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부장님."
"음, 선생에게도 안부 전해줘."
"그나저나, 아코는 이번 달에 벌써 몇 번이나 당번에 걸리는 거야? 이번 주만 해도 이미 한 번 다녀왔잖아."
"제 말이요. 주사위로 고른다지만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뭐, 아코가 선생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부장님! 저는 당번 같은 것보단 부장님을 보좌하는 쪽이 훨씬 보람되거든요?"
"아, 시간이 벌써... 다녀오겠습니다, 부장님."
[호다닥]
"흠..."
"밤에, 간식거리라도 들고 가 볼까..."
"미리 연락을 안 하고 왔는데... 괜찮겠지?"
[똑똑똑]
"선생, 아코, 있어?"
[우당탕탕, 와르르...]
"???"
"선생, 무슨 일 있어?"
[덜컹]
"아, 아아~ 히나 왔구나."
"무슨 일로 연락도 없이 왔어^^ 깜짝 놀랐지 뭐야."
"..."
"왜 이렇게 옷을 풀어헤쳤어?"
"아아, 열대야 때문에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놨더니, 벌레가 들어와서 말야."
"옷에 들어가는 바람에 빼낸다고 어유~"
"...일단, 들어가도 되지?"
[저벅저벅]
"아, 아코?"
"아코, 왜 당번 일을 하러 오는데 드레스를 입고 온 거야? 굳이 갈아입은 거야?"
"아, 아아... 날이 더워서 말이죠~"
"애시당초,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되잖아!"
"둘 다 무슨..."
"히나 쨩,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한다고 해도, 지금의 기후 변화는 막을 수 없단 말이야. 선생님은 너희에게 모범을 보이는 자로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 거란다. 히나는, 그런 노력을 이해해 줄 거라 믿어."
"........................."
"믿는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기 어렵네..."
"그런데, 선생 목에 불그스름한 자국이..."
"아코도 있네? 가슴 쪽에?"
"...설명 잘 해야 할 거야..."
"히나 쨩? 벌레가 많이 들어와 버렸다고 아까 설명한 것 같은데요?"
"대체 무슨 오해를 한 것일까나? 아하하하..."
"선생님, 허둥대니까 더 이상하잖아요!"
"부장님, 보시는 바와 같이 창문을 죄다 열어 놓는 바람에, 벌레가 제법 들어왔어요."
"방금 전에는 장수말벌이 들어오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다니까요."
"선생님, 그러니까, 창문 닫고 에어컨 잠깐 틀자고 했잖아요. 이게 뭐에요?"
"으으... 알았어...ㅠㅠ"
"...그 붉은 자국들은, 벌레가 문 흔적이라 이거지?"
"후우... 이게 뭐람."
"미안해, 선생, 아코. 괜히 소란을 피운 것 같아."
"아뇨? 이건 그냥 키스마크인데요?"
"으에에?"
"으아아아!!!"
"헉... 헉..."
"꿈이었나..."
[똑똑]
"아, 아코? 드, 드레스를 입고 간다고?"
"이제, 숨기지도 않는 거야?"
"에? 무, 무슨 말씀이신지?"
"당번 하러 가는데, 왜 드레스를 입고 가는 거야?"
"더워서 그런다고 하지 마!"
"아, 아뇨... 그냥..."
"선생님에게..."
"선생에게...?"
"........"
"히잉."
변화구 없는 드레스 픽업 바이럴이라니
변화구 없는 드레스 픽업 바이럴이라니
"나도... 드레스 입고 싶은데..."
거기서 픽업 바이럴을??
"뽑을 거죠?"
아코야 히나랑 같이 드레스 입고 오니까 꼭 딸 학예회에 뭐 입고가면 될지 몰라서 부담스럽게 차려입고 온 젊은 엄마같아
"아코는 내 딸이 아니야!"
아니 누가 봐도 히나가 아코 딸이지 선생은 죽었다
"뭐, 뭐라고오오오! 선도부 녀석들,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당했다아아...!"
"그걸 진짜 믿는 거에요? 에휴..."
"후우... 이로하, '슈크림의 고양이'라고 알고 있나? 저 말은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진짜일 확률이 50%나 된단 말이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너 답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