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 게임은 특별한 끌림이 있다. 보통의 매력적인 게임 장르가 다 그러하지만 다른 장르로는 대체할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특별한 재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AI 가 아닌 사람과 의사소통하며 협력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악몽이 되기 쉬운 조별과제가 재미있고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물론, 게임에서도 조별과제의 악몽은 쉬이 일어난다).
때문에 협동 게임들이 견고한 팬층을 형성하고 또한 나름의 문법을 가지게 되는 일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두자릿수가 넘어가는 대규모 멀티 플레이는 협동 게임이라는 테두리 안에 넣지 않는다. 대략 서너명, 많아봤자 6명 정도가 최대인 규모 하에서 각각의 플레이어가 독립적으로 완료할 수 없는 메커니즘을 소통, 분업, 협력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협력 게임인 셈이다.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렉션’ 은 모두 알고있듯 경쟁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 에서 출발했다. 일종의 시즌 이벤트였던 아웃브레이크 모드의 반응을 본 유비소프트는 독립적인 게임을 발표했다. 직접 당시 플레이했던 입장에서는 그렇게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가 새롭게 정립한 매우 재미있는 건 플레이를 PVE 라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에 활용하는건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고, 가능성은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아웃브레이크 모드를 내놓을 때부터 대략적인 계획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이 게임은 단순히 아웃브레이크 모드를 잘라낸 것이 아니다. 충분한 고민을 거쳐 플레이 변화를 추구한 괜찮은 독립작이자 확장판이다. 완전히 새롭고 충분한 또다른 AAA급 타이틀의 시발점은 아니지만, 충분히 돈값을 하는 독립작이다.
■ 5대5 대항전이 3인 조별과제가 된 과정
‘익스트렉션’은 그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그저 ‘아웃브레이크’ 모드의 개선판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게임을 더 들여다보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디테일한 고려가 들어가있음을 알게 된다.
각 게임 한판은 3개의 스테이지로 나뉘어 있으며 스테이지마다 제각각 다른 목표를 부여 받는다. 어째 3, 그리고 3의 배수가 많이 보이는 게임 답게 3명의 대원이 여기에 투입되며, 각 스테이지는 저마다 탈출 지점과 다음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에어록(3스테이지 제외)을 가지고 있다. 미션은 다양하다. 들키지 않고 둥지에 태그 5개를 부착하거나, 정예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또는 생포하는 등 미션마다 확연히 다른 플레이 중점을 요구한다.
무기에는 소음기를 달 수도 있고 적의 청각과 시각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낳기에 노출도를 적절히 신경 써야한다. 반면에 은신이 의미가 없는 상황, 속칭 플랜 B 상황의 경우에는 닥치는대로 몰려오는 적을 쏘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그 근원이 되는, 아키언을 계속 뱉어내는 활성화된 둥지를 파괴하거나 적마다 다른 리액트 테크로 대처하며 전투를 펼쳐야 한다.
눕는 순간 튀김기에 들어가게 된다.
‘익스트렉션’은 협동게임의 왕도적인 구성에 약간의 로그라이크 감성과 3인 협동 요소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현했다. 혼자서 플레이하는게 가능하고 종종 그렇게 플레이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3인 협동을 하게 되면 게임이 획기적으로 편해지고 복잡한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게 되며, 3인 일체의 플레이가 더욱 필요한, 또는 여럿이서 속도전으로 해치울 수도 있는 일부 미션(둥지 추적, 삼각 측량 등)도 있다.
파괴 가능한 벽 너머의 적은 라이트로 투사된다.
핵심 플레이 구조 자체는 아웃브레이크 모드를 토대로 한 ‘GTFO’ 를 떠올리면 되므로 길게 설명할게 없다. 다만 ‘시즈’ 를 기반으로 생각한다면 플레이의 중심을 PVP 에서 PVE 로 옮기면서 각 대원들의 능력 및 건 플레이 로직 같은 ‘시즈’ 의 기본 플레이나 기존 설계들이 많이 달라졌다. 전반적으로 대원들의 전투력은 지극히 한쪽으로 극단화되어 있는 ‘시즈’ 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확장성과 데미지 측면에서 많은 상향을 받았다.
대원들의 능력이나 총기를 그대로 옮겼다면 아웃브레이크 모드처럼 불완전한 플레이가 되었을 테지만, 모든 능력과 총기가 조정됨으로서 제법 협동 PVE 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예를 들어 ‘시즈’ 의 총기 성능 척도는 빠른 TTK 와 반동, 집탄률 등이었고 장탄량과 단발 데미지 등은 비교적 그 중요도가 낮았다. 때문에 히바나의 89식 등의 총기는 빠른 연사와 훌륭한 집탄률로 고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반대로 ‘익스트렉션’ 에서는 20발의 적은 장탄량이 가지는 단점이 크게 부각되고, 빠른 연사는 이 문제를 돋보이게 한다. 때문에 현재 ‘익스트렉션’ 에서 고평가를 받는 무기는 HK417 같은 단발 데미지가 높거나, 기관총류 처럼 데미지와 장탄량을 모두 챙기거나, 아니면 L85 처럼 모든 면에서 무난한 총기들이다.
