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렇지 않은 학문이 어디 있겠느냐만, 수학 또한 폭 넓은 학문이고, 동시에 현대에 오면서 심화되는 과정에서 같은 수학이라고 묶여 있음에도 분야들 사이 거리는 점점 멀어져, 분야가 다르면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나 기초 지식조차도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음. 그래서, 도서관에 가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십진분류법에 의거한 식별 번호를 붙여놓듯 수학 논문 등에도 자신이 어떤 분야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식별 부호가 붙어 있음.
수학에서 쓰이는 부호는 미국 수학회의 Mathematical Reviews와 유럽 수학회의 zbMATH가 함께 만든 MSC(Mathematics Subject Classification, 최신 버전은 2020년 버전)라는 것으로, 수학의 다른 영역이 모두 그렇듯 딱히 국제 기구에서 표준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표준으로 사용됨.
위의 그림은 일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이 부호는 2자리 숫자, 1자리 문자, 그리고 2자리 숫자로 구성된 5자리 부호임. 대충 첫 2자리가 대분야, 그 다음 한 자리까지 합치면 중분야, 마지막으로 다섯 자리 다 합쳐서 세부 분야가 되는 구조로, 일반적으로 "분야"라고 불리는 것은 앞의 두 자리, 혹은 세 자리 정도 영역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음.
정확하게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학부 과목은 두 자리 분야 내에서 구성되고, 대학원 과목으로 가면 세 자리 분야 내까지도 파고 든다고 인식하면 어느 정도 맞을 것임. 다섯 자리 분류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어느 정도 알려주는 것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세 자리 분야가 일치하는 논문이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음.
위에 See also 같은 식으로 지정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대분야가 다른 경우에도 서로 엮이는 내용은 충분히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서 저자가 자기 논문에 부호를 붙일 때 딱히 한 가지만 정해서 붙이지 않고 여러 개를 같이 붙이는 경우가 많음.
일반적으로 세 번째 글자는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하이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모든 대분야에 통일된 내용으로
-00 : 해당 분야에서 기본적인 참고가 되는 내용
-01 : 입문 해설
-02 : 연구 해설
-03 : 역사
-04 : 소프트웨어
-06 : 프로시딩, 컨퍼런스, 모음집 등
-08 : 계산적 방법론
-10 :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11 : 연구 데이터
라는 의미를 가짐. 대분야에 따라서 이 하이픈 분류는 없는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있음. 대표적으로 대분야 01은 애초에 수학사기 때문에 당연히 01-03이라는 "수학사의 역사" 같은 식의 분류는 존재하지 않음.
또한 모든 99로 끝나는 분야는 세 자리 분야를 기준으로, 다른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기타" 에 해당하는 분류임.
이 부호는 약 6600개에 달하는 세부 분야로 나뉘다보니 이를 다 일일히 설명할 수는 없고 대분야들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00 : 총론
01 : 수학사
03 : 수리 논리학 및 기초론. 참 거짓만 다루는 고전 수리 논리학 뿐 아니라 퍼지 논리학이나 양상 논리학도 포함하고, 집합론, 모델 이론, 계산 가능성 이론, 증명 이론 등도 이쪽에 포함
05 : 조합론. "경우의 수"랑 연관 있는 계수적 조합론이나 그래프 이론, 그 외에도 대수적 조합론, 해석적 조합론, 극단 조합론 등도 있음
06 : 순서체, 순서 격자 구조 등 정렬된 대수적 구조.
08 : 일반적인 대수 구조론. 일종의 메타 대수학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로, 여기서 다루는 variety (다양체, 미분 기하학에서 다루는 manifold 와는 또 다른 단어)는 대수 기하에서 다루는 variety와는 다른 것임.
