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부주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뇨. 본주님 이제 수고하세요.'
"아윽...허리야...."
오랜 시간 부주일로 몸이 굳은 기훈이 드디어 컴퓨터 앞에서 일어났다.
이전부터 특별한 재주는 없었지만, 부주 근성은 알아주는 편이라 다른 게임에서 부주 일을 하고 돈을 벌었는데, 최근엔 ARise에서 의뢰를 받아 랭커들 부주를 하고 있다. 단순 노가다만 하면 되는 다른 게임보다 좀 귀찮지만 요새 노가다 게임에 질려 있기도 하고, 보수도 짭잘해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최근 패치로 OTP를 연동해야 해서 조금 귀찮아졌지만, 그 정도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있던 일이니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늦게 추가되어서 이상할 지경인데....
"아.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제네시스 임펙터즈 카드 나온 거 같았는데. 지금쯤이면 ARise 패치에 있겠구나."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은 가끔씩 작은 자취방 한 구석을 장식하는 프라모델이 되어 가곤 했다. 어릴 때 부터 로봇을 좋아했지만, 공학자로서의 특별한 재능도, 그렇다고 메카물을 그릴 정도로 작화 능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물론 소탈한 성격의 그에겐 더 이상 그런 미련은 없었다. 장래가 좀 걱정되지만 아직까진 부주 일과 알바로 먹고 살 만 했으니 그거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뭐라고 하던데. 프리터족이라고 했나?
"오. 제네임펙 롸벗 카드군 이름 나왔네. 드라이트론? 뭐야. 선공개에선 용의교/드라이트론인 줄 알았는데 용의교/용휘교로 쪼개 놨네. 어차피 루비 부분만 카드군이겠지 뭐."
주전자로 끓인 보리차를 홀짝이면서, '대원은 바트라이무스처럼 루비랑 본체 살려가는 번역이 나오면 안 되나~'하는 생각을 하던 그는, 다시 VR을 주워 들었다. ARise 부주일을 하기 위해 감각 익힐 겸 자기 만족용으로 본계는 하나 파 뒀다.
"남의 계정으로 덱 만들어서 할 수는 없으니까. 오늘은 대강 이 카드군으로 해 볼까? 그나저나 코나미가 드디어 메카다운 메카를 내 놓다니 감동적이네..."
그렇게 인게임에 들어온 기훈, 아니 "세츠나".
좋아하는 오시캐 이름을 집어넣고, 그녀와 제법 근접하게 꾸며 놓은 이 아바타로 ARise를 플레이 할 때 만큼은 모든 것에 초탈한 그가 유일하게 욕심 부리면서 만족하는 시간이었다. 여기 있으면 그는 작은 단칸방에서 프리터나 하며 생활비나 버는 사람이 아니다. 꾀죄죄한 남자도 아니게 된다. 물론 등록 성별이 나오는 ARise 특성 상 완벽하게 다른 존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됐다. 이제 드라이트론 덱이나 짜 볼까.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연구한 것도 많이 보이긴 한데, 음...사이버 앤젤 축이나 디클레어러 투입축도 재미는 있어 보이지만 메카물은 역시 메카물만 나와야 하지 않겠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드라이트론 덱을 적당히 구축하고, 새로 추가된 수련장 시스템에서 시험까지 끝마쳤다.
"근데...역시 덤핑 계열은 어쩔 수 없이 넣어야 한단 말이지. 완전 순수축은 좀 그러니까. 어디 완전 순수축으로 굴러가는 메카 테마 없나. 아. 저기 앞에 사람 있다."
"저랑 듀얼하시고 싶으신 검까?"
"아. 네."
'조졌다. 잘못 신청했나. 설마 처음 덱 짜서 만난 사람이 다른 랭커냐.'
세츠나는 인터페이스로 전적이나 닉네임 정도는 확인할걸, 하고 후회했다. 그도 그럴 게, 무턱대고 듀얼 신청을 건 것은 IN 100 랭커 중 하나인 "심애" 였던 거다. 특유의 군대식 말투에 늘씬한 아바타까지, 틀림없는 랭커다.
