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이싱 게임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어 몇몇 레이싱 게임을 해보았다.
나는 레이싱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라 갓 입문한 초보이기에 사실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몇 시간 달려보면 딱히 이것저것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차량반응이 드라이브 클럽 보다 그란투리스모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란투리스모6 처음엔 정말로 좋은 인상이었다.
수 많은 차종, 사실적인 차량 반응, 조금만 잘못건드려도 스핀해버리는 통에 정말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컨트롤..
그러나 10시간, 20시간, 30시간.. 플레이 타임이 늘어날수록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거슬렸던 것은 스탠다드 차량이다.
게임을 하다보니 차량 퀄리티가 뭔가 이상해서 검색해보니 플투 차량을 재활용한 스탠다드 차량이란게 있다는 것이었다.
'뭐 갤러리 뷰 없는 차는 안사면 되지'
하고 넘어갔다. 그 다음 미션모드에서 차량이 스치기만 해도 게임오버 되는게 쪼금 거슬렸다.
'원래 어려운 겜이니까'
하고 넘어갔다.
그 다음은 서스펜션 움직임이 눈에 걸렸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가도 차체는 안정적이고 바퀴만 통통통 튀는 듯한 느낌..
'내가 레알못이니까'
하고 넘어갔다.
항상 뒤에서 1,2등으로 시작해 1등까지 나아가는 반복적인 구성
'1등으로 시작하면 재미없잖아'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곧 정말 이상한 부분이 나타났다. 바로 충돌 물리이다.
레이싱 겜을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충돌이 모든 상황에서 썩 자연스런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란은 충돌에 관한한 모든 부분이 어설프다.
상대적인 저속 구간에서는 충돌 페널티가 아예 없는 수준이라
코너에서는 속도 덜 줄이고 코너링 하려고 일부러 상대방 차에 박아서 감속 및 코너링을 하는 이상한 꼼수가 통했다.
커리어모드 후반까지 이 방법은 꾸준히 통하더라.
이와 반대로 고속에서 충돌 페널티는 플레이어에게만 과도하게 부과된다. AI차량과 충돌을 하면 무조건 내가 불리한 것이었다.
프로젝트 카스는 AI차량과 충돌해서 풀밭에 가 박혀있다가 열심히 자리를 찾아가다보면
나랑 박은 차량도 열나게 풀밭을 헤치며 트랙으로 돌아오는것을 볼 수 있었다. 그거 보면서 뭔가 동병상련도 느끼고 씩 웃음짓고 했었다.
하지만 그란6는 절대 아니다. 나혼자 별 지랄 다하며 진흙탕에 뒹굴고 있으면 AI차량은 나랑 누가 박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잘 달리고 있다. 간혹 정말 잘 박으면 나는 멀쩡하고 AI만 트랙을 벗어날 때가 있는데
이 때도 살짝만 트랙이탈 했다가 곧바로 자리를 찾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고속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AI가 뒤에서 치는 것이다. 초고속에서는 AI가 뒤에서 살짝만 들이대도 내 차는 온갖 법석을 떨며
서너 바퀴 스핀해서 코스이탈을 해버린다. 물론 AI는 멀쩡하다.
복수하려고 초고속에서 내가 뒤에서 들이박아봤다. 갑자기 내차가 좌우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겨우 차량을 안정화 시켰다.
다시는 들이대지 않았다.
이 충돌 효과의 ↗같음이 가장 두드러지는것이 나스카 레이싱이다. 몸싸움좀 하다보면 내 차는 허공을 두세바퀴 돌아서 날고 있는데
그 누구도 스핀조차 안걸려 있다.
내 차가 스핀나서 차들 한복판에서 빙빙 돌며 다른 차들을 다 들이받으며 온갖 민폐를 다 끼치고
다른 사람 레이싱 까지 망친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해서 눈을 질끈감았다가
간신히 시선을 돌리면 다른 차량들은 정말 멀쩡히 잘 달리고 있다.
적들이 뒤에서 박으면 완전 끝장인데 내가 박으면 밀려나지 조차 않는다. 나만 종잇장을 몰고 적들은 철판을 몰고 있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 그란이 사실적이라고 한다면 나스카 레이싱을 시켜주겠다. 그래도 사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것이다.
무엇보다 웃긴것은 AI들도 이 불합리한 충돌물리를 잘 아는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적들 진로 방해 같은건 꿈도 못꾼다.
적들이 피하려고도 하지 않을 뿐더러 뒤에서 박히면 그날 레이싱 말아먹기 때문이다.
차량 성능도 경기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앞서있냐 뒤쳐지냐에 따라 상대방들의 기량이 달라진다. 내 위치에 따라 적들의 기량이 변하는것..
뭐 하위권에서 시작해서 적들을 다 따라잡는 구성이니 적절히 조절이 필요했을 수는 있겠다 싶지만
이걸 플레이어가 눈치 채는 순간에 시뮬은 더 이상 없는 것이다.
경기 내용이 달라지면 AI차량의 성능마저 변하는 것 같다.
똑같은 차종으로 경쟁하는 중이었는데 AI차량이 압도적인 속도로 내 차를 추월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슬립스트림 이겠지', 혹은 '코너 탈출이 빨랐겠지'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슬립스트림도, 코너탈출이 빠른 것도 아니란것을 알게 됐다.
앞서 말했 듯 뒤에서 박히면 끝장이기 땜에 내가 앞서 있는 상황에선 절대 레코드 라인으로 안간다.
그래서 상대 차량과 라인도 다르고 속도도 이미 최고 속도라 더 오를 수 없는 상황(차종은 같다)이라 코너 탈출 시기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꽤나 큰 속도차로 추월을 해버린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순수 아케이드 레이싱은 안해봤지만 아케이드 레이싱에도 차량의 최고 속도라는건 있을것이다.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도 안지키는것이 시뮬레이터란 말인가?
물론 매니아들은 AI와 함께하는 주행은 안할지도 모르겠다. 멀티나 타임트라이얼 위주로만 한다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란의 장점은 탄탄한 커리어 모드와 많은 싱글플레이 볼륨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그 싱글 플레이 볼륨중 2/3 이상이 AI 차량과 함께 달리는 상황인데 이 AI와 함께하는 레이스가
시뮬이라 할 수 없다면 그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본다.
그란으로 레이싱 게임 입문을 하게됐고 참 재밌고 고마운 게임이긴 한데
초보에게도 눈에 띌만큼 결정적인 단점들이 눈에 띄어 참 아쉽다.
그란7은 좀 달라지길 기원해본다.
AI부분이 심히 공감간다.... 나스카는 ㄹㅇ 나만 똥줄이고 씹노잼
초보자 배려해서 만들어 줬더니 오히려 초보들이 더 난리치네
AI부분이 심히 공감간다.... 나스카는 ㄹㅇ 나만 똥줄이고 씹노잼
초보자 배려해서 만들어 줬더니 오히려 초보들이 더 난리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