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 큰일났다….”
비키니 비스무리한 의상을 입은 세레스티아가 거울을 보며 참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 이렇게… 언제 이렇게 살이 찐거지?”
혹시나 일종의 환시(幻視)가 아닐까 싶어 직접 손으로 만져 보지만, 손아귀에 너무도 생생히 느껴지는 이 부드러움은 틀림없는 피하지방의 감촉이다.
사실 그동안 조금씩 살이 찌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갖은 핑계와 합리화로 스스로를 속여가며 어떻게든 눈을 돌리고 있었는데, 이런 노출도 높은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더이상 그런 편법마저도 불가능하다.
“어쩌지? 당장 일주일 뒤에 촬영인데….”
세레스티아가 머리를 싸매고 번민에 빠진다. 단순히 살이 찐 것 뿐이라면 느긋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세레스티아가 곧 주스 홍보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오르카의 이름을 내걸고서.
이틀 전의 회의에서, 현재 유럽을 점령한 오르카 세력이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각종 주스에 대한 홍보 영상의 모델로 세레스티아가 낙점되었다. 그녀가 작물 재배에 크게 관여하고 있기도 하고, 엘프 여왕으로서의 이미지도 있는 만큼 홍보 모델로서는 가장 적합한 인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헌데 오늘 영상 촬영 때 입을 의상을 받아보니 중요부위를 겨우 가릴 법한 자그만 천조각이 아닌가. 한 번 직접 입어보니 잔뜩 불어난 살 때문에 그 중요부위마저도 다 가리지 못하고 흉하게 살이 삐져나와 버렸다.
“나 대신 다른 사람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이번 프로젝트는 선전을 위한 목적도 겸하고 있기에 이제 와서 없는 일로 하고 발을 뺄 수도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세레스티아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진다.
“잠깐, 지금 오르카의 물자 상황이 이렇게나 풍족하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 아닐까?
아, 아니면 의상을 조금 더 싸매는 형태로 바꾸거나… 그것도 아니면 영상을 후편집하거나 AI로…. 그래, 맞아! 마키나 씨의 홀로그램 기술이라면 적당히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세레스티아가 횡설수설하며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오르는대로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괴감이 폭발하듯 터져나와 이내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세 겹으로 접히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뱃살이 그저 원망스럽다.
“망했다….”
세레스티아의 얼빠진 한숨소리만이 조용히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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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었어요, 사령관님. 어쩌면 좋을까요?”
세레스티아가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사령관을 찾아가 물었다. 사령관은 세레스티아가 슬쩍 보여준 투실투실한 뱃살을 보고 상당히 놀랐지만, 혹여라도 그녀가 상처입을까봐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은 체를 했다.
“뭐… 상관없지 않을까? 의상 사이즈를 조정하던가 조금 더 노출도를 줄여도 되고, 아니면 아예 오르카의 물자 상황이 풍족하다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가도….”
사령관이 떠올린 해결책 역시 세레스티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난하고 어렵지 않은 방법들이었다.
“그치만… 오르카에 합류하시는 분들이 세레스티아 모델의 체형이 다 그렇다고 생각해 버리시면 어쩌죠…? 제가 동종 모델 분들을 욕보이는 거나 마찬가진데…. 나중에 살을 뺀다 하더라도 그 때의 인상이 깊이 박혀버릴 거고….”
하지만 세레스티아는 어쩐지 그 쉬운 방법을 택하고 싶지 않았다. 영상으로 찍히는 순간 일평생 멍에처럼 자신을 따라다닐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으음…. 정 살을 빼고 싶다고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정말요? 촬영이 일주일 후인데 그 안에 뺄 수 있는 건가요?”
이어진 사령관의 말에 화색을 띠며 기뻐하는 세레스티아.
“...물론, 그만큼 힘들겠지만 말야.”
허나 사령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고를 건네자 긴장감에 표정이 굳는다.
“네, 괜찮아요. 각오했어요. 세레스티아 모델의 명예를 위해! 이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살을 빼고야 말겠어요!”
세레스티아는 결의를 다지고 결연한 태도로 외쳤다. 그러나 그녀가 이 선택을 후회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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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레오나 소재로 구상해둔건데 세레스티아한테 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썼습니다.
2편은 언제쓸지 모르겠지만 만약 쓰게 된다면 라오19게로 올릴 예정입니다.
주스병 검열 안 해도 되겠죠...?
진짜 주스병 적응이안되네ㅋㅋㅋㅋㅋㅋㅋㅋ
꼬추!@
기본 스킨과 바나나 광고 스킨 생각하면 체형이 좀 많이 다르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