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독이 전작의 흥행한 이유를 잘 알지만, 정작 본인은 그 이유를 싫어했다는 느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음.
2. 결말은 씹다가 단맛이 다 빠진 껌을 뱉었는데 잘못해서 옷에 묻은 바람에, 그걸 다시 한번 떼어내서 땅바닥에 던진 느낌.
나는 애초에 보고 나서 텐션 가라앉는 영화 자체가 취향이 아니라서 1도 유명세 때문에 휩쓸리듯이 봤음.
하지만 1은 내 취향은 아니었을지언정 이게 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주목받는지 알 만한 물건이었음.
영화 내용은 어둑하고 찐득하고 찝찝한 분위기 속에서,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에 대해 불편한 시각으로 주목했고
그 시각에서 드러나는 자그마한 면 하나하나가 아서 플렉이 조커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의 주요한 단서를 제공함.
내 말을 듣지 않는 복지사, 등골을 빼먹는 주제에 애초에 원수나 다름없던 엄마, 배신한 동료, 코미디언으로서의 실패, 그 자신의 병증.
그로 인한 망상과 거기에 휘말린 주변인.
그 하나하나가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엄마에게 파리 한마리 못죽일거라던 소릴 듣는 인간을 며칠만에 6명을 죽이는 살인자로 재탄생시키는 계단이 되었음.
그 계단이 취향이건 아니건 거기에 계단이 있고 계단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어서 밟고 올라가면 거기에 걸맞는 결말이 있는게 1이었는데
2는 의미가 있는게 딱히 없음.
아서가 받는 취급? 딱히 아서에게 의미가 없음. 오히려 부담스럽고 감당 못할 짐이라서 후반부에선 울면서 던져버렸음.
매번 컵에 담아주는 약을 먹다가 끊은 것? 그걸 끊고 뭔가 정신이 빠릿해져서 탈옥계획이라도 세웠다면 모를까...언급만 됐을뿐 역시 의미가 없음.
아서에게 첫키스를 빼앗긴 애송이가 맞아죽은것? 그게 아서에게 조커라는 개념을 포기할 동기를 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역할은 그전에 이미 게리가 다해먹어서 애송이의 죽음은 그다지 임팩트가 없음. 그래서 그 뒤로는 언급조차 없고 죽인 간수도 이후에 잘만 등장해서 평범하게 할일을 함.
메인 전개를 담당하던 아서 플렉의 재판? 거기서 아서가 유죄를 받고 사형이 선고되는지 안되는지도 사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별 의미가 없음. 영화는 중반부까지는 그게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관객의 시선을 끌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법원 폭발과 동시에 던져버림. 아서의 법적 운명 자체가 애초에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결론하곤 상관이 없었기 때문임.
아서가 가장 마지막까지 매달렸던 할리퀸과의 사랑? 사실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서를 이해 못했던 게 바로 할리퀸임. 할리퀸이 그렇게 욕하던 아서의 전임 변호사는 세상이 아서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지만, 차라리 그 작자가 할리퀸보다는 아서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일 지경. 당연히 아서가 진짜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조커를 던져버리니 가장 먼저 떠나버렸고 이후의 재회도 의미없는 노래로 소모됐음. 오죽하면 아서 본인이 노래로 하지 말고 말로 하라고 했을까..
영화 전체가 그런 요소 하나하나를 가지고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의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그려냈는데 이건 1의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방식임. 뮤지컬이 호불호가 어떻고를 떠나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그러함.
이건 전작의 계단 하나하나가 감독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한 호응을 이끌어낸 것에 대한 감독 스스로의 반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 정말 그런 거라면 너무 유치하지 않나? 싶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게, 이런 경우에 자기 생각보다 대박이 난 전작을 안티테제로 삼는다면 속편을 만들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음. 첫째는 전작의 정체성을 역설적으로 뒤집는 것이고, 둘째는 그를 통해서 전작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임.
그런데 조커2는 첫째는 보는 사람이 맥이 다 빠질 정도로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둘째에 대해서는 무관심함. 2를 만든 목적 자체가 '1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1을 해체하는 것'이 전부인 걸로밖에 안보일만치 내용적 요소가 하나같이 '의미가 없음' 심지어 아서 플렉 본인의 운명조차도 그러함. 법원 벽이 폭발하면서 한 번 내동댕이쳐지고 할리퀸과 재회하고 두번 내동댕이쳐지고 면회하러 가다가 칼빵맞아서 세번 내동댕이쳐진 아서 플렉의 운명은 사실 두번째 내동댕이쳐진 시점에서 이미 관객들조차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기 십상이라서 막판에 아서에게 칼빵을 놓는 놈이 피해자 유족의 사주를 받았는지, 아니면 그냥 아서를 조커로 추종하다 실망해서 죽어도 싼 놈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아서가 쓰러진 후에 보여주는 모습처럼 걍 ㅁㅊㄴ이어서였는지도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가 않음.
좀 너무 지나치게 중요한 요소가 없지 않나..? 싶었음. 관객들이 수십년 동안 빌빌대며 살아왔던 아서 플렉이 아니라 각성해서 며칠만에 여섯 명을 죽인 조커에 열광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다면, 아서 플렉 본인의 내면을 되돌아보는 과정 자체를 1에서 아서가 미쳐가던 것보다 더 쩔게 만들 생각을 했어야 함.
하지만 그런 과정을 만드는 대신 뮤지컬로 분위기를 내면서 1을 해체하는데 집중한게 2의 문제였던 것 같음.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쓸데없이 이중인격 운운하면서 괜히 이야기만 꼬이게 다룬것도 맘에 안들더라
그게 세상이 아서를 똑바로 보지 않는다는 장치라는게 보이니까 그 의도는 알겟는데 너무 거기에 매몰된 느낌이긴 했음.
나도 조커 1편 봣을때 그 이름이 무적의 무지개 방패처럼 느껴지긴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