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 세계관/스토리 총정리 4부
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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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창세기전 1&2- 창세기전 외전 크로우-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창세기전 3 part 1■ 창세기전 스토리 총정리 4부 - 현재 페이지 ●- 창세기전 3 part 2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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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 행성에 아수라가 꽂히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같은 자리에 마침내 시공간을 도약한 라이트 블링거가 불시착했다.
무사히 아르케로 도착한 라이트 블링거
라이트 블링거의 메인 컴퓨터 '지그문트'는 미리 프로그래밍 된 대로 동면 장치에 들어가 있던 승무원들을 필요에 의해 순차적으로 하나씩 깨워가기 시작했다.
사실 라이트 블링거를 설계한 지그문트 박사 역시 베라모드의 의지를 가지고 철가면과 살라딘 일행을 유도해온 인물이었다. (지그문트는 시즈 또는 암흑신이었을 것이라 추측되고 있다.) 라이트 블링거가 미래의 리치 행성이 아닌 아르케 행성으로 날아오게 된 것도 역시 지그문트의 의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의 의도대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지그문트
지그문트 외에도 라이트 블링거의 많은 승무원들이 아마도 시즈였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이렇게 먼저 깨어난 자들은 마검 아수라가 있던 그 자리에 모노리스 유적을 만들고 베라모드의 계획 대로 아르케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들 시즈들은 앞서 시안처럼 스스로를 인지한 경우도 있지만 자각하지 못한 채 행동한 자들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수라가 꽂힌 자리에 만들어진 모노리스 유적
아르케력 23만 7천 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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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는 다시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 대우주 개척 시대에 들어갔다. 파괴되었던 리치 행성 역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여 총 여덟 개의 항성계에 인간의 거주가 확보되었다.
인류는 성단의 이름을 안타리아라 이름 붙였다.
당시 성단의 정치적 중심지이자 인류의 고향인 아르케에서는 중앙 정부 아르케 12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성단 전체를 지배했다. 이들 중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를 베델리른이라 불렀으며, 나머지 11인은 각각 성단 전체에 흩어져 각 항성계를 지배하는 베델이라 불렸다.
성단을 지배하는 권력층들
베델들은 각각 아델룬이라는 정부군을 거느리고 그들의 지휘관을 하이델룬이라 불렀다. 퉁 파오의 하이델룬은 아슈레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20년 전 변두리 행성의 노예로 지내다가 자신의 연인 미셸과 함께 끌려온 것이 계기가 되어 퉁 파오의 부관까지 올라오게 된 자였다. 하지만 퉁 파오는 미셸을 보란 듯이 육노예로 쓰는가 하면 아슈레이에게도 매번 매질을 하며 사냥개 취급만 해왔다. 때문에 아슈레이는 그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증오가 더욱 컸다.
퉁 파오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부관 아슈레이
퉁 파오는 성단 시민들을 ESP에 따라 계층을 나누어 하층민들을 오랜 시간 핍박해왔다. 당시 아르케는 이른바 영자력 혁명이 일어나 흔히 기, 초능력, 영혼의 힘 등으로 불리던 선천적 생체 에너지를 영자력 또는 ESP라는 과학적 형태로 측정 및 활용이 가능한 시대였다. 정부군이 핍박이 점점 심해지자 시민들은 급기야 글로리를 중심으로 아르케 저항 조직 ROD(레이지 오브 다크)를 결성했다.
ROD의 주요 핵심 멤버는 루크랜서드(훗날 번개의 카라트), 디에네 라미엘(훗날 정의의 디에네), 리차드 레마르크(훗날 혼돈의 데이모스), 엠블라(영자 과학자), 시빌라(레마누 교단의 예언가) 등으로 구성되었다.
글로리 항성의 베델 손 나딘은 이들 저항 세력을 표면적으로는 제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퉁 파오의 통치에 불만이 있던 자였기에 변혁의 기회를 보고 있었다.
정부 저항 조직 ROD의 주요 멤버들
한편 베델 중 한 명이자 물리 과학자인 프라이오스는 그의 딸 엠블라와 함께 아르케의 모노리스 유적을 조사하다가 라이트 블링거를 발견했다. 그들은 비록 암호화된 라이트 블링거의 메인 컴퓨터에는 접근할 수 없었지만 대신 함선 내에 동결되어 있었던 알바티니, 셰라자드를 발견했다.
곧 프라이오스의 동면 장치 조작에 의해 알바티니가 깨어났다. 그는 셰라자드와 달리 암흑혈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 깨어날 수 있었다. 대신 기억을 잃은 알바티니는 프라이오스로부터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새로 부여받고 그의 양자로 살아가게 된다.
