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에서 영상감시병 보직을 맡았음. 주요임무는 상황실 pc를 통해
부대 경계의 CCTV들을 조작하며 거수자는 없는지, 철책에 굴토나 노후화된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보직이였지.
아무튼 그런 보직을 수행하며 군 복무를 하던 어느 날이였어.
어김없이 영삼감시 근무를 서며 동기들과 노가리를 까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철책 바깥에 있는 민간도로로 검은색 중형차가 다가오는거야, 그 화면을 유심히 봤지.
단순히 민간인 차량이 부대 경계를 지나가는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야.
농사 짓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수시로 지나갔거든.
근데 그때는 뭔가 낌새가 다르더라고, 그 지역 사람이 아닌듯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젊은 남성이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커다란 대포 카메라를 꺼내는거야, 그리곤 그 카메라로 우리 부대안에 있는 기차길과 마침 들어와있던
기차를 마구 찍어댔지,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기차가 부대내에 가끔 들어오곤 했음)
우린 군부대 안을 자기 안방마냥 셔터를 눌러대는 그 양반의 행동에 어이를 상실했지만
FM대로 경고방송을 하며 오대기를 불렀지, 그 양반은 순조롭게 지역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나중에 경찰서에 따라간 간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진들은 전부 삭제하고 주의조치를 받고 풀려난 모양이더라.
왜 군부대를 찍었는지 물어봤는데 전국의 기차와 철도들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철도 동호인이라 하더라고.
자신이 사진을 찍은 장소가 군부대인지는 몰랐냐고, 군부대는 사진 찍으면 안되는걸 인지하고 있었냐고 추궁했더니
그 철덕의 답변은 "몰랐다"였어, 뭐하는 또라인가 싶었지, 우리 부대가 산속 시골마을에 위치한 후미진 곳이라
거길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은 마을 사람들 빼고는 거의 없었고, 주변 도시사람들은 여기에 군부대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멀리서 일부러 차를 몰고 그곳을 찾아왔단건 거기에 군부대가 있고, 그 안에 기차길도 있단걸 알고있다는 거였지.
그런데도 "거기가 군부대인지 몰랐다"라..그냥 어이가 없었음, 그게 현실에서 철덕들을 처음 본 계기였지.
그래서 철덕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는않네
그래도 덕분에 거수자 잡았다고 중대장님한테 포상휴가 딴건 기분 좋았음ㅋ
그정도면 국정원 코렁탕 먹여야 하는거 아니냐?
면허가 있으면 군생활 해봤으니 군부대 촬영하면 안되는거 알지 않나?
어지간하면
포상휴가를 준다고? 나도 기지 광관지 한복판이라 사진찍다가 부대쪽 찍는걍우 있어서 상황실 보고하고 잡았는데 포상휴가 안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