'아니다. 지금까지 ARise 부주 뛰면서 저런 랭커급이랑 붙은 적도 있었잖냐. 그리고 어차피 덱 파워랑 드로우 운에 갈리는 게임이라고. 랭커가 무슨 상관이냐.'
"방금 뭔가 말했슴까?"
"...아! 아뇨. 근데 신청은..."
"당연히 수락함다. 어...근데 맵은 세츠나님이 고르셔도 됨까?"
"그래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어...어디 보자..."
System voice : 턴당 제한 시간 2분, 잠수 방지 감시시간 1분, 드로우 1장, 시작 패 5장, 2020.07.OCG 금지/제한, 신 마스터 룰 2로 설정되었습니다.
맵을 골라 주십시오......
'맵, 뭘로 하지...아. 이거다. 용자리 모티브면 역시 이걸로 해야겠지?'
System voice : 갤럭시 맵이 선택되었습니다.
방 설정 후 덱을 고르는 사이, 새 방을 본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 또 심애님이 듀얼하신다!"
"상대하는 사람은 누구야? 세츠나? 아바타도 그렇고 러브라이버인가?"
"아. 쟤도 여캐 하는 남자 계열이야? 뭐 앵겨붙는 계열만 아니면 상관 없긴 한데."
"난 좀...너무 구라치는 거 같지 않냐?"
"아니. 어차피 인게임 아바타인데 뭐가 어때서 그러냐. 생긴 거 그대로 꾸미면 여기 애들 8할은 눈썩일건뎈ㅋㅋㅋㅋㅋㅋ"
"자. 자. 여러분. 진정하시고, 이 방에 와 주셔서 감사함다."
그렇게 난리가 난 관객석을 진정시키는 심애.
"괜찮슴까? 하다 보니까 매번 듀얼할 때 사람이 몰리지 말임다. 혹시 부담되거나 하면 방 잠금 설정하셔도 됨다."
"아뇨. 괜찮아요. 익숙하니까."
'하아. 나랑 완전 다른 사람이네. 인게임에서도 인싸력 풍풍 뿜어내고. 아마 인생의 성공자겠지. 나 같은 사람이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여기 왔을까.'
입에 대기 힘든 푸념을 한 다음, 세츠나는 디스크 설정에서 카드를 둘 수 있는 탁자형 디스크를 골랐다. 다른 계정 부주일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에게 있어 카드 게임은 디스크에 카드를 세트하는 것 보다 탁자에 놓고 플레이하는 게 익숙했기 때문에, 본계를 끌고 오면 이 쪽을 선호했다.
"탁자형 디스크임까. TCG 게임 하다 보면 디스크보단 탁자에 놓고 하는 분들이 익숙하셔서 종종 봄다. 세츠나님도 그런 부류임까?"
"네. 오히려 듀얼 디스크를 애니에 도입한 유희왕이 특이한 거 아닐까요."
"하긴 그렇슴다. 그럼 시작해도 되겠슴까?"
""듀얼!""
세츠나8000 vs 심혁 8000
세츠나 : LV.9 733전 432승 301패 승률 58.9% exp 31%
심애 : LV. 18 1965전 1277승 688패 승률 64.98% exp 73%
"우와. 은하 맵입니까? 그런 거 치곤 선공은 평범하게 주사위 던지는 거지 말임다."
"다이스 디자인이 은하 빛깔인 건 좀 신선하긴 하네요."
잠깐의 담소를 나눈 두 사람이 선후공을 정하기 위해 주사위를 던졌다.
""다이스 롤!""
system voice - 세츠나 6, 심애 1. 선공은 세츠나 님이 가져갑니다.
"으아아아아악! 이번엔 1임까! 진짜 운도 없지 말임다. 먼저 하십시오."
"......아. 네. 감사합니다."
늘씬한 미청년 아바타와 대조되는 조금 가벼운 언동에 세츠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모처럼 받은 선공이기도 하니 일단 듀얼을 진행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본계는 로망덱 위주로 하다 보니 승률이 좀 엉망이었지. 하. 나중엔 좀 티어덱 굴려 봐야 하나.'