미래의 시간에서 데미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알바티니
그러나 이들 프라이오스 가족은 그리 화목하지는 못 했다. 프라이오스를 위해 평생을 바쳐 연구를 해온 영자 과학자이자 그의 아내 아이린은 남편의 무관심 속에 결국 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딸 엠블라마저도 아버지와 의절했다. 프라이오스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조차 나타나지 않은 탓이었다.
한때 화목했던 프라이오스와 아이린, 그리고 딸 엠블라
사실 프라이오스가 라이트 블링거에서 발견한 것은 알바티니와 셰라자드 뿐만이 아니었다. 살라딘, 크리스티앙, 죠안의 동면 장치 역시 프라이오스에게 뒤늦게 발견되어 그의 연구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얼마 후 닥터 K란 괴짜 과학자의 의뢰에 의해 그들 셋은 우주용병 길드 수송선 블루버드 호에 실리게 된다. 닥터 K의 목적은 프라이오스의 모노리스 연구 자료를 빼돌리는 것이었다.
닥터K는 길드에 무언가를 의뢰하기에 세간의 신용과 평판이 매우 좋지 않은 괴짜였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 과학자인 리차드의 직인을 도용해 우주용병 길드 스트라이커스에 의뢰해야 했다. 즉 살라딘 일행은 의뢰자 리차드의 이름으로 블루버드 호에 실리게 된 것이다. 물론 닥터 K로써는 블루버드 호에 무엇무엇이 실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프라이오스의 연구 자료들을 스트라이커스 길드원들이 무작위로 쓸어 담은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닥터 K의 본명이 베라모드라는 것이다. 그는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녔기에 본명을 숨기고 코헨 가모프(닥터 K)라는 가명을 쓰고 다닌 것이며, 살라딘 일행이 찾던 베라모드와는 동명이인일 뿐이었다.
상황 겁나 꼬아놓은 원흉 닥터 K 베라모드
그렇게 동면 장치에 담긴 살라딘 일행을 태운 채 우주를 순행하던 블루버드 호는 항해 중에 우주 해적의 습격을 받아 추락하게 되었다. 또한 스트라이커스 길드는 유진이라는 자가 새로 인수했다.
얼마 후 블루버드 호가 추락한 리치 행성에서 살라딘, 크리스티앙, 죠안이 눈을 뜬다.
아르케력 23만 76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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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딘 일행은 여기가 어디고 자신들이 왜 라이트 블링거가 아닌 블루버드 호에서 깨어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을 리치 행성에서 발견한 건 또 다른 우주용병 길드인 '레이토스'의 길드장이자 코어헌터 제이슨이었다. 살라딘 일행은 일단 현실에서의 적응을 위해 제이슨에게 3개월간 훈련받으며 코어헌터 자격증을 얻고, 활동 자금을 벌고, 제이슨으로부터 소형 우주선을 매입했다. 제이슨 역시 사실 시즈였다. 때문에 일행은 알게 모르게 그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시즈는 어디에나 있다.
우주를 누빌 준비가 갖춰진 살라딘 일행은 우선 블루버드 호가 소속되어있던 스트라이커스의 길드장 유진 루돌프만(훗날 파멸의 유스타시아, 이루스)을 찾아갔다. 자신들이 왜 블루버드 호에 실려 리치 행성에 추락했었는지를 알아내고 나아가 라이트 블링거를 되찾아 임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자신이 스트라이커스 길드를 인수한 건 올해였으며, 작년에 출발한 걸로 기록돼있던 블루버드 호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할 뿐이었다.
전작에 나오던 이루스와는 성격이 완전 딴판인 유진
일행은 대신 그가 보여준 계약서의 서명을 통해 스트라이커스 길드에 수송 의뢰를 한 자가 페르소 영자 연구소 소장 리차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들은 곧장 페르소로 향했다.
당시 페르소 영자 과학자 '리차드 레마르크'는 연구의 일환으로써 사이비 교단이 가지고 있다던 영혼의 돌(카오스 큐브)을 조사하러 와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교단에게 세뇌되어 이용당하고 있던 슈 라휘나(훗날 물의 유가네아)와 그녀의 쌍둥이 언니 진 라휘나(훗날 구름의 라만)를 만났다.
선천적 ESP가 매우 강한 탓으로 어른들에게 이용당해야 했던 쌍둥이 소녀 진과 슈
리차드를 찾아왔던 살라딘 일행은 우연히 사이비 교단 사건에 엮여 이들 쌍둥이 소녀를 구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리차드로부터 '블루버드 호 수송 일은 자신의 동료 베라모드(닥터 K)라는 자가 자신의 직인을 도용해 무언가 일을 벌였을 것'이라는 정보도 전해 들었다. 베라모드라는 이름이 동명이인인 것을 알 리 없었던 일행은 그가 자신들이 찾는 최종 목표인 베라모드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들은 우선 리차드의 안내를 받아 글로리에 있다는 베라모드의 델라리움 연구소로 향했다.
