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게임은 일렉스 2.
전작은 다이렉트 게임즈 독점 한글이었는데, 이번 작은 아쉽게도 안 한글이다.
* 그래도 유저 패치가 존재한다.
다만 전작과 용어 통일이 안 된다거나 살짝 미완인 부분이 있는데.
게임을 싹싹 클리어 해 본 결과 한글화가 안 된 부분은 극히 적으니 안심하자.
* 외계의 습격자들을 막기 위해 여러 세력과 비비적 대는 오픈월드 RPG 게임이다.
전작부터 '빈티지' RPG라는 장르명을 미는데, 미학적으로 빈티지를 내세우는 게임은 아니다.
개발사가 무려 팔콤보다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티가 날 뿐.
* 게임 시작부터 충격적인데.
전작에서 한 결정들이 아무 것도 연계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전작의 로맨스 캐릭 중 하나와 뜬금없이 결혼을 했고 심지어 아들까지 있다.
살리거나 죽일 수 있는 캐릭터가 산 것이 정사로 낙점 지어지지 않나,
또 누구는 언급 하나 없이 등장 자체를 안 하질 않나,
특정 세력의 지도자가 엉뚱한 캐릭으로 바뀌어 있다거나,
전작에서 개고생한 주인공의 업적도 잊혀졌다며 억지를 부린다.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게임치고는 스토리 연결이 제멋대로고 강압적이란 말이지.
많이 아쉬운 부분.
* 전투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유의 어물어물대는 감각은 여전한데,
차이점이라면 특정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고 떼는 시스템이 없어졌다는 거다.
초반 난이도도 많이 낮아져서 이제는 걍 아무렇게나 공격 버튼을 연타해도 된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부분.
* 게임성은 전작과 거의 비슷하다.
이것저것 잡템 긁어 모아서 자원을 축적하고,
차곡차곡 성장을 하고,
퀘스트를 해결하고 선택에 따라 분기가 나뉘고,
전작에서 느꼈던 재미를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하면 할 수록 아쉬운 부분이 하나 둘 늘어나더라.
전작보다 섬세함이 많이 떨어진다.
* 우선 주인공이 각 세력의 도움을 얻으려는 계기가 막연하다.
저스티스 리그의 배트맨과 같은데.
우주에서 뭔가... 뭔가가 온다... 하면서 다짜고짜 도움을 얻으려고 한다.
명백한 실체가 없다.
밑도 끝도 없이 우주 세력이 온다며 도와달라고 땡깡을 부려댄다.
그래서 주인공이 타 세력을 찾아가 지원해 주세요 하면 지도자들이 ㄴㄴ하는데, 웃기게도 유저는 그 지도자들에게 이입을 하게 된다.
게임 초반에 웬 보라색 괴물들이 종종 나오긴 하는데, 연출적으로는 이게 우주적 위기라는 게 와닿지가 않아.
주인공이 망상에 빠진 느낌.
* 에셋이나 월드맵을 전작에서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왔는데.
나름 시간이 흘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지 지형이나 도시에 변화가 생겼다.
가령 무법자들의 도시가 있던 자리에 광전사의 도시가 들어섰다거나.
문제는 너무 바꿔서 여기가 전작에서 어디였다~ 하는 감각이 별로 없다.
물론 이건 전작에서 이렇다 할 랜드마크를 세우지 못한 탓도 있긴 할 거다.
* 동료 퀘스트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는데.
대놓고 뺑뺑이를 돌린다.
어디에 가서 조사해 보죠 -> 몹 몇 마리 잡기 -> 다음 구역으로 가서 조사 해봐야겠어요 -> 몹 몇 마리 잡기 ->
또 다음 구역으로 가보죠 -> 몹 몇 마리 잡기 -> 시발련아 조사 언제 끝나 -> 다음 구역으로...
이 짓을 너 다섯 번을 반복한다.
짤막한 이야기를 몬스터를 여러 마리 잡는 걸로 뻥튀기를 해놨다.
거점에 들렀는데 동료들이 퀘스트 준다고 달려올 때는 아주 그냥 호러가 따로 없다.
* 주인공이 보라 괴물에게 물려서 병에 걸렸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이 플레이에도 영향을 끼친다.
작중에서는 블랙 아웃이라고 칭하는데.
어떤 식이냐면,
퀘스트 하느라고 NPC와 대화 중인데 주인공이 갑자기 으으으... 하면서 옹알이를 막 하더니 엉뚱한 곳으로 워프를 한다.
이 짓거리를 시도때도 없이 하는데 진짜 미치는 줄.
예전에 파크라이5에서 주인공이 강제로 납치 당하는 연출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오백배는 더 짜증난다.
아니 시발 뭔 몽유병이냐고.
* 확대 해서 보자.
이런 식으로 갑자기 방언이 터지더니 멀리로 워프한다.
