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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작곡: 정석원
편곡: 정석원
작사: 윤종신
"그러나 지금은 속마음을 외칠 때."
예전에는 고민이나 갈등이 있으면 일단 털어놓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고 의견을 듣고 싶으니까 빨리 내뱉고 본 거죠.
물론 그런 시간의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아요. 후련해지기도 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잠시나마 체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런 시간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아요. 누가
대신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는 대개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잘 못 참아서, 더 깊이 생각하기도 싫고 더 오래 갈등하기도
싫어서 도피하듯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든요. 홀로 오롯이 고민한
시간만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이미 우리는 알고
있어요. 혼자서 끙끙 앓는 시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상을 주기
마련이고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얻는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죠. 이번 호를 준비하며 혼자 하는 고민과 갈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가끔 제가 어떤 생각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는지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어쨌든 보여지는 사람이고
여기저기에서 했던 말들이 제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잦아서
이해보다는 오해가 더 익숙한데, 그러는 중에도 제가 한 번도 내뱉은 적
없는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이해해주는 경우가 있는 거죠. 그럴 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해요. 큰 감동을 받기도 하고요. 저는 각자 해석하고
느끼길 바라며 노래를 만들기에 노래 속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맥락을 펼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는 거죠.
아마도 그 사람 역시 저와 비슷한 마음을 경험했거나 아니면 저를
유심히 지켜봐줬기에 가능한 알아차림일 거예요. 말해지지 않은
속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 오히려 직접 말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진짜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렇게 희귀하고
소중한 존재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속마음을 그저 속마음으로 두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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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월간 윤종신 12월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