눈 앞의 상대의 압도적인 전적에 잠시 한탄하고, 이내 패를 점검하는 세츠나. 사실 드라이트론 자체가 아직 연구가 덜 이뤄진 것도 있고, 이길 자신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이라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그이기에 그렇게까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오시캐가 새 UR의상을 입고 오면 ARise에 재현할 수 있을 정도는 렙업하고 싶어. 그런 이유로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역시 쫄리네. 부주로 랭커들이랑 붙는 거랑 다른 느낌이란 말이지. 후...'
심호흡을 마치고, 턴을 시작한다. 패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까 견제만 맞지 않는다면 할 만 하다.
"필드 마법, 드라이트론 파프닐을 발동!"
세츠나의 선언에, 우주 공간에서 용 모양 비행선이 날아왔다.
"파프닐의 효과로 덱에서 드라이트론 마법/함정 카드를 서치할게요. 체인 있으신가요?"
"오. 저게 이번에 나온 카드군임까? 그러고 보니 동물 친구들인 트라이브리게이트 덱도 짜 봐야 하는데."
"저기...심애님?"
"...아! 죄송함다. 파프닐 인게임 모델링 보고 좀 감동먹었지 말임다. 체인이라...패에서 우라라를 묘지로 보내고 효과 씀다."
우주 공간에 출격한 파프닐이 중심 코어에서 빛을 뿜으려고 했지만, 강아지 귀 유녀가 빛을 막아 새우러 진격했다.
결국 파프닐의 빛이 우라라에 막혀 버렸고, 서치 효과가 불발나고 말았다.
"아...내 서치..."
"드라이트론 운영법이 뭔지 모르겠지만 서치하면 안 될 거 같슴다."
(심애/세츠나 패 5장→4장)
"아니, 차라리 잘 됐어. 패에서 디클레어러 디바이너를 소환!"
파프닐의 서치 효과를 잃었지만, 세츠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디바이너의 효과! 엑스트라 덱/메인 덱에서 천사족 하나를 묘지로 보내고, 그 레벨만큼 디바이너의 레벨을 올립니다!"
그의 선언에 디바이너가 안고 있던 보석이 빛을 내더니, 세츠나의 엑스트라 덱에서 카드 하나가 묘지로 보내졌다.
"아크 디클레어러를 묘지로 보내고, 디바이너의 레벨을 4로 합니다."
"의식덱 구세주 아디클이랑 디바이너임까. 우라라 써버렸으니 체인은 없슴다. 진행하셔도 됨다."
'다행이야. 체인이 없어서.'
"그럼 계속할게요. 묘지로 떨어진 아크 디클레어러의 효과 발동! 덱에서 의식 마법이나, 의식 몬스터 하나를 패에 추가합니다!"
계속되는 세츠나의 효과 발동 선언. 이번엔 다른 공간에서 반투명한 아크 디클레어러가 몸을 빛내며 날아오더니, 그의 덱에 깃들어 의식 계열 카드를 찾아주었다.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를 패에 넣을게요."
"메테오니스 DRA! 저게 이번 제네임펙에서 나온 카드임까? 어떤 카드일지 기대됨다!"
"저 사람, 보기랑은 다르게 저런 메카틱한 카드를 쓰는 거야? 난 또 어딘가의 오타쿠씨처럼 미소녀 카드만 쓸 줄 알았는데."
"우와...어떤 운영법이려나."
드라이트론의 에이스 몬스터를 본 심애와 관객석이 기대에 찬 시선으로 세츠나를 바라봤다. 아까 전 아바타와 성별 때문에 회의감을 표하던 사람들까지 그에게 주목하자, 세츠나는 옅은 조소를 띈 후 계속 턴을 진행했다.
(세츠나 패 3장→4장)
"계속해서, 메테오니스를 패에서 릴리스해, 패의 알ζ(제타)의 효과 발동! 이 카드를 특수 소환하고, 덱에서 의식 마법 카드 하나를 가져옵니다."
이어지는 전개. 이번엔 메테오니스를 패에서 릴리스하고, 다른 드라이트론을 꺼내들었다.
기껏 업어온 의식 몬스터를 버려버리는 선택에 관객석이 의문을 표했다.