하지만 글로리의 연구소에 역시 닥터 K는 없었고, 대신 같은 동료 과학자인 엠블라의 가족 사진이 걸려있었다. 살라딘은 그녀가 셰라자드와 닮았다는 이유로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마침 그녀가 근처 지역에서 ROD 저항 운동을 벌이다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살라딘은 앞뒤 안가리고 그녀를 구출하러 달려갔다.
셰라자드와 엠블라는 사실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당시 글로리의 정부군에게 저항 투쟁을 벌이고 있었던 ROD 멤버들과 엠블라는 뜬금없는 살라딘의 도움에 떨떠름한 반응만을 보였다. 그러나 곧 그들 사이에서 유명한 예언가 시빌라가 '그가 언젠가 구세주(마에라드)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자 ROD들은 살라딘을 긍정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겁나게 느린 말투로 플레이어들을 괴롭혔던 시빌라
이때 ROD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글로리 베델 손 나딘이 글로리 공항을 폐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칫 글로리 행성에 묶일까 걱정이 된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너무 늦어지는 살라딘에게 메시지를 남긴 후 먼저 떠나버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ROD가 아니라 베라모드와 라이트 블링거다.
혼자 남은 살라딘은 공항이 다시 열릴 때까지만 ROD들을 돕기로 했다. 사실 살라딘은 엠블라가 셰라자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타인이라는 것에 실망한 이후로 ROD들의 활동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정부군이 어린아이들까지 학살하는 것을 보고 홧김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이후 살라딘은 뛰어난 전투 실력과 리더십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한편 ROD들을 전략적으로 이끌어 글로리의 정부군을 대파했다. 글로리 베델 손 나딘은 퉁 파오가 있는 곳으로 탈출했다.
슬슬 미래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하는 살라딘
곧 폐쇄되었던 글로리 공항이 다시 열렸다. 살라딘은 글로리를 떠나 일단 스트라이커스의 길드장 유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하필 또 퉁 파오의 정부군이 우주용병 길드까지 소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탓으로 살라딘은 계속해서 이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곧 정부군에 대항하는 조직들의 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대책을 모의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글로리의 ROD 멤버 엠블라, 리차드는 우주용병 길드들과 ROD가 함께 연합하여 정부군에 대항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루나스 용병 길드장 마리아 카진스키(훗날 달의 디아블로)를 비롯한 몇몇 길드들은 그 정도로 정부군에 대항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반대했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안타리아 신들의 환생체들
이때, 스파이로써 이 모임에 잠입해있던 아슈레이가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퉁 파오가 건조시키고 있는 강력한 전함 블랙레이븐을 탈취해 활용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는 블랙레이븐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며칠 후 살라딘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블랙레이븐을 성공적으로 탈취했다. 그러자 처음엔 반대했던 우주용병 길드장들도 이제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 정부군 연합에 기꺼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후 살라딘은 블랙레이븐 호를 이끌고 다시 한번 뛰어난 리더십과 전략을 보이며 퉁 파오의 정부군들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에 우주용병 연합은 살라딘을 연합의 리더로 추대하기 시작했고, 마리아 카진스키 역시 살라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사막 용병대장에서 이제는 우주 용병대장으로
이러한 반란군의 행보에 화가 난 퉁 파오는 아슈레이에게 지시하여 글로리에서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게 했다. 하지만 이를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글로리 베델 손 나딘은 아슈레이의 학살을 중단시키고 독단적으로 ROD들과 화평을 해버렸다.
몇 차례의 전투가 끝난 후, 그동안 살라딘에게 점차 마음이 끌리게 된 엠블라는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였다. 하지만 살라딘은 아직 셰라자드를 잊지 못했기에 그녀의 마음을 거절했다.
그저 셰라자드 셰라자드.
한편 베라모드를 쫓아가고 있었던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이동하는 족족 살라딘이 자신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메시지를 남겨왔다. 하지만 죠안은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이 메시지를 모두 취소해버리는 행동 또한 함께 해왔다. 죠안은 자신의 이 행동을 자각하지 못 했다.
안타리아에 있을 때부터 이상 행동을 해왔던 죠안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계속해서 베라모드를 쫓아 가브리엘 항성군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자는 베라모드가 아닌 닥터 K라는 괴짜 과학자 뿐이었다. 닥터 K는 워낙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탓으로 자신을 찾는 자들에게 일단 켕기는 게 많은 자였다. 따라서 그는 크리스티앙 일행에게 일단 자신의 본명(베라모드)을 숨겼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 또한 해왔다.
그가 청한 부탁은 바로 곧 연쇄 폭발할 가브리엘 항성군의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천문학자였던 그는 블랙홀의 영향으로 곧 가브리엘 행성에 폭발이 일어날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안 믿어준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난제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크리스티앙 일행은 궁여지책으로 주변 해적들을 이용해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전략을 행했다.
