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와 마리오 사장님, 앞으로 더욱더 한국 게이머 곁으로
‘大한국어화시대’라는 새로운 조류와 팬데믹 광풍이 연이어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한 클라우디드 레오파드 엔터테인먼트(CLE)가 어느덧 설립 4년차를 맞았다. 과거 SIE 로컬라이징 팀을 이끌던 첸 웬웬 대표가 독립하여 설립한 CLE는, 특히 국내에 ‘영웅전설 궤적’과 ‘이스’를 비롯한 여러 니혼팔콤 명작을 한국어화 정식 발매하며 명성을 쌓았다. 일명 마리오 사장님으로 통하는 카와우치 시로 前 SIEK 대표가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매년 회사가 자리 잡음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더해가는 CLE지만, 역시 국내서 가장 주목받을 시기는 니혼팔콤 신작이 나올 때다. 지난해 ‘여의 궤적 2’ 정식 발매를 기념하여 신사역 인근에 마련된 ‘CLE X 팔콤’ 팝업 스토어는 굉장한 인파가 몰려 니혼팔콤의 높은 인기를 가늠케 했다. 이제 시리즈 35주년 기념작 ‘이스 X: 노딕스’ 출시까지 약 한 달을 남겨둔 가운데, 도쿄 CLE 본사를 방문하여 첸 웬웬 대표, 카와우치 시로 한국 지사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스 X' 패키지를 든 CLEK 카와우치 시로 대표와 CLE 첸 웬웬 대표
● 두 분 다 오랜만이다. 먼저 간단히 인사 부탁한다
첸: 어느덧 CLE가 설립 4년차를 맞이했다. 한국 게이머 여러분의 많은 호응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 금번 ‘이스 X: 노딕스’도 꼭 구매해주면 좋겠다.
카와우치: 반갑다. 오늘 이렇게 한국 여러분과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정말 기쁘다.
● 신생 회사임에도 적극적 현지화 전략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카와우치: CLE 자체는 설립 4년차지만 SIE(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출신이 9할을 차지하는, 많은 전문가가 모인 회사다. 대표인 첸 역시 SIE 로컬라이징 스태프였고 주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업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설립부터 일본의 좋은 작품을 아시아에 전달하자는 취지가 컸다.
● 마침 한국 콘솔 시장은 매년 성장세다. 이에 대한 CLE의 계획은
첸: 내가 SIE서 로컬라이징을 담당할 때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은 거의 플레이스테이션 위주였다. 그런데 이제는 PC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도 성황리 판매되는 멀티 플랫폼 마켓이 됐다. 그래서 저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하면 플레이스테이션 외에 플랫폼으로도 좋은 게임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CLE를 설립하여 이렇게 사업을 전개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국 게이머분들이 크게 호응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카와우치: 나 역시 그건 여러 회사를 거쳐왔지만 이제 CLE에 몸담는 만큼 플레이스테이션을 넘어 보다 폭넓은 플랫폼으로 좋은 게임을 전달하고 싶다.