"자기가 힘들게 업어 온 의식 몬스터를 버려버리는 거야?"
"이번 테마에 묘지 의식이라도 있었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보면 알겠지 뭐."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 업어 올게요."
그런 관객석은 내버려 두고, 착착 플레이를 진행하는 세츠나. 이제 대강 준비는 끝났다.
"그럼, 패에 들고 온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 발동! 패나 필드에서, 공격력이 소환할 몬스터의 공격력 이상이 되도록 기계족 몬스터를 릴리스하고 의식 몬스터를 패나 묘지에서 의식 소환한다!"
"묘지에서 의식 소환? 네크로즈의 반혼술이랑 비슷한 효과임까?"
"네. 이 코스트로, 필드의 알ζ(제타)와 패의 라스β(베타)를 릴리스!"
세츠나의 카드,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이 효과를 발동하자, 패와 필드에 있던 드라이트론들이 파프니르로 되돌아갔다.
"강철의 전사여, 용의 성좌를 두르고 출격하라! 의식 소환!"
동시에 파프니르의 인터페이스의 숫자가 올라가, 이윽고 4천에 도달했다.
"공격력으로 의식 소환하는 연출은 저런 겁니까! 이거 진기함다!"
"강림해라,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
두 듀얼리스트를 뒤로 하고, 함내 합체가 끝난 메테오니스가 파프니르의 등 부위에서 출격해 필드에 내려앉았다.
"하아....멋져....코나미가 이런 카드군을 만들 줄이야..."
"....세츠나님?"
"아! 죄송합니다. 묘지에서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 효과를 사용할게요. 수비 표시인 메테오니스의 공격력을 상대 엔드 페이즈까지 1000 낮추고, 이 카드를 회수할게요."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 ATK 4000→3000, 세츠나 패 4장→2장)
"계속해서, 디클레어러 디바이너 한 장을 링크 마커에 세트! 소환 조건은 통상 소환한 공격력 1000 이하의 몬스터! 샐러맨그레이트 알미라지를 링크 소환!"
"전 이대로 턴 마칠게요."
(세츠나 필드 : 드라이트론 파프닐,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 샐러맨그레이트 알미라지, 패 : 2장(1장은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 묘지 : 드라이트론
알ζ(제타), 라스β(베타), 아크 디클레어러, 디클레어러 디바이너)
"우와...진짜 모델링 잘 했네."
"네 압도적인 간지에 난 마음을 빼앗겼다. 이 기분, 틀림없는 사랑이다."
첫 공개된 메테오니스 DRA의 모델링에, 심애와 세츠나의 듀얼을 보는 관객들도 매료되었다.
그런 관객들을 보는 세츠나도, 왠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미라지로 파괴 내성, 수비력은 4천임까. 이 덱으로 저걸 잡을 수 있을 지 모르겠슴다.'
한편, 메테오니스를 보고 잠시 감동했던 심애도 정신을 차리고 듀얼에 집중했다.
"후, 그래도 해 볼 수 있는 데 까지 해 보는 검다. 드로우!"
(심애 패 4장→5장, 묘지 : 하루 우라라)
"패에서, 샐러맨그레이트 폭시를 일반 소환!"
홀로그렘 카드패에서 카드 하나를 터치하자, 꼬리 끝에 불꽆을 두른 여우가 나타났다.
"나왔다! 심애님의 본덱이야!"
"근데 샐그가 타점 높은 저 카드를 잡을 수 있을까?"
"폭시의 효과 사용함다! 덱 위에서 3장 넘기고, 그 중에서 샐러맨그레이트 카드를 패에 넣슴다!"
이어서 폭시의 효과 사용 선언. 폭시가 심애의 듀얼 디스크로 올라오더니, 카드 세 장을 넘겨주었다.
넘어간 카드는 서클, 가젤, 마이닝.
"우와. 엄청난 운이네...."
"종족은 사이버스지만, 동물 친구들과 교감하면 가능한 일임다. 이 효과로 가젤을 패에 넣겠슴다."
