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신작 <스토커> 매우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블로그에 썼던 글이라 언제나 그렇듯이 반말인 거 죄송합니다:D
<스토커>
매혹적인 성장기, 성공적인 데뷔작
박찬욱 감독의 헐리웃 데뷔작 <스토커>는 어떠한가? 호불호와 관련없이 많은 사람들이 박찬욱의 영상과 소리를 다루는 방법이 능수능란하다는 데 동의한다. 시나리오를 헛점투성이라고 보는 사람이나, 여백이 많다고 보는 사람모두 그 헛점 혹은 여백을 박찬욱의 연출로 메웠다는 것이다. 영화를 가득채운 불안감은 글로 이뤄진 시나리오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대상을 어떤 각도로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어떤 소리를 집어넣고 어떤 소리를 넣느냐라는, 온전히 영화라는 예술의 성취이다. 또한 그 동안의 박찬욱 영화가 그랬듯이 화면을 채운 아름다운 미술과 음악은 관객을 매혹시킨다. 박찬욱은 새로운 제작환경에서도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했다. 오히려 박찬욱 특유의 분위기가 서양배우들과 만나니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스토커>를 보고 가장 좋았던 것은 <스토커>가 어찌봐도 박찬욱 영화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박찬욱 영화에 서양인들이 들어오니 그것도 나름 느낌이 요상한 것이 좋았다.
<스토커>는 지금까지의 박찬욱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타인의 각본을 연출한 첫번쨰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의 영화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스토커>에 만족 반 아쉬움 반 정도의 느낌을 받은 사람은 웬트미스 밀러의 각본을 아쉬움의 원인으로 삼는다. 실제로 <스토커>의 이야기는 새롭지도 않고, 사건이나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도 최소한으로 이뤄져있다. 자세한 설명대신 많은 은유들로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어 영화 전면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단순하다. 흥미롭게 진행되던, 동시에 영화를 보며 엄청난 불안함을 느꼈던 영화의 전반부에 비해서 후반부가 약간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체불명의 삼촌 찰리(매튜 구드)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일어나는 사건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화자가 아니다. 인디아 자신이 불안하기 때문에 그의 시선은 극에 불안감을 줄지언정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한다.
인디아의 변화(성장)이 <스토커>의 중심이다.
<스토커>가 친절하다면, 특정 캐릭터가 스토커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리, 분석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각본의 빈틈은 대부분 매꿔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스토커>처럼 매혹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스토커>의 이야기는 장면과 장면을 이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단지 그 이야기가 대사가 아닌 영상과 소리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영화를 다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스토커>가 한 특별한 소녀의 성장기 이상으로는 읽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의문이 든다.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된 <스토커>의 이야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단순히 영상과 소리로 표현되기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인가? 영화라는 예술장르만이 표현가능한 것들을 <스토커>는 이뤄냈고 그것은 순전히 박찬욱 감독의 공이다. <스토커>는 박찬욱만이 찍을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감독에게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적어도, 기존의 박찬욱 영화에 호의적이었던 분은 어서 극장으로 달려가 박찬욱의 새로운 성과물을 확인하시기를! 영화의 여는 장면과 닫는 장면에서 느낀 황홀감을 여러분도 느끼시기를 바란다.
저예산으로 <스토커>정도의 개성강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헐리웃 제작자들도 박찬욱 감독을 곱게 볼 듯하다.
헐리웃에서의 차기작 제작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전 차누기횽 전작들에서 그 특유의 영화 미술이나 분위기들이 항상 괴기스럽다는 느낌을 받아왔는데 서양것들이랑 만나니까 오히려 약간은 평이한 헐리웃 스릴러무비 분위기가 난다고 느꼈어요 씬마다 들어가는 연출 의도를 다 파악하는데 한번보고는 좀 어렵더라구요. 리뷰 보니까 한번 더 보고싶어지는데 극장 한번 더가야겠네요 항상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