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시절 황량한 불모의 땅 퀘스트 중에는
가시맷돼지들에게 가족을 잃은 한 오크 남자의 복수를 돕는 퀘스트가 있었음.
"만크릭"
만크릭 퀘스트는 사실 오리시절을 발바닥에 땀나게 돌아다니던 호드 유저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서브퀘 중 하나였음.
근데 이 만크릭이 나중에 대격변 때 하이잘에도 나오고,
평행세계 드군에서는 어린 만크릭과 그 아내를 엮어줄수도 있고.
결국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고 재혼하는걸 지켜볼 수도 있음.
나는 13만렙을 모두 호드로 키운 진성호드인데
내가 얼라 플레이어들을 싫어하고 뭐 이런건 아니지만, 대격변 때 타우라조가 개판난걸 봤을 때는 당연히 기분이 좋을수가 없었음.
타우라조에서 했던 퀘스트들도 기억이 나니깐.
뭐 얼라들도 똑같이 테라모어에 대해 그렇게 느끼겠지.
결국 지도자급이 어쩌고 이런 대전개는 분쟁이 없어서는 안되었던 과거 와우의 시스템 상 억지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소소한 스토리들이야말로 와우에 이입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장치였다고 봄.
나는 멧젠 이후 스토리 담당자들이 "호드"를 아예 근본적으로 이해를 못한다고 봄.
내 생각에 호드의 핵심은 자기들이 매일 외쳐대는 명예와 영광이 아님. 그런건 사실 졷도 상관없음.
호드의 핵심은 생존투쟁과 가족임.
그래서 호드는 항상 척박할 수 밖에 없음. 드군에서 황량한 눈벌판에 움막을 세우는 것도 그래서 호드다운거임.
하지만 생존투쟁만으로는 약육강식으로 흐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서 호드의 일원이 가족이라는 인식이 필요함.
가족은 약하다고 그냥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가족을 버린 호드는 강철호드같은게 되는거.
척박한 가운데에서 가족으로서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호드임.
가족에 얽히는 호드 퀘스트들이 그래서 더 중요함.
이런 소소한퀘가 더 이입이 되는데 결국 메인스트림은 전쟁준비->전면전->엔딩->또다른전쟁의 반복이지만 사이드퀘는 그 전쟁에서 한발자국 떨어져서 일상을 보는 거라 텍스트 읽는 재미가 쏠쏠함. 이번 내부전쟁퀘들도 메인퀘보다는 치매 토석인퀘나 아라시 고아원에서 놀아주거나 메이린이랑 보드게임하는 사이드퀘들이 더 감정이입이 되더라고
친지 중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는 입장에서 토석인 퀘스트는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