(심애 패 4장→5장, 1장은 가젤)
'자. 이제 문제는 저 메테오니스임다. 몬스터 대상 내성을 어떻게 잡아야 합니까. 그리고 하필 파괴 효과 위주의 샐그에 파괴 내성 부여하는 알미라지까지.'
수비 표시라 히트라이오로 돌파하기도 어려운데, 몬스터 내성. 그리고 레이지로 잡으려고 해도 알미라지 때문에 한 번은 버틴다. 골똘히 수를 생각하던 그는 이윽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패에서, 퓨전 오브 파이어를 발동!"
"퓨전 오브 파이어...폭시랑 알미라지를 소재로 하려는 거네요."
"네. 알마라지 효과 쓰실 검까?"
"하...어쩔 수 없네요. 알미라지 효과 발동! 자신을 릴리스하고 메테오니스에 파괴 내성을 부여합니다."
퓨전 오브 파이어를 피하기 위해, 세츠나는 알미라지의 효과를 사용했다. 알미라지가 한 덩이 불꽃이 되더니, 메테오니스에 깃들었고, 퓨전 오브 파이어는 소재를 잃고 불발되었다.
"아. 바이올렛키메라가 링크 하나는 필요해서 못 뽑지 말입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아니면 그냥 알미라지부터 치우려고 했던 걸 수도 있겠지만.'
알미라지를 조금 아쉽게 날린 세츠나. 그리고 패를 잃은 심애. 서로 한 장씩 카드를 교환했지만, 아직 심애는 할 게 남아 있었다.
(심애 패 4장, 필드 폭시)
"그럼, 폭시를 소재로 샐러맨그레이트 베일링크스를 링크 소환함다!"
심애의 선언에, 폭시가 디폴트 링크 마커에 뛰어들었고, 서킷이 사라지면서 끝에 불꽃을 두른 스라소니가 나왔다.
"이 순간, 베일링크스의 효과가 체인 1, 체인 2로 샐러맨그레이트 몬스터가 묘지에 보내졌으므로 가젤의 효과 발동함다!"
그 후, 홀로그램 카드로 된 가젤이 심애의 손패에서 빛났다.
"체인 역순 처리로, 가젤이 먼저 패에서 특수 소환되고, 베일링크스의 효과로 샐러맨그레이트의 성역이 패에 추가됨다."
심애는 그 후 덱에서 샐러맨그레이트 성역을 찾아 패에 넣었다.
"그 다음, 가젤의 효과! 덱에서 샐러맨그레이트 카드를 하나 묘지로 보냅니다!"
'저 다음은 썬라이트울프가 전생 링크 되려나. 혹시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 메테오니스 DRA의 효과 발동!"
썬라이트울프가 소환되기 전에, 미리 없애둔다. 자신의 판단이 맞기를 빌며 세츠나는 메테오니스의 효과를 발동했다.
"묘지에서 공격력 합계가 2천, 또는 4천이 되도록 몬스터를 게임에서 제외해, 공격력 2천당 상대 앞면 표시의 카드를 묘지로 보냅니다!"
메테오니스의 효과 발동을 위해 알ζ(제타), 라스β(베타)를 제외하자, 두 드라이트론이 메테오니스의 견갑에 있는 포구로 장전되었다.
"산산조각내라, 메테오니스!"
이윽고 포신이 불을 뿜더니, 가젤과 베일링크스를 덮쳐 그대로 날려 버렸다.
"윽...동물 친구들이...하지만 가젤군의 의지는 남슴다. 덱에서 샐러맨그레이트 레이지를 묘지로 보냅니다."
어쨌든 가젤의 효과는 처리되기에, 덱에서 레이지를 묘지로 보낸 심애.
'좀 무리해서라도, 저 기계 덩어리는 부숴야 하는데 말임다.'
".....이렇게 된 이상, 모 아니면 도임다! 패에서 갑부 고블린을 발동!"
"갑부 고블린?!"
"상대 라이프를 1000 회복하고, 전 카드 한 장을 드로우함다!"
(세츠나 라이프 8000→9000)
'부탁함다. 샐러맨그레이트 친구들. 무리일 지도 모르지만, 한번 더 저랑 함께 싸워 주셨으면 좋겠슴다.'
".....드로우!"
