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에게 편지를 보내면, 귀신이 다음 날 답장을 써서 보내주고, 귀신의 답장을 받은 사람은, 사흘 내로 죽는다는 이야기가 유행했었어.
당시 우리는 한창 학업에 스트레스 받던 나이였고, 그런 괴담이나, 뜬 소문은 금세 우리의 심심풀이용 화재가 되었고,
너 나 할것 없이, 귀신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기 시작했지.
물론 방법이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제외하면, 보통 편지 쓰는것 처럼 편지지에 편지를 쓰면 되었어.
첫 째, 보내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 앞에 ''亡者' 라는 글자를 적어 넣어야해. '亡者 아무개' 이런식으로. 왜냐하면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의 편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래.
둘 째, 편지가 어느 귀신에게 갈지 모르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이름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는데.
셋 째, 편지 내용은 아무거나 상관없어. 사소한 잡담이라던가 연애이야기, 개인적인 불만 그 어떤것이든.
넷 째, 편지를 다 쓰고, 편지 봉투에 넣어 봉하고, 우편 칸에는 자신의 피로(이거 찍는데고 많이 낼 필요 없어) 지장을 찍으면 돼.
마지막으로, 새벽 2시에서 3시 반 사이에 혼자서(절대 다른 사람과 마주칠 수 없는 장소에서) 亡者必復(망자필복)을 세 번 외치면서. 편지를 불태우는거야.
그렇게해서, 만약 편지가 제대로 보내졌다면, 반드시 이틀 안에 답장이 오고, 사흘 안에 그 사람은 죽게 된데.
한 가지 재미있는건, 그 당시에 이걸 하던 학생들 몇 명이 죽는 일이 있었는데, 당연히 '귀신편지' 이런 장난 같은 이야기를 어른들이 믿을리고 없었고,
사인이 다들 제 각각인지라, '불행한 사고' 내지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x'로 사건들이 마무리 되었어.
슬프게도 나와 같이 편지 썼던 베프인 희원이도, 그 당시에 죽었는데, 사인이 자기방에서 목메단거였어...
성적을 비관한 자x이라고 결론났지만, 나를 포함한 학생들 그 누구도 결코 믿지 않았지...
당연히, 그 뒤로 귀신에게 편지 쓰는 일 따위를 진지하게 하는 학생들은 점점 줄어들다 없어졌어. 너무 무섭잖아.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왜 했냐면, 사실 옛날 생각이나서 몇 일전에, 귀신 편지를 써봤거든.
그런데, 지난 주 수요일인 6월 23일(이날이 내 생일이었어!)에 편지를 받은거야. 그것도 이미 10여년전 죽었던 내 친구 정희원에게!
편지 받을 때까지만 해도, 반가우면서도 너무 소름돋았지만, 지금은 그냥 무덤덤해.
내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딱하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소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