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은 없어진 K-55A1 포병 출신임.
자대 처음 전입 갔을때 포대장이 우리는 후방이라 되게 편해 ㅎㅎ 했는데
알고보니까 우리 부대가 전방 부대 중 후방에 위치해서 후방 부대라고 한 거였음. (개성보다 위쪽이였던 걸로 기억 )
사족이지만 훈련 많기로 소문난 26사단 답게 훈련이 굉장이 빡세고 많았음.
우리 막사는 신 막사였고 3층짜리 건물이였음.
우리 알파 포대는 3층이였고,
대략 이런 구조의 막사였음.
우리 부대는 동기 생활관으로 보통 같은 계급들끼리 생활했음.
이등병들은 보통 행정반이나 포대장실 바로 옆 1생활관에 들어갔는데
근데 나는 같은 군번 동기가 없었고, 그냥 바로 일병 생활관인 4생활관에 집어넣어졌음.
다행히 우리 포대는 부조리도 없었고 선임들이나 간부들도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였기에 나는 편하게 복무 할 수 있었음.
그러던 중, 한번은 불침번 서는데 선임중 한명이 나보고 무서운 이야기 하나 아는거 있냐 함.
지금까지 글쓴거 보면 알겠지만 나는 이야기 재밌게 하는 재주가 없음.
그래서 그냥 없다고 했음. 실재로 아는것도 없었고,
그러니까 선임이 자기가 귀신 이야기 해준다고 함.
바로 4생활관에 귀신이 나온다는거임.
내 기억상으론 4생활관이 이런식으로 배치가 되어있었음.
바로 저 빨간 자리에 여자 귀신 나온다는 거임.
실제로 본 사람도 꽤 많다는 이야기와 함께...
근데 저 자리가 내자리거든 ㅆㅂ
사람 심리가 묘한게 나는 귀신 그런거 안믿었음.
근데 얘기를 들으니까 다음날부터 뭔가 기분이 썰렁한거야. 본사람도 있다는데 .
그러다가 진짜 귀신을 본거임.
누가 밤에 내 옆에 다소곳히 앉아서 나 툭툭 건드리면서
'군인 아저씨 일어나요. 누가 와요.' 이 지랄을 한거임 .
나는 처음에 불침번인줄 알았음. 그래서 옷 다입고 비몽사몽 나갔는데
문 앞에서 불침번이랑 마주친거야 이제 깨우러가는데 안자고 있었냐? 묻더라고
등골이 오싹했지. 어 깨우신거 아녔습니까? 하니까 지랄마라 우리 당직 부사관이랑 노가리 까고 있었다 하더라고.
처음엔 그냥 내가 아직 이등병이니까 어느정도 긴장을 하고있으니까 착각했나 보구나 했는데
그런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음.
처음에는 어깨만 톡톡 쳤는데 가슴팍도 건들고 허벅지도 건들고 배에 손올려놓고 흔들기도 하고
'군인 아저씨~군인 아저씨 일어나요.'
나중가서는 목소리도 되게 생생하게 들렸음. 분명 젊은 여자 목소리였음.
내가 살면서 진짜 가위한번 눌린 적없는데 그 목소리 들릴때마다 가위 들렸음.
와 ㅆㅂ 이거 진짜다 진짜 귀신있나봐 하고 겁나서 예기 해야겠다 했는데...
뭔가 겁나 아깝더라고 내생에 언제 어떤 정신나간 여자가 나같은거 톡톡 건드리면서 깨워주겠음?
혹시 너희들 무라카미 료코 라는 사람 아냐? 뭔가 얼핏 보면 그사람 닮은거 같기도 하고...
이건 그냥 얼핏 본 실루엣으로 상상했던 거임 엉덩이가 엄청 컸거든.
사람 마음이 되게 간사한게 그렇게 생각이 되니까 군생활에 활력이 돌더라..
오히려 밤에 비번 말고 근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도 들고,...
나중에 짬먹고 생활관 옮긴 후에도 밑에 애들에게 오만 핑계대면서 자리 바꿔서 잔 적도 몇번있음.
비번인 날에는 오늘 좀 피곤하다 싶은 애들에게 가서 야 내가 대신 근무 서줄까 해서 대신 서주기도 했음.
그리고 그 누나는 매번 깨워줬음.
나중에는 진짜 남들이보면 미쳤다고 할까봐 몰래 편지써서 배게 아래에 깔고 잔적도 있음.
나 도와줘서 고맙고 군생활에 너무 힘이된다고
그러다가 어느세 전역날이 다가왔음.
진짜 내일 모레 전역인 날이였음. 후임들에게 야 네들 10생활관 가서 자! 이러고 (어차피 동기없어서 포대 통틀어서 말년 나 혼자 밖에 없었음.)
나는 4생활관 들어가서 잤는데 그날도 누가 와서 톡톡 치면서
'군인 아저씨~ 잘자요' 이러는거야
거기서 내가 무슨 무슨 용기가 나서 누나 나랑 하루만 자요! 이 지랄 했음.
나 진짜 지옥가도 좋으니까 하룻밤만 나랑 자요! 하면서 눈을 번쩍 떳는데
상쾌한 아침이더라... 다 꿈이였던 거야.
긁적긁적 나가니까 후임들이 아이고 유게이 병장 집가네~ 이러면서 전역모랑 챙겨주더라고.
전역할때 배웅나온 후임한테 4생활관에 귀신있다 이러니까 안믿더라고.
아직도 가끔씩 외로울 때면 군시절 그 누나 귀신이 생각남.
진짜 귀신이 있었던건지, 여자귀신하니까 내 마음이 괜히 신경쓰여 그런 꿈을 자주 꾼건지....
아니면 당직사관이였던건지 불침번이였던건지 누가알겠어?
[ 상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