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XBOX360으로 게임을 했을 때 느낀 변화는 체크포인트였다. 편리한 시스템이다.
저장에 대한 의무를 덜어주고 항상 최신의 상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스트레스가 없다.
현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체크포인트가 찍히면 다음 단계로 진행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체크포인트는 항상 코앞에 작은 당근이 매달려있는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작은 국면을 반복하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당장 닥친 문제만을 풀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면 되기 때문에 꽤 어려운 부분이더라도 약간의 반복 숙달로 넘어갈 수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텀이 짧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반면 다크소울의 화툿불은 체크포인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운 요소이다.
로그라이크 까지는 아니지만 실패의 대가로 많은 것을 지불해야했다.
항상 현재 상황을 강제로 기록하는건 체크포인트와 같지만 이는 실패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제나 재시작은 화툿불에서부터였고, 때문에 돈+경험치 요소인 소울을 잃고 사망패널티까지 떠안은채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을 맛봐야한다.
다크소울은 실패 횟수가 많게 설계된 게임일뿐더러 실패에 대한 패널티도 큰 만큼 이러한 시스템은 확실히 부담스럽다.
재시도로 도전할때마다 연속적인 몇가지 국면을 해쳐나가야하고 그 중에는 까딱 방심하면 다시 실패를 맛보게하는 것이 즐비하다.
다신 이길수 없을 것만 같은 지형과 적들이 늘어서 있으니까.
그렇게 반복된 실패, 매번의 사망 후에 같은 화툿불로 튕겨져 돌아올때마다 어떤 독특한 고립감을 맛보게 된다.
그마저도 꺼져가는 오직 이 화툿불 하나만이 세상에 허락된 단 하나의 온기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다크소울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특히 선호하는 건 1편의 화툿불, 전체 허브가 없고 빠른 이동은 중반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하나의 화툿불을 떠나기 어려워진다.
나에겐 처음 해본 소울시리즈인만큼 노하우가 없고 허들이 높았던 점도 있겠지만
돌아갈 장소가 없이 오로지 지금의 화툿불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그 고립감과
그래서 절실했던 화툿불의 온기가 주는 독특한 느낌이 나는 좋았다.
그렇다고 오로지 괴로운 것을 즐기는 취향이었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화툿불을 중심으로 조금씩 자기 공간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 기쁨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악의적으로 깔아둔 함정과 기습을 유유히 해쳐나가게 되고 도저히 이길수 없을 것같았던 적을 어느새 대수롭지 않게 이기게 된다.
복잡하게 얽혀있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던 길들이 내가 사는 동네처럼 익숙해져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경험치가 쌓여간다.
정말로 내가 이 세계에서 무언가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쩌다보니 넘어간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 힘으로 이 게임을 해나간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러고 나면 오로지 악의만이 가득한 외로운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너무나 멀리 와서 다시 돌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오래전의 장소가
바로 옆길을 통해서 드나들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기쁨과 굳이 그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행복.
항상 함께는 아니지만 나처럼 외로운 길을 가고 있는 존재들의 환영과 메시지,
그리고 어려운 국면에 남겨져 있는 흰 납석들을 보게 되면서 이 세계에도 온기가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더 차갑고 더 외로운 세상이기 때문에 작은 온기가 다 각별하게 다가온다. 어두운 밤일수록 더 멀고 작은 별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하나 하나 해쳐나왔을 때 저 앞에 새로운 화툿불이 보일때, 그 때의 기쁨과 안도감, 행복을 다른 무엇이 줄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체크포인트를 생각하면 편리하지만 그만큼 몸에 익는게 없는 시스템이다.
어떻게든 그 국면을 넘기면 그만이기 때문에 내 기량을 넘는 어떤 우연이라도 한번만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하드코어 병에 걸려서 베테랑, 전설, 매우 어려움으로 몇개의 FPS, TPS를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슈팅 게임을 잘한다고는 도저히 말할 자신이 없다.
이러한 게임에서 개인적으로 연출이 아닌 게임 플레이로 기억나는 국면은, 베테랑 마일하이클럽과 라암장군 전뿐이다.
베테랑 난이도 마일 하이 클럽에서 2층에 올라가는 시점에 체크포인트가 찍혔다면 그렇게 많은 시도가 과연 필요했을까?
그리고 지금도 치가 떨리는 감각을 기억할 수 있을까
다크소울1을 플레이한지 몇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계승의 제사장에서 불사의 교구, 병자의 마을, 비룡의 계곡의 길을 머리속으로 하나하나 그려볼 수 있다.
그것은 수많은 실패와 재시도, 샛길을 찾아다니면서 익혔던 긴 체험의 결과이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실패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비록 작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온기가 있는.
프롬게임 팬으로써 공감합니다!
프롬팬으로서 공감합니다 어렵게 길을 헤치고나가 화톳불을 찾았을때의 기쁨은 확실히 다른게임에서는 느낄수없는 기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