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루터슈터 아니고 그냥 총 쏘는 서브컬처 ARPG - '듀엣 나이트 어비스'
2023년 공개한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외형적인 측면 혹은 캐릭터의 능력 디자인 측면에서는 워프레임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서브컬처판 워프레임이라는 인식을 받은 바 있다. 스킬셋이나 전투의 양상. 즉, 총을 쏘고 불릿 점프로 뛰어다니고. 근접 공격으로 적을 제압하는 플레이, 일종의 모딩이라 할 수 있는 ‘악마의 쐐기’와 같은 요소들이 워프레임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초반부의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는 빌드는 이를 소개하는 데에 집중한다. 기본적으로는 스토리 전달을 통해서 세계관을 설명하며, 플레이어 캐릭터가 마주한 상황을 연출을 곁들여 가면서 제공하고 있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라기 보다는 게임 시스템을 설명하는 튜토리얼의 측면이다.
다만, 이 과정은 꽤 길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놓아 시연을 진행한 것은 이유가 있다. 초반부에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는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약 20분의 시간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이동과 공격이라는 기본적인 조작부터 시작해서 모딩 / 퍼즐 풀이 / 보스전의 페이즈 구성 / 조금 강렬한 연출 등을 초반부 게임 플레이에 모두 압축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튜토리얼은 꽤 효과적이다. 구체적인 파밍 시점에서의 플레이는 차치하고,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스토리라는 흐름을 통해서 너무 직접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공한다.
적어도 이 부분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스토리는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략적인 세계관을 조망하고 어떻게 해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의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지를 영상에서 알려주고 있다.
전투 중간에 재생되는 컷신도 만족스럽다. 컷신의 보스의 체력이 줄어들었을 때에 제생되며, 캐릭터가 일종의 각성이 이루어지고 이전과 달리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이미 여러번 비슷한 상황을 사용했던 작품들과 같은 지향점을 따른다. 이후 기능적으로 새로운 공격 방식이 개방되며, 플레이어 캐릭터가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구조다.
여기까지 보자면,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현재 시장에 자리한 중국의 서브컬처 타이틀이 증명한 바 있는. 혹은 이미 여러번 사용된 연출과 플레이 흐름이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캐릭터가 존재하고. 이들을 위협하는 세력도 있고. 플레이어는 이들 사이에서 반목하며 게임 플레이를 조금 더 고도화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나마 여느 타이틀과 차이를 두는 것은 전투 측면이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전투 자체를 워프레임의 그것에서 출발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즉, 총을 쏘고. 불릿 점프를 하고. 때로는 근접 공격을 하는 과정을 캐릭터 중심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시연에서 등장한 것은 ‘베로니카'로 워프레임 기준으로 설명을 하자면 엑스칼리버 그 자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전투를 풀어나가는 근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캐릭터의 컨셉은 워프레임으로 가져오고. 전투나 육성 시스템 또한 워프레임의 그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플레이 흐름 자체는 근접 공격 기반에 원거리 공격을 섞는 형태로 자리한다. 시연에서 플레이어는 우선적으로 근접 공격을 위한 무기를 지급받으며, 이후에 원거리 무기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원거리 무기는 라이플 / 산탄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게임 플레이 자체가 슈터의 측면 보다는 근접 공격에 기반한 액션 RPG의 일면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기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총은 거들 뿐이다. 그저 전투 방식의 하나나 성장을 위한 방식의 하나로 다뤄진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근접 공격과 캐릭터의 스킬. 그리고 보스전이다.
이 관점에서 출발했기에 슈터의 플레이가 아니라 중국 서브컬처 RPG의 플레이가 더 도드라진다. 적당히 넒은 필드가 있고. 필드 내에는 보물 상자가 있고. 군데군데 적들이 자리해 플레이어의 길을 막는다. 이걸 돌파하는 과정에서의 플레이 감각은 이미 시장에 여럿 자리한 타이틀이 보여준 감각과 비슷하다. 적어도 루터 슈터의 그것은 아니다.
슈터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PC 등에서 플레이를 지원하기에 필연적으로 플레이 감각이 달라진다. 슈팅을 예로 들면 이런 것이다. 우클릭으로 조준을 하고 좌클릭으로 발사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우클릭이 그냥 사격 버튼으로 배정되어 있는 식이다. 이 하나로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지향하는 바가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루터 슈터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서브컬처를 얹은 것이 아니라, 순서가 반대다. 중국식 서브컬처 스타일의 위에 적당히 루터 슈터의 개념을 더한 것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루터 슈터의 개념은 악마의 쐐기 (모드) 와 같은 빌드 구성 측면 / 무기 제작을 통한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 독특한 스킬셋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이런 개념들이다.
결과적으로 지향점이 다르고 발상이 다른 타이틀이기에,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플레이 감각은 ‘여기저기서 많은 요소를 가져오고 이걸 한 데에 섞은 타이틀'에 가깝다. 어디서 다 봤던 것들이 자리하며, 루터 슈터의 경험을 강조하기 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스토리 외적으로 전투 시연만이 진행된 빌드는 이와 같은 일면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투 시연에서는 보스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였고. 여기서 보스전 시에 동료 캐릭터 2인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투 빌드에서 플레이어는 사전에 악마의 쐐기를 세팅하여 자신만의 빌드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보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스전은 캐릭터의 스펙에 기반해서 공방을 주고 받으며, 보스의 게이지를 깎고. 근접해서 한 번에 강력한 공격을 먹이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공격을 피하고. 빈틈을 노리는 플레이가 주가 된다. 다른 캐릭터를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플레이어의 스펙을 고점으로 올리는 것 보다는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둔다고 볼 수 있다.
게임쇼에서의 시연이었기에 파밍이나 육성. 전반적인 흐름은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루터 슈터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지점에서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루터 슈터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만하다. 형태가 워프레임의 그것일 뿐이지, 경험 자체는 슈터의 그것보다는 뭔가를 쏘는 RPG에 가깝다.
이건 꽤 큰 차이를 만든다. 경험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이 지점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하고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무기와 캐릭터를 빌드할 수 있는 성장 요소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슈터의 경험보다 캐릭터를 이용한 액션을 마주하고 스펙을 올리는 정도에만 그친다. 여기서 슈터의 요소는 그리 도드라지지 않으며,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스킬셋. 성능 정도가 더 대두된다.
따라서 서브컬처 + 루터 슈터를 기대한 플레이어라면 기대치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슈터의 영역보다 일반적인 액션 RPG에 총을 쏘는 형태이고. 성장 시스템 전반은 워프레임의 모딩 요소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이외 육성과 강화에 들어가는 플레이 경험이나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BM이 어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은 추후 진행될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디선가 가지고 온. 얼기설기 엮어낸 이질적인 시스템들이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될 수 있는가다. 이러한 점들이 이후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현재도 개발 중인 상태이며, 모바일과 PC에서의 플레이를 예정한 상태다. 이외 추가적인 정보 등은 공식 홈페이지 및 SNS 등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