그런데 이때, 크리스티앙이 홀로 항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주민들을 마지막까지 무리하게 구하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곧 항성이 폭발할 것이라 판단한 크리스티앙은 자신을 구하러 와달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는 통신으로 죠안에게 괜찮다며, 곧 뒤따라 갈 거란 말만 남기고 연락 두절되었다.
크리스티앙은 죠안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죠안은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돌아가 우주선에 탑승한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지만, 크리스티앙이 죽는 걸 지켜볼 수만도 없었다. 때문에 그녀는 홀로 연료도 없는 소형 우주선을 타고 무턱대고 크리스티앙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둘은 그렇게 폭발을 앞둔 별에서 재회했다. 이로써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예정된 죽음이었다.
먼 미래까지 날아와 항상 티격태격해도 서로의 안위를 가장 걱정했던 둘
이때 갑자기 닥터 K 역시 가브리엘 행성으로 돌아왔다. 그에 말에 따르면 다행히 별의 움직임이 30분 정도 늦춰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셋은 무사 생환한다.
이후 닥터 K는 일행에게 잠시 자신의 친구 리차드를 만나러 함께 가자고 제안해왔다. 이미 리차드를 알고 있었던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이로 인해 사실 닥터 K의 본명이 베라모드이며, 자신들이 찾던 베라모드가 아님을 눈치챈다.
사실 죠안은 이미 이 넓은 우주상에서 동명이인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일로 닥터 K를 통해 블루버드 호의 자초지종은 알게 되었다는 성과는 있었기에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다. 일행은 곧 리차드를 만나기로 한 리치 행성으로 향했다.
다시 되돌아가는 시작점, 리치 행성
한편 퉁 파오는 성가신 반 정부군의 리더 살라딘을 제거하기 위해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했다. 먼저 살라딘의 이전 동행자로 파악된 크리스티앙의 정보를 해킹한 그는 크리스티앙의 메시지인 척 위장시켜 살라딘을 모노리스 유적으로 유인했다. 살라딘은 의심 없이 메시지를 믿고 모노리스 유적으로 향했고, 이내 미리 잠복하고 있던 아델룬 병력에게 단신으로 포위 당했다.
이때 현장에 유적의 본래 관리자인 프라이오스 베델과 그의 양자 데미안이 나타났다. 프라이오스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이들에게 노한 목소리로 물러가라 외쳤고, 살라딘은 데미안에게 처리를 맡겼다.
데미안과 살라딘의 만남
곧 데미안과 살라딘의 전투가 벌어졌지만 이들의 강한 에너지에 반응한 유적은 어느 순간 둘을 유적의 최심부로 함께 이동시켜버렸다. 그리고 살라딘은 그곳에서 마검 아수라를 발견한다.
살라딘이 아수라를 건드리자, 기다렸다는 듯 아수라는 살라딘의 몸 속으로 흡수되어버렸다.
마검 아수라와 살라딘의 융합
이후 살라딘은 용병길드로 복귀했다. 그리고 리차드의 제안에 따라 함께 베라모드를 만나러 리치 행성으로 향했다. 마침 리차드는 베라모드가 리치 행성에서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며 잠시 만나자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던 것이다.
얼마 후 마침내 리치 행성에서 살라딘, 리차드, 닥터 K가 만났다. 살라딘이 리차드의 동행자였듯이 닥터 K에게는 크리스티앙과 죠안이라는 동행자가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닥터 K가 잠시 옛 친구를 만나 수다나 떨려는 줄 알고 우주선에서 대기 중이었다. 가브리엘 행성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어느새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슬슬 꽁냥대기 시작하는 크리스티앙과 죠안
이 모든 만남은 우연이었고,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치 행성에서 닥터 K와 리차드의 대화를 옆에서 듣게 된 살라딘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안타리아의 미래로 생각했던 아르케가 사실은 전혀 관련 없는 행성이며, 이 리치 행성이 바로 과거의 안타리아였다는 것. 더불어 그는 그동안 자신들이 추적해왔던 베라모드와 앙그라 마이뉴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깨닫기 시작하는 살라딘
천문학자인 닥터 K의 의견에 따르면, 이 안타리아 성단은 곧 근처 블랙홀의 영향으로 수십 년 내에 멸망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성단 전체에 퍼져 있는 백억이 넘는 인구를 성단 밖으로 이동시킬 기술을 완성해내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해도 최소 1세기 이상이 필요했다. 따라서 현재로썬 성단 이동을 통한 인류 생존은 불가능하며, 이를 위한 차선책이 바로 영자 연구가인 리차드가 발견한 앙그라마이뉴 현상이었다.