능력들도 이 게임에 맞게 조정되어서 라이언은 모두 성장시키면 무려 30초간 지속되는 탐지 파동을 보내고, 예거의 ADS 나 엘라의 충격탄은 서서히 충전된다. 슬레지의 망치는 기절을 유발한다. 이처럼 ‘시즈’ 에 적용되었다면 사기 소리를 들을 만큼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 덕에 적절한 밸런스, 성능과 강점을 발휘한다.
이런 변화는 개발진이 기존 ‘시즈’ 에서의 플레이를 어떻게 ‘익스트렉션’ 으로 옮겨야 재미있고, 효과적인가를 충분히 고민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아웃브레이크 모드는 ‘시즈’ 의 건 플레이 그대로였기 때문에 PVE 에서는 애매한 점이 많았다. 특히 총기 밸런스, 적의 타입 등등. 그러나 ‘익스트렉션’ 은 여러 조정을 거친 덕에 거의 모든 대원이 쓸모 있고 저마다의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며 플레이는 재미있다.
1. 함부로 발포하지 말 것. 2. 발포한다면 총알을 아끼지 말 것.
적들인 아키언들의 설계도 단순히 달려와서 때리는 좀비 수준이었던 아웃브레이크 모드의 키메라에서 훨씬 나아가 여러 병종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둥지를 비롯한 여러 메카닉이 숨어있다. 둥지와 아키언 개체는 서로 다른 메카닉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플레이어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키언 개체는 모두 다른 방식의 공격, 약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아키언 개체의 숫자는 적지만 적절히 구별되는 외형, 확연히 다른 특징, 플레이어가 대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약점 설계 등 여러 면에서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나왔던 협동 게임 ‘백 4 블러드’ 는 지키지 못했던 부분이다. 물론 두 게임의 지향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익스트렉션’ 의 협동은 여러 게임을 생각나게 한다. 가장 가까운 표본은 ‘GTFO’ 겠지만 같지는 않다. 그에 반하는 요소도 많으며 다른 게임의 요소와 어우러져 종합적으로 ‘익스트렉션’ 만의 플레이가 만들어지기 때문. 은신과 엄폐를 포함한 ‘발각’ 을 주의해야 하고 그럼에도 총을 꺼내야 할 때는 망설임 없이 꺼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 대처를 중시하는 플레이, 맵이 여러 구획으로 나뉘어 있고 순차적으로 정해진 목표를 위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험 기반 등 ‘익스트렉션’ 은 분명하게 이 게임에만 통하는 법칙과 플레이를 학습하고 실행하기를 요구한다.
게임의 콘텐츠는 4개의 맵, 그리고 주마다 바뀌는 과제 미션과 대혼란(또는 대환장) 프로토콜이 있다. 과제(첫주엔 파상 공격)는 일종의 짧은 주간 퀘스트에 가깝고, 기본적으로 4개의 맵을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대혼란 프로토콜을 도전하는 식이다. 물론 당장 난이도는 마지막 맵인 트루스오어컨시퀀스가 가장 어렵지만, 보상 면으로나 지금까지 플레이의 집대성이라는 면으로 보단 대혼란 프로토콜이 이 게임의 엔드 콘텐츠를 담당한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엔드 콘텐츠의 위치에 있는 대혼란 프로토콜.
대혼란 프로토콜은 그냥 기존의 플레이를 늘인 것 같지만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대혼란 프로토콜의 9스테이지는 필드와 미션이 고정된 순서로 등장하고, 또 스테이지 안의 대략적인 배치(오브젝트 위치, 변이 등)도 완전히 동일하다. 즉, 계속해서 반복 플레이하면서 외우고 적응하면서 이 진행 방식에 최적화를 해나가는 식이다.
게임의 많은 부분이 생각보다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종종 보인다. 한가지 예로 경계 시스템이 있다. 이 경계 시스템은 둥지와 일반 아키언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소음, 시야, 데미지 등에 각각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플레이 측면에서 신경쓰고 알게된 지식을 활용하는 플레이로 이어진다.
이런 교착 상황에도 몇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스모크 또는 노매드 또는 닥돌.