(심애 패 4장 그대로, 1장은 성역)
".....됐다! 패의 스피니를 버리고, 사이바넷 마이닝을 발동!"
"이 상황에서 아직 할 게 남았어!?"
"덱에서 샐러맨그레이트 포울을 패에 넣슴다!"
(심애 패 4장→3장, 한 장은 포울)
"계속해서 갑니다! 이 카드는 묘지의 샐러맨그레이트 몬스터가 3장 이상일 때, 패에서 수비 표시로 특수 소환할 수 있슴다! 나와라, 샐러맨그레이트 B(비트)바이슨!"
그의 선언에, 다른 홀로그램 페에서 불꽃 갈기의 바이슨이 튀어 나왔다. 보통의 샐그덱에서 보이지 않는 생소한 몬스터에 관중들이 당황했다.
"뭐야. 바이슨을 샐그덱에서 쓰던가?"
"그러게. 보통 바이슨은 안 쓰일 건데."
"솔직히 저도 바이슨을 진짜 쓰게 될 줄은 몰랐지 말임다. 일단 진행함다. 바이슨의 특수 소환에 반응해 방금 패에 넣은 포울의 효과! 샐러맨그레이트 몬스터가 소환/특수 소환에 성공했을 때 이 카드를 패에서 특수 소환할 수 있슴다."
계속해서 턴을 진행하는 심애. 이번엔 남은 홀로그램 패에서 포울을 특수 소환했다.
바이슨의 근처에 불꽃 깃털을 두른 공작이 내려 앉았고, 그 모습에 세츠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망할. 이번에도 판단 미스했어! 차라리 썬라이트울프에 발동할걸!'
"후회하셔도 늦지 말임다. 바이슨과 포울을 링크 마커에 세트!"
"링크 소환! 샐러맨그레이트 썬라이트울프!"
마커에 세트된 바이슨과 포울이 사라지고, 불꽃 머플러의 늑대가 우주 공간에 내려왔다.
"그리고, 샐러맨그레이트에겐 싸울 무대가 필요한 검다. 패에서 샐러맨그레이트 성역을 발동!"
심애의 필드 마법 발동 선언에 우주 공간을 떠 다니던 행성 하나가 두 사람의 앞에 정착하더니, 화산과 함께 샐러맨그레이트의 성역으로 바뀌었다.
그 후 심애와 썬라이트울프가 성역이 있는 행성에 자리잡았다.
행성 위에 떠 있는 파프니르와 메테오니스, 세츠나. 그리고 땅에 자리잡은 샐러맨그레이트와 심애.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에 관객들도 흥미진진하게 듀얼에 몰입했다.
"저 두 사람 디펜스 게임하는 거 같네."
"심애님이 우주선으로부터 별을 지키는 역할이야? 로맨틱한데."
"우주 필드는 이래서 보는 맛이 있다니까. 둘 다 잘 한다!"
"...재밌지 않슴까?"
표정이 굳어진 세츠나에게 심애가 먼저 말을 걸었다.
"어...플미만 안 했으면 더 재밌었을 거 같네요."
"그렇슴까. 저도 솔직히 카드 한 장에 이렇게 되었을 줄은 몰랐지 말임다. 어쨌든 계속함다. 묘지에서 스피니의 효과 발동! 썬라이트울프가 존재하므로 묘지에서 특수 소환함다! 대신 이 효과로 특수 소환된 스피니는 제외됨다."
심애의 선언에, 스피니가 묘지에서 튀어 나오더니 썬라이트울프의 링크 앞에 자리잡았다.
"이 순간, 링크 앞에 몬스터가 특수 소환되었으므로 썬라이트울프의 효과를 발동함다! 묘지에 있는 레이지를 패에 넣슴다!"
썬라이트울프가 포효했고, 묘지가 열리더니 레이지가 심애의 패에 쥐어졌다.
세츠나는 다음 턴에 메테오니스가 박살날 것을 직감했고, 반대로 심애는 한 숨 돌렸다는 표정이었다.
"아직 안 끝났슴다! 샐러맨그레이트 성역이 있으면, 자기 자신을 소재로 같은 이름의 링크 몬스터를 링크 소환할 수 있슴다!"