● 반대로 멀티 플랫폼 시대의 퍼블리셔로서 고충도 적잖을 텐데
첸: 지원 플랫폼이 늘어나면 한 작품에 들어가는 공수가 두 배까진 아니라도 40~50% 늘어난다. 플랫폼에 따라 게임 스토리가 달라지진 않지만 튜토리얼 키 배치나 특정 기능 용어는 바뀌기 때문이다. 그만큼 힘들기는 한데 게이머 여러분이 특히 팔콤 작품에 대해선 멀티 플랫폼으로 즐기고 싶다는 요청이 많다. 따라서 우리 역시 최대한 대응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시장의 뭔가 변화가 있는지
첸: 팬데믹은 우리가 회사를 설립한 직후 벌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벤트 등 모든 걸 온라인 위주로 돌려야 했고, 작년에야 ‘여의 궤적 2’ 발매를 맞아 팝업 스토어를 열게 됐다. 이제 코로나-19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니 여러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 다가올 TGS는 물론 한국에도 지스타 같은 행사가 존재하니 적극적으로 게이머 여러분과 만날 기회를 갖고자 한다. 특히 많은 분들이 카와우치씨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걸로 안다. 언젠가 꼭 이벤트에 모시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여전히 카와우치 대표를 흠모하는 이들이 많다. CLEK로 와 기쁘다
카와우치: 기억하는 분도 있을 텐데, SIE를 정년 퇴직한 후 다른 회사 소속으로 한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리고 또다른 회사서 아시아 게임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고. 첸과는 SIE 시절 약 25년을 동거동락한 사이로 그가 업계 여러 곳에 폐를 끼치진 않을까 걱정되어 이렇게 합류하게 됐다. 몸담고 보니 여러 전문가가 각자 역량을 발휘하는 역동적이면서도 안정된 회사다. CLEK도 벌써 곧 2년차가 되는데, 마음 같아서는 매달 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첸: 매일매일 카와우치씨에게 많은 지도편달 받고 있기에….
카와우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가 첸에게 화를 내는 거라니까(웃음).
● 오프라인 이벤트를 더 열고 싶다고 했는데, ‘이스 X’ 팝업 스토어는 어떤가
첸: 작년 ‘CLE X 팔콤’ 팝업 스토어는 마침 팬데믹이 한풀 꺾였을 때 ‘여의 궤적 2’ 프로모션을 겸하여 한국 게이머분들께 뭐라도 더 전하고자 진행한 것이다. 당시 우리가 현지에 있진 않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호응과 함께 많은 분들이 밝은 얼굴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이스 X’ 팝업 스토어도 전개하고 싶었으나 이번에는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동시 발매를 성사시키는데 쏟아야 했다. 앞으로 또다른 팝업 스토어나 한국만의 오리지널 굿즈 제작도 검토 중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 ‘여의 궤적 2’서 한 달로 줄어든 간격이, 드디어 일본과 동시 발매까지 왔다
첸: 한국 게이머 여러분이 동시 발매를 얼마나 원하는지는 너무도 잘 안다. 과거 인터뷰서 설명했듯 ‘여의 궤적’은 새로운 엔진에 익숙해지느라 로컬라이징이 반 년 가량 늦어졌다. 이후 ‘여의 궤적 2’는 한 달로 크게 단축시켰고. 그래서 이제 ‘이스 X’를 동시 발매하자고 말을 꺼냈더니 내부에서 크게 혼나고 말았다. 다행히 로컬라이징 및 QA 스태프 모두가 게이머분들을 위해 노력하자고 의기투합해주어 어떻게든 실현 가능했다. 이번에 반응이 좋다면 앞으로도 동시 발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카와우치: 혼내거나 반대하지 않았고 그게 가능할리 없다고 조언했을 뿐이다. 일본어 에셋도 없는 상황에서 멀티 플랫폼까지 지원하는 등 난관이 너무 많았다. 로컬라이징과 QA 스태프 모두 힘들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
● 한국어 음성 지원과 동시 발매가 양립되기 어렵다고 했는데, 추후 패치는 어떤가
첸: 물론 요청이 많다면 발매 후 음성 패치도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음성까지 지원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커지는 게 사실이고 사업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좋은 작품이라면 음성까지 지원하고 싶고 실제로 준비 중인 부분도 있다.
● 일본서 CERO C인 ‘이스 X’가 국내의 경우 PS는 12세, 스위치는 청불을 받았다
카와우치: 설명하자면 스위치 패키지가 청불, DL은 12세 이용가다. 반대로 PS는 패키지가 12세이고 무료 DLC를 통해 청불과 동일한 버전으로 패치 가능하다.
첸: 당사는 게임물관리위원회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스’는 역시 누구나 즐기는 친근한 RPG라는 게 원점이지 않나. 그래서 청소년 게이머들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적된 부분, 즉 혈흔과 흡연 관련 묘사를 수정하여 재심의를 받았고 12세 이용가를 획득한 것이다.