그동안 인간의 영자(영혼) 흐름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왔던 리차드는 인류의 고향 아르케 행성을 중심으로 인간의 영혼이 윤회되며 죽음과 환생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타 행성으로 나가도 중심은 아르케 행성), 그 중심인 '행성의 코어'와 영자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특정한 금속(카오스 큐브 등)'을 이용해 인류를 생존시킬 수 있는 앙그라 마이뉴 프로젝트의 가설을 세웠다.
영혼 윤회 현상을 밝혀낸 리차드
앞서 설명했듯, 앙그라 마이뉴 현상이란 쉽게 말해 별의 생명체를 다 죽이고 영혼화시켜 코어에 생명체의 영자를 한데 모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모아놓은 영자 집합체를 특정한 물체를 이용해 고착화시켜 다른 곳으로 옮긴 후, 새로운 곳에서 다시 자연스레 영혼이 퍼지는 스펜터 마이뉴 현상을 통해 인류의 보존을 꾀하는 것이 앙그라 마이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 앙그라 마이뉴 현상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가능한 한 많은 영자가 코어에 충만할 것. (한마디로 많이 죽어야 된다는 것.)
둘째, 순간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코어에 가할 것.
살라딘은 비로소 베라모드라는 자의 진정한 목적을 깨닫게 된다. 별의 죽음 때문에 멸망을 면치 못할 인류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과거와 미래를 계속 반복하며 점차 생겨날 오차율 변수를 통해 언젠가 성단 밖을 벗어날 과학 기술을 인류가 가질 때까지 버티는 것. 베라모드는 이것을 위해 지금까지 안타리아와 아르케의 역사를 이어왔던 것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블랙홀
베라모드는 첫 번째 조건을 위해 과거 흑태자 시절부터 안타리아의 수많은 전쟁과 체사레의 마녀사냥, 흑태자교 시민 납치, 투르와의 전쟁 등(시안, 벨제부르 등이 했던 일)을 종용해 코어에 영혼을 모아왔다.
또한 이 뫼비우스 우주의 완성을 위해선 신들 역시 모조리 죽이고 오딧세이 호 출발에 필요한 각각의 인물들로 환생시켜야 했다. 하지만 과거로 시간을 이동한 탓에 불멸이 돼버린 신들은 베라모드로써도 쉽게 죽일 수 없었다. 때문에 베라모드는 수십 만년의 역사상 한번 나올까 말까 했던 인재 흑태자와 아르케 컴백쇼를 통해 자신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게 판을 짰던 것이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 흑태자를 통해 신들의 죽음을 이뤄냈던 베라모드
그리고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안타리아의 역사가 예정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많은 시즈들을 만들어내고, 클라우제비츠를 비롯한 핵심 인물들을 유도하여 리치 행성이 초신성 폭발로 멸망하기 전에 아르케 행성으로 옮기고, 다시 성단 자체가 멸망하기 전에 과거의 안타리아로 되돌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베라모드가 계획한 이른바 뫼비우스의 우주였다.
아르케와 안타리아의 역사가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우주
이 모든 사실을 깨달은 건 오로지 살라딘 뿐이었다. 과거를 알리 없는 리차드와 닥터 K는 그저 앙그라마이뉴 현상을 통한 성단 이동 정도 뿐이 생각 못하고 있었고, 크리스티앙과 죠안은 그 자리에 없었다.
살라딘은 즉각 크리스티앙 일행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마침 퉁 파오의 정부군 병력이 쳐들어왔다는 소식 때문에 일단 우주용병 길드 연합과 함께 라그 행성의 전장부터 향해야 했다.
전황은 이미 베델 레오파드의 우세에 있었다. 살라딘과 길드 연합은 레오파드의 함정에 걸려 위기를 맞았다. 이때 살라딘을 돕기 위해 필라이프로 왔던 죠안은 순간 살라딘의 외침에 반응하여 워프를 시도했다. 급기야 그녀는 살라딘 대신 총격을 맞게 된다.
살라딘의 목소리에 반응한 죠안
사실 죠안 역시 시즈였다. 그녀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여느 시즈들과 마찬가지로 살라딘 일행을 베라모드의 의지에 맞춰 유도해왔다. 그리고 결국 살라딘 대신 죽음을 맡는 것의 그녀의 마지막 역할이었다. 이 죠안의 희생 덕분에 살라딘 일행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죠안은 크리스티앙에게 무선 통신으로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다.
이놈의 커플 브레이커 소맥
뒤늦게 도착한 크리스티앙은 살라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그녀가 총알받이가 된 상황을 크리스티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소맥 이자식! 왜 그랬어!!
크리스티앙이 그녀를 땅에 묻고 자살하려던 찰나, 그의 앞에 아슈레이가 나타났다. 그는 크리스티앙에게 살라딘이 자신과 결탁했다가 배신하여 죠안이 죽은 것이라는 거짓말로 살라딘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종용했다.
