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사는 친구놈 통해서 알게 된 형님이신데
외가 쪽에서 대대로 무속인이 나왔다고 하고
실제로 형님의 외할머니 되시는 분도 만난 적 있고 신당도 봤음
( 뭐 티비에 나오는 무당들처럼 반말이나 언성 높이는 거 전혀 없으셨고
딱히 복채 이런 거 안 받고 간단하게 사주팔자 봐주셨는데
진짜 딱 전형적인 시골 외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모습 그대로셨음
간식거리도 내주시고 밥도 먹고 가라고 하셔가지고 밥도 얻어먹었음 )
암튼 이런 형님인데 ,
이제 집안에서 어른들하고 부대끼며 사는 게 피곤해서 자취를 해야겄다 !
해가지고 좀 싼 곳을 구했는데 거기가 유독 귀신놀음이 심하다는 곳이었다고 함
뭐 이 형님은 ' 어차피 그놈의 영가년놈들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까짓 거 나와보라 그래 ' 하면서 갔다고 함
일단 가서 보니까 뭐 영가가 북적북적한 건 아닌데
( 형님 말이 원래 귀신 , 그러니까 영가들이 한데 모여서 날뛰는 곳은
진짜 엄청나게 드물어서 보기도 힘들고
원래 영가들 자체가 모여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함
뭐 심령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이나 괴담 유투브에서 나오는 건
열 개 중에서 여덟 개는 그짓말이라고 딱 잘라 말하신 적이 있음 )
딱 문 앞에 작두칼 , 정확히는 " 나대 " 처럼 생긴 큰 칼 들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쳐다보는 영가가 하나 있었다고 함
이게 얼굴 쪽이 누가 일부러 어두껌껌하게 가려놓은 것처럼 어두운데
충혈된 것처럼 시뻘건 눈하고 핏물 같은 게 뚝뚝 떨어지는 입만 제대로 보였다고 함
이 영가가 처음엔 그저 형님하고 같이 들어와서 이야기하는 분만 쳐다보는데
처음엔 같이 따라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보기만 했고
본격적으로 형님이 살려고 집에 뭐 들여놓으니 슬금슬금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함
근데 딱히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닌데 ,
가끔가다 물건을 툭툭 던져놓거나 일부러 문이 크게 닫히게 하거나
밤에 자고 있는데 빤히 쳐다보는 식으로다가 은근히 성가시게 하길래
형님이 ' 아니 뭐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가 ' 싶어가지고
퇴근 후에 작정하고 쏘주하고 안주거리 좀 사서
( 참고로 , 원래 이 형님 술 안하심 )
향불하고 촛불 피워놓고 술 따라놓은 뒤에
" 거 할말이 참 많은 거 같은데 , 서로간에 계속 이렇게 불편하게 있는 것보다
이참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하십시다
언제까지 계속 그렇게 있을라고 그래요 "
했더니 갑지가 불이 다 꺼졌고 ,
촛불에 의지해서 봤더니 딱 맞은 편 자리에 영가가 앉아있었다고 함
그러면서 형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씩 웃는데
입이 문자 그대로 귀 밑까지 쭉 찢어졌다고 함
( 이게 꼭 공포영화에 나오는 괴물처럼 입이 쭉 찢어지는데
형님은 무섭다보다는 신기했다고 함 )
그거 보고 형님이 이상하게 졸려서 잠들었는데
꿈에 이 영가가 나와서 말하기를
" 나는 원래 저 북쪽에서 왔는데
보아하니 너는 내가 들어서도 살만한 큰 집이다
하지만 네가 나를 받을 팔자가 아니니 그럴 수도 없겠다
너를 만난 것도 인연인즉 내가 여길 내어줄테니 잘 살아라 "
이러면서 갑자기 확 덮쳐가지고 형님이 잠에서 꺴는데
그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이 멀쩡하게 켜져있고
영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함
이후에 형님네 외할머니가 와서 둘러보고 하시는 말이
잡다한 영가는 감히 와서 노닥거릴 엄두도 못 낼 만큼 기가 쎈 터고
네가 만난 그 영가는 한낱 잡귀가 아니라 이 터를 맡은 큰 어르신인데
아마 귀신에 시달렸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어르신이 자기 터에서 살겠다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해코치까진 안 해도 못 살게 괴롭혔을 거다 이러셨다고 함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그 형님이 해준 적이 있는데
한동안 거기 계속 살다가 직장 때문에 옮겼다고 함
뭐 솔직히 믿거나 말거나고
개인적으로도 딱히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진 않은 편이지만
이야기 자체를 재밌게 들어서
귀신 나오는 집 하면 이 형님하고 저 이야기가 생각남
오 터줏대감 같은 그런 존재인가 보네
맨날 양기 하반신으로 뿜어내는 유게이들 주변엔 귀신따윈없다구
나도 외가쪽이 무속인 집안었는데 뭐 소리지르고 고함치고 반말하는거 한번도 본적없습니다. 듣기로는 고함친적이 한번있었다고는 하는데 그때가 사이비 무당 만났을때라던가... 로 들었던적이...
와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