둥지는 자체적으로는 플레이어를 발견하거나 반응하지 못하지만, 다른 아키언들의 포효에 반응해 경계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아키언을 생산해낸다. 아키언들의 반응 방식도 단지 플레이어가 소리를 내거나, 보기만 해도 작동하는게 아니라 1차적으로 소리는 주의는 끌지만 포효를 유도하지는 않으며, 포효는 오직 아키언이 플레이어를 직접 보고 확인했을 때만 발동한다. 그러면서도 포효를 내지를 때에도 포효가 완료되기 전에 아키언을 처치하면 주변이 경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 외에도 몇가지 디테일한 주의점이 더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활용하여 플레이 중에 여러가지 옵션을 사용해보거나 신경을 쓸 수 있다는게 재미를 준다. 애초에 소리로 아키언의 주의를 끌지 않는 소음기 사용이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포효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는 점에서 소음기 없이 적을 처치하기만 해도 되고, 그러면서도 또 너무나 많은 적이 몰리면 화력이 좋아도 포효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적절히 상황을 파악하면서 무장과 대처를 맞춰나가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처럼 이 게임은 독자적인 플레이 로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특징들이 합쳐져, 각 미션마다, 몬스터의 배치마다 이동 동선, 교전 수칙을 정하고, 때로는 교전을 아예 피하고 미션을 클리어할 수도 있으며, 특정 리액트 테크가 꼭 있어야만 싸우기 수월해지는 아키언들이 있고(스매셔에게는 마비, 터멘터에게는 방벽 처럼) 점점 게임을 익혀나갈수록 게임이 수월해진다. 당연하다. 그런 게임이니까. 하지만 그 과정이 제법 건실하다.
■ 전우조 또는 조원,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
한가지 ‘익스트렉션’ 만의 특이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대원의 체력을 관리하는 일종의 경영 요소가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 플레이 내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단은 전무하며 모든 회복 수단은 임시 체력으로 전환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정 수치 이하로 체력이 내려간 대원은 다음 미션에서 사용할 수 없다. 즉, 대원의 실 체력은 단순히 인게임에서의 자원일 뿐만 아니라 어떤 대원을 투입할 수 있는가 하는가를 관리하는 경영 자원으로도 취급된다.
이런 상황을 겪다보면 정신이 나가버린다.
여기서 나아가 단순히 체력이 깎인 수준을 넘어 미션에서 귀환하지 못한 대원이 생기면 즉시 MIA 처리가 되고 다른 대원을 투입해 MIA 대원을 회수하는 임무를 완료해야만 다시 그 대원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소 몇가지 대원은 꼭 돌아가며 사용하게 되며, 대원의 체력관리가 부실하게 되면 종종 주력 대원이 죄다 MIA 가 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심지어 MIA 대원이 발생하면 내 계정 레벨이 다운되며, MIA 대원을 되찾아야만 복구할 수 있다. 만약 MIA 대원을 구출하는데도 실패한다면, 굉장한 패널티를 감수하면서 활동 불가 상태로 돌아온 대원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나름 재미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 부분은 이 게임에서 협동을 더욱 강조하는 요인이 되고 그만큼 공방, 트롤러들을 기피하는 더욱 확실한 이유가 된다. 알래스카나 트루스오어컨시퀀스 같은 고난이도 스테이지에 나는 이걸 꼭 깨겠다는 일념으로 최고 대원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 갔다 하더라도, 트롤러 한명에 의해 팀이 박살나면 그 대원이 MIA 가 되는건 순식간이다. 때문에 공방에서 팀원이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귀환대 앞에서 총알 연타 핑 연타를 하며 귀환 버튼을 누르는건 상식이 됐다.
협동 게임의 재미는 항상 양날의 검과 같다. 팀워크가 잘 이루어진다면 다른 게임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재미를 주지만 반대로 팀워크가 개판이라면 역시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던 엄청난 불쾌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익스트렉션’ 커뮤니티에서는 공방 트롤러 대처법 같은게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게 제 잘못인가요 유비 선생님?
이는 거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한 번 씩은 경험하게 되는 불쾌한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MIA 대원을 회수하러 갈 때에는 그냥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싱글 모드로 최저 난이도로 조절해 예거를 들고 가서 회수 미션을 하는게 속편하다. 잘 키운 ADS 가 사람보다 낫다. 정말이다.
때론 혼자가 속 편하고 효율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위에서 말했듯 MIA 회수는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이것 또한 일종의 팁에 가깝기에 모르는 플레이어들은 끊없는 고통의 굴레에 빠지게 되곤 한다. 공방에 들어갔는데 MIA 회수 임무가 있다는 것(즉, 이중 한명은 이전에 MIA 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플레이를 기피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분명 체력과 MIA 를 비롯한 대원 관리 시스템은 이 게임의 특징적인 부분이고 플레이 타임을 늘리며 나름 재미를 주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폐단도 상당하다. 그리고 아직 발매 초기인 만큼 게임이 불안정한 탓에 튕기게 되면 5분 간의 매칭 패널티를 먹이고 MIA로 만들어버리는데, 그게 정말로, 정말로 화가 난다.