크리스티앙과 아슈레이의 만남
크리스티앙과 아슈레이는 각자의 복수(살라딘, 퉁 파오)를 위해 마지막 판을 짰다. 퉁 파오와 살라딘 양측을 글로리에서의 평화 회담을 빌미로 한자리에 모은 후, 예정된 배신으로 서로에게 총격전을 하는 상황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의 마지막에서 크리스티앙은 살라딘에게 똑같은 복수를 해주고자 했다. 그는 살라딘이 엠블라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살라딘의 눈앞에서 그녀를 대신 죽이려 들었다. 비록 그것은 크리스티앙의 착각이었지만, 살라딘은 결국 엠블라를 대신해 총격을 맞고 사망한다.
똑같은 방식의 복수를 원했던 크리스티앙
대신 크리스티앙은 살라딘에 의해 한 팔을 잃었다. 그리고 데미안까지 나타나 회담장 상황을 반전시키자 그는 현장에서 급히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티앙은 비록 똑같은 방식의 복수는 실패했지만, 살라딘을 죽인 것에 일단 만족해야 했다.
아슈레이 역시 회담 현장에서 퉁 파오를 암살하고 복수에 성공했다. 그는 또 다른 베델인 레오파드를 베델리른에 등극시키고 자신은 스스로 필라이프의 베델에 올랐다.
살라딘도 죽고 홀로 남겨진 크리스티앙의 증오는 갈 곳을 잃었다. 결국 증오의 불길은 자신이 이곳에 온 사명으로 번지고, 그 사명 때문에 죠안이 여기서 죽었다고 생각하게 된 크리스티앙은 이후 베라모드를 찾아 죽이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베델이 된 아슈레이는 크리스티앙에게 하이델룬의 직책을 맡겼다. 목적을 위한 활동 기반이 필요했던 크리스티앙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로지 베라모드의 죽음만을 생각하게 된 크리스티앙
엠블라는 자신 때문에 죽음을 맞은 살라딘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의 시신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아이린의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놓았던 인공 신체 달(Doll)에 살라딘의 영혼을 옮겨 넣었다. (이때 마검 아수라 역시 영혼을 따라 옮겨진다.)
달(Doll)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의 육체를 의미했다. 그것은 인간과 똑같은 장기와 피부를 지녔으며, 영자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간과 다를 게 전혀 없는 유기체였다.
사실 이러한 인간의 영자를 추출하여 옮기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이는 곧 사자(死者)의 부활이 가능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인간이 죽고 이틀 정도가 지나면 영혼이 흩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죽은 지 오래 지난 자들을 자유로이 부활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이 기술을 개발한 아이린은 윤리적 문제로 세간에 아직 발표하지는 못 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사체에서 추출한 이 영자의 양은 옮겨지는 영자 소유자의 생전의 기억의 양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사망 직후 바로 옮겨진 살라딘의 영혼과 기억은 온전했다.
아수라와 함께 인공 신체로 옮겨진 살라딘
얼마 후 살라딘은 데미안을 만났다. 이때 데미안은 살라딘에게 뜻하지 않은 질문을 해왔다. 혹시 팬드래건 사람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그동안 데미안은 과거 자신이 동결되어 있었던 라이트 블링거 동면 장치를 찾아가 그곳에 적힌 크리스티나 여제의 메시지를 보고 기억을 되찾은 상황이었다.
살라딘은 데미안에게 그동안의 모든 진실을 전해주었다. 별의 죽음과 탄생, 베라모드의 의지, 앙그라마이뉴의 정체, 그리고 뫼비우스 우주의 진실... 이 모든 것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한 데미안은 이로써 살라딘의 모든 의지를 이어받게 된다.
데미안에게로 옮겨지는 살라딘의 의지
살라딘이 데미안에게 이토록 적극적으로 자신의 유지를 전해준 것은 이유가 있었다. 살라딘은 라이트 블링거의 위치를 아는 데미안을 통해 '셰라자드의 유해'를 되찾았다. 그리고 자신을 살렸던 달 기술을 이용해 그녀 역시 되살려 달라고 엠블라에게 부탁했다.
살라딘을 사랑했던 엠블라는 셰라자드를 질투하여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녀는 급기야 제작되어 있던 모든 달 신체들을 파기해버렸다.
질투에 눈이 먼 엠블라
이에 살라딘은 마지막 달 신체가 하나 남아있다며 자신의 몸을 달로 이용해 셰라자드를 부활시키고 만다. 엠블라는 필사적으로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곧 살라딘의 달 신체에 셰라자드의 영혼, 그리고 마검 아수라와 아수라에 봉인된 살라딘의 영혼이 모두 융합된다.
아수라를 가슴에 꽂아 신체를 비워낸 살라딘
그렇게 베라모드가 탄생한다.
