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서 행복한 결말 없는 민담 ‘나뭇꾼과 선녀’는 몽골 "백조처녀 신화"의 변주이다.
생성을 잉태한 ‘금지의 위반’,
그 속에 여성을 붙잡아 두고싶은 남성들의 욕망이 숨어있어
비밀의 문을 여는 주문은 신화 속에 있다. 비밀은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본래는 신화였으며 우리가 아는 상당수의 전설이나 민담은 신화의 변형이라는 사실에있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부근에 사는 몽골 브리야트족은 백조를 신성하게 여기는 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옛날 어떤 사냥꾼이 새를 잡으러 갔다가 호수에서 깃옷을 벗고 여자가 되어 헤엄을 치고 있는 백조 세 마리를 본다. 사냥꾼은 한 마리의 깃을 감춘다. 날아가지 못하고 남은 여자를 붙들어 살았는데 여섯 아이가 태어난다. 어느 날 아내가 소주를 빚어 남편을 취하게 한 후 깃을 달라고 한다.
감추었던 깃을 내주자 순식간에 백조로 변한 아내는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것인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백조는 바로 천신 에세게마란의 딸이고 이 백조로부터 바이칼 지역 브리야트인들의 족보가 시작되었으며 이들이 백조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신화는 설명해준다.
이런 유형의 백조처녀 이야기는 유럽에서 몽골, 시베리아, 중국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이 기원신화에서 우리의 눈길을 잡는 부분은 백조 역시 깃을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사냥꾼과 나무꾼, 백조와 선녀, 너무도 닮은 모습이다. 그러나 지상의 두 남자, 하늘의 두 여자 사이에는 전혀 닮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나무꾼에게는 있는 금지가 사냥꾼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노루와 같은 동물이 등장해 천기를 누설하는 일과 같은 흥미로운 행위가 신화에는 없다.
신화에서 사냥꾼이 술에 취해 깃을 내준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실수가 사냥꾼을 이별의 고통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신화에서 사냥꾼의 실수는 브리야트족이라는 새로운 민족을 생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드러난 금지는 없지만 금지가 있더라도 금지가 위반돼야 새로운 생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화가 깃옷처럼 감추고 있는 은밀한 이야기다. 이것은 에벤키족의 웅녀가 새끼를 찢어 사냥꾼과 절반씩 나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죽어야 새로운 민족이 생성될 수 있듯이, 천신의 딸과 지상의 사냥꾼이 헤어져야 브리야트족이 지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입과 귀를 드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결말이 없는 것은 이 이야기의 원천이 신화였기 때문이다.
요약)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백조를 수간한 몽골 신화가 모티브다. 그래서 민담임에도 신화적 성격을 많이 띠고 있었다.
선녀-천손족이라고도 표현하며 북방으로부터 내려온 정복자 나뭇꾼-토착인 둘이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다- 정복민족과 토착인의 융합을 상징