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에 가입하고 괴담 게시판에 가끔 눈팅만 하다가
오늘 유머 베스트에 올라온 <호텔에서 겪은 무서운 이야기>를 보고 제가 겪었던 일이 생각나 처음으로 괴담 게시판에 글을 올려봅니다ㅎ
글 솜씨는 별로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전 스위스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중국, 하와이, 몰디브의 5성급 호텔의 프론트 오피스 팀에서 근무하다 올해 초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호텔 빈 객실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난다는 괴담들을 종종 읽어서 호텔 야간순찰을 할 때마다 은근히(?) 기대했지만 한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ㅎㅎ
대신 극단적 선택들이 몇 번 있었고 실제로 일어난 것을 야간근무 때 제가 처음으로 발견해서 신고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와이나 몰디브는 워낙 멀리 떨어진 리조트 호텔이라 그런 사건은 한번도 없었는데 중국 호텔은 도심에 있는 호텔이라 시도가 가끔 있었어요.
모두 다 금전적인 이유로 수면제를 이용해서 시도하였는데 다행히도 직원들이 이상한 낌새를 채고 제때에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하여 구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1월 4일, 제가 야간 근무를 할 때 일이 터졌습니다.
전 당직 지배인이었고,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 한명과 같이 호텔 로비에서 근무를 했어요.
밤 12시 30분 쯤, 전 사무실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 어디선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마침 여직원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올테니 그동안 프론트 데스크를 봐달라고 하더군요.
직원 화장실에 가려면 호텔 뒤에 있는 유리문을 통해 가야했는데 꽤나 거리가 있어 다녀오려면 최소 5분 정도 걸립니다.
천천히 갔다오라고 하고 제가 프론트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는데 왠일, 여직원이 다시 종종 걸음으로 제게 급하게 오더군요.
여직원이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유리문 바깥에 어떤 사람이 유리문에 죄다 토해놓고 바닥에 잠이 든 것 같다고, 겁이나서 못 나가고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중국 도심 호텔 야간 근무 때는 만취한 손님들이 호텔에 와서 토하는 경우가 종종 있던 터라ㅠ
얼른 담당 직원에게 연락해 다른 손님들이 보기 전에 치워야 해서 확인을 하러 제가 갔습니다.
뒷문으로 가는데 30m 정도 전부터 심한 술 토악질 냄새 + 아주아주 달짝지근한 냄새가 뒤섞인 것을 맡을 수 있었고,
여직원이 말한대로 유리문이 죄다 갈색 오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얼굴을 위로 한 채로 바닥에 누워있었고, 벽에 가려서 상반신은 안 보이고 머리만 보였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본 각도에서 그린 그림을 그려봤어요.
그 당시 광경을 보고 토한게 좀 이상하다고 느꼈었는데, 토한 위치가 유리창 너무 위쪽부터 시작했더군요.
키가 아무리 크고 하늘을 향하여 토해도 그 위치에는 도저히 토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가까이 갔는데,
바닥에 자잘한 유리 파편들이 가득하고 핏자국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리창 바로 앞으로 가니 상반신만 남은 남자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누워있더군요.
자세히 밖을 살펴보니 하반신은 저 뒷편에 떨어져 있었고, 위를 보니 유리 비가림막이 박살나 있었습니다.
유리 비가림막 중간중간 굵은 철기둥이 지지대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거기에 맞고 떨어져서 몸이 그렇게 된 것 같았어요.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센지 그 굵은 철기둥이 완전히 휘어있더군요.
사람이 죽은 건 처음 봤던 건데 의외로 당황하거나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몸 훼손이 그렇게 심한데 창백한 것 빼고는 멀쩡한 얼굴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상황 파악을 한 뒤, 얼른 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와 다시 현장을 확인하고
제 매니져와 총지배인, 그리고 보안팀에게 연락,
직원에게 호텔 안쪽 유리문을 가릴 만할 병풍을 가져오라 한 뒤 경찰에도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 정말 무지 빨리 오더군요.
뭐 그 이후론 정신없이 바빴습니다ㅠ 발견 당시 상황 설명에, 투숙객인지 확인, 투신 위치 확인 등등.....
설명과 확인 후, 경찰과 보안팀이 밖을 확인하는 동안에 저는 호텔 내부에서 뒷문으로 손님들이 못 나가게
병풍 근처에 서있었는데 어휴 그 내장과 피가 섞인 냄새가 정말 독하더군요. 근무복에 냄새가 죄다 배어서 세탁 보냈습니다.
후에 조사 결과, 투숙객은 아니고 외부 사람이 몰래 직원용 통로를 이용해 44층 옥상까지 올라가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호텔 건물 43층과 44층은 건물주가 살고 있는데 44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바로 앞에 옥상 정원이 있어요. 그 곳에서 투신했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그 전부터 호텔 직원들이 직원용 통로와 엘리베이터는 보안을 위해 카드를 찍고 올라갈 수 있게 해달라 몇 번이나 건의를 했었는데 건물주가 무시했었어요.
이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는 얼른 설치하더군요;;
전 호텔 직원이지만 호텔 객실에서 생활해서 그동안 자주 뒷문을 이용했었어요.
오래 전 중국 뉴스에서 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들은 후 부터는 고층 건물 바로 옆을 걷는 걸 항상 조심했었습니다.
호텔 뒷문을 나가서도 항상 제일 먼저 머리 위를 살펴 봤었고요.
그러다가 제가 잘 다니는 뒷문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니 더 자주 위를 살펴보게 되더군요.
동료들이 제가 충격을 받았을까봐 걱정을 많이 해주었는데 제가 무뎌서 그런지는 몰라도 충격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퇴근해서 잘 잤고, 그 날 또 있는 야간 근무도 했고, 뒷문 유리 비가림막이 다 수리된 후에는 예전처럼 뒷문도 매일 이용했고요. 악몽을 꾼 적도 없었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슬럼프가 오기도 했고, 가끔 너무 힘들 때는 정말 살기 싫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바로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을 보니깐
나쁜 생각하지 말고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하나씩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절주절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모두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항상 힘내세요!! 화이팅!!!
에구ㅠㅠ 그 보안팀 직원분은 그런 광경을 직접 봤다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정말 큰일 이였네요. 고생하셨겠습니다. 말씀 하신 대로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ㅎㅎ
세상에...
충격적인 경험을 하셨군요...
제가 일하던 호텔에도 제가 일하기 몇년전에 누가 뛰어내럇다고 하더군요. 그날 일하던 세쿠리티 직원이 새벽에 옥상 올라가는갈 보고 따라 올라가서 설득하려햇지만 결국엔 뛰어내렷다고 하다군요.
정말 큰일 이였네요. 고생하셨겠습니다. 말씀 하신 대로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ㅎㅎ
맞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해결이 되더군요 :)
충격적인 경험을 하셨군요...
예... 이런 일들이 다 그렇듯이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얼떨떨했는데 한편으로는 새해부터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행동을 했을까 싶은게 참 안타깝더군요.
제가 일하던 호텔에도 제가 일하기 몇년전에 누가 뛰어내럇다고 하더군요. 그날 일하던 세쿠리티 직원이 새벽에 옥상 올라가는갈 보고 따라 올라가서 설득하려햇지만 결국엔 뛰어내렷다고 하다군요.
에구ㅠㅠ 그 보안팀 직원분은 그런 광경을 직접 봤다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