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매의 혼례 비무대회 날 저녁, 공동파와 금오상인이 쳐들어왔다. 사사형 당유원은 이를 막기 위해 먼저 내려갔으나, 금오상인의 힘 앞에 떨어져나갔다. 행낭의 암기를 사용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 조활이 도착하였다.
"사사형! 괜찮소?"
"으윽..."
바보같이, 장사꾼의 삶을 걱정하다가 내상을 세게 입었다. 그를 뒤로 물린 다음, 조활은 금오상인에게 1대1 대결을 신청하였다. 금오상인은 조활이 경맥폐색을 고쳤다는 것을 모르고, 그를 심히 얕보고 비웃으며 이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왔다.
"네가 여마두 하후란의 제자라 한들, 이 금오상인 앞에서 별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내력도 모조리 없어진 주제에 무리를 하는구나!"
대사형을 죽인 극악인, 당신이 연심을 품었던 자들을 탐하고 범하려는 악적, 금오상인에 대한 증오를 품고 그와 생사결을 하였다.
한 합, 두 합, 세 합이 지났을까. 어쩐지 금오상인의 숨은 점점 거칠어지고, 그의 공세는 한없이 약해졌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조활 자신의 숨도 끝없이 거칠어지고, 힘을 점점 잃는듯 하였다.
"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그건... 허억... 헉... 내가 할... 말이다..."
몇 합을 나누지도 않았는데, 서로 심하게 지치고 공세는 훨씬 얕아졌다. 어째서였을까.
"... 이만하면 됐다, 이제 죽어라!"
금오상인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상황을 끝내고자, 양기를 단전에 모아 불을 뿜으려 하였다. 조활이 피하려 하였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무슨 일이지?"
금오상인이 매우 당황하였다. 그 순간, 조활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 몸의 설산파 심공도, 음기도 모두 사라져있다. 나는 스승님의 지도에 따라 음기를 받아들이고 설산파의 무공을 단련했고, 저놈은 양기를 받아들이고 비천문의 무공을 다루니, 나와는 완전히 상극인거야.'
금오상인도 같은 생각을 한듯 하였다. 서로 주먹을 부딪히고 초식을 맞붙이는 사이, 서로의 음양이 나뉘어 각자의 무공을 못 쓰게 한 것이리라.
"네놈, 천운이 널... 허억... 도왔구나."
금오상인은 묘하게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흥분인가, 아니면 지침인가? 아니었다, 그의 염원은 네 미녀와 운우지정을 나누고 음양합일을 이루는 것, 그러나 운우지정을 나눌 필요까지 없었다. 그의 앞에는 합일을 이루기에 가장 완벽한 상대가 있었다. 하지만 금오상인은 자신이 왜 이렇게 만족감이 드는지, 왜 행복한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목적에 매몰되어 지친 몸을 이끌고 조활에게 억지로 공격을 하려 하였다.
"아니, 천운이 도운건 그대같소."
그러나, 조활은 그의 감정을 눈치챘다. 늘 음양합일을 부르짖던 그였기도 하거니와, 조활 또한 심계에 둔 사람을 포기한지 오래고, 그리고 조활 또한 한 평생을 싸웠으나 단지 몇 합만에 이토록 기분이 좋아진 것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대는 늘 운우지정, 음양합일을 외치고 다니며 남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 그러나, 지금 이 곳에서 우린 음양합일을 이루었소."
조활은 옷을 대뜸 벗으며 그에게 점점 다가왔다. 말의 속뜻을 알아차린 금오상인은 식겁하며 욕했다.
"네... 네놈! 이 몸은 곧 장파인이 될 금오상인 님이시다! 어찌 감히, 어찌 감히! 게다가, 사내끼리! 네놈, 머리가 어떻게 된게 아니냐! 사람이라면 남색을 탐해선 안되거늘!"
"그대는 수많은 악을 행해놓고도 아직 사람이라 생각하시오? 나 또한 한참 어릴 적부터 이미 사람이 아니라 나무였소. 그러니 이에 인간사의 도는 필요 없소. 우리, 다시금 음양합일을 이뤄봅시다."
그의 볼에 조활이 손을 갖다대자, 아직 남아있는 설산파의 냉기가 빨갛게 상기되어 있던 그의 볼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금오상인은 그의 손에 저항할 수 없었다. 이윽고 눈을 살며시 감고, 비로소 운우지정과 진정한 음양합일을 나누니, 금오상인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금오상인의 비명에 사대호법은 경악하며 떠나갔고, 사사형은 구토했으며, 외성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욕지거리를 하며 도망가거나 자기 집에 틀어박혔다.
다음날 아침, 한껏 조신해진 금오상인은 소란을 피워 죄송했다고 외성 문 앞에서 절을 하고 떠나갔다.
몇달 후, 장파인 선거에서는 인면피갑 없이도 뚱뚱한 금오상인과 그를 보살피는 조활이 있었다. 그 몇달 동안, 금오상인은 진심으로 개과천선하여 조활과 함께 천하를 이롭게 하고 수양을 행했으니, 장파인으로 당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천문, 현공문, 철권문, 탈백문은 각자 매난국죽을 데려왔다.
"그들은 필요없어요. 저에게는 이미 평생을 약속한 분이 있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일로 그 어떤 문파도 차별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본래의 문으로 돌아가주세요."
금오상인은 조신하게 그들을 내쳤다. 이내 장파인 선거 후 잔치가 벌어지니, 많은 사람들은 잔치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서생을 따라 공동파에 온 소사매는 계속 방울소리를 울리고 있었으며, 하후란은 탈백삼림에서 울다 웃다 소리를 지르더니 설산파 본문으로 떠나가 그 날 후로 하후란을 본 이는 없었다. 위국은 활협전을 쓰길 관뒀다가 며칠 후 볼이 빨갛게 물든 채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신나게 붓을 휘갈겼고, 욱죽은 숙소를 다 무너뜨린 후에야 진정하고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상관형은 "남궁심마저 그러더니... 하다못해 조활, 이 놈은...!" 이라 소리지르며 현공동을 무너뜨리려 하다 위국에게 제지당했다. 그리고 우소매는 그 날을 모두 지켜본 후
세상을 잃은 텅 빈 눈동자를 한 채 조활을 멀리서 한참을 바라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