심애의 선언에 마치 태양 같은 모양의 둥근 서킷이 펼쳐졌다. 썬라이트울프는 준비가 되었다는 듯 서킷에 뛰어들었고, 그런 울프를 보며 심애는 영창을 시작했다.
"작열의 늑대여,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던져 새롭게 태어나라! 전생 링크 소환!"
"부활해라! 샐러맨그레이트 썬라이트울프!"
전생 링크를 마친 선라이트울프는 이전과는 달리 푸른 불꽃을 흩날리며 필드에 등장했다.
"썬라이트울프의 전생 링크 효과! 묘지의 가젤을 패에 가져 옴다!"
전생 링크에 성공한 썬라이트울프가 허공을 발톱으로 찢더니, 가젤이 공중에서 달려 나와 심애의 패에 홀로그램 카드로 되돌아갔다.
(심애 패 1장→3장)
착착 패를 복구해 나가는 심애,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세츠나는 속이 타 들어갔다. 다음 턴에 메테오니스는 확실하게 산산조각나고, 가젤도 남아 있다.
거기에 베일링크스로 파괴를 한 번 막아주는 데다, 아직 남은 패가 뭔지도 모른다. 한 번의 판단 미스가 일을 키워버렸다고 확신한 그는 표정을 관리할 수 없었다.
"카드를 한 장 세트하고, 턴을 넘김다. 제 턴은 끝났슴다."
"엔드 페이즈에 메테오니스의 공격력이 돌아옵니다. 그리고 제 턴....드로우!"
(세츠나 패 2장→3장, 메테오니스 ATK 3000→4000)
어차피 뭘 해도, 메테오니스는 확실하게 박살난다. 모종의 과정을 통해 2호기를 뽑는다 쳐도 레이지는 한 번에 2장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럼....부서질 바에는 내 손으로 부수는 게 낫겠지. 패에서 르타δ(델타)의 효과 발동! 코스트로 필드의 메테오니스를 릴리스합니다!"
"자기 몬스터를 릴리스하는 검까?"
"어차피 레이지로 부서질 테니까요. 그리고 동시에, 패에 있는 의식 마법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을 보여주고, 카드 한 장을 드로우!"
(세츠나 패 3장 그대로, 필드 : 파프니르, 델타)
"그럼, 갑니다! 패에서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을 발동!"
"또 묘지에서 의식 소환을...그렇게는 안 됩니다! 리버스 카드 샐러맨그레이트 레이지 발동! 울프의 마커인 2개만큼, 필드의 카드를 고르고 파괴함다!"
방금의 그 의식 몬스터를 또 허용하면 이번엔 확실히 밀린다. 그렇게 판단한 심애가 레이지를 발동했다.
"필드의 델타와 파프니르를 골라 부숩니다!"
레이지의 발동에 울프의 양 팔에 불꽃이 일렁였고, 울프는 그대로 돌진해 파프니르와 델타를 부서 버렸다.
울프의 발톱에 델타와 거대한 모함 파프니르까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순식간에 세츠나의 필드가 텅 비어버렸다.
"이제 릴리스할 몬스터가 없으니, 메테오니스도 불발...."
그렇게 판단한 심애.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이 빛을 잃지 않고 필드에 남아 있었다.
"말도 안돼!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으로 릴리스할 몬스터는 이제 필드에 없을 텐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에요?"
당황한 심애의 앞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표정의 세츠나와, 그의 뒤에서 빛나는 용자리가 보였다.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의 효과로 릴리스할 몬스터는 공격력만 만족한다면 패에서도 릴리스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Sin 사이버 엔드 드래곤?? 설마 방금 델타의 효과로..."
"당신이 기적을 일으켰다면, 나도 기적을 보여주겠어! 용자리의 혼을 계승한 강철의 전사여! 은하의 저 편에서 되살아나라! 의식 소환! 다시 태어나라,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
세츠나의 뒤에 빛나던 용자리가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모든 드라이트론이 집결해 메테오니스를 다시 깨웠다.
당당하게 다시 필드에 서 있는 메테오니스를 잠시 바라보더니, 세츠나는 공격을 감행했다.
