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layruneterra.com/ko-kr/news/dev/giving-feedback-like-a-game-dev/
편집자의 말: 아래 글은 원래 레딧에 게시되었으며 커뮤니티와 라이엇 안에서 회자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더욱더 조명하고 웹사이트에 게시해 영원히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미 읽으신 내용이라도 윤문을 거쳐 다듬어졌을 뿐만 아니라 유용한 지식이 추가되었으니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플레이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담당하는 게임 기획자 댄 펠더라고 합니다.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레딧에서 플레이어의 반려동물을 레전드 오브 룬테라 추종자 카드로 만들어준(영문 링크) 사람이기도 합니다! 개발자에게 최대한 큰 도움이 되려면 피드백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플레이어가 많았습니다. 레딧에 올린 답변을 요약해 개발자 블로그로 올리면 유용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게임 기획자 역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니까요. 이번 기회에 저희가 쓰는 기술로 저희를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플레이할 때의 느낌
제 조언의 핵심은 ‘아플 때의 느낌을 의사에게 설명하듯이 게임 경험을 서술하기’입니다. 보통은 이를 건너뛰고 곧장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이는 환자가 병원에 가서 “제 왼쪽 다리 MRI 예약해주시고 이 약을 14일 치 처방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환자가 100% 맞는 소리를 했더라도 의사는 우선 환자의 증상을 파악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할 때 해당 증상을 야기할 수 있는 질환을 추린 후 검사로 범위를 좁힙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가 자신에게 스스로 무슨 진단을 내렸는지, 이를 초래했을 수 있는 기저의 증상을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정답을 찾기가 복잡해집니다.
실제 사례
몇 년 전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개발 중인 MMO의 초기 베타에 대해 플레이어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A 지역과 B 지역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불평하는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당연히 게임의 리드 프로듀서는 개발진에게 두 지역 간 거리를 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지도의 일부분을 도려내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없앤 지역의 가장자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세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몇 주나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만들어놓은 멋진 지형이 대거 사라진다는 의미였습니다. 다 차려놓은 밥상을 엎어버리는 셈이었죠. 과연 꼭 필요한 조치일까요?
피드백을 자세히 살펴본 기획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그런 피드백을 보낸 플레이어들은 자기가 지루함을 느낀다는 기저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리를 줄여달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어는 퀘스트에 큰 중점을 두는 유형이어서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 가라는 퀘스트를 받은 후 빠르게 가로지르면서 퀘스트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흥미로운 몬스터와 숨겨진 보물이 많은 지역인데도 퀘스트의 일환이 아닌 일은 아예 안 하니... 몇 가지 퀘스트를 추가해야겠다. 기획자 한 명이 며칠만 작업하면 구현할 수 있다.’
퀘스트 추가 작업의 결과는 훌륭했습니다. 다음 플레이테스트에서는 불평이 사라졌습니다. 세계의 일부를 도려내는 데 몇 주를 할애하지 않고 세계에 콘텐츠를 추가하는 데 며칠만 투자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이제 지역 탐험을 장려하는 새로운 퀘스트를 받고 해당 지역에 이미 구현해둔 흥미로운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도리어 그 지역이 더 크면 좋겠다는 새로운 피드백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추리는 기획자에게 일상입니다. 플레이어 경험의 증상을 보고 플레이하며 어떠어떠하게 느끼는 이유를 파악하고자 가설을 세운 후 기저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제안보다는 증상이 먼저
플레이테스트에 관한 피드백을 줄 때는 무엇을 언제 느끼는지부터 서술하면 가장 좋습니다. 언제 지루하지 않은지나 보통 즐기는 유형의 콘텐츠 등 진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러한 정보를 제공한 후에 추가로 유용할 듯한 제안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다. 알려주시는 정보가 실제로 매우 유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저희로서는 우선 주요 증상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해하지 못한 경우 지레짐작에 의존해야 하며 플레이하면서 받으신 느낌을 저희의 생각에 따라 해석하게 되는데 추측이 빗나가면 제안해주신 해결책이 통하지 않겠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유용한 피드백은 언제나 느낌에 관한 설명, 제안을 하게 된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은 그다음에 나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 가는 동안 중간에 할 일이 없어서 정말 지루했으니 두 지역 간 거리를 줄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 이상적인 해결책을 정확하게 도출해내기가 훨씬 쉽습니다.
