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 나라 8개는 부족하니 한국을 달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 제목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 출시일 | 2021년 10월 28일 |
| 개발사 | 렐릭 엔터테인먼트 | 장르 | 전략 시뮬 |
| 기종 | PC | 등급 | 12세 이용가 |
| 언어 | 한국어 지원 | 작성자 | 도담무무 |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하 RTS) 장르의 전성기였죠.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야 두말할 필요 없고, 워크래프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커맨드 앤 컨커, 임진록, 천년의 신화, 쥬라기 원시전, 삼국지천명, 킹덤 언더 파이어, 엠파이어즈 등등 RTS 게임이 마구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필자는 이 무렵에 처음으로 ‘집컴’을 가지게 됐고, 자연스레 RTS 장르 마니아가 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는 필자에게 매우 각별한 게임인데요. 이 게임으로 역사 공부에 흥미를 느꼈고, 시간이 흘러 대학원 진학이라는 무시무시한 결단을 내리게 됐죠. 한마디로 삶의 이정표가 된 게임입니다.
이처럼 슬픈(?) 사연이 깃든 게임인 만큼, 후속작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를 손꼽아 기다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한 10월 29일, 솔직히 그래픽은 출시 전 소개 영상에서 봤던 것보다도 수준이 낮은 느낌이어서 마음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캠페인을 넘어 멀티플레이까지 즐기다 보니 어느새 수 십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
역사 다큐멘터리를 사면 게임을 드립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에는 잉글랜드, 프랑스, 중국, 신성 로마 제국, 몽골, 루스, 아바스 왕조, 델리 술탄국 등 총 8개 세력이 등장합니다. 이 중 프랑스, 잉글랜드, 루스, 몽골 4개 세력은 싱글 플레이 캠페인이 존재하죠. 러시아의 모태가 모스크바 대공국 형성을 다룬 루스 캠페인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노르만 왕조, 프랑스 백년전쟁, 몽골의 세계정복 등 낯설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세력은 총 8개입니다
미션 진행 방식은 세력별로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3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시간차를 두고 벌어졌던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재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헤이스팅스 전투, 칼카 강 전투 같은 굵직한 사건은 물론, 30인의 전투처럼 소소하지만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일들도 미션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게임하면서 역사 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인데, 아쉬운 부분은 극적 연출이 전무하다시피 해 좀 딱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캠페인 미션 플레이 자체는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빈틈을 메워주는 요소가 있긴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미션 플레이보다 재밌는데, 바로 캠페인 막간에 해금되는 다큐멘터리 영상입니다. 본 다큐멘터리는 미션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의 배경과 전개, 당시의 시대상 등을 담고 있는데, 게임의 부가 콘텐츠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죠. 지금 당장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이나 지상파를 통해 TV에 방영되더라도 위화감이 없을 것입니다.

미션 플레이와 다큐멘터리, 두 가지만 놓고 보면 다큐멘터리가 본편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는 영국, 프랑스, 몽골, 중국 등 미션과 관련된 장소들의 현재 모습을 다각도에서 촬영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CG 활용, 실제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 등으로 과거의 역사적 상황을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죠. 건축물, 무구류, 풍습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등장해 내용을 설명하고, 시연까지 합니다. 보다 보면 부가 콘텐츠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역사 RTS라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긴 합니다.

사슬 갑옷 제작 과정도 볼 수 있습니다
드디어 진짜 유목민이 된 몽골
캠페인으로 게임에 적응했다면, 다음은 전세계 유저와의 멀티 대전입니다. 멀티플레이 대기실에 입장하면 입장 가능한 매치 목록이 뜨는데, 지역정보를 보면 한국(koreacentral), 서유럽(westeurope), 동남아시아(southeastasia) 등등 세계 각지의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끔 자국어로만 채팅을 하는 유저들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만 빼면, 아무 지역의 매치를 입장해도 끊김없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여느 RTS 게임처럼 ‘뉴비’를 찾는 매치가 많았죠.
플레이어는 총 8개 세력 중 하나를 골라 매치에 임하게 됩니다. 숫자상으로는 ‘적다’라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그 대신 각 세력 별 개성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각 세력은 고유 유닛과 추가 특성은 물론, 자원 채취, 시대 발전, 건물 배치 등 매우 광범위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세력을 선택할 경우, 자원 캐는 방법조차 몰라 헤맬 수도 있으니 사전 숙지가 필요합니다.

중국 고유 유닛 관료. 세금을 거둬 금을 벌거나, 일꾼들의 작업 효율을 개선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유닛입니다
예를 들어 몽골의 경우 게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양고기로 식량자원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농장을 건설하지 못하는 대신, 양떼를 생산하는 목장이 있기 때문이죠. 또한 시대 발전에 필요한 랜드마크 포함 모든 건물이 이동 가능하며, 석재의 채취 및 활용 방식도 다른 세력과 상이합니다. 현실 유목민 같은 플레이가 가능해진 셈이죠. 루스 역시 만만치 않게 독특한 세력인데, 동물을 사냥하면 금을 얻게 되지요. 그래서 루스 유저와 게임을 하다 보면 사슴들이 떼죽음당한 채로 들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농경민족이 됐던 몽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죠
또 한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벽의 재발견’입니다. 2편에서는 멀티플레이에서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건물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꽤 실전성이 있는 건물이 됐습니다. 단순하게 적의 진로만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을 성벽 위에 올리거나 공격력을 갖춘 부속 타워를 덧붙여 반격까지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실제로 멀티플레이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맵에서 너나 할 거 없이 성벽을 짓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성벽을 중심으로 한 공성전이 상당히 많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토대로 게임 초반부터 후반 이전까지는 굉장히 다양한 양상을 띄면서 전개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4시대에 이르게 되면 대부분 세력의 군대가 화약무기 중심으로 편제되는데요. 높은 돌 성벽과 중무장한 병사 모두 다수의 화약무기에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죠. 실제 역사적 상황과 얼추 맞기도 하면서, 화약무기 공격 연출의 비주얼과 사운드 모두 좋은 편이라 화력전의 즐거움을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다만, 후반으로 가면 전략이 획일화된다 느껴져 조금 아쉽기도 했죠.

화약무기와 중무장 기병 조합은 강력합니다. 그래서 프랑스가 1티어죠

중국의 일와봉총도 대인전에서 압도적 성능을 자랑합니다
한국만 나오면 ‘갓겜’ 완성?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의 정가는 5만 9,900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 PC게임인 만큼 게임패스로도 즐길 수 있죠. 최근 조금씩 오르고 있는 패키지 게임 가격을 고려하면 꽤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그래픽 완성도에 한번 실망하고, 8개에 그친 등장세력과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모드 지원 등이 ‘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사람에 따라 비싸다는 느낌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역도 덜 만든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단계에서도 6만 원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후지원만큼은 유, 무료 업데이트 상관없이 꾸준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각 세력마다 특징이 강조된 만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력이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등장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설마 한국이 안 나오지는 않겠죠?
작성 도담무무 / 편집 :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