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이야기도 많겠지만 많은 이야기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주인공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한다는겁니다.
처지라던지, 직업적 위기라던지, 능력이 후달린다던지, 아니면 날 때부터 가진것 때문이라던지...아무리 잘난 주인공도 어떻게든 그 사람이 낮은 위치임을 설정하고 시작합니다. 심지어 이고깽이나 먼치킨물도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보통 그런 캐릭터들이 감정이입하기 쉬워서 그렇다는 말이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낮은 위치를 강조합니다. 부잣집 장모님에게 갈굼당하는 부인, 마왕의 비겁한 술수에 당한 전사...심지어 픽션이 아닌 영역에서도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눈물을 자아내고 모금단체는 불쌍한 아이들의 눈물을 클로즈 업 해서 찍고, 정치인들은 자신을 낮추거나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자기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음을 말하며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언더도그마라는 말도 있죠.
그런데 실제로 그런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존재 합니다. 그런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보인다면? 우리 옆에 산다면? 솔직히 이런글을 쓰는 저도 그렇고 아무 사심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되는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던지 님비 현상이라던지 그런걸로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이나 집단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악마화 하지만 저는 의문이 듭니다. 그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나쁘거나 하는 사람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그 사람들도 학교 수업시간에 님비현상이라던지 배웠을거고 드라마나 다큐에서 불쌍한 사람들이 나오면 눈물흘릴겁니다. 과거에 님비현상을 일으키는 사람이나 휴거 같은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 특별히 악마적인 일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일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자기는 그 민낯을 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마음속엔 그런 낮은 사람들과 분리되고 구분지으려 하고 동등하게 여기지 않으려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주인공 가족들은 낮은 위치에 처한, 구질구질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상승을 꿈꾸고 그게 먹혀들었갈 때 우리는 그들에게 공감해 해방감, 일탈감을 충족되고 그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처럼 된다는건 최악의 악몽이고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며 그들에게 하는 공감은 가식일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은 그 어쩔수 없는, 하지 않으려고 해도 들어나게 되는 구분짓기에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자신들도 똑같은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추레하고 구질구질한 존재들이 벌래가 아닌 똑같은 인간임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