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것들 위주로 닥치는데로 써둔거에요.
추후 간결하게 핵심만 정리해서 유게용으로 따로 올릴 예정입니다.
개인적 평점 8점
* 전작 분노의 도로는 9점
퓨리오사로, 사가로, 더욱 깊게 다가온 황무지 세계의 절망과 희망.
30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2015년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매드 맥스 시리즈의 4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이하 분노의 도로)는 시리즈 최고작이라 불리는(혹은 불렸던) 2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리뉴얼판이였습니다. 그리고 분노의 도로 이전을 다루는 프리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2024)(이하 퓨리오사(2024)) 역시 리뉴얼의 계보를 과거로 돌려 시리즈의 시초였던 ‘매드 맥스’(1979)의 성공적인 리뉴얼을 이루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작의 에너지 넘치는 활극의 경쾌함은 인물 간의 인과 관계가 돋보이는 누아르 서부극의 진중함으로 바뀌었는데 21세기 이후 분노의 도로를 필두로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금 화제가 된 이유가 뛰어난 완성도 못지않은 대중성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작품성과는 별개로 흥행에 악영향을 줄 만한 불안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작품은 집요할 정도로 ‘매드 맥스’(1979)의 세세한 요소들을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에게 맞게 변환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본격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가 도래하기 이전 나름의 법칙과 규율이 존재하던 사회를 독재자 임모탄 조(러치 험)가 이끄는 시타델이라는 사회를 통해 구현해 내었고, 맥스가 신뢰하던 경찰 동료는 운송을 이끄는 근위대장 잭(톰 버크)의 포지션을 통해 부활시켰습니다. 작품의 빌런인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가 시리즈 1편의 빌런 토커터(휴 키스 번)의 폭주족 갱단 콘셉트를 이어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1편과 마찬가지로 인간성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특유의 비극적인 본질에 도달하게 됩니다. 여기까지였으면 단순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2024)는 단순히 퓨리오사의 탈을 쓴 ‘매드 맥스’(1979)의 리메이크로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은 캐릭터들의 서사와 이를 보완해 주는 색깔들의 조합을 통해 매드맥스 시리즈의 깊이를 넓혔습니다.
이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설명을 먼저 해야 됩니다. 일단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디멘투스인데, 그는 단순히 똑똑하고 잔혹한 악당이 아니라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하고 절망한 맥스, 퓨리오사의 흑화 버전입니다. 이런 그의 절망은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상징하는 곰인형과 디멘투스의 마지막 발언들을 통해 크게 부각됩니다. 또 디멘투스의 망토는 그의 심정을 직관적으로 대변해 줍니다. 본래 평온한 흰색이었던 망토는 시타델을 찾게 된 뒤, 열정을 상징하는 빨강으로 물들게 되며 이어서 퓨리오사를 떠나보낸 뒤 분노와 절망을 상징하는 흑색으로 물들게 되는데 결말부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의 망토를 입고 있는 모습은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유사 부자 관계(디멘투스의 일방적인 관계지만)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극적이면서 호주식 개성 넘치는 영어를 구사하며 가장 대사가 많은 디멘투스와 달리 퓨리오사는 무성 영화를 사랑하는 조지 밀러 감독 특유의 애정이 강하게 작용하여 대사 없이 행동과 머리카락, 도구 등을 통해서 서사와 심리가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편입니다. 특히나 대사가 적고 대부분 무표정인 만큼 퓨리오사의 눈이 돋보입니다. 큰 눈을 가진 안야 테일러조이의 특징은 분노와 절망을 상징하는 검은색 분장, 여성성을 상징하는 머리카락과 맞물려 인간적인 여성의 모습과 강인한 전사의 면모를 표현합니다.
이제는 매드 맥스 시리즈 하면 액션이 먼저 생각나긴 합니다. 그만큼 전작 분노의 도로가 단순하면서 빠르고 박력 있는 액션 편집으로 굉장한 고평가를 받았는데 본 작의 액션 연출은 컷을 최소화하고 카메라를 인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황무지의 광활함과 대규모 군세의 위압감을 동시에 살립니다. 이 과정에서 흔한 OST 하나 없이 오직 엔진 배기음과 총격음만이 소리의 존재를 알리며 매드맥스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온전히 현실로서 체감시켜 몰입감 있는 긴장감이 나옵니다.
전작에 이어서 이번 작품도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강하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임모탄 조의 아내들의 첫 등장 장면이 상징적인데, 그녀들은 평온을 상징하는 흰 백색 옷을 입고 물에 발을 넣어둔 채 퓨리오사에게 여기(아내들의 거처)는 안전할 것이라고 겁니다. 물을 제공받으며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임모탄 조에게 아들이라는 열매를 맺어주는 식물이자 소유물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이에 퓨리오사는 릭투스(네이선 존스)의 소유물이 될 낌새가 느껴지자마자 머리카락을 자르고 일꾼들 사이에 숨어 지내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으로써 지위를 획득합니다.
퓨리오사가 가진 씨앗은 왼팔에 새긴 지도와 함께 그녀가 품고 있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복수를 위해 희망(왼팔)을 버리고 여성성 마저 내버린 복수귀로 각성한 모습은 전작의 퓨리오사 못지않은 강렬함이 있습니다. 이 강렬함 끝에 그녀에게 분노와 절망만을 준 디멘투스를 양분 삼아 구원과 희망이라는 새로운 열매 싹 틔운 그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전설적인 이야기의 비유로서 전작 분노의 도로에 더 깊이있는 서사적 연결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잔혹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는 용맹한 이야기가 희망을 주는 하나의 전설(saga)이 되는 과정을 체험하게 만들어줍니다.
단독 영화로도 걸작이긴 해요. 전작이 존나 초걸작으로 잘만들어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서부극 좋아해서 이번작도 엄청 맘에 듭니다.
Wing:Breath
단독 영화로도 걸작이긴 해요. 전작이 존나 초걸작으로 잘만들어서 그렇지.. 개인적으로 서부극 좋아해서 이번작도 엄청 맘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