아조다... 이모테가... 알모소... 인솔레스타...!
* 전편의 이야기를 회상 형식으로 짬짬이 보여주는데, 타이밍이 되게 이상하다.
굳이 안 보여줘도 될 장면만 기가막히게 골라서 회상하는 느낌.
* 전작에서는 세계가 멸망하기 직전의 상황을 문서를 통해 보여줬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런 게 없어서 아쉬웠다.
또 똑같이 멸망 전의 모습을 문서로 묘사하면 성의 없을 순 있지.
근데 이번 편은 문서 자체가 많이 없고 재미난 것도 별로 없다.
금고 비밀번호도 전작에서는 구역 내에 힌트를 줬었는데 이번 편은 해킹으로(숫자 야구) 대부분 퉁쳤더라.
이런 식으로 곳곳에서 전작보다 섬세함이 떨어진다.
* 중소 기업 게임이니 후속작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없다는 건 안다.
아니 뭐, 회사 규모가 팔콤보다 작다는데 어쩔 거여.
감안 할 수 있다.
감안 할 수 있어.
근데 메인퀘 재미 없고, 동료퀘는 노가다 같고, 뭔 ㅂㅅ 같은 설정을 넣어서 몽유병 걸리게 만든 건 감안해줄 수가 없다.
심지어 섬세함은 더 떨어졌어!
* 애초에 유명한 프렌차이즈도 아니고, 발매 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도 아니니까.
전작을 해본 사람들이나 하겠지.
전작 해본 사람들이 일렉스2에 획기적인 그래픽 변화나 엄청난 전투 시스템, 뭐 이런 걸 원할까?
오밀조밀하게 엮이고 이어지는 퀘스트의 재미를 바라겠지.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근데 가장 강점이어야 할 부분에서 기스를 낸 건 사정이 어쨌든 큰 감점 요소다.
퀘스트마다의 완성도는 제각각이지만 저점 낮은 건 엄청 낮은데 고점은 전작보다 높은 게 없다는 게 아쉽다.
전작의 인피니티 스카이의 실체를 밝혀내는 급의 퀘가 하나만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 마냥 장점이 없지는 않다.
전작의 미칠 듯한 하드코어함을 완만하게 잘 깎았고, 수많은 서브퀘들은 여전히 흥미롭고 몰입감이 넘친다.
전작은 스팀 리뷰 보면 다크소울까지 꺼내올 정도로 초반 장벽이 높은데, 반면 이번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제트팩.
전작에서는 느릿느릿 수직 기동만 가능했는데 이번 작에서는 수평 고속 이동까지 가능해졌다.
업그레이드를 하면 할 수록 쾌적함이 다르다.
제트팩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
* 게임을 사놓고 한참을 안 하다가 몇 달 전에 소식을 들었다.
개발사인 피라냐 바이츠가 해체 되었다는 소식을 말이다.
실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주인공의 모험은 2편에서도 끝이 안 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온다... 하는 식으로 3부를 예고한다.
* 마이너하고 단점도 (존나)많고 ㅂㅅ 같은 게임이지만... 그래도 끝은 보고 싶었건만.
기회가 된다면 3편이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요약 - 흙수저 오픈월드 2탄.
(장점)
* 방대한 오픈월드.
* 풍부한 분량(70시간 걸림).
* 분기에 따라 결과가 나뉘고 연계되며 착실하게 진행되는 퀘스트들.
* 늘어난 유저 편의.
* 완만해진 난이도 곡선.
* 쾌적해진 제트팩의 편의성
* 괜히 신경 쓰이게 했던 냉혹함 수치가 없음(폭력적 수치가 생겼으나 전개와는 크게 상관이 없음).
* 물이랑 유리 그래픽 좋아짐.
(단점)
* 여전히 못난 그래픽, 딱딱한 모션, 다 똑같이 생긴 NPC 얼굴.
* 음악이 상황에 따라 뚝뚝 끊김.
* 막연하고 재미 없는 메인 스토리.
* 반복 노가다에 가까운 동료 퀘스트.
*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작과의 스토리 간극.
* 고유명사가 늘어나서 나중에 가면 뭐라고 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감.
* 나름 전작의 영웅인데 모든 세력이 주인공을 너무 하대함.
* 전작과 거의 동일한데 미묘하게 섬세함이 딸리는 게임성.
* 성장 속도가 엄청 느림.
* 강제로 워프시켜서 흐름을 끊는 블랙아웃 설정.
* 후속작을 예고하는데 회사가 망함.
* 한글 패치가 개인이 제작한 거라서 아쉽게도 전작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짐.
* 크래시가 종종 일어남.(로컬 파일 안의 다이렉트 11인가 하는 거 삭제하면 좀 나아짐)
* 사막, 용암 지대가 사라져서 지역적 특색이 줄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