무대 뒤의 상황
실제 제작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 챔피언의 길을 출시할 때 원래는 징크스의 모험에 PvE 전용 카드가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 해당 카드를 내면 손에 든 카드를 모두 버려야 하는 대신 유닛 하나에게 피해를 2 입히는 1마나 주문이 버린 카드 수만큼 생겼습니다. 플레이테스트 중 저는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위의 피드백은 앞서 소개해드린 전개를 따릅니다. 우선 보물 카드가 탐탁지 않다는 내용과(PvE 전용 보물 카드는 흥미로워야 합니다) 모험 중 맞닥뜨린 상황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의 경험을 설명했습니다.
징크스의 보물 카드는 재작업을 거쳐 결국 난폭한 말괄량이(영문 링크)가 되었습니다. 난폭한 말괄량이 카드 역시 징크스가 레벨 업할 수 있도록 손의 카드를 버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비싼 카드를 전부 플레이할 수 있는 광란의 순간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이전 카드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모두 해결해주고 사용할 때 확실히 신나는 카드였습니다.
가장 유용한 피드백
부정적 피드백에는 많은 이목이 쏠리지만, 솔직히 긍정적 피드백이 더 유용합니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어서라기보다(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밝은 부분을 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해결할 문제를 찾아 나서기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파악하고 더 많이 실행하는 데 중점을 두는 문제 해결 철학입니다. 결국 이론상 효과적인 해결책은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효과를 내고 있는 해결책이라면... 효과가 있겠죠.
훌륭한 사례로 1990년 제리 스터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터닌은 세이브더칠드런의 명을 받아 시골 지역에서 아동 영양실조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극심한 빈곤과 운송 기반 시설 미비 등 식량 부족을 야기하는 문제의 목록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관련 문헌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제안으로 가득했지만,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보유한 사람조차 해결하는 데 실패한 어마어마한 문제밖에 없었습니다.
먼 곳의 외지인이 작성한 긴 문제의 목록에 집중하지 않고 스터닌은 현지 마을 사람에게 지역사회의 밝은 부분을 찾아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아이를 키운 가족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미 효과를 보이고 있는 대책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실제로 검증된 해결책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건강한 가족에서는 남들과 다른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같은 양의 음식을 주되 하루에 걸쳐 잘게 나눠서 주고 음식에 아르테미아를 넣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마을 사람들은 다른 마을에도 비법을 전파했고 그 결과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현저히 개선되었습니다.
스터닌은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외부 제안을 채택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가 건강한 이웃은 무엇을 다르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을 뿐입니다. 밝은 부분을 복제했을 때 효과가 강력한 이유는 성공의 비결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기획 분야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순간을 매우 중시하며 앞으로 같은 순간을 복제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새로운 카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 수십 가지의 시안을 만들며 다른 기획자들에게 테스트 중 즐거움을 유발하는 카드를 기억해두라고 부탁합니다. 사용하거나 상대할 때 특히 큰 재미를 선사한 카드를 파악하면 보통 다른 카드는 전부 버리고 성공적인 카드를 복제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 여러분이 무엇을 즐거워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 무엇이 즐거움을 유발하는지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하기는 하지만, 플레이어 여러분께 직접 들으면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이 왜 재미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움을 유발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무엇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나요? 플레이어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마치며
플레이어 피드백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바람직한 게임을 만드는 데 필수입니다. 저희는 한마음 한뜻으로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SNS와 앱 리뷰, 커뮤니티 팟캐스트 및 영상을 확인하며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가장 유용한 피드백의 구성 요소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 언제 그렇게 느끼는지
● 무엇이 정말 즐거운지 (그리고 무엇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스티브 루빈 님이 룬테라적 진리를 주제로 쓴 좋은 글이 있으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글입니다
그럼 룬테라에서 뵙겠습니다!
- 댄 펠더 드림
평소처럼 우리 이렇게 일해요~ 어필하는건 알겠는데 세라핀이랑 베인은 핫픽스 좀 하지? 데이터 안쌓인것도 아니고 둘이서 깽판치는거 언제까지 봐야하나
안그래도 쳐망해가는 게임 더 개판 났는데 이 놈들은 수습안함?
게임을 첨부터 잘못 만든 것도 모자라 패치 할떄마다 그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업뎃해놓은 주제에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