"배틀! 메테오니스로 썬라이트울프를 공격!"
이윽고 재기동한 메테오니스가 양 팔의 검을 교차해 썬라이트울프를 향해 거대한 십자 검기를 방출했고, 그 검기에 성역이 존재하는 행성까지 통째로 흔들렸다.
"우와아아아아악!"
검기와 행성이 부딪친 탓일까, 이번엔 충격파까지 관객석을 뒤덮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아무리 실제로 충격파가 날아오진 않아도 이건 무섭잖아아아아아아!!!"
엄청난 충격파가 맵을 휩쓸고 난 후, 다시 잠잠해지자 필드의 모습이 얼추 보였다.
"뭐, 어차피 베일링크스로 울프의 파괴는 막았겠지만요."
심애 LP 8000→5800
"하아...하아....그러게 말임다. 고마웠슴다, 베일링크스."
울프의 앞에 베일링크스의 환영이 잠시 나타나더니, 심애를 향해 윙크하곤 다시 사라졌다.
(심애 : 제외 존 베일링크스 1장)
'자 그럼...다음 턴에 울프랑 스피니를 묘지로 보내면 해결 되나. 패에 남은 감마는 일단 다음 턴에 써 봐야겠네.'
묘지에 남았던 드라이트론이 하나도 없어서 쓰지 못 한 마지막 패, 드라이트론 엘γ(감마)를 바라보고 세츠나는 턴을 넘겼다.
"턴 엔드."
(세츠나 - LP 9000, 패 : 드라이트론-엘γ(감마), 필드 : 드라이트론-메테오니스 DRA, 묘지 : 델타, 신사엔, 메테오니스 드라이트론, 드라이트론 파프니르.)
'한 방 먹었슴다. 설마 상대랑 똑같은 실수를 해서 저 거대 메카를 소환하게 해 버렸지 말임다.'
인게임 기믹 때문에 가려진 시야와 더러워진 아바타를 털어내고, 방금의 상황을 반성하면서 아바타를 일으켜 새우는 심애=우형.
'아직 가젤도 남아 있고, 라이프는 좀 벌어졌지만 천천히 좁혀 가면 됩니다. 샐러맨그레이트는 장기전에 유리한 테마임다. 상대 패도 얼마 없고 마냥 나쁜 상황은 아님다.'
그 후 천천히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상대 턴에 앞면 표시 카드 2장을 박살내는 메테오니스, 뭔지 모르겠지만 남아 있는 패 한장.
이 쪽은 가젤과 패 한 장이 남아 있다. 다음 드로우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충분히 역전 가능한 필드다.
"정리 끝났슴다. 이제부터 다시 한 번 메테오니스를 잡아 보겠슴다."
"가젤이 남아 있지만, 아직 이 쪽도 할 만 하다고요! 자, 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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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네요. 기훈=세츠나의 아바타는 러브라이브 니지동의 유우키 세츠나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네. 지금 세븐즈에서 키리시마 로민의 목소리 담당을 하고 계신 성우가 맡은 캐릭터입니다.
드라이트론이 나오고 나서 계속 듀얼 로그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번 6화는 어떠신지요.
솔직히 팬픽이 루리웹 유희게에서 인기 있는 물건이 아니긴 하지만, 다들 반응도 영 별로고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이 팬픽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기훈은 팬픽에서 설명했듯, 다른 ARise 랭커들의 부주를 하면서 돈을 받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심혁, 재민, 수연, 우형, 기훈. 총 5명이 등장했네요. 거의 한 화에 한 명씩 캐릭터를 방출하고 있는 흑봉투입니다.
이 편에서는 심애=우형의 본 덱인 샐러맨그레이트가 공개되었네요.
다시 로그가 생각나면 7화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보고 있습니다. 그 영혼 잃지 말라 듀얼리스트여!
저는 '아무리 군상극이래도 청심환좌가 그래도 중심인물이겠지'거니 했는데 정말 군상극이 되어가네요
아. 그래도 명색이 처음 나온 친구라 그나마 자주 나올 겁니다. 아마도.... 현생이라던가 좀 더 다루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