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선생님~ 오랜만에 당번 왔어^^"
"다른 당번들도 와 있어? 안녀..."
"...게헨나에서도 당번이 오는구나."
"? 에... 안녕하세요."
"분위기가 좀 춥네요...?"
"어... 미카, 잠깐만 와 봐."
[휴게실]
"미, 미안해. 선생님을 곤란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얌전히 있을 테니까, 돌아가라고 하지는 말아줘..."
"그런 말 안 해."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게헨나의 학생들을 싫어하는 거야?"
"에? 선생님은 그 뿔 달린 것들 보면서 괜찮은 거야?"
"참고 있는 거 아니었어?"
"에... 딱히?"
"역시, 내가 이상한 걸까..."
"나는 영 못 참겠어..."
"게헨나 녀석들은 악 그 자체잖아..."
"어... 설명하기 조금 어렵지만..."
"결국 트리니티의 아이들도 게헨나의 아이들도 말야,"
"각자의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는 거야."
"선량한 아이도 있고, 거친 아이도 있고, 다소 불량한 아이도 있는 거지."
"기왕 오늘 이렇게 당번이 되었으니까, 교류를 좀 해 보는 게 어때?"
"오늘 온 후우카는 정말 좋은 아이야. 미카와 친해지면 기쁠 것 같아."
"끄응..."
"알았어.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노력해 볼께."
[점심시간 30분 전]
"선생님,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죠? 제가 식사 준비할께요."
"아, 그러고 보니 후우카 씨는 게헨나 최고의 요리사였죠. 저는 찬성합니다."
"아니, 근처에 좋은 레스토랑이..."
"아, 아냐. 그렇게 하자."
"그래. 그러면 미카도 후우카를 좀 도와 주지 않을래?"
"에에? 내가, 쟤를?"
"...응, 알았어."
"알겠습니다. 가시죠, 미카 씨."
[식당]
"내가 널 도와주기로 했지만, 네 지시를 받거나 하는 게 아냐. 똑똑히 알아 둬."
"알겠어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오늘은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된장국과 고등어구이, 에그 스크램블을 만들까 해요."
"괜찮겠죠?"
"에? 선생님께서 좋아하신다고? 그런 걸?"
"아,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응, 그걸로 하자."
"나는 뭘 하면 돼?"
"예, 그럼, 일단 제가 기본적으로 메뉴를 다 만들긴 할 거에요."
"하지만 혼자 준비하기는 힘드니까, 저어 주거나 뒤집는 건 미카 씨가 도와 주세요."
"그런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요리 중...]
"미카 씨, 계란이 타려 해요! 좀 더 자주 저어 주세요!"
"아, 알았어!"
"된장국 불 안 줄이셨어요?"
"까, 깜박했어..."
[잠시 후]
"수고하셨어요, 미카 씨."
"으으... 내가 다 망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처음 하신 것 치고는 정말 잘 한 거에요."
[점심 시간]
"오오, 맛있어!"
"(우물우물)흐음..."
"괘, 괜찮아? 이상하진 않고?"
"이상하긴, 맛만 있네."
"미카 씨가 워낙 잘 도와 줘서, 밥이 잘 됐어요."
"고마워요, 미카 씨."
"그랬구나, 수고했어, 미카. 맛있어."
"어, 어..."
"고, 고마워..."
[식사 후, 휴게실]
"하아아... 뭔가 힘들었어..."
"식사 준비, 힘들었죠?"
"어, 어라?"
[후다닥]
'나, 왜 숨었지?'
"이전에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죠. 그 때도 같이 당번이었는데."
"그 맛은 아직 기억해요."
"그랬군요. 고맙습니다."
"오늘은 그 때만큼 딱 떨어지는 맛이 아니었죠?"
"탄 맛을 절묘하게 가렸지만, 조금은 느꼈거든요."
'에? 탄 맛? 내가 만든 스크램들 얘긴가?'
"...제가 조금 실수를 하는 바람에, 좀 탔어요."
"부끄럽네요."
"...그런가요."
"후우카 씨는, 요리 실력 못지 않게 인품도 훌륭하시네요."
"저는 먼저 실례할께요."
[도로로로로]
"하아, 나도 가 봐야겠다..."
[드르륵]
"..................."
[오후 중 모 시각]
"후우카 씨, 잠깐 얘기 좀 할까?"
"예? 예..."
[휴게실]
"으음... 오늘은 내가 신세를 졌어."
"아뇨, 제가 도움을 받았잖아요. 오늘 큰 힘이 되어 주..."
"내가 요리를 못 하긴 하지만 바보는 아냐. 내가 실수하고, 그걸 후우카 씨가 수습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
"지금까지 난, 게헨나에는 모두 뿔 달린 형편없는 녀석들만 있다고 생각했어. 만나 본 적은 별로 없지만, 만난 녀석들은 실제로 그랬고."
"하지만 오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렇군요."
"으음... 아, 앞으로..."
"자, 잘 지내 보자고..."
"그 얘기 하려고 불렀어."
"그럼 난 나가 볼 테니까!!!"
[쾅]
"..."
"폭풍같은 분이네요."
"폭풍같은 사람은, 여기 또 있답니다?"
"이, 이 목소리는...."
"여기 계셨군요, 후우카 씨."
"마침 저희가 초특급 와규 등심을 구했는데, 구울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구워 주실 거죠?"
"차는 밑에 준비해 뒀어요."
"그거 우리 차 아냐?"
"아, 안돼... 선생님 저녁을..."
"신세를 갚을 타이밍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친구의 위기를 두고 볼 순 없지."
"미, 미카 씨..."
"어머나, 하지만 들어 보세요."
"이 등심을 잘 구우면, 선생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에요."
"제가 보증하죠."
"응?"
"선생님이... 좋아한다고?"
"이 사람, 선생님 얘기만 꺼내면 이러는 거구나..."
"후우카 씨! 빨리 가서 굽고 오자!"
"으아아아!!"
"왜 힘이 이렇게 센 거에요!!!!!"
"...밧줄이 필요가 없네요..."
"새로운 부원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읍! 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