11 : 수론. 기초 정수론부터 시작해서 정수 다항식, 정수 행렬 등의 주제나 페르마의 대정리 등으로 유명한 디오판토스 방정식, 확률론적 방법론이나 리만 제타 함수 등으로 대표되는 해석적 정수론, 유한체론이나 p진 수론, 대수적 정수론 등이 포함됨
12 : 체론 및 다항식. 5차 이상의 방정식은 n제곱근 만으로 해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갈루아 이론 등이 이쪽 분야.
13 : 가환대수 : 환 중에서도 곱셈의 교환법칙이 성립되는 환 및 모듈에 대한 이론. 사실 일반적으로 환론을 연구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환대수라고 할 수 있고, 대수기하학 및 대수적 수론의 기틀이라고도 할 수 있음
14 : 대수기하학 : 소위 말하는 타원 곡선이 이쪽으로 분류됨.
15 : 선형대수학 : 선형대수학 자체는 수학의 기초 언어라고 할 수 있지만 "선형대수학 만"을 다루기에는 좀 쉬운 내용이 되다 보니 하위 분류가 많지는 않음.
16 : 결합 환과 대수 : 비가환론을 포함한 "결합 법칙을 만족하는" 대수적 구조체. 여기서 말하는 대수는 대수학 전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곱셈 구조를 가지는 모듈을 가리키는 것이긴 함. 행렬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행렬의 원소는 가환 환의 원소라도 행렬 자체는 일반적으로 가환이 아니기 때문에 이쪽으로 분류가 됨.
17 : 비결합 환과 대수 : 리 대수가 대표적.
18 : 범주론 및 호몰로지 대수 : 호몰로지 자체는 가환대수나 대수위상에서도 정의 되고 사용되지만, 이쪽이 가장 일반적인 내용을 다룬다고 할 수 있음. 범주론은 요즘 주목 받고 있는 함수형 프로그래밍과 깊은 관련이 있는 물건이기도 함.
19 : K-이론 : 농담이 아니고 정식 명칭이 K-이론 맞다. 대수기하와 호몰로지에 대한 지식 등을 모두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학과 대학원생이라도 쉽게 접하기 힘든 분야기도 함.
20 : 군론 및 일반화 : 연산자가 한 개 뿐인 대수적 구조체. "괴물 군"이 유한 군론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적용 사례를 대자면 루빅스 큐브에 대한 연구가 이쪽에 해당됨. 행렬 군론은 양자역학의 표준 모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물건이기도 함
22 : 위상 군론 : 말 그대로 위상 구조를 가진 군론. 리 대수와 짝인 리 군이 대표적
26 : 실함수 : 실수 변수, 실수 값을 가진 함수들에 대한 연구. 선형대수학과 마찬가지로 기초적인 위치에 있다보니 실제로는 이쪽과 연관이 있어도 다른 분류 번호가 더 적절한 경우가 꽤 있음. 어떤 함수 적분을 (초등 함수로) 나타낼 수 있느니 없느니 같은 것이 이쪽에 해당함.
28 : 측도론 및 적분론 : 적분론이 위 26번에 분류되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로 온 것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대학원 이상으로 오면 적분은 측도론에 기반한 르베그 적분이 기본이 되기 때문임.
30 : 일변수 복소 함수론 : 말 그대로 한 개의 복소수 변수, 복소수 값을 가지는 함수. 리만 가설은 위의 수론 중 해석적 정수론에 해당하는 문제를 이쪽의 문제로 변형해서 푸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음. 리만 면에 대한 이론 또한 이쪽으로 분류됨
31 : 포텐셜 이론 : 라플라스 방정식의 해가 되는 함수에 대한 이론. 자연스레 수리 물리학이나 역학과 연관이 깊음.
32 : 다변수 복소 함수론 및 해석적 공간 : 그야말로 다변수 복소 해석학. 자연스레 복소 다양체도 다루게 됨.
33 : 특수 함수 : 삼각 함수, 지수 함수, 타원 함수, 베셀 함수나 초기하 함수 등 말 그대로 특별한 함수들에 대해서 연구하는 분야
34 : 상미분 방정식론 : 변수가 하나인 미분 방정식 이론. 해의 존재성이나 해를 구하는 방법, 해의 안정성이나 점근해 등을 다룸.
