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황혼의 도시, 트와일라잇 시티.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오늘도 저마다 일상을 보내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움직인다.
오늘도 어김없이 평화롭게 흘러가는 트와일라잇 시티의 하루.
트와일라잇 시티에 세워진 교육의 장, 황혼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히 비춰진다.
황혼 초등학교 3층에 위치한 3학년 B반 교실.
하준과 키벨이 소속되어 있는 이 반에선, 현재 듀얼 몬스터즈 수업이 한창 진행되는 중이다.
교실에 설치된 수업 전용 스크린에는, 듀얼 몬스터즈 역사상 매우 높은 명성을 자랑하며, 뛰어난 범용성으로 인해 현재 공식 듀얼에서 사용 금지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링크 몬스터, [프레데터 플랜츠 베르테 아나콘다]의 모습이 띄워져 있다.
수업용 스틱을 손에 든 채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듀얼 몬스터즈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오명청.
그는 스크린에 비춰진 [프레데터 플랜츠 베르테 아나콘다]를 스틱으로 가리키며, [프레데터 플랜츠 베르테 아나콘다]가 가진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프레데터 플랜츠 베르테 아나콘다]에겐 2000 라이프 포인트를 지불해서, 덱에 있는 [융합], [퓨전]이란 이름이 붙은 마법 카드의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시 이 카드는 강력한 효과와 뛰어난 범용성을 자랑하며, 여러 덱에서 용병으로 투입해 사용하곤 했죠. 효과 몬스터 2장을 필드에 빠르게 전개할 수 있다면,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이라고 하는, 듀얼 몬스터즈 역사상 최강의 몬스터라 불리는 몬스터를 필드 위에 부를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예전에는 대부분의 듀얼리스트가 [붉은 눈의 흑룡]과 [블랙 매지션]을 덱에 넣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좋은 질문이에요, 하준 학생. 맞아요. 당시 듀얼리스트들 사이에서 [흑드라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존재,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이 듀얼 몬스터즈 환경에 나타나고, 이 [붉은 눈의 드라군]을 좀 더 편하게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카드가, 바로 [프레데터 플랜츠 베르테 아나콘다]라는 카드죠. 효과 몬스터 2장을 소환한 뒤 [베르테 아나콘다]를 링크 소환하고, [베르테 아나콘다]의 효과로 2000 라이프 포인트를 지불해, 덱에서 [붉은 눈 융합]을 묘지로 보내면, [붉은 눈의 드라군]이라는 무시무시한 카드가 너무나 손쉬운 방법으로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카드들이 듀얼 몬스터즈에 나타났을 때, 대부분의 듀얼리스트 분들은 이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강력한 콤보를 사용하기 위해, 듀얼 도중 패가 말릴 것을 과감히 감수하고, 덱에 [붉은 눈의 흑룡]과 [블랙 매지션], 그리고 [붉은 눈 융합]을 넣었답니다."
"저도 예전에 저희 형이랑 누나들에게 들은 적 있어요. 이 [붉은 눈의 드라군]이라는 존재가, 듀얼 몬스터즈의 환경 그 자체였다고 말이에요."
"맞아요. 키벨 학생의 말대로,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은, 당시 터무니없이 강력한 효과와 스탯, 그리고 거기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도 쉬웠던 소환 난이도로 인해, 당시 듀얼리스트 대부분이 [붉은 눈의 드라군] 세트를 덱에 넣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죠. [붉은 눈의 드라군] 하나만 필드 위에 소환하기만 한다면, 그 듀얼에서 [붉은 눈의 드라군]은 거의 무적이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3000이라는 막강한 공격력, 에이스 급 몬스터에 걸맞는 강력한 퍼미션 효과와 공격력 상승 효과, 그리고 상대의 카드를 2장까지 파괴하면서, 동시에 번 대미지까지 주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붉은 눈의 드라군]을 마다할 이유는, 당시 듀얼리스트 분들께는 거의 없었다고 봐요."
듀얼 몬스터즈 수업을 진행하면서, 듀얼 몬스터즈의 환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던 카드,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에 대하여 열정을 불태우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 명청과, 그의 수업에 열의를 불태우며, 눈을 똘망거리면서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
전설의 듀얼리스트, "유희"와 "조이"의 에이스 몬스터인 [블랙 매지션]과 [붉은 눈의 흑룡]이 융합한 몬스터이자, 사상 최강이자 최고, 동시에 사상 최악이자 최흉이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몬스터,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의 명성은, 아마 듀얼리스트들에게 있어서 절대 잊지 못 할 기억일 것이다.
이 [붉은 눈의 드라군]이라는 존재는 듀얼 몬스터즈의 환경 그 자체였고, 동시에 듀얼리스트들이 넘어야 하는 거대한 벽이었다.
[붉은 눈의 드라군]이라 불리는 카드를 뚫기 위해, 온갖 방법을 연구하는 듀얼리스트들의 모습이, 작가의 눈에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만큼 이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이라 불리는 카드가, 듀얼리스트들에게 있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카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듀얼 몬스터즈의 환경 그 자체이자, 동시에 듀얼리스트들에게 여러 감정을 선사해 주었던, 사상 최강이자 최고, 최악이자 최흉의 융합 몬스터, [초마도용기사-붉은 눈의 드라군]은, 현재 공식 듀얼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금지 카드 리스트에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붉은 눈의 드라군]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듀얼 몬스터즈에 관한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그렇게 한참 뒤, 학교에서 편성된 수업 시간이 모두 끝나자, 종례를 마친 학생들은 모두 학교 문 밖으로 나서며, 각자 마음 속에 정해 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럼 내일 보자!"