마침내 완성된 베라모드
아르케력 23만 76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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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라는 혼란스러웠다. 살라딘에 대한 사랑과 셰라자드에 대한 증오가 뒤얽힌 채 베라모드를 마주하게 된 엠블라는 그를 모호한 태도로 대할 수밖에 없었다.
베라모드는 그동안 동결된 셰라자드의 영자가 조금씩 빠져나갔던 탓에 온전한 기억을 갖지 못한 채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되었고, 일단 명목상 엠블라의 양자로써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성 정체성도 모호해진 베라모드. 일단은 분명 남자다.
그렇게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베라모드는 글로리의 연구소에서 엠블라의 애정 대신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을 얻으며 지냈다. 하지만 더 이상 베라모드를 지켜보기 힘들었던 엠블라는 베라모드를 오딧세이호의 승무원 양성소인 아벨리안에 입학을 신청해버렸다.
아벨리안이란 프라이오스가 진행하고 있는 성단 이동 프로젝트의 오딧세이호에 탑승할 승무원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으로써, 고도의 출력을 필요로 하는 함선의 특성상 강한 ESP를 가진 에스퍼들이 선발되는 곳이었다.
오딧세이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이자 훗날 주신들의 수장이 될 프라이오스
베라모드는 자신의 친구 란 크로슬리(훗날 태양의 비스바덴)와 함께 글로리를 떠나 필라이프 행성에 있는 아벨리안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룸메이트 쥬디 샤크바리(훗날 전쟁의 샤크바리), 네리사(훗날 바다의 이스킨데룬)와 오딧세이호 에스퍼들을 취재하기 위해 와있던 언론사 기자 루시엔을 만났다. 이때 란은 루시엔이 어릴 적 부모님의 불화로 헤어졌던 자신의 친 여동생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샤크바리는 모 대기업의 후계자이자 아벨리안을 수석으로 입학한 천재 에스퍼 소녀였다. 그리고 네리사는 과학자 리차드의 딸이었다. 이들은 한 조가 되어 아벨리안의 조별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점차 가까워져갔다.
ESP 양성소 아벨리안에서 만난 친구들
한편 살라딘의 유지를 이어받았던 데미안은 마리아 카진스키와 유진 루돌프만에게 그의 의지를 전달하고 함께 그레이 팬텀을 조직했다. 그들 모두 한때 살라딘을 신뢰하고 따르던 자들이었다. 이들 셋은 먼저 각각 이드, 유블레인, 리벤이라는 가명을 만들고 이름처럼 회색 망토를 둘렀다. 그들은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선 안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옐마린이었다. 그것은 오딧세이호의 동력원이자 또한 앙그라 마이뉴 현상의 영자들을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카오스 큐브의 결정체이기도 했다. (과거 마검 아수라가 했던 역할)
옐마린은 필라이프의 워프 도어 동력원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레이 팬텀은 필라이프의 베델 아슈레이의 도움을 받아 옐마린을 손쉽게 훔쳐냈다. 더불어 그들은 앙그라 마이뉴 현상을 일으키는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리고 각 행성의 분쟁을 조장하는 등 이른바 대의를 위한 학살까지도 자행하기 시작했다.
살라딘의 유지를 잇는 그레이 팬텀
이때 베라모드 일행은 이들이 일으킨 이 의문의 전염병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깊숙이 조사해버린 탓에, 그들은 그레이 팬텀의 일원인 유블레인, 리벤에게 잠시 사로잡혀야 했다. 그들이 끌려온 곳은 메트로스 행성에서 건조되고 있던 오딧세이호였다.
함선 내부 감옥에서 겨우 빠져나온 베라모드 일행은 이 거대 함선의 정체가 오딧세이호인지 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렇게 길을 헤매다가 이드(데미안)의 도움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메트로스 슬럼가에서 네리사의 옛 친구인 리엔 샤이나(훗날 독의 이슈비케)와 해커 레드헤드를 만났다. 그들은 반 정부 조직 '페이온'을 만들어 저항 중인 자들이었다. 이들 리엔, 레드헤드를 비롯해 구룡방 리더 카를로스 반 타이룬, 군부 대령 아셀라스 디엘(훗날 바람의 비드고슈제)의 도움까지 받은 베라모드 일행은 곧 필라이프로 무사히 복귀했다.
메트로스 슬럼가에서 만난 자들
필라이프의 아벨리안 기숙사로 복귀한 일행은 얼마 후 아벨리안의 마지막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테스트에 전원 무사히 합격한 일행은 오딧세이호가 출발 준비가 될 때까지 무기한 휴가를 받았다. 엠블라를 다시 보고 싶었던 베라모드는 휴가를 이용해 고향 글로리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도 따라왔다. 하지만 그 탓에 일행은 또다시 글로리의 ROD 저항군 사건에 휘말린다.