● 닌텐도 스위치서 DL로 구매한 경우, 추가로 청불 DLC를 내려받을 수 있나
첸: 아니다. 스위치에는 청불 DLC가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스 X’ 스위치 DL 버전은 오직 12세 이용가뿐이다. 만약 본인이 성인이고 혈흔, 흡연 관련 묘사가 제거되는 게 싫다면 스위치 패키지를 구매하기 바란다.
● 이러한 수정 작업을 오직 한국을 위해 팔콤에 요청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첸: 사실 팔콤 작품의 한국어판 마스터링은 CLE가 맡는다. 그 전에 소스를 수령해서 로컬라이징을 진행하고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벗어나기 위한 수정 작업도 병행했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선 모두 팔콤의 허락을 받았다.
● 팔콤 외에도 여러 게임사와 협력 중이다. 향후 라인업의 힌트를 준다면
첸: 함부로 발설했다간 내 목숨이 위험하다(웃음). 그래도 힌트를 준다면 지금 검토 중인 작품 가운데 AAA급 타이틀이 존재한다는 거. 본래 우리 같은 설립 4년차 회사에 올 만한 작품이 아닌데,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유저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 덕분이다. 정말로 감사하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퍼블리싱할지 결정하는 기준은 물론 비즈니스적 측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무나 해도 되나, 아니면 CLE가 아니면 안되나’를 중요히 본다. 팔콤을 전담하는 것도 다른 퍼블리셔는 이렇게 못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팔콤의 작품을 뭇 게이머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게 당면 과제라 하겠다.
카와우치: 아무래도 CLE는 신생 회사인지라 비교적 단기간에 매조지는 사업을 우선해왔다. 그렇지만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중요하고, 실제로 이제는 그렇게 장기간 준비를 요하는 사업이 가능한 시점이라 판단했다. 다만 첸이 무슨 타이틀을 말하는지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웃음).
● CLE는 앞으로 어떻게 확장해갈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있나
첸: CLE는 도쿄 본사와 한국 지사 그리고 올해 설립한 타이완 지사까지 세 곳에 사무실이 있다. 정사원이 42명이고 그 외에 협력사원이 한국 13명, 도쿄 25명 재직 중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 솔직히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97년도 SIE에 입사했을 땐 한국에 제대로 된 거점조차 없었기에 우선 일본 게임을 들여오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던 것도 게이머 여러분 덕분이다. 이제 CLE를 설립하여 플레이스테이션뿐 아니라 PC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자 4년간 노력해왔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CLE만이 가능한 Only One 콘텐츠를 선보이는 거겠지. 아, 개인적인 목표를 하나 더 얹자면 20년쯤 지나 카와우치씨가 은퇴할 때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다.
카와우치: 내가 올해 65세인데 앞으로 20년 후면 슬슬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에 가까워진다. 지금 죽을 때까지 일하라는 거냐!
● 끝으로 CLE와 CLEK를 성원하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첸: “정말 짧고도 긴 4년이 지났고 그간 여러분의 많은 지도와 따뜻한 성원을 받았습니다. 사실 SIE 시절에는 한국 게이머와 직접 접할 일이 없었는데, CLE 설립 후 여러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니 신선한 자극과 공부가 됩니다. 이제 팬데믹도 지나갔으나 앞으로 한국 게이머 여러분과 더 자주 접하고 싶습니다.”
카와우치: “한국은 인구 6,000만에 달하는 큰 시장입니다. SIE서 일할 당시 새로운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관련 규제가 많아 일처리가 늦어지곤 했는데요. 그럼에도 PS4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일본보다도 빨리 발매했을 때 여러분 모두가 열렬히 호응해주던 그 뜨거운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후 SIE에게 있어 지금도 한국은 첫 번째로 타이틀을 발매해야 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란 인식이 자리잡았고요. 이제 저는 나이가 나이라 어깨에 멘 짐을 내려놓고 은퇴할 작정이었습니다만, 이렇게 된 만큼 한국 게이머 여러분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