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애니가 발표되었던 그 날의 커뮤 국경을 안가리고 펼쳐진 멸망의 풍경은 밀리마스 프로듀서로써 여전히 생생하다
"나오는건 좋은데 왜 밀리애니 TV방영이랑 극장상영이 겹치는거냐"로 시작해서
"10주년에조차 주인공 자리를 빼앗겼다"라는 극히 간략화된 감정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그날 토해낸 분노들이 쌓여서 뭉치기 시작한 시점이 그리마스이건, 나처럼 밀리시타가 시작하면서이건, 그보다 짧건
너무나도 정당했고 그렇기에 더 힘들었다
단순한 제작사간의 체급차이, 모델링 차이, 오타쿠들의 민속놀이가 되어버린 프레임 해부 등등
아직 형체를 갖추지않은 두 창작물을 비교하는 시선은 끊이지 않았고 분노는 조소로 변했다
밀리애니 pv의 프레임 하나 하나가 추천을 받기위한 짤방으로 변질되어 인터넷에 봄날의 꽃가루마냥 휘몰아쳤다
더 이상 그들이 밀리애니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구분할 수 없는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극장 선행상영이 시작되어 국경을 넘어 스포일러들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얼어붙어 고정되었던 분노와 조롱에 햇살이 쏟아져 녹기 시작했다
일본 선행상영과 국내 선행상영, 마침내 TV 방영을 통해 과거는 흔적이 되어 그땐 그랬지 정도의 무게감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 즈음 샤니애니의 극히 미적지근한 반응들이 나오기 시작할때 솔직히 나는 기뻤다
그저 한때의 어리석음과 옹졸함을 탓하기에는 많이 기뻤다
미적지근한줄로만 알았을때는, 그저 단점이 좀 눈에 띄는줄로만 알았을때는
샤니애니를 보다보면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찌르고있다
"에모이하지?" "이 깊은 서브텍스트가 느껴지지?"라고 묻는 사람이 내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나의 대답은 하나다 "전혀"
평균보다는 많은 애니를 봤다고 스스로 자부하는데 샤니애니는 처음 보는 유형이다
어쩌면 글라스립이라는 전설적인 애니와 같은 부류일지도
없다. 느껴지지않는다. 애초에 느낄 것이 있는가?
이토록 밀도가 낮은 창작물을 나는 본적이 없다
심지어 단점조차 제대로 짚을수가 없어 막연히 그 전체를 향해 손짓밖에는 할 수 없다
이들은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애초에 뭔가를 할 의도는 있었을까
의도가 무엇이었기에 이런 애니를 만들어냈을까
흔히 말하는 예술병 환자들, 허세충들이나 좋아하는 예술영화의 집안에서 입양온 아이인듯하다
샤니애니가 싫지않다, 싫어할수조차도 없다, 경외감이 든다
당대의 지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겨졌을 과학현상을 목도한 학자들이 이런 감정이었을까
너무나 복잡한 풀이를 요구하는 지극히 단순한 방정식
혹평에 내심 기뻣던 과거의 나의 침대 아래의 괴물
형언할 수 없는 경이감
샤니애니
반달곰으로서 그때 분위기 아직도 못잊는다… 그래서 내 두눈으로 직접볼때까지 아무것도 안봤고 다 본다음엔 질질짯고 분위기 살아나서 다행이야..
글조차 그저 에모이
반달곰으로서 그때 분위기 아직도 못잊는다… 그래서 내 두눈으로 직접볼때까지 아무것도 안봤고 다 본다음엔 질질짯고 분위기 살아나서 다행이야..
글조차 그저 에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