했어요.”
“?!?!?!”
회장이 사망했다는 유미의 말을 듣고 174번 고블린은 소리가 놀라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두 손을 모아서 입을 잽싸게 막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유미가 눈치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회, 회장님이…… 도, 돌아가셨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유미의 통화 내용에 의문을 품었지만, 아직 유미의 대화가 다 끝나지 않은 것 같아보였기에 고블린은 좀 더 유미의 통화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멸망 전부터 회장님으로부터 개인적으로 후원을 받고 있었던 생명공학 연구원이 있었데요. 그 사람이 멸망 직전까지 철충을 연구하던 사람인데, 전재이 터지기 전에 레모네이드 오메가랑 알래스카에 있는 그의 지하 연구실에서 그가 연구했던 자료들이랑 해서 가져와서 살려냈다고 그러더라구요. 아, 참고로 철충 신호 유도기를 개발한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예요.”
“아무튼 오드리스콜 회장은 그 사람을 어떻게든 깨워서 이번 전쟁에 써먹으려고 했고, 실제로 깨우는 데에까진 성공을 했데요. 저는 이 때 세인트 루이스에 있었어가지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요. 근데 깨어난 그 사람이 얼마 안가서 오드리스콜 회장을 죽였다나봐요. 베타님 말로는, 뭐 자기가 새로운 세상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말이죠.”
“철충 신호 유도기를 개발한 사람……? 그 사람이 회장님을 죽였다고……??”
“…… 아니요, 그건 또 아니예요.”
“오메가 그 씨X년이요.”
“어……?”
레모네이드 오메가 님은 오드리스콜 펙소 콘소시엄 회장님 다음으로 높으신 분이셨다.
그런 분을 함부로 욕하는 유미님의 모습을 보니 174번 고블린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무슨 대화가 오가는 것인지 아직으로선 알 수 없었다.
“난 다른 것보다 그 년이 펙스의 새 회장이 되었다는 그 사실이 너무 ↗같아요.”
“그건 언니도 공감하는 거잖아. 따지고보면 그 년 누가 키웠어? 내가 키웠잖아. 그 때는 진짜 회장 조카 딸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딴 ㅁㅁ일 줄은 누가 알았냐고.”
“서, 설마…….”
“…… 그럼 오드리스콜 회장님이 죽고, 그 자리에 레모네이드 오메가님이 올라가셨다는 말인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유미가 저기서 몰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는 상황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펙스를 재건하여 펙스 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하신 오드리스콜 회장님이 돌아가신 경위도 궁금하고, 어째서 그 자리에 레모네이드 오메가 님이 올라갔는지도 궁금하다. 유미 님이 어째서 레모네이드 오메가 님을 향하여 거친 욕을 퍼부으신 건지도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은 엄연히 회장님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는 바이오로이드였다. 저런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바이오로이드는, 아무리 자신의 상관이라 할 지라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직접적으로 반동분자가 보이면 색출하라는 명령을 따로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펙스를 위하여 싸우라는 명령을 받은 이상, 174번 고블린은 펙스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었다. 주어진 명령 안에서의 자의적인 해석은 자유로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즉, 여기서 남은 것은 어떤 선택만 하면 될 뿐이다.
근데 저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자신에게 명령을 내려준 사람이 죽고, 그 자리에 바이오로이드가 올라갔으니,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유미를 죽여야 하나?
…… 아니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야기는 들어봐야만 할 것 같았다.
“…… 아직은. 만약 원정군 측에서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면 바로 연락학ㄱ…….”
“유미님……?”
그래서, 다가갔다.
통화가 끝나려고 할 즈음에, 174번 고블린은 조심스럽게 유미를 부르며 다가갔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미가 경악과 혼돈이 담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수화기 너머로는 알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미? 유미?! 무슨 일이야?! 방금 그 남자 목소리는 누구고?!?!”
수화기 너머로 애처롭게 유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유미는 조심스럽게 다시 수화기에 귀를 대고 말하였다.
“…… 언니야, 내가 이따 다시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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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중 삽화로 사용되는 그림과 사진의 출처는 구글링과 핀터레스트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당
저 두사람에게 이젠 아냐하고 본드 포지션만 추가 되면 스파이 패밀리 완성이네. 오오 첩보 드라마 오오.
그럼 이제 에버롯 유미 포저랑 174번 고블린 포저랑 이렇게 되는 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