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사키 베이비
[ MURASAKI BABY ]
엄마를 찾는 헤매는 자색의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한쪽 손엔 자색의 심장 풍선을 쥐여주고, 다른 손은 따뜻한 나의 손으로 꼭 쥐어 주어
흐느끼는 아이를 달랜 후 함께 엄마를 찾으로 떠나는 여행.
먼저 알림 ) 엔딩까지 내용이 있습니다.
인디 게임의 장점.
인디 게임은 태생적으로 자본이 많지 않기에, 자본이 풍부한 메이저 게임과 비교했을 시 약한 점이 매우 많다. 돈을 더하면 더할수록 좋아지는 < 그래픽 > 과 < 스케일 > 이란 요소는 뭘 더 왈가 왈부 할 것도 없이 메이저 게임에게 밀리고, 그나마 해볼만했던 < 스토리 > 란 요소마저도 요즘 메이저 게임들이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할리우드에서 이름 좀 떨치는 작가까지 고용해가며 게임을 만들기에 상대하기 힘들어졌다. < 스케일 >. < 그래픽 >. < 스토리 >.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이 3가지 요소 모두 메이저 게임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면, 인디 게임엔 뭐가 남아 있는 것인가. 인디 게임이 메이저 게임보다 다 나은 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어마어마한 그래픽과 스케일, 여기에 훌륭한 스토리까지 무장한 요즘의 메이저 게임들
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있다. 잘 발현되었을 시 위의 3대 요소쯤은 가뿐히 씹어 삼킬 수 있는, 인디 게임에는 메이저 게임에서는 하기 힘든 < 도전 > 이란 요소가 있다. 메이저 게임은 투자하는 돈이 많은 만큼 망했을 시 뒤탈이 어마어마하게 크기에, 소위 말하는 < 안전빵 > 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그래픽과 아트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게 메이저 게임의 현실이지만, 인디게임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패했을 시 메이저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뒤 탈이 적기에, 감독이 도전하고 싶은 것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금단의 소재, 지극히 작가주의적인 메세지, 지극히 작가주의적인 아트 등등 뭘 해도 된다. 메이저 게임에서는 하기 힘든 디렉터의 창작욕을 마음 껏 표현할 수 있다는 어마 무시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인디 게임이고, 지금 리뷰하고 있는 이 [ 무라사키 베이비 ] 란 게임이 이 인디게임의 장점이 아주 좋게 표현된 그런 게임이다.
아이의 디자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전 정신이 함뿍 들어간 게임이다.
기괴한 귀여움
게임 시작 화면에서부터 머리에 입이 달린 아이를 떡 하니 내세워 < 우리 게임 특이하오 > 를 당당하게 외치고 있는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메이저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차별성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다. 팀 버튼의 작품보다도 더 기괴한 이미지들의 향연, 텍스트 하나 없이 벽에 달린 그림으로만 진행되는 스토리 텔링, 아날로그 스틱과 버튼이 있는 게임기임에도 불구하고 터치만 사용하는 조작 방식은 게임의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특이하다고 말할 정도로 확실히 특이하다. 이런 < 특이점 > 은 분명 이 게임의 크나큰 장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디 게임에서 이런 < 특이점 > 이 좀 있다고 왕창 점수를 높게 주거나 그리 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다 싶이 인디 게임의 정체성 자체가 감독의 창작욕이 필터링 되지 않은 채 마음껏 들어간 작품이다 보니,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이 죄다 여러 면에서 독특은 하기 때문이다. 인디 게임에서 잘 만든 게임이란 이 창의성이 넘치는 재료들을 가지고 하나의 게임에 제대로 녹여 내느냐, 그리고 그 녹여낸 것들을 제대로 뭉쳐서 엔딩까지 잘 굴려가게 하고,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주느냐로 구별 짓게 된다.
분명 게임 자체의 창의성은 폭발한다. 그런데 그 창의성이 따로 놀지 않고 잘 합쳐지는가?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잘 굴러간다. 디자인, 사운드, 게임 플레이 모두 극악스러울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지만, 이 개성이 다 따로 노는 게 아니라 < 기괴한 귀여움 > 이라는 하나의 전체 컨셉 안에 잘 녹아 있다.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그저 끝없이 기괴하기만 하던 아이들과 게임 배경의 이미지는 귀여운 목소리와 사랑스러운 행동들, 그리고 그리 기괴하지 않은 OST에 의해 적절히 중화 된다. 아이의 손을 터치한 채 이끌어야 캐릭터가 움직인다던가 비타의 후면 터치를 써야 배경이 바뀌고 각종 오브젝트가 실행되는, 즉 그리 편하다고는 할 수 없는 터치 위주의 조작 방식은 < 아이를 이끌어 진행한다. > 라는 게임 내의 스토리에 의해 설득력을 얻고 이 게임에 가장 알맞은 조작 방식이 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따로 때어 봤을 땐 하나로 뭉치기 어려울 것 같던 개성적인 요소들이 [ 무라사키 베이비 ] 가 말하고자 하는 < 스토리 > 와 [ 무라사키 베이비 ] 가 정한 < 기괴한 귀여움 > 이란 컨셉 아래 잘 뭉쳐져 커다란 공이 되어 엔딩 끝까지 유려하게 굴러간다.
