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어린 시절 난 괴물이 되고 싶었다.
만화나 영화에 나오던 괴물들이 멋져 보여서 나도 언젠간 그런 괴물이 되고 싶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 당시 어린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상상하던 일이었고
나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런 터무니없는 꿈따윈 점차 잊어갔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어릴적 내 꿈은 현실이 되었다.
언제 무엇 때문에 내가 괴물로 변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정확히는 예전 일들 중 많은 부분이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저 명백히 인간이었던 내가 어느 순간 괴물로 변해 버렸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처음엔 그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굶어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처음 괴물로 변한 그 날의 일은 드문드문 떠오를 뿐이다.
도마뱀처럼 거친 피부, 새빨간 눈과 날카로운 이빨.
나뭇가지처럼 얇지만 날카롭고 단단한 손가락...
변해버린 내 모습을 거울로 처음 봤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충격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몸이 변하며 머릿속까지 엉망진창이 되었던 건지
난 진정하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집밖으로 뛰쳐나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두려웠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며 마땅히 해야 할 대응을 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는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너무도 강렬히 다가오는 그 감정에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그 이후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략 예상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흉측한 몸에 자질구레한 상처들이 남겨져있었고 내 길다란 손가락엔 피칠갑이 된 어린아이의 시체가 들려있었으니까.
우습게도 손에 들린 시체의 모습이 끔찍해 보이거나 징그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한손에 빵을 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 정확히 그랬다.
때문에 한손에 든 시체를 입으로 가져가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난 말그대로 괴물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새로운 삶에 익숙해 질수 있었다.
낮에는 사람들을 피해 깊은 산으로 올라가 땅을 파고들어 가서는 잠을 잤다.
쉽게 지치지도 않았고 예전보다 몸이 훨씬 단단했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았다.
예전에 먹던 것들은 이제 먹을 수 없었다.
오로지 살아있는 무언가를 사냥해야 했고 그 대상은 인간뿐이었다.
본능이 충실하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인적드문 산길에 숨어있다가 혼자 있는 인간을 노렸다.
제법 많은 수의 사람이 내 먹이가 되었지만 다행히 경찰이나 군인이 날 잡으러 나타나지는 않았다.
괴물의 소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테니 어찌보면 당연했다.
첫날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목격된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운이 좋게도 괴물이 나타났다는걸 누구도 믿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덕에 마음 편히 사냥을 하고, 아무도 없는 숲에서 안전하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근처에 굴을 파서 은신처를 만들었고 낙엽들로 잠자리도 꾸며놓았다.
뼈들을 엮어 장신구를 장만 하거나 집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삶이라 생각했다.
배고파질 때면 사냥을 나갔고 잠이오면 그대로 누워서 잤다.
인간성이 옅어짐을 느낄지언정 지능마저 퇴화되지 않았기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집을 꾸미고 나를 장식하고 바위에 흔적을 남겼다.
외로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나도 인간일 때에는 결혼도 하고 가족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런 것 따위는 이제와서 내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했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게 누군가 찾아왔다.
“하... 큰일났네 여기가 어디야?”
동굴 안에서 돌맹이를 만지작 거리던 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몇 개월을 이곳에서 보냈지만 사람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난 흥미를 느끼며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한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기세 좋게 혼자 산을 오르다 길을 잃은 모양이었다.
배고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먹잇감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살금살금 다가가 순식간에 뒤에서 놈을 덮쳤다.
그대로 목을 꺽어 버리려던 난 문득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지금 배고프지도 않으니 일단 녀석을 살려둬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둘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녀석을 나무에 매달아 놓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적당한 높이에 날카롭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 하나가 보였기에
녀석의 다리 한짝을 들고는 종아리에 가지를 꿰뚫어 거꾸로 매달아 두었다.
놈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리도 나약하고 한심하다니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사냥해 왔지만 이렇게 살려둔 적은 없었기에 전에 없이 흥미롭게 놈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 내 모습을 본 남자가 잔뜩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너 이 빌어먹을 새끼!!! 드디어 찾았다.
죽여버릴꺼야! 이 괴물새끼가 내 아들을...!!”
녀석은 당장이라도 날 죽이려는 듯 내게 손을 뻗었지만 그 상태로 내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리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 괴물이 된 날, 날 봤던 사람 중 한명인 듯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자가 말하는 아들이 내 첫 식사감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아 혼자서 숲을 뒤지며 날 찾아헤매었던 걸까?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조금 신기하다 라는 느낌이 있을 뿐 동정심이나 측은함 따윈 없었다.
시끄러워 질테니 그냥 조용히 죽일까 하던 그 순간....
‘탕!’
산이 요동치는 듯 한 소음과 함께 등에서 불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잡았다!!”
매달린 남자의 외침과 함께 어디선가 사냥용 엽총을 든 사람이 나타나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걸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매달려있는 남자와 비슷한 이유로 모인 사람들 같았다.
재빨리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몇발의 총성이 더 울리자 난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잠시간 고통에 신음하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동안
매달렸던 남자가 사람들의 도움으로 땅에 내려와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우리가 널 잡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괴물이 내 아들놈을 잡아갔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무도 안믿어 주더라고.
하긴 눈앞에서 본 나도 믿기지가 않았는데 오죽 할까...
네놈이 어떤 놈인지 어디서 왔는지 그딴건 관심 없고, 그냥 죽어!
우리 가족들을 죽인 대가를 치러야지.”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기억 하나가 흘러들어왔다.
내가 인간이었던 때.
내 가족들.... 아내와 딸....
나 역시 가족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다.
가족끼리 야영을 간 날, 숲속에서 괴물이 튀어나왔다.
지금의 나와 똑같이 생긴 괴물.
난 가족들을 지키려 했지만 그 녀석에게 물린 뒤 멀리 집어던져져
흐려져 가는 의식 너머로 아내와 딸이 잡아먹히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그 괴물 녀석은 고통과 슬픔으로 울부짖는 날 잠시 바라보다가 숲으로 돌아갔다.
놈이 날 살려둔 이유는 얼마 안가 알 수 있었다.
물린 상처가 곪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내 몸이 점차 괴물로 변해간 것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가 총을 받아들고는 내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죽어 이 괴물자식!”
녀석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난 마지막 힘을 짜내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에 이빨을 강하게 박아 넣었다.
곧 사람들이 달려들어 날 다시 바닥에 쳐박았지만 난 그럭저럭 만족 할 수 있었다.
몇 개의 총구가 날 겨냥하고 있었고 내겐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내게 물린 그놈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날 증오하는 그 눈빛만은 식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의 내가 괴물에게 보여준 그 표정처럼.
최후를 직감한 난 비웃음을 흘리며 녀석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총알이 내 머리를 꿰뚫기 직전 난 녀석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길 수 있었다.
“다음은 너야.”
녀석들의 당황스런 표정을 마지막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By. neptunuse
[자작] 괴물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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