35 : 편미분 방정식론 : 변수가 여럿인 미분 방정식. 그 유명한 내비어 스토크스 방정식이 이쪽에 해당
37 : 동역학계와 에르고딕 이론 : 나비 효과로 대표되는 카오스 이론이 이쪽 문제에 해당됨. 굉장히 개략적으로 말하자면 위의 미분 방정식 론은 정량적인 것에 관심이 있다면 이쪽은 정성적인 성질에 좀 더 주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음
39 : 차분 및 함수 방정식 : 차분 방정식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산적인 미분 방정식임
40 : 수열, 급수, 수렴성 : 말 그대로 급수의 수렴 판정법이나 체자로 합 등 수렴하지 않는 급수의 합을 정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보통 수열하면 떠오르기 쉬운 점화식 자체는 보통 수론이나 조합론 쪽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이쪽 분야가 전반적으로 그쪽과 좀 연관이 있음.
41 : 근사법과 확장 : 말 그대로 값을 근사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보통은 미적분학을 배우면 테일러 근사를 배우지만 이 근사는 모든 함수에 대해서 적절한 것은 아니고 때로 파데 근사 같은 다른 근사법이 더 좋은 경우가 있는데 어느 면에서 어떤 근사가 더 좋다고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근사법이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
42 : 유클리드 공간에서의 조화 해석 : 조화 해석이라는 명칭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푸리에 급수, 푸리에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음. 실제로 재밌는게 위의 급수에 해당하는 41A58이라는 분류 기호는 "급수 전개"를 가리키는데 거기에 정확하게 "푸리에 급수는 제외"라고 명시되어 있음. 푸리에 급수에 한해서는 이쪽으로 빠지기 때문
43 : 추상 조화 해석 : 군이나 다양체 등 "실수 공간"이 아닌 곳에서 전개되는 조화 해석
44 : 적분 변환 및 연산자 이론 : 미분 방정식 해법 등에서 사용되는 라플라스 변환 등이 이쪽에 있음. 다만 여기서도 푸리에 해석은 제외. 그건 위에서 말했듯 42로 분류됨.
45 : 적분 방정식 : 말 그대로 적분이 들어간 함수 방정식. 아무래도 물리학적인 수요 등으로 인해 미분 방정식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See also로 다른 분야로 뛰는 링크가 꽤 있는 편이기도 함
46 : 함수 해석학 : 함수 공간의 위상적 성질 등 개별 함수 보다 함수의 집합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일반화 함수, 분포 등도 이쪽에서 다룸
47 : 연산자 이론 : 미분 연산자나 이의 스펙트럼 등에 대한 연구. 대충 함수의 함수에 대한 연구라고도 할 수 있음. 양자 역학의 행렬 역학이 어떤 면에서는 이쪽과 조금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듯
49 : 변분법과 최적 제어, 최적화 이론 : 함수가 주어지면 미분해서 최댓값, 최솟값을 찾듯, 함수의 함수가 주어지면 이를 미분 비스무레 하게 해서 최대, 최소로 만드는 함수를 찾는 방법이 변분법. 물리학에서 해밀토니언이나 라그랑지안, 최소 작용 이론과 관련 된 오일러 라그랑주 방정식이 대표적
51 : 기하학 : 위나 아래의 다른 분야들에 해당되지 않는 기하학 분야들.
52 : 볼록 기하학 및 이산 기하학 : 볼록 다각형이나 다면체에 대한 이론. 선형 계획법도 이쪽과 조금 연관이 있음.