< 무서웡 >
흥겨울 거 볼 때는 앞뒤 안 보고 뛰어가거나 무서운 거 볼 때는 아무리 이끌어도 움직이지 않는 등
아이의 행동을 잘 표현한 것도 [ 무라사키 베이비 ] 의 매력 포인트
텍스트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 텔링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텍스트 없이 그림과 아이들의 행동으로서만 이야기를 말하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은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 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실제로 [ 저니 ] 같은 경우에는 < 이게 무슨 귀신 시나랏 까먹는 소리인가? > 하는 말이 많았으니까. [ 저니 ] 같은 경우에는 황홀한 디자인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는 모험을 두지만,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그렇게 까지 모험을 하진 않는다. [ 무라사키 베이비 ] 도 기본적으로 특유의 조작 방식과 퍼즐로 모든 걸 말하려고 하지만, 액자가 여러개 걸린 스토리를 말하는 방을 따로 두어 스토리를 이해할 최소한의 방어선은 구축해 놓고 있기에 텍스트가 없어도 별 문제 없이 스토리를 이해 할 수있다.
스토리를 말하는 회색 액자의 방
스토리와 결합된 조작 방식
위에서 [ 무라사키 베이비 ] 의 조작 방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조작감과는 별개로 비타의 터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활용한 게임이다. 수많은 스마트 폰 게임들이, 터치를 이용한 조작 방식으로 결국 가상 패드를 만들어 그걸 누르게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터치라는 조작 방식은 < 퍼즐 장르 > 를 제외하고 여타 장르에서 그리 좋은 조작 방식이 되기 힘들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방향키를 누르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터치를 이용하여 직관적이면서 편하게 표현하는 게 어렵기 때문인데,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놀랍게도 이걸 스토리와 결부시켜서 해결한다.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마미를 찾아 떠나는 어린 소녀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의 게임에서 보통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그 아이가 되게 하여 직접 세계를 탐험하게 되는데,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플레이어에게 아이가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엄마를 찾는 아이의 조력자의 역할을 줌으로써 아이가 되어서 움직이는 게 아닌 아이의 손을 잡고 이끌게 한다. 플레이어는 스토리 상 관조자의 입장이 되어 아이를 이끌게 되고, 이끌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를 움직이게 되고, 이로써 가상 패드를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아이를 움직이게 한다. 여기에 < 뒷 > 배경을 바꾸는 것은 비타 기기의 < 후면 > 에 위치한 터치 패드를 미는 것으로 표현하고, 뒷 배경의 오브젝트를 실행하는 것은 < 후면 > 터치 패드를 두드리는 것으로 표현하여 직관성을 높이고, 화면의 상하를 바꾸는 것은 비타의 자이로 센서를 이용하여 표현해서 직관성의 끝을 보여준다. [ 무라사키 베이비 ] 의 장르가 < 플랫포머 + 퍼즐 > 이면서 가상 패드를 따로 화면에 불러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터치로 모든 걸 해내었다는 것이, 이 게임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었다.
확실히 직관적이긴 하다.
이와 동시에 직관적인 것과 조작감이 좋다는 게 동의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독장척인 퍼즐
[ 무라사키 베이비 ] 에서 디자인과 조작 방식 말고도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주는 < 퍼즐 > 또한 독창적인 재미를 준다. 기본적인 퍼즐의 구조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다 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후면 터치를 이용해 아이의 처한 곤란한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배경을 선택하고, 그 배경의 오브젝트를 실행시켜 아이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타계하게 도와주는 구조다. 처음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배경이 하나밖에 없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배경과 오브젝트가 늘어나고, 배경과 오브젝트가 많아질수록 퍼즐 푸는 재미 또한 배가 된다. < 상황에 맞게 뒷 배경을 바꾸고 오브젝트를 실행시킨다는 > 는 이 메커니즘 자체도 독창적이고 재미있지만, 이 퍼즐의 최대 장점은 플레이를 할수록 퍼즐을 푸는 재미와 함께 < 내가 이 아이의 보호자 > 란 느낌을 물씬 받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무 텍스트 없이 스토리를 진행하는 이 게임에, 퍼즐을 푸는 행위 만으로도 마치 스토리를 듣고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며 플레이어가 조력자의 입장에 깊이 몰입하게 해준다는 것은, 여러모로 놀라운 장점인 것이다.
독창적인 퍼즐에 기괴한 디자인이 더해지니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생한다.
좋은 엄마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자색 아이의 가녀린 손을 잡아 이끌며 가면을 쓴 아이, TV에 빠진 아이, 헤어스타일에 빠진 아이, 양보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다 서로 붙어버린 아이를 구해 내면서 엄마를 찾으로 가고, 그 끝에 다다라 자색 아이가 찾은 그리고 찾는 엄마를 보게 되면 참된 엄마란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 무라사키 베이비 ] 는 그런 게임이다. 아이가 바라보는 참된 엄마란 그저 낳아 준 엄마가 아니라 잘 이끄는 사람이 엄마라는 상투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 내내 아이의 손을 잡아 이끈다는 플레이 방식과 마지막 엔딩의 반전스러운 연출이 결합되면서 이 메세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표현해 낸다. 이것과 더불어 게임 내내 난 아이를 어떻게 이끌었는지에 대해서, 난 아이를 과연 잘 이끌었나에 대해서 고민해 보게도 된다. 짧은 플레이 타임도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간이란 명목으로 실드를 쳐주고 싶을 만큼, 플레이 방식부터 이미지와 메세지 전달에 공을 들인 게 확연히 티나는 게임 [ 무라사키 베이비 ] 다.
참된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게임
[ 무라사키 베이비 ]
ㅊㅊ
ㅊㅊ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