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심
사랑이라면 박수를 쳐주겠지만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장 남자는 흐느끼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 자기도 인
간이라고, 한 개를 결정 내리기 위해 열 개를 버리는데, 버
리는 사람의 고뇌를 누가 알아주냐고…… 모두들 얼굴에 피
가 몰렸어, 그러니까 왜 늘 우리만 알아줘야 합니까, 누구든
뭐라도 터뜨리려는데
신입 남자애가 사장을 껴안았지 사이다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서는 들이마시고, 제 머리를 쥐어뜯더니 몰랐다고, 미
안하다고, 사장을 껴안아버렸어 그러고는 사장 이마에다가
입맞춤을 시작했다
쪽, 쪽, 쪽, 쪽, 쪽
도사견과 햄스터의 기름 충만한 콜라보…… 언제 끝
나…… 두더지 잡는 망치라도 있으면 휘둘러볼 텐데, 몇 번
씹지도 않고 위장에 전다란 족발이 다시 올라와서는, 문밖
으로 나와버렸지 둘 다 썩어버려!! 맥주 상자 뒤쪽에 서
서 담배를 피웠어 안쪽에서 이런저런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조금 있으려니까 누군가가 내 등을 두드렸지
선배님 저도 한 대만
아, 사회성 괴물 같은 녀석, 나까지 관리하려고 여기 나왔
구나 안면 근육 도해도 같은 게 있으면 네 얼굴 근육을 잘라
보고 싶어 나랑은 힘줄이 다르게 작동하는 것 같은데……
같이 담배를 피우며 신입 남자애는 말했지
우리 사장, 순수한 데가 있어요 그쵸? 여자들은 저런 남
자 좋아하지 않나
주먹 휘두르고 술 사주고, 등뒤에서 물어뜯고 족발집에서
울고, 넌 저게 사람으로 보이니? 이거 정체를 아직도 모르
겠어? 욱해서는, 나도 모르게 쏟아내고 말았지
……후회는 언제나 내 것, 내 성질은 항상 나보다 먼저 뛰
쳐나오는구나……
신입은 내 말을 듣더니 그냥 피식 웃었어 이 웃음의 의미
를 네가 모르지는 않겠지 그런 눈빛으로
선배도 대단하네요
응?
아니 그냥요, 걱정도 되고
뭐?
담부턴는 저도 꼭 데리고 나와요 여자 혼자 피우는 거 보
기 안 좋으니까
윙크를 남기고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버렸어.
오늘 같이 있어
박상수, 문학동네시인선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