53 : 미분기하학 : 미분 다양체에 대한 이론. 현재 유일하게 풀린 밀레니엄 문제인 푸앵카레 추측이 원래 다른 분야의 문제를 이쪽으로 끌고 와서 푼 것으로도 유명함.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만기하학도 이쪽
54 : 일반 위상 : 점 위상이라고도 불리는 분야로, 전 세계 수학과 학부생들이 처음으로 맞닥트리는 벽 중에 하나. 이쪽 분야 또한 기초 분야로서 다른 분야를 학습하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분야임
55 : 대수 위상 : 보통 사람들이 "위상 수학"하면 생각하는 이미지가 모여있는 곳은 사실 이쪽. 도넛과 커피잔이 같다는 고무판 기하학, 호모토피 이론, 호몰로지 및 코호몰로지 이론 등이 다 이쪽에 해당함.
57 : 다양체 및 세포 복합체 : 저차원 위상수학 등 대수 위상 중에서도 좀 더 구체화 된 객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분야. 매듭 이론이 이쪽으로 분류됨
58 : 전역 해석학, 다양체 해석학 : 일반적인 다양체 위에서의 적분이나 미분 방정식 등을 연구하는 분야. 미분 다양체에서 미분 불가능한 꼭지점 같은 것이 섞이는 경우라든가 이에 따라 해가 붕괴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파국 이론 등을 다룸. 이 파국 이론은 교통 체증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기도 함
60 : 확률론과 확률 과정론 : 말 그래도 확률론, 대수의 법칙이나 중심 극한 정리 등 분포에 관한 이론, 마르코프 체인 등은 이쪽
62 : 통계학 : 두 말 할 것도 없이 통계학. 회귀 분석이나 여론 조사에 사용되는 표본조사론도 이쪽
65 : 수치해석학 :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이론. 컴퓨터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가 어떻게 되는지, 같은 계산을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오차가 줄어드는지 등도 이쪽에서 다룸
68 : 컴퓨터 과학, 전산학 : 컴퓨터 공학과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서도 이론 부분을 추출한 분야라고 할 수 있음. 계산 이론이나 인공지능이 이쪽으로 분류됨
70 : 입자 및 계에 대한 역학 : 강체의 동역학이나 3체 문제, 라그랑지안, 해밀토니안 등이 이쪽
74 : 압축 가능한 강체에 대한 역학 : 탄성을 가지는 강체에 대한 역학 등
76 : 유체역학
78 : 광학, 전자기학
80 : 고전 열역학, 열변환
81 : 양자이론
82 : 통계역학 및 물질 구조
83 : 상대성 이론 및 중력 이론
85 : 천문학 및 천체역학
86 : 지질학
90 : 운영과학 및 수학적 프로그래밍. 소위 말하는 산업 공학에 해당하는 분야가 이쪽. 수학적으로 모델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다룬다고 할 수 있음
91 : 게임이론, 경제, 금융 및 기타 사회 및 행동 과학 : 금융 수학 자체는 위에 나오는 확률 과정론과 깊은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음
92 : 생물학 및 기타 자연 과학
93 : 계 이론 및 제어 이론
94 : 정보, 통신, 회로이론 : 섀넌의 정보 엔트로피나 에러 점검, 에러 수정 이론 등이 이쪽에 해당함.
97 : 수학 교육
보면 알겠지만 대충 추상적인 것부터 응용적인 것으로, 그리고 이산적인 것에서 해석적인 것 같은 느낌으로 나열되어 있고, 더 나아가서 맨 뒤쪽은 아예 그냥 물리학이라든가 전자과라든가 다른 분야에서 쓰이는 수학을 위한 분야도 가득함.
실제로 밀레니엄 문제를 보면 양-밀스 이론 및 질량 간극 가설 같은, 얼핏 보기엔 수학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있기도 하고, 수학상 중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필즈 상을 받은 이론 물리학자가 존재하기도 함. 이렇듯 다른 분야에서의 응용은 수학의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수학이 얼마나 폭 넓은 학문인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음
1. 수학 분야는 꽤 자세하게 분류되어 있다
2. 수학은 분야들 끼리는 연관성이 전혀 없다시피 한 경우도 있지만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딱히 이 분야다 하기 힘든 경우도 제법 있다
3. 수학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분야 또한 충분히 수학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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