"OK! 잘 가!"
수업을 마치고 명랑한 목소리를 내며 집으로 귀가하는 아이들.
교무실에서 아이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명청은, 자신이 원한 것은 바로 이런 평화로운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웠다.
스물 다섯이라는 한창 꽃다울 젊은 나이에 교사라는 직업을 얻게 된 청년, 오명청.
업무를 마치고 교무실에 비치된 소파에 앉은 그의 얼굴에는,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하게 평화가 적성에 맞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활발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띄우는 명청의 마음 속에는, 과연 무슨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보도록 하자.
7년 전, 우주를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넣고 지배하려 했던 사악한 어둠의 신 "아트몬"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온갖 악행을 일삼은 광신도 집단, "애프터라이프"가 이 세상에서 활개치고 있을 시기.
당시 리나 시티에선 훗날 "영웅"들이라 불릴 이들이, 정령계에서 인간계로 찾아온 정령들과 함께, 사악한 어둠의 세력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그 당시 열 여덟 살, 리나 시티의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명청.
"아트몬"이 자신의 쌍둥이 형인 "아케루스"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고, 그를 따르던 "애프터라이프"에 소속되어 있는 단원들 역시 대부분 체포되거나 모습을 감춘 이후, 세상은 2년이라는 잠깐의 시간 동안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년이라는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명청.
학창 시절 [섀도르] 덱을 사용하다 [제왕] 덱을 사용하는 스트에게 처참하게 박살난 적이 있던 명청은, 스트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을 똥 살 똥 듀얼 실력을 키워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스트에게 도전할 기회 같은 건, 오명청이라는 듀얼리스트에겐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스트가 훗날 "영웅"이라 불리는 이들과 함께 "아트몬"과 "애프터라이프"에게 대항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마침내 사악한 세력들을 물리치고 "영웅"이 됨으로써, 스트와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지게 된 것이었다.
더구나 스트는 리나 시티 듀얼 챔피언십의 챔피언 자리에 있는, 명청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톱 클래스 듀얼리스트였다.
그저 평범한 듀얼리스트 1에 불과한 명청과, 리나 시티 듀얼 챔피언십의 챔피언, 에스트렐라와의 격차가 너무나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 사실을 뼈 저리게 자각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명청 본인이었다.
프로 듀얼리스트 대회에 몇 번이나 출전했지만, 출전할 때마다 브레이크나 샬롯, 그리고 루카스, 루시 남매 등 뛰어난 듀얼리스트들을 만나 매번 고배를 마시며, 예선에서 탈락하는 슬픈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명청은 마음 속에서 한 가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 듀얼리스트라는 이 길이, 과연 지금의 자신에게 정말 맞는 길일까.
어쩌면, 프로 듀얼리스트라는 길 말고, 또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프로의 쓴 맛을 본 명청의 마음 속에는, 자신은 프로 듀얼리스트의 세계와 맞지 않는 것일까... 하는, 듀얼리스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고뇌가 찾아온 것이었다.
스트를 향한 복수심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복수의 검은 불꽃을 이글거리며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그런 명청의 복수심을 순식간에 잠재워 버릴 정도로, 프로의 세계는 너무나 냉정하고 잔혹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쓴 맛만 보고 있던 명청은, 자택에서 한참 동안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 듀얼리스트는 정말 자신의 길이 아닌 것일까.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그저 마음 속에 담아 둔 얄팍한 복수심 하나만 가지고,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프로의 세계에서 쓴 맛을 본 명청의 마음 속에는, 어느새 복수심이라 하는 감정은 사라지고, 프로의 세계가 자랑하는 드높은 벽이 있을 뿐이었다.
결국 프로 듀얼리스트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자신이 걸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는 명청.
프로 듀얼리스트라는 직업에서 멀어진 그가 선택한 길은, 바로 초등학교 교사였다.
학창 시절에도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에게 있어,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았다.
프로 듀얼리스트와는 또 다른 고난을 겪어야 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겪은 경험 덕에 멘탈이 단단해진 명청에게 있어, 그런 고난 쯤은 문제되는 것이 아니었다.
교사 임용 시험을 멋지게 통과하고, 트와일라잇 시티에 세워진 교육의 장 중 한 곳, 황혼 초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게 된 명청은, 자신에게 있어 프로 듀얼리스트라는 길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길이 훨씬 더 잘 맞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 속 한 켠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전부 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명청에게 있어 교사 쪽이 훨씬 더 잘 맞았고, 덕분에 명청은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오명청. 이 남자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나갈 것인가.
이 사내의 앞에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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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5화 연재 완료!
이번 화에선 릴레이 팬픽 때 스트에게 된통 깨졌던 그 인물, 명청의 근황을 적어 보았습니다.
이번 편을 적으면서 명청이의 성을 오 씨로 한 것은, 어느 애니에 나온 인물의 이름, 오청명을 떠올려서 입니다.
듀얼 에피소드는 언젠가 반드시 적어야 하겠죠.
그러면 이상으로 이번 편을 마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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