결국 가장 궁극적인 해결법은 나와 비슷한, 성향과 실력이 맞는 전우를 구해 플레이하는 것. 하지만 그게 쉽다면 협동 게임이 가장 메이저한 장르가 이미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정말 끝내주는 조별과제다. MIA 를 F 학점으로 인한 재수강 정도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처럼, ‘익스트렉션’ 은 최초 기대보다 넓고 꽤 깊이를 만든 게임임에도 아쉽게도 이 게임의 한계도 너무나 명확하다.
이 게임이 가진 한계점은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 라는 원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또는 벗어날 수 없었던) 슈팅 플레이, 전반적으로 캐주얼과 코어의 사이를 적절하게 노리고자 한 콘텐츠 디자인, 명확히 상한선을 설정해둔 성장 요소 등이 그 원인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전반적인 의도는 너무 코어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중간점을 노린 것이 분명하다.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렉션’ 은 분명 이 게임만의 룰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그것을 요구한다. 소음기 문제, 경계 시스템의 이해, 각종 맵의 지리를 익히고 미션마다 최적화된 루트와 공략법을 숙지할 것 등등. 그러나 그렇게 게임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나면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퍼레이터는 10레벨이 상한선이고, 엔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대혼란 프로토콜은 일주일 로테이션마다 맵 순서, 미션 순서 및 오브젝트 배치가 완전히 동일하다. 일반 스테이지도 새로운 룰을 도입하기보다는 훨씬 강한 개체를 다수 추가하는 식으로 난이도를 높인다.
이정도 했다면 이 게임을 다 한거다. 당장은.
그래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적/체험적 상승은 생각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상한선에 이르게 된다. 즉 쉽게 말해 “할거 다 했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너무 갑작스럽게 확고히 찾아온다. 오퍼레이터 10레벨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성할 수 있고, 주사용 캐릭터를 포함해 대부분의 대원을 10레벨을 찍고 트루스오어컨시퀀스도 플레이하며 연구를 채운 다음 대혼란 프로토콜에서 다이아 또는 플래티넘 정도를 달성하고 나면 이 게임에서 할만한 콘텐츠는 다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30~40시간 정도가 걸리고, 그정도면 가격대에 비해 충분한 플레이 타임과 재미를 보장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게임의 코어 플레이가 충분히 좋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 콘텐츠를 쌓아나가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로그라이크 요소를 최소한만 집어넣어 변수는 있는듯 없는듯 하고, 성장은 그저 레벨만 올리면 되니 좀더 복잡하게 게임이 분화될 여지가 없어진다.
별개로 상점은 정말로 이용하기 불편하다.
물론, 이 자체 만으로는 이 게임을 저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이 게임의 가격은 기존 AAA게임의 2/3 수준이고 애초에 한 게임의 이벤트 모드에서 출발했음을 감안한다면 그 틀 안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게임의 상품으로서의 완성도(버그, 서버 등)의 문제는 있지만 그를 제쳐두고 나서 플레이적으로 이 게임의 기본 자체가 잘못되었고 덜만들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그 양이 좀 부족할 뿐.
■ 기반은 검증 완료, 이제 확장이 더 필요하다
‘익스트렉션’ 의 이런 게임 확장에 대한 아쉬움은 추후 보완될 수 있고, 또는 DLC로 채워 넣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개발진이 과한 욕심을 부리다 게임의 전체적인 열화가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추측컨대 개발진은 무작정 큰 볼륨을 추구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볼륨을 줄인 뒤 그 안에서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만들고자 했던 듯 하다. 아무래도 유비소프트 및 판데믹이라는 사정과 게임 자체가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출발한 점, 출시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일종의 유비소프트 내에서는 소규모 게임이었다고 보는게 맞겠다.
결론적으로 그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고 본다면, 이 게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물론 그런 사이드 프로젝트로 출발했음에도 충분히 괜찮은 짜임새를 가지고 있고 확장성이 있어 보이는데도 콘텐츠의 볼륨이 적은 것은 상당히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더 많은 공을 들였다면 200시간 정도 플레이할 수 있을 법한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익스트렉션’ 은 충분한 확장성을 갖췄지만 게임 자체가 그 스스로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억제된 케이스다. 일종의 CPU 컷칩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여러 방향으로 콘텐츠, 시스템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대혼란 프로토콜 다이아 클래스를 위해 3일 간 트라이를 했는데 마침내 그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 느낀 쾌감은 어느 게임 못지 않았다.
향후 DLC 등의 확장을 위해 약간의 비용을 더 내더라도, 이 게임이 여느 AAA급 타이틀 못지 않은 볼륨을 갖추었으면 한다. 현재 45시간 가량을 플레이했는데 일단 4만4천원의 값 치고는 합격이다. 하지만 협동 게임으로서 이 게임은 더 성장할 수 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