당시 글로리는 그레이 팬텀이 혼란을 조작하기 위해 글로리 베델 손 나딘을 암살하고 ROD들에게 뒤집어 씌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베라모드는 비어있는 엠블라의 연구소에서 엠블라가 페르소 영자 연구소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로리에 다시 모인 일행
얼마 후 오딧세이호의 완성 소식이 전해졌다. 베라모드를 비롯한 모두는 전원 복귀 명령을 받아 오딧세이호가 있는 메트로스로 이동했다. 그러나 여기서 또다시 베라모드의 고집으로 혁명군 사건에 휘말린 일행은 아셀라스 디엘의 결정적인 배신으로 인해 결국 루시엔과 레드헤드, 카를로스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글로리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잠시 병원에 있었던 란은 뒤늦게 메트로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길바닥에 홀로 버려진 차가운 루시엔의 시체를 목도해야 했다. 어렵게 다시 만난 동생이었다. 란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원망했고, 그 원망의 대상은 베라모드였다. 항상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라고 그토록 말렸건만, 결국 그의 행동을 원인으로 애꿎은 동생이 죽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나씩 희생당하는 동료들
그 시각 베라모드는 그레이 팬텀의 도움으로 메트로스를 탈출해 엠블라가 있는 페르소 영자 연구소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베라모드는 무수히 많은 살라딘의 달들을 발견했다. 한때 모두 파기되었던 것들이었다. 지난 3년간 엠블라는 그것들을 다시 제작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베라모드는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다.
살라딘의 유지를 이을 베라모드의 운명
방황을 끝낸 베라모드는 아벨리안 멤버들과 함께 출발을 앞둔 오딧세이호로 복귀했다.
그곳에서 베라모드는 란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전과 달리 매우 냉정했다. 다시는 그와 가까워질 수 없을 듯했다. 더불어 얄궂게도 루시엔의 죽음으로 인한 공석을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배신자 아셀라스 디엘이 대신 채웠다. 아셀라스 역시 아슈레이의 배신으로 메트로스 베델 죽음의 죄를 뒤집어쓰게 되어 면책 특권이 있는 오딧세이호 승무원에 자발적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오딧세이호의 책임자 프라이오스는 강한 ESP를 가진 에스퍼라면 무조건 환영하는 바였기에 무리 없는 일이었다. 이 외에도 강한 에스퍼로써 추천된 진, 슈, 리차드, 루크랜서드, 디에네 등도 함께 탑승했다.
오딧세이호의 에스퍼들은 새로운 코드네임을 부여받아 마지막 승무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엠블라와 닥터 K는 앙그라 마이뉴 프로젝트의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르케에 남기로 했다.
기꺼이 종말을 맞겠다는 두 명의 과학자
그러나 오딧세이호 출발 직전에 또다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함선 내부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나타난 것이다. 크리스티앙이었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베라모드의 죽음이었다. 그는 그 목표를 마침내 이뤄낸다. 베라모드는 크리스티앙에게 살해당했다.
목숨을 바쳐 목표한 바를 이뤄낸 크리스티앙
뒤늦게 현장을 발견한 데미안은 베라모드를 살리기 위해 즉각 자신의 암흑혈을 전해주었다. 데미안 역시 시라노처럼 한번 죽음을 맞은 채로 암흑혈로 살아있던 인간이었다. 따라서 크리스티나와는 달리 데미안의 암흑혈 전수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과거 안타리아에서처럼 이번에도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택했다. 크리스티앙은 다시 만나자마자 이런 선택을 한 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알바티니는 언제나 그런 인물이었다.
또다시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알바티니
두 메디치 형제는 그렇게 마지막 순간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상충하여 목숨을 다했다. 다시 깨어난 베라모드는 희생으로써 숙업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한 데미안을 통해 다시금 살라딘의 유지를 단단히 이어받았고, 마리아와 유진 역시 자신들이 충성하던 살라딘의 유지를 이어 베라모드를 끝까지 보필하고자 했다.
베라모드는 사실 인류의 멸망을 피하는 것과 별개로 뫼비우스의 우주를 통해 한 가지 목적을 더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뫼비우스의 죽음과 환생을 반복함으로써 언젠가 어디선가 또다시 살라딘과 셰라자드의 환생으로써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것. 베라모드는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 믿었다.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얼마 후 예정대로 100명의 에스퍼들을 태운 채 오딧세이호가 출발했다. 목적지는 블랙홀의 거울 효과에 의해 반사된 과거의 리치 행성이었다. 오딧세이호는 함선에 내장된 건 슬라이서로 아르케 행성의 코어를 부수어 앙그라 마이뉴 현상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170만년 전의 리치 행성으로 향했다.
이로써 아르케의 인류는 사라졌고, 뫼비우스의 우주는 완성되었다.
다시 안타리아로
수많은 시간이 흐르고, 안타리아에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이름은 칼 스타이너였다.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